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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2015년 9월 19일, 일본 아베 내각은 총 11개 쟁점 법안 개정을 포함한 이른바 ‘안보법안’을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했습니다. 한국 대다수 언론과 국민은 법안 통과에 우려를 표합니다. 더불어 일본 내 분위기도 비판 여론이 강합니다. 하지만 안보법안에 찬성하는 국가도 적지 않습니다. 안보법안의 내용과 쟁점 그리고 문제점을 세 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분석합니다. (편집자)

  1. 아베, 안보법안 강행 처리하다
  2. 자위대와 헌법 9조
  3. 안보법안의 다섯 가지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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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계속)

안보법안, 결국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안보법안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서 앞서 자세히 설명했다. 그렇다면 안보법안이 반대에 부닥친 이유를 한번 정리해보자. 크게 다섯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1. 법적 안정성
  2. 헌법 위반
  3. 절차적인 타당성
  4. 법의 실질적인 목적
  5. 태도

1. 법적 안정성 

법적 안정성(Rechtssicherheit)을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법적 안정성(法的 安定性)은 법에 의하여 질서가 안정되어 있는 것 및 개개의 법규가 안정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법의 임무는 법에 의한 사회 질서 확립에 있으므로 법질서 자체의 안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한편 법은 인간관계의 정의에 확보하고 실현시키는 것을 임무로 하므로 법 자체가 안정되어 있어서, 같은 형태로 공평하게 적용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법질서 자체에서나 개개의 법규에 관해서나 조령모개(朝令暮改)는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법적 안정성은 사람들이 자기의 행위가 어떤 법률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게 하며(법의 확실성), 거래의 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의의를 갖는다.

위키백과 ‘법적 안정성’ 중 발췌

판결 법원 재판

쉽게 말해서 법 해석은 상황에 따라서 이랬다저랬다 바뀌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달리 표현하면, 법은 해석자나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되지 않도록 명확해야 한다. 이는 ‘법의 명확성 원칙’에 해당한다. -편집자). 안보법안 논쟁이 시작되면서 가장 먼저 나온 논란이 바로 이 법적 안정성 문제다.

헌법 9조에 대한 해석은 헌법이 성립된 이후 60년이 넘게 일관되게 지켜왔기 때문에, 헌법 해석을 바꾸는 것은 법치주의의 기본인 법적 안정성에 반한다.

이소자키 (출처: 아사히신문)
이소자키 (출처: 아사히신문)

이 논란은 아베 내각의 이소자키 보좌관(사진)이 민간 세미나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하면서 뜨겁게 가열된다.

“법적 안정성으로 국가를 지킬 수 있습니까? 그딴 걸로 지켜질 리가 없잖아요!”

이소자키 보좌관은 아베 내각의 핵심 인물이었기에 이 발언은 크게 논란이 된다. 하지만 이소자키 보좌관은 이 발언을 바로 철회하지 않았고, 아베 내각도 매우 미지근한 태도만을 취하다가 이틀이 지난 뒤에야 발언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겠다고 발표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 아베 총리는 법적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보좌관의 발언과는 정반대의 의견인데, 어째서 보좌관의 발언이 문제가 된 당일에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것일까? 애당초 헌법 해석을 180도 바꿔서 법적 안정성을 무시한 건 아베 총리 자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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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헌법 위반

국민들의 반대에 부닥친 가장 큰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안보법안은 미군의 후방지원을 하거나, 분쟁 지역에서 미군의 군함과 공동 작전을 펼치는 것이 가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베 내각은 이러한 논점들을 집단적 자위권이 용인되는가 아닌가에 대한 논쟁으로 치환해서 시간 끌기를 했다.

일본헌법

이 문제에 대해서 일본 헌법학자 대다수도 위헌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심지어 공청회에서 자민당이 내세운 헌법학자조차도 이 법안이 헌법 9조를 위반한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자민당이 추천한 헌법학자의 위헌 발언이 일본 국민들의 거리 시위가 거세지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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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차적 타당성 

앞서 지적한 문제와 연결된 문제로 특히 정치권과 지식인에게 가장 비판받는 문제가 절차적 타당성 문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안보법안 내용은 헌법 9조를 위반한다는 것이 헌법학자 대다수의 의견이다. 그래서 안보법안을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헌법을 바꾸어야만 한다. 그런데 헌법은 국민투표가 필요하므로 수정이 어려우니 헌법 해석을 바꾸는 편법으로 대응했다. 참고로 내각의 헌법 해석 변경은 특별히 입법이 필요하지도 않다.

또한, 아베 총리는 2015년 4월 30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연설한다. 이때 아베 총리는 새로운 안보법제를 여름까지 입안해 통과시키겠다고 결의한다. 안보법안이 5월 14일에 제출되었으니 아베는 법안을 제출하기도 전에 미국 의회에서 법안을 새로 만들어서 여름까지 통과시키겠다고 약속을 미리 하고 돌아온 것이다. 마치 ‘예고 홈런’이라도 치듯이 아직 제출되지도 않은 법안을 통과하게 하겠다고 외국 의회에서 약속하고 와도 될까?

베이비 루스의 예고 홈런. 이 '야구계의 전설'은 사실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당시 정황에 대해선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그림 출처 미상)
베이비 루스의 예고 홈런. 이 ‘야구계의 전설’은 사실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당시 정황에 대해선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그림 출처 미상)

법안이 아직 제출되지도 않았는데 자위대에 법안 성립 후의 편제 변경이나 자위대 역할 변경 등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서 배포한 것도 심의 과정에서 밝혀졌다. 신중한 진행을 중시하는 일본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행동이다.

그리고 왜 이 법안을 제출한 뒤 4개월 만에 통과해야 하고, 왜 꼭 2015년 9월 18일까지 통과해야만 하는 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이유는 있다. 9월 25일부터 열리는 70차 유엔총회에서 아베 총리의 연설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9월 유엔총회에서는 오바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의 연설이 예정되어 있다.

이번 참의원 회기는 9월 27일에 끝나기 때문에 아베 총리는 회기가 끝나기 전에 미국으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9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 동안 일본은 연휴이다. 그래서 만약 9월 18일 금요일에 참의원 본회의에서 가결되지 않으면 법안 표결이 가능한 것은 9월 24일과 25일 이틀뿐이다. 그런데 금요일에 표결에 실패할 경우에는 9월 25일까지도 야당의 시간 끌기로 표결하지 못하고 참의원 임기가 끝나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60일 룰’[footnote]60일 룰: 중의원에서 통과된 법안이 참의원의 심의가 지연되어 60일 안에 표결에 부쳐지지 못했을 경우에 다시 중의원으로 법안을 돌려보내 자동으로 성립되도록 하는 룰. 아베 총리의 할아버지인 키시 노부스케 총리가 1960년 신안보조약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때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footnote]을 적용해 법안을 중의원으로 내려보내서 자동 통과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양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굳이 참의원에서 조기에 통과시키지 못해도 법안을 가결할 수 있다. 하지만 9월 18일까지 가결하지 못하면 아베 총리가 유엔총회에서 연설할 때 안보법안이 아직 가결되지 않은 상태가 된다.

국본 국회의사당
일본 국회의사당

개정되는 각각의 법률은 일본국 헌법이 제정된 이후 수십 년에 걸쳐서 내각은 물론 일본의 정당 정치가 만들어낸 합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개별 법안들이 한꺼번에 10개나 수정되는데, 수정안은 하나의 법안으로 제출되었으니 단 한 번의 심의와 표결을 거쳐서 단번에 수정된다. 그리고 그런 법안이 2015년 5월 14일에 제출되어 불과 4개월 만에 처리된 것이다.

수정되는 10개의 법안은 많은 논란과 심의를 거쳐서 성립된 법안들이다. 하나의 법안 성립으로 국회 회기를 전부 소비하기도 했던 법안들인데, 이것들을 묶어서 한꺼번에 마감일을 정해놓고 처리하는 것은 처음부터 이 법안들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칠 의사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참의원 특별위원회의 기본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고 기습적으로 찬성 다수에 의한 가결을 선언해 버린다든가, 최후 표결 과정에서도 야당 의원들이 반대 의견 발표에 2~3시간씩 긴 시간을 사용해 시간 끌기 하는 것을 막으려고 발표 시간을 10분으로 제한하는 동의안을 내는 등 수적으로 우세한 상황을 남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국회 날치기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하다. 위 사진은 한나라당이 국회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 한미FTA 기습처리하자 2011년 11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항의하는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0451872.html
국회 날치기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하다. 위 사진은 한나라당이 국회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 한미FTA 기습처리하자 2011년 11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항의하는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국회 법안 처리를 위해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절차조차 대부분 무시되었다. 특별위원회 의장이 공청회에 참석한 뒤에 결과 보고를 하는 과정을 생략한다든가, 개회 선언이 없음에도 갑자기 표결 없이 가결이 선언된다든가 하는 모습이 전국에 생방송으로 송출되었다.

어차피 국회의원 의석수를 400석 이상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떤 법안을 내도 무조건 가결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의석수가 많은 정당이 무조건 원하는 법을 가결하는 것은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없다. 그건 그냥 ‘다수결주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우익 정당인 유신당이 안보법안 재정에 결사반대로 돌아선 이유도 바로 이런 절차적인 문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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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법의 실질적인 목적 

일본의 우익 단체나 우익 정치가들 사이에도 안보법안의 강행 처리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말하는 것은 이른바 ‘용병론’이다. 안보법안의 성립으로 자위대는 미군의 용병으로서만 활동 범위를 넓히게 된 것이지 진정한 국군으로 독립을 이룬 것이 아니라는 논리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야 하는 것은, 일본의 우익은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일본은 우익 안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으며, 우익이 곧 친미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한 우익 성향의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현재 미국이 수행하고 있는 전쟁은 모두 자위전쟁이 아닌 테러리즘에 대항하는 전쟁인데, 안보법안에 의해 자위대가 미군의 대터러전쟁에 참여하게 된다면 미국에 대한 미움이 일본에 대한 미움으로 확장될 것이며, 그로 인해 일본도 테러와 직접 대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사람 중에는 헌법 9조를 위반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이 법이 실질적으로 일본 방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미군의 군사 작전에 협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성조기 욱일기

그 외의 좀 더 실질적인 문제도 있다. 일본은 지리적인 특성 때문에 타국과 비교하면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이다. 지진, 화산 폭발, 태풍, 홍수 등 끊임없는 자연재해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이 자위대다. 현실 속에서 자위대가 수행하는 가장 일반적인 임무는 재해 현장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구조 활동이다.

매번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큰 규모의 자위대가 동원되는데, 만약 이러한 자위대 병력이 미국과의 군사 작전에 동원되어 재해 현장에 동원할 자위대원의 수가 부족해지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여기에 대한 대안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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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태도

그리고 이런 여러 논란과 함께 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아베 총리의 언변과 태도다.

  • 국회 심의 중에 팔짱을 끼고 잠을 잔다든가
  • 국회에서 야당 여성 의원이 질문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오자 웃음을 터트린다거나
  • 대답하기 껄끄러운 질문에는 동문서답해놓고 그 답변을 다음 날 TV쇼에 출연해 한다든가
  • 국회의 중요한 심의가 있는 날에 바쁜 일정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한다며 결석을 하고는 그 시간에 인터넷 생방송에 출연하는 등 불성실한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크게 비난을 받는 것은 여론의 반대에 직면할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나오는 아베 총리의 언변이다.

“국민의 이해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국민에게 이해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

이 발언은 안보법안은 물론이고 TPP[footnote]환태평양 전략적 경제 연계 협정(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환태평양 지역의 나라들에 의한 경제 자유화를 목적으로 한 다각적인 경제 연계 협정.[/footnote]를 비롯해 각종 여론의 반대에 부닥친 법안을 강제로 통과시키면서 했던 말이다. 대부분 상황에서 토씨만 조금씩 바뀔 뿐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는 없는 것일까? 어차피 법안이 통과되면 반대 여론은 흐지부지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이런 아베 총리식 화법의 절정을 보여주는 안보법안 발의 기자회견 중 도입부 첫 단락을 소개하며 긴 글을 마치겠다. 다 같이 감상해보자.

아베

70년 전, 우리 일본인은 한 가지 맹세하였습니다. 두 번 다시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이 불전의 맹세를 장래에 걸쳐서 지켜나가자.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평화로운 생활을 지켜나가자. 이 결의 아래에, 오늘 일본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확실한 것으로 하기 위한 평화안전법제를 각의 결정하였습니다.

70年前、私たち日本人は一つの誓いを立てました。もう二度と戦争の惨禍を繰り返してはならない。この不戦の誓いを将来にわたって守り続けていく。そして、国民の命と平和な暮らしを守り抜く。この決意の下、本日、日本と世界の平和と安全を確かなものとするための平和安全法制を閣議決定いたしまし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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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이런 진지한 내용은 다른 곳에서 쉽게 보지 못할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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