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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꺽정 45화]  총체적 난국 보여준 국민의힘의 후보 단일화 사태. (이선우/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5분)

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선거 시기 특히 대선은 유권자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비전을 제시할 후보를 선택하는 시기입니다. 선거의 주인공은 후보나 정당이 아니라 유권자이며, 유권자의 선택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선거가 거듭될수록 유권자의 알 권리와 목소리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하는 중.꺾.정.이 대선을 앞두고 더 자주 시민을 만납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까지 불과 3주도 채 남지 않았다. 주지하듯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적·위법적인 계엄령 선포 및 그에 따른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됨에 따라 선거에 참여하는 각 정당들로서도 매우 바쁜 일정을 소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대선 후보를 빠르게 확정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물론 평소에 어느 정도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각 분야의 공약들을 개발해 유권자들에게 제시하는 일 또한 선거운동과 병행해 매우 압축적으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각 정당은 대체로 자체적인 룰에 따라 대의원 또는 당원들의 선출이나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지만) 여론조사 방식 또는 그 혼용에 입각한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포함한 공직 후보자들을 결정한다. 대선 경선의 과정에서도 대의원, 당원, 유권자 등 선출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후보들의 이념, 철학, 정책 그리고 도덕성과 매력 등 다양한 요소들을 평가하여 조직적 또는 개별적인 선택을 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인물이 해당 정당의 대선 후보로 최종 결정된다.

당 외부 세력과 결탁한 반이재명 빅텐트 전략

그런데 최근 원내 제2당이자 한국의 대표적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은 어이 없음을 넘어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했다. 우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소속되어 있던 정당으로서 국민의힘은 대선전에 다시금 나서면서, 헌법재판소에 의해 그의 탄핵이 인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의 표시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보수정당의 가치와 이념, 그리고 정책이라는 미래 화두 및 과제들에 천착해 이루어졌어야 할 당내 경쟁 또한, ‘반탄’과 ‘찬탄’ 노선 간의 비생산적인 싸움으로 점철되었다. 그리고 ‘손쉬운’ 선택으로서 강성 당원 및 극렬 지지층에 대한 호소가 짙어질수록 ‘어려운’ 성취라 할 중도로의 외연확장 가능성은 사라져갔다.

여기에 더해, 경선 과정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비롯해 당 외부 세력들과의 소위 반이재명 빅텐트 전략에 입각한 단일화 이슈에 의해 강하게 주도되었다. 물론 특정 정당과 그 대선 후보는, 비록 결선투표제라는 보다 제도화된 방식을 통한다면 정치적 책임성 및 안정성의 확보란 차원에서 더 바람직하겠지만, 대선에서의 승리와 그 이후의 정치연합, 나아가 연립정부의 수립 등을 위해 다른 정당의 후보 또는 무소속 후보와도 단일화를 추진할 수 있다.

막장의 서막…

국힘 지도부 꼼수 ‘거부’한 국민의힘 당원

반면, 오로지 선거에서의 승리만을 위해 원칙과 절차, 준비 없이 이루어지는 단일화는, 설령 대통령직 획득으로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안정적인 권력분할과 이에 토대를 둔 협치보다는 정부 안에서의 지분을 둘러싼 권력투쟁을 낳게 될 공산이 훨씬 더 크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후보단일화를 사전적으로 전제한 채 경선을 치렀고, 당지도부는 김문수 예비후보가 대선 후보로 결정된 직후부터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사실상 후자에 선호를 둔 채, 강하게 압박하였다.

비록 후보단일화를 바라는 국민의힘 당원과 유권자의 수가 적지 않았다지만, 그렇다 해도 당지도부의 이 같은 비민주적 행태는 경선에 참여한 당원 및 유권자의 의미와 무게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오히려 현 ‘친윤’ 지도부와 당 주류가 한덕수 후보로의 단일화를 통해, 대선에서 이기든 지든, 당권과 이에 따르는 공천권 및 당내 인사권과 재정권 등 쏠쏠한 이권들을 계속 움켜쥐려 했던 것은 아닌지가 더 의심스럽다. 원래는 한덕수 후보로의 단일화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을 것으로 보였던 국민의힘 당원들이 사실상 후보 교체에 반대하는 결정을 내린 것도 당지도부의 이러한 명분 없는 행태 탓이 컸을 것이다.

한덕수와 김문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의 행보도 옹호되기 어렵다. 그가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가 되고자 했다면, 처음부터 경선에 참여했어야 옳았다. 대놓고 부전승을 마지노선으로 정한 후 반이재명 빅텐트론에만 기대어 단일화를 노렸던 건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2016년 미국 대선 출마를 위해 무소속이던 샌더스(Bernie Sanders)는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어 슈퍼팩(Super PAC)을 지양하면서도 소액모금운동 등에 의존해 선전하였다. 그리고 이는 그의 패배와 무관하게 유권자들한테 진한 감동을 주었다.

반대로, 비록 평생을 관료로 살아온 한 후보에게 대선 후보 경선에 소요될 비용과 노력이 부담이었을 수는 있으나, 그의 행보는 감동을 주기는커녕 꼼수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삽시간에 국민의힘 당원들의 마음조차 떠나도록 만들었다.

김문수 후보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김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단일화에 비교적 우호적인 듯한 입장을 견지했고, 이는 그의 득표와 승리에 적잖이 기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단일화의 목표와 명분으로 그가 제시했던 이념적·정책적 비전 같은 것은 딱히 기억나는 게 없다. 반이재명 연대와 이를 통한 대선 승리의 구호만이 요란했을 뿐이다.

더욱이, 막상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는 단일화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지도 않았다. 단일화 방침이 단지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한 전략적 수사에 불과했고 경선 승리 이후에는 이를 추진할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면, 김 후보는 상당수의 당원과 유권자를 속인 셈이다.

역대급 막장 보여준 국민의힘

국민의힘의 듣도 보도 못한 후보단일화 사태는 수권을 꿈꾸는 공당이라 하기에는 보기 민망할 정도의 촌극을 빚으며 끝이 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대표적 보수정당의 총체적 난국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일화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미 많이 늦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및 이로 인한 헌정위기에 대해 영혼 없는 사과를 넘어 제대로 성찰하고 그 책임을 통감하는 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당권을 비롯한 중단기적 이해로부터 벗어나 중장기적 수권을 위한 보수의 미래를 새롭게 제시하고, 절실하게 유권자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극우 세력과 단호히 절연하고 TK지역 중심에서 벗어나 중도층을 바라보며 국리민복을 진정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번 대선이 환골탈태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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