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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중재법 개정안

찬성

반대

조건부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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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 민주당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포함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언론피해구제법’) 일부개정법률안 최종안을 내놓았다. 언론인권센터는 언론보도피해와 관련 언론의 자정적 노력이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지속해서 언론피해회복을 위한 언론피해구제법 개정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최종안은 ‘시민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위협할 수 있는 내용이 일부 포함되었다. 이에 언론인권센터는 피해구제에 초점을 맞춰 현재 최종안을 수정·보완할 것을 요구하며, 언론피해구제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1.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찬성한다. 그러나 기준을 보완하라!

언론피해구제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가 2차, 3차 피해로 확대되고, 피해자들의 원상회복이 어려운 미디어 환경에서 추후보도권 확대 등 피해구제를 위해 진일보한 법률안이다. 또한, 제30조 2항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특칙은 신설된 내용으로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하고 있다.

지금까지 언론보도피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이 너무 낮았던 것을 고려하면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선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적절해 보인다. 그러나 정작 어떤 보도를 징벌적 보도로 판단할 것인가에 관한 규정에는 문제가 있다.

제30조 3항의 경우 고의·중과실로 추정되는 보도의 내용을 신설했으나 그 기준이 너무 넓게 해석되고 있어 시민의 ‘정당한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언론의 고의·중과실로 추정하는 6가지 경우는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

  1.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하여 보도한 경우
  2. 인터넷신문사업자 및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가 이 법에 따라 정정보도청구 등이나 정정보도 등이 있음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
  3. 정정보도청구 등이 있는 기사 또는 정정보도· 추후보도· 열람차단이 있었음에도 정정보도·추후보도·열람차단되기 전의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 인용한 경우
  4.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를 통해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5. 제목과 기사내용을 다르게 하거나 또는 제목과 기사내용을 조합하여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제목을 왜곡하는 경우
  6. 사진·삽화·영상 등 시각자료와 기사내용을 다르게 하거나 또는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시각자료를 사용하여 새로운 사실을 유추할 수 있게 하는 등 시각자료로 기사 내용을 왜곡한 경우

예를 들면 취재 과정에 법률을 위반하여 보도할 수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X파일’ 보도는 전기통신망법 위반으로 취재 과정의 법률 위반을 문제 삼을 수 있으나, 그렇다고 ‘알권권’마저 무시한 채 징벌적 보도로 규정하는 것은 언론의 정당한 보도마저 위축되게 할 수 있다. 또한, 정정보도를 청구한 기사를 인용했다고 징벌적 보도로 추정하는 것도 무리한 조항이다.

삼성(뇌물공여)과 안기부(불법도청), 검찰(뇌물수뢰) 그리고 김영삼 정부의 불법성과 부도덕성을 세상에 폭로한 삼성 X파일 사건(혹은 '안기부 X파일 사건') (2005)
삼성(뇌물공여)과 안기부(불법도청), 검찰(뇌물수뢰) 그리고 김영삼 정부의 불법성과 부도덕성을 세상에 폭로한 삼성 X파일 사건(혹은 ‘안기부 X파일 사건’) (2005)

오히려 ‘언론사의 고의·중과실이 없다고 입증하면 징벌적 손해배상대상이 아니다’라는 면책조항을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언론 현업단체에서는 법 개정으로 공인에 대한 의혹 제기 등 시민의 ‘정당한 알권리’를 보도한 것에 대해 무리하게 소송전을 벌이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정당한 언론행위이고, 그 정당성이 충분히 인정될 경우 면책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공인에 대한 보도로 네 가지 경우에 한하여만 징벌적 손해배상의 적용대상이라는 특별규정을 두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공인에 대한 보도라도 모두 ’국민의 알권리‘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인에 대하여도 고의·중과실에 의한 보도로 피해를 입혔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 경우 악의에 대한 입증책임이 소송을 제기한 측에 있어 언론의 역할이 위축된다고 보기 어렵다. 해당 법안이 공인에 대해서는 언론이 ‘악의’를 가지고 보도한 네 가지 경우에만 징벌적 보도로 한정한 것은 언론계를 포용하고자 하는 고육지책으로 보이지만, 언론피해구제 측면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특칙이다.

공인에 관한 특칙은 오히려
공인에 관한 (언론에 유리한) 특칙은 오히려 언론피해구제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

2. 허위조작보도의 개념을 분명히 하고, 피해구제에 초점을 맞춰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개정안 제17조의3에 신설한 조항으로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개념을 살펴보면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

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는 현행 언론피해구제법 제2조 16호의 “정정보도란 언론보도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진실하지 아니한 경우 이를 진실에 부합되게 고쳐서 보도하는 것을 말한다”라는 규정 중 ‘전부 또는 일부가 진실하지 아니한 경우’와 같은 개념이다. 불필요하고 부정확한 개념을 신설할 필요는 없다.

개정안은 ‘기사의 열람차단’ (제2조 17호의2)을 새롭게 정의하고, 열람차단청구권(제17조의2)을 신설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이번 개정안 중 기사 열람차단청구권에 대해서는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언론보도가 피해를 확산시키는 현실적 문제가 있지만, 피해 예방 및 구제를 넘어 언론의 정당한 보도까지 차단되고 오·남용될 소지가 있어 성급하게 입법화하는 것은 반대한다. 정정보도의 크기 등을 규격화하는 조항 역시 언론사와 피해자간 자율적 조정을 오히려 어렵게 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으므로 숙의가 필요하다.

한편, 개정안 제7조 3항 4호에서 언론중재위원회 설치와 관련 중재위원의 자격을 ‘언론에 관하여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또는 독자, 시청자(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2호에 따른 시청자를 말한다)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으로 넓힌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독자·시청자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기존 4호에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5호를 신설하여 독자적으로 규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게 증가하고 있어 언론의 책임을 무겁게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언론의 역할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적극적 논의와 보완이 필요하다. 언론인권센터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수정·보완되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언론보도피해자들의 피해회복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몬스터 종이신문
언론의 영향력 만큼 그 책임을 무겁게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출처: epSos.de,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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