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인터뷰] 진성준 민주당 의원, “정치권에 용기가 부족하다… 금투세 필요하다고 설득해야 한다.”
“지금은 주식 재벌 감세가 아니라 대다수 국민에게 공정한 세제 개편으로 조세 정의를 회복해야 할 때다.”
지난 7~8월 민주당 의원 진성준(58)은 ‘조세 정의’를 외쳤다가 홍역을 치렀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동학 개미’에게 공공의 적이 된 것이다. “대통령은 국장(국내 주식 시장)에 투자하라는데 진성준이 뒤통수를 쳤다”는 불만이 증폭했다. 당시 당 정책위의장 진성준이 참여한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주식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게 발단이 됐다.

정치인의 소신에 관하여.
주식 양도세는 국내 상장주식 양도로 발생한 소득에 부과한다.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은 ‘대주주’다. 지난 7월 31일 정부안은 ‘한 종목당 50억 원 이상 보유’에서 ‘한 종목당 10억 원 이상 보유’로 대주주 요건을 낮추고 과세 대상을 넓혔다. 문재인 정부 때 기준으로 되돌린 것이다. 진성준은 “코스피 5000이 국정 목표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세수 확보 의지를 드러냈다.
후폭풍이 아주 거셌다. “박근혜 정부 시절 종목당 10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다시 25억 원으로 낮추고 문재인 정부 시절 25억 원에서 15억·10억 원으로 낮췄으나 주가 변동은 거의 없었다”는 게 진성준 주장이었지만, 발표 직후인 8월 1일 코스피가 전장 대비 3.88% 하락했다. ‘검은 금요일’을 맞은 주식 시장 충격은 한동안 회복할 줄 몰랐다.
야권도 “대한민국 증권 시장은 진성준 의장 같이 주식 투자 한 번 안 해본 주식 초보자들의 연습 경기장이 아니다”(전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 “진성준 의장의 만용으로 개미 투자자만 골병 들게 생겼다”(국민의힘 의원 주진우)며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대통령 이재명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주주 양도세 50억원 유지’ 의사를 밝히며 논란을 잠재웠다. 코스피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 사건은 ‘증세’가 얼마나 예민한 이슈인지, 유권자의 행동주의가 정부 정책을 어떻게 철회시키는지 새삼 일깨웠다.
진성준은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놓고도 당 주류와 견해를 달리했다. ‘사회 경제적 민주화’를 강조하는 그는 “지금도 주식 투자에 뛰어들 생각이 없다”고 했다. 비난이 거셌지만 “금투세로 가는 게 정답”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진성준을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민주당 ‘레드팀’ 역할? “난 원칙을 고수했을 뿐.”
— 이재명 정부 임기 120일, 갈 길이 멀지만 ‘머니 무브’ 등 경제 기조를 확인할 수 있는 정책들이 있었다.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민주당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해야 한다는 데 공감해 왔다. 비록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그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가운데서도 이재명 정부는 주식 시장을 활성화해 부동산 시장에 쏠려 있는 돈을 주식 시장으로 옮겨와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주식 시장 활성화로 금융 자산 비중이 상승하는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동시에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을 좀 더 과감하게 펴야 한다. 지금은 시장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과감한 정책’이라 하면 수요 억제를 염두에 둔 것인가? 종부세 등 세금 부과를 의미하는지?
“주택은 인간 삶에서 핵심 요소기 때문에 꾸준한 공급은 필요하다. 아울러 부동산 투기는 주택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 시장 사이 불균형을 초래하는 요인이다. 투기 수요를 확실히 억제하는 정책이 뒷받침해야 한다.”
— 한 언론은 진 의원에 대해 “민주당이 ‘우클릭’ 행보를 걸을 때마다 ‘레드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에 동의하는가? 실제 그런 역할을 했나?
“일부러 레드팀을 자임한 적은 없다.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차원은 아니었다. 내 나름대로 민주당 정책 노선을 견지해 왔을 뿐이다.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중산층과 서민에 기반한 중도 개혁 정당을 표방했다. 자본 위세나 기득권 세력 반발에 밀려 원칙을 다소 유보하거나 일부 포기한 적도 있지만 그때마다 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책 노선을 견지해야 한다는 게 내 입장이다. 단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레드팀 역할을 했다’는 식으로 평가하는 건 서운하고 섭섭하다.”
‘노란봉투법 우려’에 “극단적 노사갈등 해소될 것.”
— 이 대통령이 당면한 과제는 한미 관세 협상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민주당은 여당으로서 1기 트럼프 행정부를 경험했다. 집권 여당의 정책가로서 현재 상황을 어떻게 지켜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1기 때와 비교하면, 2기 트럼프 정부는 더 강하게 ‘미국 우선주의’를 밀어붙이고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들이밀고 있다. 자국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을 넘어 투자 이익도 전유하겠다는 식이다. 이런 횡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세계 무역·경제 질서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국제 관계가 힘의 논리로 형성되는 것이라면, 우리가 일정 부분 미국에 양보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양국이 파국을 면하려면 미국 입장이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일본과 우리는 같을 수 없고, 유럽과 우리는 같을 수 없다. 이들 국가와 비슷한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가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하고 있다. 정치권과 국민도 한 목소리로 정부에 힘을 실어줄 때라고 생각한다.”
— 국회도 한 목소리를 내면 좋을 텐데, 여야가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얼어붙은 정국이 개선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난관에 봉착한 한미 협상을 정부를 공격하는 소재로 삼고 있다. 국익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태다. 정쟁할 사안이 있고, 그렇지 않아야 할 사안이 있다. 국힘도 한번 미국 횡포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미국은 터무니없는 관세율로 우릴 협박하고 있다. 동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우리와의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도 위반했다. 나아가 전 세계 경제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여야 모두 부당함을 시정해야 한다고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 국힘은 미국에 아무 소리도 못하면서 ‘굴욕 협상’이라며 대통령 공격에 여념 없다. 정치적 공세와 당략은 이쯤에서 거둬야 한다.”
— ‘노란봉투법’에 기업 우려가 크다. 기업들은 사용자 범위 확대와 노동 쟁의권 강화로 현장의 혼란과 재산상 침해가 있을까 우려하고 있다. 진 의원은 이 법 필요성을 오래 전부터 강조했다.
“우리 기업은 오직 이윤 극대화를 위해 하청을 과도하게 다단계 수직 계열화했다. 원청이 직접 수행해야 할 일까지 용역을 주거나 하청화했다.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교섭에 부담이 생긴다면, 스스로 다단계 하청 계열 구조를 개혁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에 더해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 조건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원청을 상대로 노동권을 제대로 주장하지 못해 왔다. 노란봉투법을 통해 하청 노동자에게 교섭권을, 원청에 책임을 부과한다면, 지금보다 성실한 교섭이 이뤄질 것이다. 극단적 노사 갈등도 해소될 것이다. 성실한 교섭을 통해 파업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기업 손실을 빠르게 줄이는 길이다. ‘파업이 더 많아질 것이다’, ‘365일 교섭만 하다 끝날 것’이라는 재계 측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다.”

“‘머니 무브’ 찬성…그러나 ‘과세 형평성’ 중요한 원칙.”
— 정부의 세제 개편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진 의원은 양도세 부과 대상을 늘리는 개편안에 동의하는 입장이었다. 이에 반대하는 거센 여론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예상을 했던 반응인가?
“전혀…. 이렇게 반발이 클 줄 몰랐다.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에 관해 ‘금투세 폐지 반대’ 목소리를 냈을 때도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이번이 강도가 더 셌던 것 같다. 과세 규모나 대상은 ‘대주주 기준’보다 ‘금투세’가 더 큰데도 말이다. (기자 질문: 왜 그럴까?) 잘 모르겠다. 금투세 논란 때 많은 저항과 공격으로 시행을 막을 수 있었다는 주식 참여자들의 성취 경험이 더 격렬한 반발을 불러온 것일 수도 있고….”
—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소신이었을까?
“그렇다. 난 ‘머니 무브’에 반대하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에 과하게 쏠려 있는 시중 자금이 주식 시장에 유입되면 기업 투자에도 도움이 되는 등 생산적 면이 있다. 다만, 그 결과 주식 투자를 통해 큰 소득을 얻었으면 그에 따른 세금을 내는 것도 당연하다. 조세 정책과 머니 무브는 충돌하지 않는다. 머니 무브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정책 방향이라면, 과세 형평성 및 조세 공평성도 우리가 놓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회적 원칙이다. 균형이 필요하다. 정책 목표를 위해 조세 원칙을 유보하고 희생하라는 건 균형적이지 않다. 균형을 위한 종합적 사고와 인식이 필요하다. ‘코스피 5000’을 절대선으로 놓고 ‘조금이라도 거스르면 모두 불가’라면 할 수 있는 정책은 몇 개 없을 것이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조세 형평성을 위해 머니 무브 정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응능 부담(ability-to-pay) 원칙이 마치 머니 무브 정책을 훼손하는 것처럼 공격하는 것은 언어도단에 다름 아니다.”
— 이재명 정부에서 ‘증세’ 정책은 사실상 어려워진 게 아닌가 싶다. 늘어나는 재정·복지 지출에 비춰봤을 때 세수 확보와 보편 증세는 피할 수 없는 현실 아닐까? KDI도 지난 6월 “부가가치세(소비세)와 개인소득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보편 증세 보고서를 냈다.
“증세가 쉽지 않은 과제임엔 틀림 없다. 세금을 많이 내라는 데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있겠나? 증세가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국가·사회 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재정 지출이 존재한다. 국가 채무를 과도하게 늘리지 않는 수준에서 세금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도 맞다. 정치권에 좀 더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 재정 상태를 정확하게 국민에게 보고하고, 앞으로 필요한 재정 지출 규모도 정확하게 설명한 뒤 ‘우리가 이 정도 세금은 감당해야 한다’고 설득해야 한다. 증세에 대한 국민 저항에 모든 걸 다 내려놔 버리고 포기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정치권에 용기가 부족하다.”
— 지난 9월 3일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50% 수준인 국가채무비율이 40년 후에는 150%대로 3배로 급등할 전망이다.
“예정돼 있는 법정 지출을, 세금도 늘리지 않고 현재 흐름대로 그대로 두면 40~50년 후에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국가 채무가 증가한다. 현 세대가 감당할 수 있는 재정 부담은 짊어져야 미래 세대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 연금 개혁에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긴다’고 비판하면서 정작 우리 재정 근본이 되는 세수·세입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정치권이 무책임하다.”

“주식 투자, 앞으로도 하지 않는다. 그게 내 소신.”
— 이재명 대통령도 세율 인상과 세수 확보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을 텐데, 국민 반발 여론을 무릅쓰고 결단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당이 ‘대주주 요건 재검토’를 요청해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숙고하셨던 게 아닐까 싶다.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계기로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10억 원’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재정 상황과 지출 흐름을 다 들여다보고 있는 대통령 입장에서 그런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본 과세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대주주 기준’이 머니 무브 의지 자체를 확인하는 시험지 역할을 하고 있다니, 그렇다면 끝까지 고집하지 않고 기존 50억 원으로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보였다. 대통령 고민이 느껴졌다.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대통령 고민을 공감하고 존중한다.”
— 대주주 기준과 관련해 같은 당에서 180도 다른 입장을 낸 대표 인사가 이소영 의원이다. 이견을 좁히는 차원에서 이 의원과 소통이나 논의는 없었나?
“따로 소통은 없었다. 내가 일방적으로 욕을 먹고 역적 취급을 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절충점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 일부 전문가들은 금투세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 중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번 논란에 여러 비판이 있었지만, 주식 보유액 기준으로 과세하기보다 주식을 사고 파는 데서 발생한 소득을 기준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종목당 10억 원’이라는 말도 사실 우습고 자의적이다. ‘종목당 10억 원’이 아니라 갖고 있는 전체 주식 가치가 10억 원인 사람도 이미 상당히 부자다. 그 정도 금액을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 비중이 얼마나 될까. 또 왜 ‘10억’일까? ‘30억’이면 안 되나? 이런 셈이 자의적이기 때문에 주식을 얼마 들고 있든지 일정 규모의 주식 매매 차익에는 과세하자는 게 금투세 취지 아닌가? 합리적인 금투세를 포기한 결과, 자의적 기준을 두고 소모적 논쟁이 이어졌다. 금투세로 가야 하는 게 정답인 것은 맞다.”

—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진 의원 발언이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소영 의원은 코스피 ETF* 투자를 독려하며 자신이 운용하는 계좌를 공개하기도 했다. 진 의원은 주식·펀드 투자 계획은 없는지 궁금하다.
“경험을 위해, 공부 차원에서 주식 투자를 한다면 일리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직을 하면서 재산을 불려보겠다고, 무슨 이익을 남겨보겠다고 주식 관련 투자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제도가 고위공직자에게 직무 관련 주식을 매각하게 하거나 백지신탁을 요구하는 까닭은 이해충돌을 막기 위함 아닌가. 이해관계를 초월해 의정 활동을 하겠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이 소신도 존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식 투자 원리나 시장 동향을 파악하려면 주식 투자를 하는 게 빠른 길일 수 있다. 그렇다고 꼭 주식 투자를 해봐야만 투자자 심리나 시장 생리를 알게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AI 정책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AI 연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 투자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왜 주식 시장에 왈가왈부하냐고 얘기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과도한 비판이다.”
ETF:
Exchange Traded Fund의 약자. 상장지수펀드를 뜻한다. 코스피 ETF는 한국 주식시장 전체를 포함하는 코스피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다. 고위공직자들은 직접 투자에 대한 감시·규제 때문에 ETF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마용성이 허락한 진보? 과도하지만 비판엔 이유 있어.”
— 진성준이 말하는 ‘사회경제적 민주화’는 무엇인가?
“우리는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간접 선거로 뽑다가 1987년 6월 항쟁을 계기로 대통령 직선제를 하는 나라가 됐다. 이는 대통령을 선택할 권리, 즉 정치적 권리를 국민에게 되돌려준 것이다. 정치 민주화의 큰 전기가 됐다. 마찬가지로 사회 경제적 권리도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일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차별 받지 않을 권리, 경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것, 그것이 사회 경제적 민주화라고 생각한다.”
— 경제적 선택과 관련,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빈자들에게 불량 식품이라도 사 먹을 선택의 자유를 줘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논란을 산 적 있다.
“그게 무슨 자유인가. 가난하지만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는 것이 진정한 자유 아닐까? 불량 식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라면, 그건 자유가 아니라 부자유다. 사회 경제적 민주화를 보여주는 사례가 노란봉투법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본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청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교섭권을 광범위하게 실현하는 것이 사회 경제적 민주화라고 생각한다. 우리 이재명 정부는 국정 목표로 ‘기본 사회’를 제시했다. 이 역시 국가가 책임을 강화하여 국민 부담을 덜고, 사회 경제적 권리를 되돌려드리는 데 목적이 있다.”
— 한 정치 컨설턴트는 민주당의 ‘진보’에 대해 “‘마용성’*이 허락한 진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사회적 약자가 아닌 서울 중산층 계급 정당이 됐다는 지적이다. 진 의원 생각이 궁금하다.
“너무 가혹한 평가다. 다만 그런 지적을 들을 만한 이유가 전혀 없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대주주 요건을 50억 원으로 유지키로 한 것이나, 금투세 도입을 끝내 못했던 것, 서울에 집 한 채 가진 사람은 종부세 예외였던 것 등이 ‘마용성이 허락한 진보’라는 비판을 만든 요인이다. 부분적으로 잘못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민주당은 우리 사회 중산층과 서민 이익을 대변한 정당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중산층은 자신이 속한 계급적 이해관계보다 민주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더 추구했던 분들이라 생각한다.”
마용성:
강남의 대체 투자처로 떠오른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를 지칭하는 용어. 과거 주거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으로 진보 성향이 강했다. 최근에는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으로 고소득층과 중산층이 유입, 정치 성향이 보수화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부동산 정책에 따라 표심이 요동치는 지역이다. 정치·경제 칼럼니스트 조귀동은 “‘마용성’이 지역구인 민주당 의원들은 세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이 지역 아파트 자산을 가진 유권자 표심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민주당을 겨냥해 “가진 자의 정당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 기사 : “고학력-고소득 중산층의 민주당, ‘동여의도 포퓰리즘’에 빠질 수 있다.”
— 민주당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민주당은 부자를 악, 빈자를 선으로 프레임화한다’는 지적을 한다. 이런 평가에 어떻게 반박하겠나?
“부자를 악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 다만 민주당 정치인에게는 도덕주의, 금욕주의 같은 것이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역사를 봐도 진보 진영은 더 높은 도덕적 잣대를 요구 받았다. ‘민주·진보 인사라면 재산에 관심이 없어야 하고, 부자면 안 되고 가난해야 한다’는 생각들. 내가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것도, 자산을 쌓는 것에 관심이 없는 것도, 내 나름 공직자 윤리가 작동한 결과다. 그렇다고 어떻게 부와 돈에 대한 욕망과 욕심을 죄악시할 수 있겠나? 잘 살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욕할 수 있을까? 다 알려졌지만, 나와 다르게 아내와 아들은 소액을 주식에 넣고 있다. 하지만 나는 주식 투자에 뛰어들 생각이 없다. 공직자는 재산에 초연해야 하고 부자가 되려는 욕심을 가져선 안 된다는 윤리적 소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소임 해내려 몸부림치는 대통령… 당도 유능함 발휘해야.”
— 이재명 정부 과제 가운데 ‘성장’을 빠뜨릴 수 없다. 성장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란 매우 어렵다. 이재명 정부는 어떤 성장 판을 짜야 할까?
“성장과 복지는 선순환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 자체가 훼손되고 고갈됐다. 성장 동력을 키우는 일이 시급하다. 이재명 정부도 그에 입각해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대통령의 모든 행보가 ‘AI 투자’에 맞춰져 있는 이유다. 국가가 확고하게 AI 산업 정책을 선도하겠다는 의지가 크다. AI 산업 경제 체제를 구축해 신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있다. 과거 박정희 정권 중공업 정책을 제외하면, 역대 어느 정부도 이렇게 선명하게 경제·산업 전략을 꺼낸 적 없다.”
— 이재명과 문재인 두 사람 리더십 특징을 비교한다면?
“어려운 질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에게서 돋보이는 강점은 속도감인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절차와 과정을 매우 중시했다. 반면 이 대통령은 문제 핵심을 빠르게 파악해 속도전으로 해결하는 특징이 있다. 이재명 리더십의 속도감에 많은 국민이 점수를 주고 있는 것 같다.”
—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부의 양극화, 출산율 하락과 인구 감소, 지역 소멸 등 한국 사회 난제를 풀어내야 한다. 진 의원을 포함한 국회와 정부·여당 모두 유능함을 보여줘야 하는데?
“내란 극복과 청산은 우리가 당면한 정치적 과제다. 여기에 힘을 쏟는 것만큼 똑같은 비중과 무게로 사회 경제적 민주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적 과제와 민생 과제가 함께 가야 한다.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추진하기란 참 어렵다. 대통령은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상법 개정 등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한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하는 동시에 노란봉투법도 처리했다. 이재명 특유의 균형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반도 평화를 실현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미국 관세 협상에서도 국익을 지켜야 한다. 4중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대한민국 정치에 어느 때보다 멀티태스킹 능력이 필요하다. 다행히 부지런함으로 맡은 소임을 다해내겠다고 몸부림치는 대통령과 정부가 있다. 대통령만큼이나 우리 정당과 국회도 유능함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