
슬로우레터 2024년 1월 31일 (수).
위로도 없이 돈을 내밀었다.
- 윤석열(대통령)이 이태원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퇴짜 놓은 게 9번째다.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 방송 3법, 김건희 특검법, 대장동 특검법 등이다.
-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도 석연치 않다. 한덕수(국무총리)가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의 분열과 불신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유족들은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창살을 움켜잡고 “우리를 죽여달라”며 통곡했다. 경향신문은 정부가 생활안정 지원과 추모시설 건립 등을 제안한 걸 두고 “유족들의 요구를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묵살했다”고 비판했다.
- 한 유족이 이런 말을 했다. “배상과 보상 이야기를 꺼내 국민을 호도하고 정쟁화시키는 사람이 누구냐, 바로 국민의힘과 정부다. 부모가 자식 떠난 이유를 알고자 하는 그 마음이 어떻게 정쟁일 수 있나. 유가족이 원하는 건 오직 독립적 조사기구를 통한 진상규명이다.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을 거부한다.”

이태원 특별법, 재협상 가능할까.
-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이제라도 다시 협의를 시작해 위헌적 하자를 제거하고 합의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에서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희박해 폐기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쟁점과 현안.
그 많던 친윤은 어디로 갔을까.
- 지금 국민의힘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의원들의 ‘사랑’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돈다고 한다. 용산 출신 참모들이 험지 대신 양지를 찾으면서 영남 의원들의 섭섭함이 커졌다는 이야기다.
- 장제원(국민의힘 의원) 불출마 선언 이후 호응이 없는 걸 두고 “장제원 혼자 개죽음당한 것 아니냐”는 말도 돌았다. 민주당에서는 현역 의원 불출마 선언이 11명째인데 국민의힘은 장제원과 김웅(국민의힘 의원)뿐이고 김웅은 그나마 비윤 비주류다.
- 한 TK 출신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 “지역구마다 용산 출신들과 싸우고 있는 지금 TK는 용산이 깃발을 든다고 해서 따라나설 분위기가 아니다.”
- 박국희(조선일보 기자)는 “친윤들이 집단행동으로 들고 일어날 법도 한데 별다른 노선 갈등도 없다”면서 “친윤 자체가 잘 보이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권역별 비례로 가면 제3지대 궤멸.
- 민주당이 권역별 비례로 가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봉쇄조항이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봉쇄 조항은 의석을 할당하는 최소 기준을 말한다. 지난 총선에서는 득표율 3%가 기준이었다.
- 경향신문은 “권역별 병립형은 거대 양당에게 지나치게 유리해 양당제의 폐해를 심화시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역별로 당선 가능 득표율이 7%대로 올라가 소수 정당의 진입 장벽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 수도권 18석과 중부권 14석, 남부권 15석으로 권역을 나누는 방안을 지난 총선 득표율에 대입해 보면 민주당은 2석이 늘고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각각 1석이 늘어난다. 국민의당은 1석이 줄어들고 열린민주당은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다.
- 한국일보는 “거대 양당이 담합해서 봉쇄조항 허들을 높이면 신당의 원내 진입이 타격을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호남 연고가 뚜렷한 이낙연(전 민주당 대표)의 신당이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의 개혁신당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이 공천 룰의 기준.
- 민주당의 공천 심사 기준에 음주 운전과 증오 발언이 빠졌다. 뇌물 등 부패 이력과 책임지는 자세, 성범죄 이력, 납세·병역 등 국민 의무, 직장 갑질과 학폭 이력 등이 기준이다.
- 조선일보는 “이재명의 음주 운전 전과를 고려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강희철(한겨레 논설위원)은 “이재명이 민주당 도덕성의 절대 기준이자 공천 룰이 됐다”고 비판했다.
- 박병영(민주당 공관위 대변인)은 “예비 후보 검증 단계에서 음주 운전 문제를 1차로 걸렀기 때문에, 추가로 검증할 부분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봤다고 한 것 아니다.”
- “사직에서 봤다”고 하면 당연히 사직구장에서 ‘직관’했다는 걸로 생각하게 된다.
- 한동훈의 정확한 워딩은 이것이다. “저는 지난 민주당 정권에서 할 일 제대로 했다는 이유로 네 번 좌천을 당하고 압수수색도 두 번 당했는데요. 바로 그 처음이 이곳 부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시절이 참 좋았습니다. 저는 그때 저녁마다 송정 바닷길을 산책했고, 서면 기타 학원에서 기타 배웠고, 사직에서 롯데 야구를 봤습니다.”
- 한동훈이 부산에 머물던 시절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라 프로야구를 무관중 경기로 진행했다. 오마이뉴스 등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는데 언론중재위에 이를 정정해 달라는 신청을 냈다.
- 한동훈은 중재 신청서에 “’사직에서 봤다’는 것으로 ‘사직구장에서 봤다’고 발언한 적 없어 바로 잡고자 한다”면서 “심각하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사직구장 근처에서 TV로 봤다는 이야기다.
- 안귀령(민주당 부대변인)은 “이렇게 옹졸하고 속 좁은 정치인은 처음”이라며 “언론중재위에 제소할 일이 아니라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허세를 부린 데 대해서 사과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더 깊게 읽기.
빚은 전염된다.
- 한겨레가 128명의 파산 신청자에게 “가족 중에 개인 파산이나 개인 회생을 신청한 사람이 있는지” 물었더니 18%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 파산을 신청한 결정적인 계기가 “배우자 또는 자녀에게 빚이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20%였다.
- 지난해 개인 파산이 4만 건에 개인 회생은 12만 건이었다. 개인 파산은 조금 줄었지만 개인 회생은 35% 늘었다.

다르게 읽기.
철도 지하화, 사업성이 있나.
- 선로를 지하로 밀어 넣고 상부 공간을 개발한다는 계획이지만 좁고 기다란 선형이라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 박경철(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발 수익이 얼마나 나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익명의 엔지니어링업계 관계자는 “경부선과 경인선 지하화 등은 사업성이 나올 수 없는 비현실적 구상”이라고 일축했다. 경의선 숲길처럼 공원으로 쓰는 게 최선이라는 이야기다.
- 최진석(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철도 신설을 요구하는 지역에는 투자를 주저하면서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의 기존 철도를 지하화하는 건 재원 활용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유정훈(아주대 교수)은 “새로운 미래도시를 만든다는 목표로 차분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5세 이상=노인 맞나.
- 70세 이상 인구가 20대를 추월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70세 이상이 632만 명, 20대는 620만 명이다.
- 노인 연령을 70세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고령층 반발도 고민이고 연금과 정년 등도 맞물린다. 기초연금이나 노인 일자리, 무료 예방 접종 등 보건 복지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뜩이나 한국은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다.
- 김원식(건국대 교수)은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70세로 높이고 법적 정년을 폐지하는 걸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오늘의 TMI.
징역형 받고 도주, 6000명 넘는다.
- 복역 기피자가 누적 6077명이다.
- 추적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범죄 피의자는 압수수색 등 영장 발부가 가능한데 형이 확정된 상태에서는 영장을 발부할 법적 근거가 없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은 가능하지만 신용카드나 병원 진료 기록 등을 조회할 방법이 없다. 탐문과 잠복이 전부다.

인감증명 사라진다.
- 110년 만이다. 부동산 거래나 금융기관 대출 등에 본인 확인 용도로 썼다. 지난해에만 2984만 건이 발급됐다.
- 윤석열이 어제 민생토론회에서 “디지털 인감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성장률 2.3%로 상향.
- IMF의 전망이다. 한국은 지난해 1.4%에서 올해 2.3%로 반등한 반면 일본은 지난해 1.9%에서 올해는 0.9%로 줄어들 전망이다. 25년 만에 일본에 역전됐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올해는 다시 재역전할 가능성이 크다.
- IMF는 “조급한 통화 정책 완화와 지나친 긴축 기조 유지를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해법과 대안.
농지 빌려주면 돈 드립니다.
- 경상북도의 농지 배당은 지역 소멸에 맞서는 도전이다. 농민들이 농지를 맡기면 여기에 농사를 짓고 이익이 나면 배당금을 준다.
- 지난해 5800평을 영농조합에 맡긴 문경시의 한 농민은 6개월 만에 1740만 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여기 대부분이 70~80대 노인이라서 농사지을 힘도 없다”며 “설마 했는데 일도 안 하고 농사지을 때만큼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이런 방법이 있으니 신기할 뿐”이라고 했다.
- 이철우(경북도 지사)의 아이디어다. “평생 농사로 살아온 어르신들이 돈이 없어 땅 팔고 고향을 떠나게는 하지 말자는 각오로 이 사업을 추진했다”고 한다.
- 80개 농가에서 33만 평의 농지를 빌려 귀농·귀촌인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농사를 짓는다. 일당은 11만 원, 농지 주인이 일을 하면 9만 원을 받는다. 여기에 경북도와 문경시가 28억 원, 늘봄영농조합이 7억 원을 지원한다.
- 나이 든 농민들은 놀리는 땅을 빌려줘서 배당받을 수 있으니 좋고 땅 없는 젊은 농부들은 안정적으로 일당을 받을 수 있으니 좋다. 지난해 공동 영농에 참여한 한 농부의 수입은 2000만 원 수준이다.

치매 노인도 일할 수 있다.
- 일본 오마자키시의 지바루식당에는 경증 치매를 앓는 83세 할머니가 서빙을 한다. 식당 사장은 “치매 환자들이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면서 “집중해서 일하는 게 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손님들의 반응도 바뀌었다고 한다. 주문이 틀려도 이해해 주고 메뉴를 추천해 달라고 말을 걸기도 한다.
- 한국의 치매 인구는 올해 1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 일본은 20년 전부터 ‘치매’를 ‘인지증(認知症)’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치매는 ‘어리석고(痴)’ ‘미련하다(呆)’는 의미다. 후지타 가즈코(인지증워킹그룹 대표)는 “인지 능력의 장애라는 증상을 명칭에 담아야 증상이 발생했을 때 조기 진단을 받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 ‘배회’라는 표현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배회’는 아무 목적 없이 어슬렁거린다는 의미지만 치매 환자의 외출에는 나름의 이유와 목적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강진군의 반값 관광.
- 2인 이상 가족이 식사와 숙박 등에 쓴 여행 비용을 청구하면 50%를 최대 20만 원까지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한다.
- 상품권은 올해 말까지 강진군에서만 쓸 수 있다. 전체 사업비가 70억 원이다.
어르신 반값 아파트, 사업성도 있다.
- 서울시가 노인 안심주택을 3000가구 공급한다.
- 회기동 경희의료원 인근 685평 부지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공공 임대 28가구와 민간 임대 136가구에 분양 40가구 등 204가구를 공급하면 사업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공 임대는 저소득층(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70% 이하)이 대상이다.
- 공공 임대는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15만~20만 원. 민간 임대는 보증금 6000만~7000만 원에 임대료가 월 30만~40만 원 수준이다.

영화 홀드백? 영화판 ‘타다’ 된다.
- 홀드백이란 영화관에서 상영한 뒤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상영하기까지 기간을 말한다. 정부가 영화 산업 보호를 위해 홀드백 6개월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유병준(서울대 교수)는 네 가지 반대 이유를 제시했다. 반시장적 규제의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 첫째,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
- 둘째, 한 달 정도면 어차피 영화관에 갈 사람은 다 갔다고 봐야 한다.
- 셋째,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의 피해도 커진다. 영화의 시청 가치가 1개월 뒤 1만5000원이라면 6개월 뒤에는 3분의 1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 넷째, 불법 콘텐츠가 창궐할 수도 있다.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한국 출산율 낮은 이유 알겠더라.”
- 뉴욕타임스 기자가 한국의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경험을 기사로 냈다.
- 한국은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지만 동시에 최고의 산후 조리 서비스가 있는 나라다.
- 로레타 찰튼(뉴욕타임스 기자)이 입원한 산후조리원은 2주 입원비가 800만 원인데 건강보험 지원도 안 된다. 한국의 산모 10명 가운데 8명이 산후조리원에 입원한다. 로레타 찰튼은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전체 비용 가운데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며 “한국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는 건 그 이후의 삶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저출산은 강요된 운명이다.
- 지난해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도는 137개국 가운데 57위,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35위다.
- 조형근(사회학자)은 “아이 낳으라 말하는 대신 아이 낳을 만한 세상인지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최상위 국가들에서 정규직의 안정성과 비정규직의 고임금은 ‘선택’의 문제지만 한국에서는 승자인 정규직이 특권을 독점하고 패자인 비정규직은 영구히 차별받는 ‘운명’의 문제다.” 사회적 지지와 선택의 자유가 차이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 “서로 존중하는 삶,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그렇게 행복한 세상이 오면? 젊은이들은 알아서 사랑할 것이다. 뜨겁게 사랑할 것이다. 아이야 낳든 말든.”

돈을 통치 수단으로 삼는 ‘천박한’ 정권.
- 이충재(’이충재의 인사이트’ 운영자)는 “국정 주요 현안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더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태원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피해자 지원 대책을 내놓은 것은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유족들의 호소를 묵살한 것이다.
- 일제 강제 동원 문제를 피해자 배상으로 축소했고 KBS는 수신료 분리 징수로 돈줄을 죄었다.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노동조합에 세액 공제를 해주지 않겠다고 압박한 것도 마찬가지다.
- “윤석열이 내세우는 자유는 돈과 힘을 가졌거나 자기편에게만 통용되는 방식이다. 이른바 뉴라이트 세력은 돈, 성장, 경쟁, 자본주의에 살아남은 것이 최고의 가치라고 믿는다. 우리는 가장 천박한 정권의 국정 운영 방식을 목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