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962년 군사정권이 기획한 헌법 8조와 정당법(62년 체제). 그 항체로서 지역정당의 의미에 관해 ‘행인’ 윤현식 박사가 말한다.
62년 체제를 넘어서
- 나팔새와 대깨문: 62년째 1962년 체제
- 위성정당, 정치가 아니라 게임을 하는 사람들
- 지방소멸과 지역정당
- 지역의 협치? 거버넌스로 포장된 통치
- 민들레당, 푸근하고 넉넉하게 모자라도 함께 뭐라도 해보는
목차.
박정희 전두환 시절의 유령을 되살리다
민노: 앞서 지난 총선의 위성정당 사건을 언급하셨는데요. 따로 질문하려던 주제기도 하고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행인: 제가 따로 평가하지 않아도 이미 사회적인 평가는 끝난 거 아니겠습니까.
민노: 저로선 이게 좀 아이러니하달까요. 현재처럼 충성 경쟁을 강제하는 공천제도를 고려하면 위성정당 출신 가운데 용혜인 의원이나 저 개인적으로는 학교폭력 취재에 교육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 가운데 가장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임해주셔서 좋은 인상을 받은 교사 출신 강민정 의원 같은 분은 그래도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통해서나마 기성 정치권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분들이 국회에 입성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해서요.
행인: 그 개인만 보면 신선하다고 볼 수도 있겠죠. 사실 신선해 보이는 이유는 다른 정치인들이 워낙 수준 이하다 보니 상식적 이야기만 해도 신선해 보이는 면이 있습니다. 아시다피시 위성정당은 이번 국회에서 새로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한국에서 위성정당의 역사가 있거든요. 한국의 위성정당, 그거 누가 만들었는지 보세요.
다 박정희가 만들고 전두환이 만들었어요. 72년 유신 이후에 박정희 공화당의 위성정당이 만들어졌고, 전두환은 얼마나 주도면밀한지 당명에 ‘사회당’이 들어가는 위성정당까지 만들었습니다. 전두환은 수많은 관제야당을 만들었는데, 그 중에는 민주사회당, 민주농민당도 있었죠.

전두환 위성정당에는 용혜인 같은 의원이 없었겠는가
행인: 그 위성정당에 용혜인 같은 의원이 없었겠습니까? 참신한 위성정당 출신, 여당 속의 야당, 그런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과연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 얼마나 기여를 했는가, 그건 또 다른 얘기거든요. 지금 21대 총선 때 위성정당 만들려고 그렇게 뛰었단 사람들, 단 한 명도 반성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최배근 교수나 김민웅 목사 같은 분들 보세요. 그분들이 위성정당 지금 반성하고 있습니까? 자신들이 얼마나 역사를 군사정권 시대로 퇴행시켰는지에 관해 일고의 자각도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 또 위성정당을 만들려고 하고 있잖아요.
위성정당 출신이지만 일을 참 잘한다? 그분들이 지금 다시 오는 4월 총선에 다시 당선되려고 하는 거 보세요. 또 위성정당 아니면 안 되거든요. 저는 그런 부분에서 개인이 의정활동을 잘했다, 어떤 사건에 대응을 잘했다, 그런 개별적인 평가를 사람들이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위성정당(출신)이었지만 그래도 좀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던 게 아니냐고 하는 평가에 대해서는 그렇게 평가할 수 없다고 봅니다.

위성정당, 반성할 분들이 민주투사 행세
민노: 반성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가장 반성해야 할 단체, 개인을 순서대로 뽑아주신다면요.
행인: 일단 제일 먼저 반성해야 할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죠. 자기들이 선거 개혁하겠다고 입으로는 그렇게 떠들어놓고 결국은 한 게 위성정당 만들어서 비례의석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무슨 다양한 정치 세력을 들여오겠다는 약속을 그렇게 해놓고서 결국은 다양한 정치 세력 완전히 박살 내고 자기들 말 잘 듣는 정치 세력만 정치권 안으로 집어넣었죠. 가장 비판받아야 하는 건 이 두 당이 맞고요.
그다음에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이 위성정당(미래한국당) 만들었을 때 거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민주당에 알리바이 심어줬던 우희종 교수나 최배근 교수, 그리고 그거 잘했다고 옆에서 응원했던 김민웅 목사 같은 분들. 이런 분들은 자기가 뭘 했는지 자각을 못 해요. 지금 김민웅 씨 하는 거 보십시오. 촛불로 뭐 한다고 지금 계속 저러고 계시는데, 사실 2016년, 2017년 촛불들은, 물론 그때 촛불도 한계는 있지만, 그때 촛불 시민까지도 지금 다 망신 주는 겁니다. 그런데 반성을 안 하거든요.
그리고 위성정당 출신 김의겸, 최강욱 이런 분들 보십시오. 무슨 자기들이 민주투사예요. 위성정당으로 나라의 정치 시스템을 박정희 전두환 시대로 되돌린 분들이 지금 거악 검찰과 싸우는 민주 투사 노릇을 합니다.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들입니까.

이상과 현실,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민주당 대의원와 권리당원의 표결권 반영가치 비중을 60:1에서 20:1로 조정하는 문제에 관한 유튜브 시청자 질문에 답하면서)
저 개인에 대한 비난과 비판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치라는 게 그렇지 않습니까. 김대중 대통령께서 참 표현을 잘하셨는데, “상인의 현실 감각이 필요하다” 선비의 문제의식, 이상 좋죠. 이상을 가지고 살아야 하니까. 바람직한 미래상, 이걸 향해 가야 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이 그대로 현실화할 수 있다면, 세상은 아마 이미 오래 전에 유토피아, 천국이 됐겠죠. 안되지 않았습니까. 저도 이상을 가지고 있죠. 전들 왜 꿈이 없겠습니까. 당연히 있죠. 그런데 뜻대로는 안 되더라는 거죠. 뜻대로만은 안 된다는 거(강조). 상대가 있는 거니까요. 저 혼자 하는 게 아니고. 함께 해야 하니까요. 쉽지가 않더라는 거죠. 그래서 서생의 문제의식, 상인의 현실감각 이 두 개가 잘 조화를 이뤄야겠다는 게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이었죠.
저도 거기에 무척 공감합니다. 일부에서는 저에 관해서 이상주의자라고 하는 분들도 계세요. 이상과 현실을 조화해야겠죠. 100% 현실주의자도 아니고, 100% 이상주의자도 아니고. 이 이상과 현실을 잘 조화해서 한 발자국씩 나아가야죠. 좋은 꿈을 가지고 있으면 뭐하겠어요.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그냥 꿈, 주장에 그치겠죠.
지금 정치 상황도 좀 그런 것 같아요. 정상적인 정치가 작동하는 사회라면 저희도 상식과 보편적인 국민 정서를 고려해서 적절한 타협, 대화 이런 게 가능하겠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이럴 때는 만약에 내년(2024)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이런 상황이 발생을 하면, 지금 국회라는 공간에서 저희가 어느 정도 막고 있긴 한데, 국회까지 집권 여당에 넘어가면, 지금 이 폭주, 과거로의 퇴행,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잖습니까. 지금 말이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잖습니까. 그래서 현실의 엄혹함이라는 게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죠. 심각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상과 현실, 그 중에서 현실의 비중이 높아진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노력, 우리가 최선을 다하지만, 더 나쁜 세상이 되기 않게 막는 거, 이것도 아주 중요한 과제가 됐어요.
최근에 벌어지는 많은 논쟁도 이것과 관련이 있을 겁니다. 현실을 어떻게 파악하느냐. 우리의 역할을 뭐라고 규정하느냐에 따라서 진단도 다를 것이고, 대처하는 방향도 다를 것이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 우리가 더 집중해야 할 일에 대한 생각도 다를 수밖에 없죠.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합니다. 정당이라고 하는 게 원래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거잖아요. 하나의 생각만 관철되는 조직이 아닌 거죠. 군대, 관료 이런대는 상명하복하니까 하나의 생각만 있습니다. 최고 책임자의 의사가 전 조직에 그대로 관철되는 거죠. 상명하복. 하나의 생각만 있는 그런 조직과는 달리 당이라고 하는 거는 그야말로 당이잖아요, 당(黨). ‘무리’ 이 생각하는 사람, 저 생각하는 사람, 이런 출신, 저런 출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무리 당’ 아닙니까, 무리. 당은 본질적으로 그런 거죠. 생각들은 다양하고, 다양한 의사표명, 표출이 필요하죠. 그게 없으면 죽은 정당입니다. 그렇다고 누가 일방적으로 걸아갈 수는 없죠.
얘기가 약간 옆으로 샜는데, 대의원제도나 당내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도 그런 점에서 당원, 민주당 지지자 여러분의 이해를, 양해를 요청드립니다. 한 발자국 가고, 또 한 발자국 가고,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하려다보면 결국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거든요. 안타깝지 않습니까. 논쟁들이 벌어지고, 입장들이 있겠지만, 서로 이해를 하고, 함께 가면 좋겠습니다.
(시청자 댓글을 읽으면서) “제이제이 님께서 이기는 방법으로 해주세요”라고 하셨는데, 그건 맞습니다. 선거라고 하는 거는, 뭐 여러분이 너무 잘 아시지만, 승부 아닙니까? 이상적인 주장,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물론 뭐 긴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다른 방향의 이야기도 가능하기는 한데,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 엄혹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후략)
이재명, 유튜브 ‘이재명’, ‘간병비 문제… 직접 들어보니’, 2023년 11월 28일 중에서 (언론에서 많이 인용한 사운드 바이트는 21분쯤)

민노: 지인들과 정치 이야기를 하다 보면, 현실과 이상을 구별해서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곤 한데요. 물론 그게 잘못이라는 건 아니고요. 의견은 자유니까요. 종종 이렇게 말씀하시죠. ‘무슨 그런 순진한 말씀을 하세요, 그런 그런 한가한 소리를 하십니까’. 승리를 위해서는 영혼이라도 팔아야 할 이 엄혹한 상황에서 무슨 도덕 교과서에 나올 것 같은 이야기를 하느냐는 식이죠. 지금 상대방 당에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러고 있는데 앉아서 당할 거냐고, 바보냐고, 책 속에서 사냐고… 그분들께는 어떤 말씀을 하시겠습니까?
행인: 그분들이야말로 나이브한 거죠. 지금 당장 상대방을 이기면 뭔가 될 거다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지금까지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뭘 만들어놨습니까? 오히려 상대 당을 이야기하면서 승리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릴 여유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그분들이 나이브한 거예요. 지금까지 그런 논리로 사람들을 현혹했습니다. 저는 오히려 당신들의 나이브함에 대해 반성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촛불이 태극기에게, 태극기가 촛불에게
행인: 그건 뭐냐면, 진영 논리거든요. 촛불 든 사람들이 태극기 든 사람들을 보고 뭐라고 합니까. 상식도 없다. 개념도 없고, 진짜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시잖아요. 그런데요. 태극기 든 분들께 물어보세요. 촛불 든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똑같이 얘기합니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뭐예요. 쟤들만큼은 밟아야 돼. 다른 건 몰라도 쟤들은 밟아놔야 돼. 이런 나이브한 생각이 어디 있습니까. 그렇게 밟은 다음에 뭘 할 건데요. 그렇게 밟은 다음에 문재인 정권 만들어놨더니 그 다음에는 윤석열, 그다음에는 누굽니까? 뭐가 그렇게 달라졌습니까?
민노: 말씀하신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에서는 많은 분들이 그런 진영논리에 바탕해서 어느 한쪽을 응원하고, 어느 한쪽을 증오하고, 또 그렇게 어느 한쪽을 밟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시는 분들이 인기를 얻고, 돈도 많이 벌고요. 현실적으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건데요. 많은 분들께서 지지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걸 무시할 수 있을까요. 위성정당이 그렇게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면, 현실에서도 위성정당 출신의 국회의원 그 위성정당에 편승한 정치인들은 미움을 받고, 비판받아야 하겠지만, 오히려 그런 경우는 극소수인데 말이죠. 그러면 결국 많은 국민, 시민들께서 그걸 용인하고, 위성정당 출신 정치인들을 선택하고 용서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행인: 시민들이 그런 사람들을 용서했다기보다는 참아주고 있다고 봐야겠죠. 다른 선택지가 안 보이니까 이거라도 어디냐 하는 걸 지지하고 용서해준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민노: 다른 선택지가 없다…
행인: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을 예를 들어보면요. 가장 언론에 주목받는 정치인 중 한 명이잖아요. 그렇죠? 안 나오는데가 없어요. 그런 정치인에게 묻고 싶은 건 이런 거죠. 그렇다면 당신이 만들고 싶은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저는 여야 지도적 정치인들에게도 묻고 싶어요. 당신이 대통령이 되면 어떤 비전을 갖고 이 나라를 만들어 갈 건가. 그런데요. 지금 대통령된 분도 보면 저는 이 부분에 관한 답은커녕 그 실마리도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치가 아니라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착각
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건 정치가 아니라 게임이에요. 이번에는 어떻게 말을 놓아 이 장기판에서 상대방을 이길까. 어떻게 포석을 해야지.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대마를 잡을까. 이건 그냥 게임이에요, 게임. 그러다 보니까 사실은 그렇게 게임하는 정치인들만 노출되고, 정말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정치를 해야죠.
간단히 정리하면, 당이든 개인이든 집권을 해야겠지만, 집권은 그건 더 큰 정치적 이념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자 수단이지 집권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잖아요. 정치를 게임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힘이 있고, 인기가 있고, 그게 그러면 정치의 현실이 아니냐고 생각하면요. 그걸 인정하는 순간 뭘로 넘어가게 되느냐면, 저 사람들이 내 것도 해주겠지? 하고 넘어가거든요. 착각입니다. 안 해주거든요.
정치를 바라볼 때요. 그 사람이 힘이 있느냐 없느냐를 볼 때, 그 힘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어떻게 쓸 건지도 좀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다음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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