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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양경규 녹색정의당 의원, 조국혁신당을 정치적 ‘퇴행’으로 비판하는 다섯 가지 이유.

편집자 주.

이 글은 양경규 녹색정의당 의원이 “조국혁신당 비판”이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쓴 5편의 글을 합친 것입니다. 양경규 의원은 민주노총 부위원장 출신으로 21대 국회를 넉 달 남겨둔 지난 1월 정의당을 탈당한 류호정(전 정의당 의원)의 비례 순번을 승계했습니다. 특정 정당과 정치인의 견해라 동의하지 않은 분들도 많겠지만 조국혁신당 돌풍을 보는 진보 정당 소속 정치인의 견해와 입장을 잘 드러내는 글이라고 판단해 기고 형식으로 게재합니다. 토론과 반론을 환영합니다. 기고: editor@slownews.kr

첫 번째 비판: 조국혁신당, 당명 자체가 한국 정치의 퇴행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 고투하는 녹색정의당의 당원과 의원 입장에서 남이 땅을 사서 배가 아파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조국혁신당이 양당 구조를 끝내고 불평등과 차별,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정치를 열어가기보다는 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시대적 과제를 방기하면서 한국 정치를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끌고 갈 것이란 우려 때문에 이 글을 쓴다.

양당 정치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 발이 푹푹 빠지고 먼지 풀풀 날리는 사막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국민에게 조국혁신당은 진정 한국 정치의 오아시스일까, 아니면 신기루일까? 나는 단언한다. 사막을 힘겹게 건너는 국민을 기만하는 신기루라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일까?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지만, 나는 조국혁신당이라는 당명에서 한국 정치의 퇴행을 짙게 느낀다. 한번 생각해 보라. 2008년 총선에서 처음 친박연대라는 당명이 나왔을 때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나 경악했다. 최소한의 자기 정체성도,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어떤 청사진도 없이 그저 누구와 친함을 천명하는 것으로 정치적 전망을 밝힌 이 정당의 출현은 명백히 한국 정치의 퇴행이었다. 이 어처구니없는 당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것을 기억한다. 독재와 전체주의로 얼룩졌던 20세기 한 시대의 어느 곳에 이런 당명이 있었는가 싶다.

그럼에도 2008년 총선에서 이 당은 14석을 차지했다. 한나라당의 공천 탈락자 또는 배제자들을 중심으로 더 강한 보수와 민주당에 대한 더 강한 공격을 천명한 이 당에 보수층이 결집했다. 2024년 오늘, 데자뷔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친박연대는 총선에서 153석으로 제1당이 된 한나라당에 흡수됐다. 아무런 정체성도 없는 정당의 당연한 귀결이었다.

정치 철학? 정책? 그런 건 없다. 그냥 박근혜와 친하다는 거 그거 하나다. 선거 때에만 정치공학적 셈법으로 ‘떴다방’ 정당을 급조하고, 선거 뒤엔 다시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돌아가는… 한국 정치의 슬픈 코미디. 사진은 2008년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연대 그리고 이를 보도한 당시 MBC 보도 화면 갈무리.

16년 전 친박연대와 뭐가 다른가.

2024년 오늘, 조국혁신당이라는 사람 이름을 내세운 정당이 버젓이 또 명함을 내밀었다. 정당 투표 지지율이 양당을 넘어서기까지 한다. 특정 정치인을 중심으로 정치적 결사가 이루어지는, 이른바 팬덤 정치가 불가피한 부분도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럼에도 각 정치세력은 오히려 이를 가능한 최대한 제어하면서 특정 인물 중심의 당이 아님을 애써 포장하고 갈무리하며 정치 세력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강조하려고 한다. 사람 중심의 저급한 팬덤 정치가 아니고 친한 사람들끼리 권력을 도모하는 패거리 집단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조국혁신당, 이 당명은 너무나 당당하다. 처음에 임시 당명이겠거니 생각했다. 투표의 형식을 빌렸지만, 조국 대표의 강력한 주장이 반영되어 조국혁신당이라는 당명이 정해졌다고 한다. 당혹스럽지만 이 당의 지향이 무엇인지, 이 당의 대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만큼은 분명하다 하겠다. 우리 사회의 중층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가 아니라 개인의 팬덤을 최대화하고 이를 통한 정념의 정치로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 아니겠는가? 향후 예상되는 사법 리스크에서 조국을 지키는 것을 제1의 절대절명의 과제로 삼겠다는 뜻이리라. 조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정치세력의 행보를 미리 강제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조국. 사진은 이호. 2024. 1. 18. 조국 페이스북.

만약 윤석열당이 생긴다고 생각해보라

그까짓 당명이라고 말하지 말라. 결코 거를 수 없는 문제이다. 사람의 이름을 통해 권력을 도모하는, 자신의 이름에 얹힌 박해를 활용하고 국민적 동정을 악용한 이 당명을 어찌 한국 정치의 퇴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이름, 오늘 우리 정치의 퇴행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이에 대한 분명한 비판이 사라진 우리 사회의 인식이 매우 우려스럽다.

만약 국힘이 어떤 경로로든 분열하고 그래서 윤석열당이 생겼다면, 그 당명이 의미하는 저급한 패거리 정치에 대해 가만히 있겠는가? 그런데 지금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며 그 당명을 쫓고 있다. 자신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다. 아니 안다고 오히려 소리를 높인다. ‘쥐를 잡는 데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상관없다.’ ‘지금은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심판을 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이 조국혁신당’이라고. 소가 웃을 이야기다. 정말 그럴까? 왜 조국혁신당이 윤석열 심판을 할 수 없는지 이야기해 보자.

윤석열당이 생긴다고 상상해보라.

두 번째 비판: 윤석열 정부를 심판할 자격도 능력도 없다.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가지고도 지리멸렬하며 밀리기만 했던 민주당에 실망한 국민이 조국혁신당에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제일 잘 싸울 정당이라는 답도 돌아온다.

녹색정의당도 윤석열 정부 심판이 이번 선거에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진 민생 파탄과 기후위기 악화, 심화되는 불평등과 차별, 거꾸로 돌아가는 성평등 정책, 외교 안보 정책의 실패, 민주주의의 후퇴를 분명하게 심판해야 한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국가 변란을 예외로 하면 50년 만에 처음으로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뒤졌다.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와 긴축정책, 외교 안보 정책에서의 대미 우선 전략으로 인한 대중국 무역수지도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민생 파탄으로 이어져 가계부채는 2000조 원을, 중소상공인부채는 1000조 원을 돌파했다. 사회적 불평등이 확대됐고 그 와중에 올해 복지 예산은 또 감축됐다. 비정규직과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확대하여 불평등을 축소하고자 한 노란봉투법은 대통령거부권으로 무산됐다.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윤석열 정부 첫 해, 0.6%가 줄었고 지난해에는 1.1%가 줄었다.

물가상승률 3.6%는 국민의 삶을 통째로 위협하고 있다. 사괏값 1만 원은 대책 없는 기후위기 대응이 어떻게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이다. OECD 국가 중 거의 꼴찌인 재생 에너지 비율을 윤석열 정부는 더 낮췄다. 2030년 30.2%였던 목표를 21.6%로 떨어뜨렸다. 성평등 정책과 저출생 대책은 실종됐거나 변죽만 울리는 수준에 그쳤다.

민주주의의 시계침도 한참 전으로 돌아갔다. 이종섭의 호주 대사 임명과 출국, 황상무(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회칼 테러 발언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어디까지 후퇴했고 권력이 어디까지 오만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여기에 내로남불과 인권에 대한 탄압을 일상화한 권위주의적인 통제는 날로 심각성을 더해 주었다. 노동 운동을 비롯한 사회 운동에 대한 통제, 그리고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와 국민들의 입과 귀를 틀어막는 통치는 이제 모든 국민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심판, 시대적 과제이다.

윤 정부 통과된 211개 감세법안 그중 107개 민주당 발의 법안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자는 것은 우리 사회를 바꾸자는 거다. 민주당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는 누구보다도 책임이 있는 민주당이 바로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아낼 강단도 없었고 분명한 정책적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좀 더 비판적으로 말하면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민주당은 동반자였고 야합과 책임 회피로 일관한 공모자였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 정책을 비판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통과된 211개의 감세법안 가운데 107개는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이었다. 정부에게 소상공인 부채를 들어 비판하지만, 민주당은 이에 대해 부채탕감은커녕 대출 기간 연장이나 상환 유예 정도의 대안 외에는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정책이다. 기후위기나 저출생 대책은 그 정도의 차이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만 별반 다르지 않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시종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사실상 국민의힘과 공조하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후퇴와 검찰의 권력 남용을 탓하지만 대선 공약을 가차 없이 걷어차고 남 탓으로 강변하며 위성 정당을 만들었다. 이재명의 사당임을 가감 없이 드러낸 공천 과정은 윤석열 정부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국민이 자신들에게 부여한 개혁의 책임을 180석의 거대 야당은 이렇게 헌신짝처럼 버렸다.

21대 총선 180석 압승, 그래서 민주당이 그동안 무슨 개혁을 했나. 2020.4.15.

조국혁신당이 말하는 대안은 무엇인가.

그런데 조국혁신당은 그것을 우리가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녹색정의당을 대신하겠다고 한다. 녹색정의당이 고민해 온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 기후위기를 책임지는 정당이 되겠다는 뜻일까? 그렇지 않다. 조국혁신당은 위에 열거한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대한 대안을 밝힌 적이 없다. 조국혁신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라. 거기 향후 한국 사회를 위한 고민이 어디 있고 어떤 정책 대안이 제출됐는지를 보라. 아무것도 없다. 몇 개의 강령이 덩그러니 실려 있을 뿐이다.

조국혁신당 홈페이지 갈무리.

그저 하나마나한 이야기일 뿐 어느 것도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이 당에 과연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고 대신할, 그래서 민생을 책임질 정치를 어디서 확인할 수 있는가? 조국혁신당이 윤석열 정부에 맞서 잘 싸울 수 있다고 하는데 조국혁신당은 누구와 무엇을 놓고 싸우겠다는 것인가?

조국혁신당의 비례후보에 노동의 가치를 아는 후보가 있는가? 플랫폼 노동자의 문제를 고민하는 후보가 있는가? 아니면 기후위기에 맞섰던 후보가 있는가? 아니면 성평등과 돌봄, 중소상공인 부채 문제와 맞서 싸운 후보가 있는가? 녹색정의당을 대신하고 노회찬 정신을 잇겠다고 한다. 조국혁신당의 비례 14번 김현영은 문재인 정부 법제처장이었다가 2021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부당 합병, 삼성바이로오직스 회계 부정 사건에서 이재용의 변호인단에 참여한 사람이다. 조국혁신당이 삼성과 싸우다 의원직을 잃은 노회찬 정신을 잇겠다고 말한다니 참으로 부끄럽지 않은가? 가소로운 일이다.

김형연(비례 14번)은 삼성 부당 합병 사건에서 이재용 변호인단에 참여한 변호사다. 그런데 삼성과 싸우다 의원직 잃은 노회찬 정신을 잇겠다? 조국혁신당 제공. 2024.03.

조국혁신당 비례대표의 면면을 보라. 웬만하면 법조계 주변에 있던 사람이고 웬만하면 서울대 출신이다. 서민을 위한 정당? 그저 엘리트 정당의 전형일 뿐이다. 부자들만 낸다는 종합부동산세, 국민의 2.7%가 그 대상자인데 조국신당의 비례후보자들 중 종부세 대상자는 32%이다. 그러기에 자기들 딴에는 패러디라고 “Dior 아니면 9ucci” 라는 포스터를 내도 부끄러운지를 모르는 것이다.

위트 있는 아이디어? 정치의 예능화? …. 조국당 비례후보 중 종부세 대상자가 32%다. 그 맥락 속에서 바라보면, 이 정치 홍보물은 이미 예능화한 정치의 풍속도를 반영하는 위트 있는 PR이라기보다는 그저 자기 파괴적인 블랙 코미디일 뿐이다.

노란봉투법을 “민주노총 구제법”(강경숙 조국혁신당 후보)이라고 말하는 무지와 반노동에 이르면 할 말조차 잃게 만든다. 정말 이 당에 민생을 맡길 수 있을까? 이 당에는 불평등과 기후위기도 없고 노동자도 없고 중소 상공인도 없고 성 평등도 없고 그래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도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 또한 당연히 없다. 조국이 있을 뿐이다. 개인의 명예 회복을 국민 모두의 민생과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지난 4월 2일 전북KBS주관으로 열린 비례대표 후보자 토론회. 나순자(녹색정의당 후보, 왼쪽)와 강경숙(조국혁신당 후보). 이 토론회에서 강경숙은 노란봉투법(2‧3조 개정안)에 관해 “‘민노총 구제법’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 하나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검찰 개혁, 거의 유일하다시피 국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이 아마도 검찰 개혁일 것이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 행사로 인한 인권유린과 민주주의 후퇴에 질린 국민들이 이 과제에 대해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정말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정부에 맞서 검찰 개혁이라도 잘 해낼 수 있을까?

세 번째 비판: 검찰 개혁은 사라지고 복수만 남을 것이다.


조국혁신당의 제1강령은 “우리는 검찰 개혁을 위해 행동한다”이다. 정당의 제1강령이라기에는 참으로 남루하다. 한 정당의 제1강령이라면 우리 사회의 시대적 과제를 언급하고 그 지향을 천명하고 대한민국의 미래 정도는 담아야 하지 않겠는가?

누군가는 검찰 개혁이 그만큼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변할지 모르겠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 행사로 인한 인권유린과 민주주의 후퇴가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하자. 검찰 개혁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 넓게 이해하자. 민생 파탄으로 하루하루가 힘든 국민에게 검찰 개혁이 되면 먹고살 만해질 수도 있다고 강변하면 인정하자. 검찰 개혁이 되면 오늘내일하는 기후 재앙이 완화될지도 모른다고 기대해 보자. 국민적 정서가 강렬하니 무릇 정치세력이라면 이에 응답하는 것도 책임 있는 자세라고 이해해 주자.

그런데 문제는 정말 조국혁신당이 검찰 개혁을 잘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목소리 높인다고 해서, 검찰의 수사에 고초를 겪으면서 버틴 사람이 조국 대표라서, 아니면 공약으로 제시한 1호 법안이 한동훈 특검법이라서 검찰 개혁을 잘할 수는 있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검찰 개혁은 오랜 기간 민주당이 주장한 한국 정치의 숙제였다. 그러나 매번 실패의 연속이었다.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도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에 손을 댔다가 변죽만 울리고 말았다. 아니 어쩌면 민주당은 검찰 개혁을 망쳤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이었던 조국이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추천하면서 검찰 개혁은커녕 검찰의 권력만 키워놓고 말았다.

180석의 민주당에도 기회는 있었지만, 그때는 또 대통령이 아니라서 실패했다는 핑계를 댔다. 그런데 20석도 안 될 조국혁신당이 지금 무슨 힘으로 검찰 개혁을 할 수 있겠는가? 검찰 개혁을 망쳤던 사람들이 나서서 검찰 개혁을 제1의 강령으로 내세우면 부끄럽지 않은가? 윤석열 검찰총장,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는가?

누가 윤석열에게 칼을 쥐여줬나. 그리고 누가 윤석열을 결국 대통령으로 키워주었나. 뒤편에 김건희와 조국의 모습이 보인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그래, 지난날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부터라도 잘하면 된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의 비례 1번 박은정 검사 부부의 재산 증식이 구설에 오를 때 보인 박은정 후보의 태도(“남편 전관예우? 그랬으면 160억은 벌었어야”)나 이를 변호한다고 말을 보탠 조국 대표의 태도(“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지만…”)를 보면 조국혁신당이 말하는 검찰 개혁이 온전히 사법 정의에 입각한 개혁이 될지 의심스럽다.

41억 원 정도는 별것 아니라는 듯한 태도에서 개혁은 복수를 위한 저들의 수사일 뿐이라는 점을 확인한다. 저들의 검찰 개혁에는 부당노동 행위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집행이 있을 리 없다. 툭하면 터지는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의 경제범죄 일소도 없다. 권력을 이용한 부정한 청탁과 비리는 아예 대상도 아니다. 누구를 위한 검찰 개혁인가?

조국(조국혁신당 대표), 박은정(조국혁신당 비례 후보 1번) 2024.03.27. 국회소통관. 조국혁신당
박은정(조국혁신당 비례대표)의 남편 이종근(법률사무소 계단 대표변호사). 법률사무소 계단 홈페이지 갈무리.

여기에다 검찰 개혁의 선봉장이 되어야 할 조국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있다. 이 문제가 현안이 되는 즉시 검찰 개혁은 전혀 다른 싸움으로 변화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유죄가 선고된 조국 대표가 최종적으로 사법 처리가 되고 의원직을 상실하면 그때부터 검찰 개혁이라는 본연의 과제는 실종되고 대립과 격돌만 남을 것이다. 그렇게 검찰 개혁은 서로에 대해 복수만 남은 전쟁터로 변한다. 이어 조국 대표를 수호하는 일이 곧 검찰 개혁의 전부가 되는 본말의 전도가 일어나고 ‘3년은 너무 길다’가 검찰 개혁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민생 정치를 위한 준비도 인적 역량도 대안도 전혀 없고 그나마 내세우는 검찰 개혁마저 제대로 할 능력이 없다. 조국혁신당의 검찰 개혁은 그저 민주당과 이재명에 대한 불만을 흡수하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전혀 능력도 안 되면서 질러 놓고 국민의 감성을 자극하는 저급한 선동 정치의 표상이다. 가치와 명분을 버린 정치는 결국 개인적인 복수로 귀결될 뿐이다.

조국혁신당에 검찰 개혁을 기대한다는 것, 윤석열 정부를 심판할 수 있다는 것, 침 뱉고 밑 씻는 소리고 기름 엎지르고 깨 주우러 다니는 일일 뿐이다. 남은 것은 막말과 대결뿐이다. 또다시 광화문의 태극기 집회와 서초동의 조국 수호 집회는 지지자들을 불러 모으며 한국 사회를 갈가리 찢어 놓을 것이다.

네 번째 비판: 보수 양당 정치가 살려 준 조국혁신당.


여전히 남는 의문이 있다. 정치가 늘 논리로만 해명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은 상식적이지 않다. 이유가 뭘까? 보수 양당은 무엇으로 사는가? 민생에서 차이점을 갖지 못한 똑같은 보수 양당이 어떻게 우리 정치를 이렇게 오랫동안 쥐고 흔들며 농단하게 되었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 보자.

견고한 양당 체제가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한때 위용을 보여줬던 1992년 정주영의 통일국민당, 1996년 김종필의 자민련, 2016년 안철수의 국민의당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 당들은 태생적으로 한국 정치의 양당 구조를 깨뜨릴 수 없는 정당이었기에 양당 체제 귀속은 필연이었다.

보수 양당 정치가 위기를 느낀 것은 바로 민주노동당의 창당이었다. 한국 정치에서 양당 체제에 편입되지 않으면서 제3지대라는 진보 정치의 영역을 개척하고 자리를 잡고 있는 정당은 민주노동당으로부터 이어져 온 진보 정당이다. 녹색정의당은 바로 그 진보 정당의 후예이고 지금도 양당 체제에 흡수되지 않고 보수 양당 정치의 한 복판에서 싸우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라는 기치로 2001년 1월 30일 창당했다. 사진은 2007년 대선 경선 모습. 왼쪽부터 심상정, 권영길, 노회찬. CC0.

진보 정당은 보수 양당 체제와 전혀 다른 의제를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그 존립 기반을 구축했다. 양당 체제가 흡수할 수 없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정당의 출현이었다. 그 활동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무상 복지 전면화 제시
  • 부유세를 통해 더 많이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인식을 정립
  • 성평등과 소수자 문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정책을 제시
  • 노동 운동을 비롯한 사회 운동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법과 제도 정비 추진
  • 중소 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문제를 시대의 과제로 제시
  • 에너지 정책의 전환과 기후위기 대응 문제와 양당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개혁 입법 제안

보수 양당의 적대적 공생.

보수 양당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반격을 시작했다. 민생 의제에 대해서는 차이가 없고, 양당 구도를 깨는 정치 개혁에 대해서는 공조 체제를 갖고 있는, 그리고 변화하는 질서에 새롭게 등장하는 기후위기와 정의로운 전환,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 불평등과 차별 문제 등에 대해서는 공히 무심하거나 반대하면서 보수 양당은 새로운 정치세력, 진보 정당에 맞서며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은밀한 공모를 시작했다. 보수 양당은 무엇으로 진보 정당의 부상을 억제하면서 한편으로 자신들의 기반을 구축할까에 골몰했고 양당은 이념이 아닌 가치를 들이밀며 자신들의 왕국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한 당이 통일을 이야기하면 다른 당은 종북좌파를 이야기했고 한 당이 안보 체제를 이야기하면 신한일전이라는 용어를 남발하며 친일과 사대를 들이밀었다. 한 당이 여성을 이야기하면 다른 당은 남성을 자극하며 성별 갈등을 부추기고, 한 당이 청년을 이야기하면 다른 당은 노인 문제를 들고나오며 세대 갈등을 조장하고, 한 당이 대장동 특검을 말하면 다른 당은 김건희 특검을 들고나오며 서로 방탄복으로 무장했다.

때로는 대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대를 포장한 연대도 불사했다. 성소수자 문제와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경쟁하듯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고 이주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에 대해서는 낡은 인종 차별의 벽을 넘지 못했고, 정치 개혁의 주요 과제에 대해서는 서로 논리를 보완하며 너나없이 한 편을 먹었다.

시대정신, 개혁 의제, 민생 지워버린 양당 정치

이 모든 가치 논쟁은 민생의 문제를 사라지게 했고,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덮어 버렸다. 국민을 위한 민생 정치가 사라진 자리에는 차별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과격한 언어들이 춤을 추었고 이내 조폭식 막말이 아무렇지 않게 넘쳐났다. 친일파, 종북좌파, 윤리파괴자, 파렴치한 범죄자, 정치를 개 같이, 돼지 눈에는 돼지 등 유혈이 낭자한 막말 싸움판을 만들고 국민들에게 칼 한 자루씩 쥐여주면서 선택을 강요하는 정치로 만들어갔다.

양당은 자신들의 존립을 위해 도덕적 윤리적 가치를 집요하게 끄집어내 국민들을 진영 안으로 끌어들여 증오와 편견, 복수의 정치 프레임을 만들고 쟤들은 악이고 정치적으로 부패한 기득권 집단이라는 윤리 프레임을 만들어 국민들 사이를 갈라놓고 적대적 공생 구조를 확보했다. 누가 한국적 가치(?)를 잘 선점하여 더 선동적인 막말, 진영의 복수를 대신할 조폭식 수사를 잘 구사할 수 있냐가 정치적 생존의 수단이 되었다.

양당은 그렇게 중도층을 흡수하며 진영을 확장해 갔고 가난한 국민들, 삶이 힘든 사람들은 갈라졌다. 그 사이 양당은 치밀하게 적대적 공생구조를 튼튼하게 구축해 갔다. 토마스 프랭크의 “가난한 사람들은 왜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의 대한민국판이었다.

원한과 복수의 정치, 그 최대 수혜자 조국

조국혁신당은 이 왜곡된 프레임 정치의 최대 수혜자이다. 한겨레 강희철 논설위원은 “조국을 무동 태운 지지율은 윤석열을 향한 적개심에서 발원한다”며 이를 “복수혈전의 판타지”라고 불렀다. 양당이 구축한 복수의 정치 프레임이 없었다면, 그렇게 구축된 적대적 진영이 없었다면 조국혁신당의 자리가 있었겠는가? 이제 복수로 무장한 조국혁신당의 가세로 복수의 정치극은 더 막장으로 치달을 게 뻔한 상황이다.

지금도 일주일에 두어 번은 법원 출입을 하는 이재명 대표와 이미 2심까지 징역형을 선도 받은 조국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의원직 상실은 복수의 정치를 확장할 것이다. 이어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조국혁신당의 의원들이 줄줄이 소환되면 정치권은 그동안 공들여 갈라놓은 진영을 동원하여 국민들을 복수극의 한복판으로 불러들일 것이다.

조국 대표의 “느그들 쫄았제”는 그 복수극의 서막에 불과하다. 광화문에는 태극기 부대가 서초동에는 조국 수호 부대가 자리를 잡을 것이다. 주말마다 조국(曺國)을 살리기 위해 조국(祖國)을 죽이는 정치, 나와바리를 수호하기 위한 조폭식 대결 정치가 전국을 소란하게 만들면서 민생은 또 그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적의 적은 동지가 되는 이 막장의 무대에 3지대는 존재할 수 없다.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을 벗어날 수 없는 이유이다. 그렇게 조국혁신당은 한국 정치 퇴행에 한몫을 단단히 하고 여느 3당이 그랬던 것처럼 신기루처럼 정치의 무대에서 그 이름을 지우게 될 것이다. 아니라고?

조국 “느그들 쫄았제?” 원희룡 “조국혁신당 2030역풍 불 것” [앵커리포트] / YTN. 2024.03.15.

다섯 번째 비판: 위성 지망 정당, 조국혁신당은 없다.


세계 과학기술계의 주요 현안 중의 하나가 우주쓰레기 문제라 한다. 실패한 인공위성이 우주를 떠돌면서 우주 과학 발전에 아주 큰 위협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라는 명분을 달고 있지만 그 속내에는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양당의 기득권 유지를 감추면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정권 심판을 위해서라며 온갖 위성이 정치권으로 쏘아 올려지고 있다. 이 위성들은 어찌 될까? 4년 전 21대 총선에 쏘아 올린 위성 정당이 지금 무엇이 되었는지를 오늘 우리는 보고 있다. 모두 용도 폐기되어 그 흔적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22대에 쏘아 올린 위성들도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것이다. 여기 조국혁신당이 있다. 위성 정당이 아니라고 발끈할 것이다. 그래서 이름을 다시 지어드린다. 위성 지망 정당!

국민의미래와 더불어민주연합은 양당이 만든 위성 정당이다. 서로에게 핑곗거리를 줘서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대놓고 위성 정당이라고 말하는 국민의힘은 뻔뻔하기 짝이 없고 대선 공약으로 국민의힘의 입장과 상관없이 위성 정당 없는 준연동형 비례제를 시행하겠다고 한 민주당은 참을 수 없이 가볍고 무책임하다. 둘 다 한국 정치를 농단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파괴자들이다. 그런데 조국혁신당은 창당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한국 정치의 부끄러움의 상징인 위성 정당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 당명에 혁신을 붙인 것이 민망하지 않은지 모르겠다.

거대 양당은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도를 쓰레기장에 처박았다. 그런 현실에서 민주당과 조국당을 ‘초록 동색’으로 보는 시민의 응원에 환하게 웃는 조국. 조국 전 법무부장관님, 이게 정말 웃을 일입니까? 조국 페이스북. 2024. 3. 10.

이유가 있다. 그 자신이 위성인 듯 아닌 듯, 위성을 지망하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위성 정당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향후 위성 정당에 대한 비판을 피해가는 더 정교한 꼼수를 쓸 수 있게 만들어 준 획기적인 대안이 되었다. 이제 양당은 비례 위성 정당을 만들지 않고도 자기 실속을 차릴 수 있게 되었다. 뒷짐을 지고 양당 지지자들이 알아서 위성을 지망하는 정당을 만들면 굿이나 보고 떡이나 챙기면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조국혁신당은 한국 정치의 막장에 대단한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참을 수 없이 가볍고 무책임하다.

조국혁신당은 손사래를 치며 우리가 왜 민주당의 위성 지망 정당이냐고 화를 낼지 모르겠다. 그러면 조국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나란히 앉아서 두 당은 같은 당이나 마찬가지라며 함빡 웃음을 웃고 있는 장면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민주당으로 합당은 없다”고 하면서도 “민주당이 본진”, “민주당 발목을 잡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조국 대표의 발언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일을 애써 부정하는 그 모습이 참 안쓰럽다.

민주당에 간 조국. 2024.03.05.

민주당은 지금 속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고 있지 싶다. 민주당이 직접 만든 비례 위성 정당, 참으로 면이 안 서는 일이어서 변명하기도 궁색했는데 자신들이 직접 띄우지도 않은 조국혁신당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당)를 외치며 위성을 자처하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아마도 병아리 까기 전에 알부터 세느라고 분주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아주 조금 걸리는 부분도 없지는 않을 테지만 배보다 배꼽만 크지 않으면 되지 않겠는가?

어떤 신문의 칼럼을 보았다. 양당 체제의 문제를 지적하며 조국혁신당이 한국 정치의 지형을 바꿀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표한 글이었다. “한국정치사에 처음으로 민주당보다 왼쪽에 선 원내 교섭단체”가 되었으면 바람이었다. 민주당과 독립적이라고 보는 평가도 민주당의 왼쪽이라는 주장도 이해할 수 없었다.

조국당이 민주당 왼쪽이라고? 방향 감각조차 사라진 한국의 정치 지형.

엎치나 메치나 민주당의 확장.

어쩌면 맞는 부분도 있지 싶기는 하다. 조국혁신당은 선거 결과 교섭단체를 꿈꾸며 독자적인 정당으로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자장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민주당의 자장 안에 움직이는 엄호 정당이 되어 주겠다는 약속과 교섭단체를 교환하는 정치적 야합은 충분히 예상되는 그림이다.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도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생각하고 당내 권력 구도도 생각하며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연대라는 허울을 쓰고 부정하게 쟁여놓은 자산,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자산 일부를 풀어 줄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엎치나 메치나 민주당의 확장에 지나지 않는다. 교섭단체를 구성한다 해서 이 당에 과거 민주당과 전혀 다른 길을 갔던 진보 정당의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명실공히 민주당의 2중대 역할에 불과할 것이고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민주당으로 흡수될 것이다.

2012년 2월 2일 결국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는 한나라당과 합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한나라당의 의석은 166석에서 174석으로 늘었다. 사진은 한나라당 제공.

사표란 표가 모자라 당선자를 내지 못하는 표가 아니라 사회 진보를 위한 거름도 되지 못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소리를 담지도 못해 시대에 역행하는 표다. 잘못 쏘아올린 인공위성이 우주의 쓰레기가 되듯이 온갖 형용을 붙인다 해도 위성을 지망했던 조국혁신당은 여의도 광장에 띄워졌다 사라졌던 위성 정당의 운명을 피하지는 못할 것이다. 조국혁신당을 하늘로 쏘아 올린 선택, 그 평가 분명히 하자. 과거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미래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일이라고 하지 않는가?

앞을 보고 가자.


긴 글의 마지막에 꼭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행여 남 탓만 한다고 오해하지는 마시라. 이 모든 비판에도 불구하고 오늘 녹색정의당의 어려움은 진보 정치가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고 진보 정당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분명하게 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선되어야 할 것은 반성과 성찰이라는 점 뼈아프게 인정한다. 국민이 지지하고 선택할 수 있는 정당으로 자리 잡지 못한 것, 누구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너무나 견고한 양당의 벽을 넘어서기에 한참 부족한 실력이었음도 인정한다.

때로 유혹을 느끼기도 했다. 눈 한번 찔끔 감고 위성 정당에 참여하면 몇 석은 보장될 수 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막장의 정치판에 살아남기 위해 국민을 기만하는 날 선 막말로 편승하고 싶은 때도 있었다. 정치는 원칙이 아니라 생존이고 이를 위해서는 꼼수도 필요하다는 충고를 그냥 넘기기 어려운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꿋꿋하게 가자고 다독였지만 3%를 넘을 것인지가 언론의 관심거리가 되는 상황을 접하면서, 진보 정치를 살려달라며 광화문에서 머리를 찧는 모습에 달리는 조롱을 접하면서 뒤를 돌아보게도 된다.

앞을 보려고 한다. 소음으로 가득 찬 이번 총선에서도 녹색정의당은 가장 잘 준비된 공약, 미래사회를 위한 분명한 대안을 냈다는 언론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더욱 녹색정의당은 22대 국회를 포기할 수 없다. 22대 국회에서 누군가는 사괏값 1만 원이 상징하는 기후 위기를 이야기해야 하고, 양당이 쳐다보지도 않는 5인 이하 사업장의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을 주장해야 하고, 누군가는 일하다 죽는 노동자가 없는 산업현장을 만들자고 외쳐야 한다. 중소 상공인의 부채 탕감, 성평등과 장애인과 성소수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차별금지법, 장애인의 이동권, 그리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윤석열 정권에 대한 올바른 심판을 위해, 시끄러운 소리를 내야 한다. 녹색정의당은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정보기업 세그먼트의 CEO 피터 라인하르트가 쓴 글 ‘중간 관리자를 API로 대체하기’를 언급하면서 라인하르트의 플랫폼 경제 말단 노동자(예: 우버 운전자)가 추가 자동화의 대상이며, 상층부 노동(예: 엔지니어)와의 사이에 소프트웨어 계층이 두꺼워짐으로써 상층 이동이 불가능하며, 결국 API 아래 노동을 자동화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엔서니 윙 코스너는 라인하르트를 인용하면서 그 지적을 위와 같은 시각화된 그래프로 표현했다. (포브스, 2015) via AI 시대의 노동: ILO 고용정책국장이 말하는 ‘AI 일자리 27% 대체’의 진실
“올해만 25번째 현장 연행, 어제 연행된 동료는 24시간째 수감 중입니다. 장애인도 시민이라는 외침이 그렇게 위험하고, 폭력적인가요.” 전장연 인스타그램. 2023년 11월 21일.

믿으려고 한다. 원칙을 지키며 진보 정치를 살리고자 하는 녹색정의당의 이 고투와 진정성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여전히 곁에 있음을 믿으려고 한다. 삐뚤삐뚤 날지만 반드시 꽃송이 찾아 앉는 나비처럼 때로 비틀거리지만 길을 찾아가는 진보 정치의 힘겨운 여정을 같이 하는 국민들이 있음을 믿으려 한다. 그 시간이 가까이에 있든, 멀리 있든 녹색정의당은 이 여정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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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댓글

  1. 똥줄이 타는 건 알겠으나 조국혁신당의 사회권 주장만 읽어보면 귀하의 글이 반박됩니다. 녹색정의당의 우리가 정의다라는 식의 먹물 사고방식은 지긋지긋합니다. 노회찬의원의 노르가즘이 그립군요. 외계인이 쳐들어오는데 방구석에서 책만 만지작거리고 있군요. 서울대라서요. 재산이 있어서요. 차라리 무장혁명으로 공산주의를 만들겠다고 하세요. 광화문 앞에서 절하는 모습은 그저 헛웃음만 나네요. “왜 윤석렬 후보가 되면 안된다고 상각하세요?” 라니. 녹색당은 왜 정의당과 손잡았을까요?

  2. 모든 논거가 녹색정의당이 망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좋은 글이네요.
    1. 당명. 진보정당 이름을 정의당이라고 붙이신 분들. 세상에 정의를 바라지 않는 당도 있나요?
    2. 윤석열을 만든 조국. 류호정을 만든 정의당에 대한 실망이 얼마나 큰지 아시죠?
    3. 검찰개혁이 아닌 복수. 이 부분은 판세를 넘어 윤석열 정부 공격의 칼을 얼마나 갈았는지에 대한 민중의 평가입니다. 적은 의석수의 정의당이 21대국회에서 윤석열을 얼마나 잘 공격할 수 있었나요?
    4. 거대양당 구조의 부산물. 이 위치에서 통진당, 민노당이 성공했던거 아닌가요? 그땐 위성정당이 없었다고 이야기 하고싶은거 같은데, 민주당과 선거연대가 없었다면 두 정당이 역사속에서 살아남았을 수 있을까요?
    5. 위성지망정당. 4번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오랜시간 진보정치를 바라는 사람 중에 녹색정의당의 정책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별로 없을 겁니다. 본인들의 실수의 정치 역사를 쓰신거에요 지금까지. 그 실수를 딛고 이런 글이 나오기 때문에 정의당 지지율이 더 안나오는거구요.

  3. “토론과 반론을 환영한다”지만… 정의당의
    반론은 지난 수년 동안 들어왔고, 매번 속아왔다. 이제 더 이상 안 속는다. 정의당의 수명은 이미 지난 대선 때 심상정이 이딴 소리를 했을 때 끝났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왜 안된다고 생각하세요?”

    양경규 의원과 정의당 인간들은 심상정의 저 말에 대해 제대로 사죄한 적이 있는가? 사죄할 생각이 있을 리가 없지. 그러니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큰절 쇼만 한 거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이유를 몰라서 저런 소리를 했다면 대책없이 무능한 거고, 알고도 그랬다면 당신들은 굥 일당과 한패이다. 어느 쪽이든 당신들이 사라져야할 차고 넘치는 사유가 된다.

    그런 주제에 이제 와서 시민을 가르치려 들어? 이제 와서 2019년 한걸레 견향 마냥 조국 물어뜯기나 하고 앉았어? 이제 와서 토론을 하자고?

    토론은 인간이랑 하는 거다. 그만 질척거리고 사라지길.

  4. 정의당의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댓글 내용에 크게 공감합니다. 그러나 의회 정치 제도 안에서 정세를 못 읽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하셔야 할 겁니다. 요즘 정의당을 보면 그냥 ‘우리는 이만큼 똑똑하고 고귀하고 품격 있는데, 못 알아 듣는 너희가 너무 답답하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가겠다.’는 정신승리로 밖에 안 보여요. 정책뿐만 아니라 현실 정치 문제에서도 시원함을 가져다 주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바랍니다.

  5. 안타까운 마음에 한 마디만 더 덧붙이겠습니다. 의회 정치에서 정당의 제1목적은 의석 확보를 통한 정권 창출입니다. 마치 기업의 목적이 이윤추구를 통한 시장지배이듯이요. 이건 어쩔 수 없으며 상식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상식으로 여기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직업 정치인들의 진정성을 믿지 않는 것입니다. 정의당도 예외가 아닙니다. 시민들이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 대의 민주정 제도에서 생각할 수 없는, 정말 너무나 순진한 발상입니다. 주어진 현실을 외면하고 나는 내 갈길간다는 선언에 불과하죠. 하물며, 타인의 진정성을 안다는 것, 느낀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진정성을 믿어주는 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시민들을 우리편으로 끌어들일 것인지, 상황과 정세를 정확하게 읽고 거기에 맞는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해야할 겁니다. 그렇게 진정 대중적이고 민주적이며 진보적인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원합니다.

  6. 심판이 성과 대비 많은 권력을 누린 것에 대한 단죄라면, 이번 총선 결과는 정의당에 대해서도 심판하는 것입니다.

    정의당은 지난 국회 동안 그 의석수로 무엇을 했습니까? 이제 원외정당이 되실 차례입니다.

  7. 큰 당을 비판하자니, 역으로 공격 당할 것 같고
    만만한 신생당이나 공격해야지.. 하는 것 같네요.

    고작 몇일 안 된 신생당보다 지지율이 낮은건 그 동안 정의당이 무엇을 해봤을지 돌아볼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적어도 새끼 호랑이가 되었으면 했는데, 지금은 그냥 동굴 속에 숨어사는 박쥐와 다를게 없네요.

    오래전 정의당에게 준 한 표가 두고두고 아깝다고 생각되네요.

  8. 큰 당을 비판하자니, 역으로 공격 당할 것 같고
    만만한 신생당이나 공격해야지.. 하는 것 같네요.

    고작 몇일 안 된 신생당보다 지지율이 낮은건 그 동안 정의당이 무엇을 해봤을지 돌아볼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적어도 새끼 호랑이가 되었으면 했는데, 지금은 그냥 동굴 속에 숨어사는 박쥐와 다를게 없네요.

    오래전 정의당에게 준 한 표가 두고두고 아깝다고 생각되네요.

  9. 정의당이 망한 이유를 제대로 보여주는군요, 머리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사람들.

    정의당의 진보정치가 왜 실패햇는지를, 그리고 지금 유권자의 30% 전후가 왜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지를

    냉정하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당신들은 그게 더 괘씸해요, 열심히 지지해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안 보여주는 거.

  10. 한마디 거들기도 아깝다.
    곧 없어질 당이라서..
    그렇게 정신들 못차리나?
    그러니 이지경이 되었지..

  11. 슬로우뉴스의 명성을 깍아내리는 게시물이네요. 편집자분 좀 꼼꼼히 게시물 체크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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