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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62)는 3월 주총을 한국 자본시장의 중대 분기점으로 본다. 지난해 62년 만에 상법이 개정되며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명문화했고, 주주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 제도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 시즌은 경영 변화의 시금석으로 전망된다.

제도는 선진화하고 있는데 반해 기업들 대응은 근시안적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기업들은 올 하반기 집중투표제* 도입을 앞두고 이사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등 이사회 진입 통로를 좁히는 꼼수를 두고 있다.

이용우는 18일 슬로우뉴스 인터뷰에서 “몇몇 회사들이 상법 개정 취지를 역행하고 있다. 그런 저항이 거대한 흐름을 바꿀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됐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까지 대대적 제도 변화와 진전이 있었다. 이제는 관행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 이용우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슬로우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그는 세 가지를 강조했다.

  • 첫째, 주주총회에 더 많은 주주가 참여해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 둘째, 공시 제도를 개혁해 이사회의 결정 과정과 논의 내용을 주주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셋째, 권리 침해를 신속하게 구제할 디스커버리 제도가 필요하다.

‘한국의 자본시장’을 주제로 그와 인터뷰했다.

집중투표제:

주총에서 여러 이사를 뽑을 때 소수 주주가 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 이사 1명을 꼭 뽑을 수 있게 한 제도. 한 번에 선출하는 이사의 수가 적을수록 소수 주주가 표를 몰아줄 대상이 적어지므로 집중투표제 효과가 떨어진다. 주총을 앞두고 기업들이 이사 수를 줄이거나 임기를 나눠 선임하는 시차임기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 제도는 외부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자본시장 불합리, 상법 개정 여론 깨우다.

— 코스피는 믿을 만한 시장이 됐는가?

“아직까지 그렇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이번 주총이 중요하다. 몇몇 회사가 상법 개정 취지를 역행하고 있다. 정관을 통해 이사 임기를 ‘3년’에서 ‘3년 이내’로 바꾸는 식으로 저항하는 회사들이 있다. 그런다고 거대한 흐름이 바뀔까. 시간이 지나면 그런 저항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1차 상법 개정)됐고, 집중투표제 도입(2차 상법 개정), 자사주 소각 의무화(3차 상법 개정)까지 대대적 제도 변화와 진전이 있었다. 지금부터는 관행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 효성중공업의 경우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이사진 정원 축소, 이사 자격 요건 강화 등을 추진*했다.

(효성)계열사에 몇 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규정은 ‘독립 이사’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독립 이사를 두는 이유는 지배 주주 이해와 무관하게 회사 자체 가치를 판단하라는 의미다. 상법 개정이 작년 7월에 있었다. 집중투표제는 1년 뒤인 올해 7월부터 발효되니까 지금 정관을 바꾸는 건 괜찮다는 형식 논리를 내세울 수 있지만 과연 그게 받아들여질까. 현명한 투자자는 그런 회사에 투자를 기피할 것이다. 회사는 자본 조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효성중공업의 꼼수:

실제 효성중공업은 지난 19일 주총에서 이사진 정원 축소, 자격 요건 강화 등을 추진했으나 국민연금 반대로 안건이 부결됐다. 효성중공업 외에도 기업 다수가 대주주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이사 임기나 정원을 변경하려 한다.

— 1~3차까지 상법이 빠르게 개정됐다. 62년 만의 대수술이었다. 어떻게 평가하나?

“이렇게 빠르게 통과될 줄 몰랐다. 국내 증시 투자자들은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중복 상장과 분할 문제를 겪으며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왜 필요한지 깨닫게 됐다. 주주들은 기껏 투자한 자기 돈을 기업들이 대낮에 뺏어가는 걸 경험해 왔다. 여론을 반영해 제도가 바뀌었고, 시장도 호응했다. 기업 순이익이 크게 불어난 것과 맞물려 개정 속도가 붙어 버렸다. 주식 투자 인구가 증가하며 여당 목소리에 힘이 실렸고, 정부도 부동산에 쏠려 있는 돈을 다른 투자처로 옮길 필요가 있었다. ‘코스피 5000, 이게 진짜 되는구나.’ 믿음이 확신으로 굳어졌다.”

LG엔솔 사태:

LG화학이 알짜였던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설립했던 LG에너지솔루션을 말한다. LG엔솔 분할 상장은 법적으로 복잡하지만, LG화학 주주 입장에서는 단순 명쾌하다. 배터리를 보고 LG화학 주식을 샀는데 배터리가 없어진 것이다.

“이사회, 자본비용 공시 통해 주주와 소통해야.”

한겨레 칼럼에 공시 제도 개혁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자본 비용(Cost of Capital)’을 공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자본 비용은 기업 투자에 사용된 자본의 기회 비용이다. 만약 식당을 하나 연다고 하자.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등이 소요된다. 도대체 얼마를 버는 거냐, 얼마를 남기고 장사하는 거냐, 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자본 비용이다. 공시는 어떤 일이 있었다는 걸 단순히 알리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공시는 이사들이 어떤 사안에 나는 왜 이렇게 판단했는지 근거와 이유를 밝히며 주주와 소통하는 행위다. 기업이 어떤 기준으로 투자와 배당을 결정하고, 이 과정에 산출한 자본 비용은 얼마인지 구체적 수치로 제시해야 한다. 우리나라 상장 기업 CFO(Chief Financial Officer, 최고 재무 책임자)에게 ‘당신네 회사의 자본 비용이 얼마냐’고 물어보면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 2023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을 대상으로 ‘자본 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 실천 방안을 마련해 공시하도록 했다. 이런 움직임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가?

“PBR 1이 안 되는 회사를 대상으로 ‘PBR을 1 이상으로 제고할 계획을 공시하라’는 것이다. PBR 1은 수익률(자본이익률, ROE)과 자본 비용이 일치한다는 의미다. PBR 1이 안 된다는 것은 자기 자본 비용을 충당하지 못한다는 걸 의미한다. CFO는 회사가 투자한 자산 가운데 썩은 자산은 매각하고, 수익이 나는 자산은 늘리는 등 자본을 재배치하는 역할이다. 자본 비용을 제대로 인식하는 게 경영의 기본이다. 자본 비용 공시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실제 일본 회사들은 많이 바뀌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대기업 히타치는 저PBR 기업 가치 제고 압박에 쓸 데 없는 회사를 다 매각했다. 현재 시가총액 2~3위로 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PBR:

Price to Book-value Ratio 약자. 주가 순자산 비율. 회사가 보유한 자기 자본과 대비해 시가 총액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지표. PBR이 낮으면 저평가, 높으면 고평가라고 말한다. PBR이 1미만이면, 장부 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뜻이다.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재판 부담 덜 수 있다.

—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고 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피차 소송에서 사용할 증거를 미리 다 공개하자는 것이다. 이 제도에서 증거를 공개하지 않고 숨겨놓으면 패소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특히 증언녹취(deposition)가 중요하다. 한국은 판사 앞에 직접 출석해 진술해야 증거가 된다. 증언녹취제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법원 승인을 얻어 일정 시각 변호사와 만나 증언·녹취하여 법원에 제출하면 증거가 된다. 증거와 증언이 다 나왔으니, 판사는 빠르게 진행만 하면 된다. 공판이 엄청 빨라진다. 미국 같은 경우 대부분 결과는 ‘조정’으로 끝난다. 소송을 2~3년 끌 필요 없이 중도에 합의가 이뤄진다. 법관도 재판 부담을 덜 수 있다. 소송 목표는 분쟁으로 인한 권리 침해를 빠르게 구제하는 것이다. 우리는 3~4년을 소송하는 데 쓰고, 돈은 돈대로 변호사 비용으로 낭비한다. 대법원도, 대한변협도 디스커버리 도입에 공감한다. 이를 위해 민사소송법을 바꿔야 한다. 올해에는 디스커버리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다.”

디스커버리(discovery) 제도:

변론 절차 진행 전, 양 당사자 간 사건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도록 하는 절차. 법원의 사법적 관여를 최소화하고 소송 당사자에게 다양한 수단을 통해 증거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 대기업과 개인 간 소송에서 개인이 증거를 찾기 힘들다는 연유로 이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 자본시장 전문가인 오기형 의원(민주당)은 “이제는 개정 상법이 한국 자본시장에 착근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자본시장의 오랜 관행과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동의한다. 거래소와 감독원의 인식 제고와 태도 전환이 요구된다. 개정법을 제대로 지키는지, 제대로 작동하는지 감독 책임이 있다. 앞서 말한대로 정관을 바꾸는 꼼수를 쓰거나 주총 전 기업끼리 자사주를 맞교환해 소각을 피하는 등 행위가 여전하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행위를 반복하면 규제하겠다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 관행을 정착시키는 노력이 시장 주체 모두에게 필요하다.”

— 정부·여당은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준비하고 있다.

“굳이 인위적으로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특정 숫자(PBR 0.8 미만)를 기준 삼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 PBR이 1 밑이면 사업 구조 개선 계획 등을 작성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바뀔 문제다. 여러 정책을 너무 한꺼번에 도입하는 건 경계할 필요가 있다. 중복 상장 방지에 관해서도, 중복 상장은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필요할 때도 있다. 이사회가 합리적으로 거래소에 소명하고 투자자를 설득하면 될 문제다.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절대 금지한다’로 귀결되는 건 경제 관점에서 과한 면이 있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

대주주가 승계 과정에서 세금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사 주가를 낮게 유지하거나 누르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법안. 현재 상장사 주식은 상속·증여 시점 전후 2개월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이 시기 주가가 낮을수록 이득이다. 이소영(민주당 의원)은 기업의 PBR이 0.8배 미만인 경우 주가가 아닌 ‘기업의 자산과 수익 가치’를 기준으로 세금을 산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주가를 아무리 눌러도 세금이 줄어들지 않게 설계했다.

국민연금이 행동주의 펀드를 활용한다면.

류영재(서스틴베스트 대표)는 현재 거버넌스 논의가 “주주권 강화만 말하고, ‘주주의 책임’은 제대로 말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수행할 인력이 부족하다. 국민연금이 지분 보유한 수많은 회사를 다 살펴볼 수 없다. 돈을 들여 의결권 행사 기구 자문을 받는데, 나는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이 괜찮게 주주 행동을 하는 행동주의 펀드에 몇 천억 원씩 집행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이들이 행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주주 행동을 모니터링하며 그 경험을 흡수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시장에도 행동주의 펀드들이 제법 활동하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 경우 SM 사례나 코웨이 사례 등에서 기업 가치 제고와 지배 구조 개선 성과를 만들었다. 이들은 배당만 늘리라고 하지 않는다. 최근 솔루엠을 상대로도 이사회 개편을 이뤄냈다. 이사회가 바뀌면 주가가 좋아지고, 이는 주주한테도 도움이 된다.”

스튜어드십 코드:

연기금, 자산운영사 등 기관 투자자가 주주 자산을 집사처럼 관리하며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행동 지침. 국내 자본시장은 2016년 12월에 도입.

— 이 대표가 민주당 의원 시절인 2023년 4월 당시 한동훈 장관과 주고받았던 대정부 질의가 인상적이었다. 한동훈은 이 대표가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그 취지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공감을 표했다. 그랬던 그가 코스피 상승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하지 않고 정치하고 있었으면 역시 5000~6000을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질의할 때도 한동훈은 자본시장 이슈를 잘 알 것이라 생각했다. 윤석열, 한동훈, 이복현은 삼성 특검을 하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었을 거다. 윤석열도 대통령 재임 기간 상법 개정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재계 반발이 생각보다 거세니까 주춤했다. 자본시장 개편의 진정성은 없었던 거다. 보수 정권이 계속 집권했어도 가능했다? 본인들이 주춤거리며 못했던 거 아닌가. (기자 질문: 한동훈은 코스피 반등에 “이재명 정부 정책 때문이 아니라 반도체 사이클이 돌아오면서 좌우된 현상”이라고도 했다.) 물론 주가가 이렇게 뛴 게 전적으로 상법 개정 때문은 아니다. 상법 개정은 필요 조건, 환경을 만든 것뿐이다. 한동훈은 주가 상승 원인이 ‘반도체 사이클’에 있다고 했는데, 우리나라에 반도체 회사만 있는 게 아니다. 철강, 제조업, 자동차 등 수없이 많은 회사들이 이익을 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만큼 제조업 능력을 갖고 있는 나라가 드물다. 독일 제조업은 하향세다. 대만은 지나치게 반도체에 쏠려 있다. 우리만큼 다양한 곳이 없다. 이런 맥락을 빼놓고 엉뚱한 소릴 하고 있다.”

젊은층 자산 축적하려면? “꾸준히 ETF 매입하라.”

— 부동산으로 자산 축적을 할 수 없는 젊은 세대가 빚까지 내면서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건 문제 아닌가?

“빚을 내서 하는 투자는 굉장히 위험하다. 자제해야 한다. 젊은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은 게 있다. 적금 붓듯이 버는 돈 일부로 주요 ETF를 지속적으로 매입하라는 것이다. 코스피는 앞으로도 상승할 여력이 있다. ‘종목 몰빵’ 이런 것보다 코스피 ETF 등 상장지수펀드 매수를 권한다. 1849년 샌프란시스코 부근에서 금이 발견되며 광부들의 골드러시가 일어났을 때, 큰 돈을 번 건 광부가 아니라 광부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팔았던 리바이스 청바지였다. 지금 AI에 대대적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 가운데 몇 개가 살아남을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데이터 센터를 지으려면 반도체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반도체 관련 ETF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AI 열풍 기반에 전력 생산이 있으니 전력에 관한 ETF도 고려할 만하다. ETF에 매달 조금씩 투자한다면 자산 축적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국민 자산의 80%가 부동산이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 주식을 장기로 보유한 사람에게 혜택을 주면, 단기 매매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까?

“미국의 경우도 주식을 1년 이상 보유한 사람에게 세금을 감면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없다. 금투세가 있었다면 1년 이상 보유자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식으로 장기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런 것이 없으니 단타로 이어진다. 세제 전반을 손봐야 하는 이유다. (기자: 금투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인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단기 수익에 집착하는 주주도 있을 것이다. 얼라인이 주주한테 요구했던 사항을 한번 보라. 단순히 배당 높이라는 소리가 아니다.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거기다 돈을 써라, 대신 어떤 성장을 하기 위해 얼마를 쓸 것인지 밝히라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 ‘그냥 돈은 나(경영진·지배주주)한테 맡겨 두시고, 나를 믿어주세요’라는 식이면 곤란하다. 경영진과 주주 사이 신뢰가 쌓이면, ‘저 믿으시죠?’ 이러면 수긍하게 된다. 워렌 버핏은 한 번도 배당하지 않았고, 주주들도 배당하라는 소리 안 했다. ‘주주 자본주의냐,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냐’ 이런 관점은 지나치게 이분법적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단기 투자자, 개인 투자자가 많고, 변동성이 심한 걸 좋아한다. 정책 당국자는 장기 투자를 장려하고 유인하는 제도를 정비할 의무가 있다.”

— 주주 자본주의를 강화하면, 주주 환원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미국 보잉사처럼 회사가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시장에는 여러 성향의 주주, 펀드가 있다. 시간을 오래 두고 보면, 단기적으로 움직이는 주주는 오래 못 갈 것이라 본다. 회사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매일같이 동력을 찾아내야 한다. 이사회 임무는 성장 동력을 찾아내 주주를 설득하는 것이다. 이사회가 주총에서 회사 미래를 위한 자원 배분 계획을 밝히고 주주 설득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를 테면, 우리는 LG화학인데 2차 전지에 얼마를 계속 쓸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성과는 이러한 방식으로 돌려드리겠다, 이래야 할 것 아닌가. 지금까지 그런 과정이 없었다. 갑자기 회사를 분할하니까 ‘대놓고 내 돈을 빼돌린다’는 소리가 나온다. 투자해서 성과가 나오면 주주한테 어떻게 하겠다, 하나의 스토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평생 납부한 소득세, 상속세액 공제로 인정하자.”

— 의원 시절에도 “상속세를 매길 때 그 사람이 평생 납부한 종합소득세를 세액공제해주자”고 소신을 밝혔다.

“나라들의 상속세 세율을 평면 비교해서는 안 된다. 유럽의 상속세가 낮다고 하는데, 유럽은 소득세가 굉장히 높다. 상속세는 이미 한 번 과세한 소득에 또 부과하는 세금이다. 상속세를 낮출 유인이 있다. 유럽과 달리 한국과 일본은 상속세율이 높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과세 포착률이 낮다. 탈루가 있다는 걸 전제하고 있다. 한 사람 재산이 모두 드러나는 건 죽을 때밖엔 없으니까 세율을 높게 매기는 식이다. 내가 주장하는 건 상속세 부과 시 그 사람이 냈던 평생의 종합소득세를 공제해 주자는 것이다. 소득세를 많이 낸 사람은 그동안 많이 냈으니 상속세 부담이 줄어든다. 부동산만 많이 갖고 있던 사람은 그동안 낸 세금이 적으니, 상속세를 더 많이 내게 될 것이다. 조세 정의에도 부합한다. 1년에 상속세로 걷히는 규모가 6조 원 내외다. 그리 크지 않다. 상속세를 깎아줘야 한다는 주장엔 동의하지 않지만, 세원 확보 면에서나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는 고민해 볼 수 있는 해법이다.”

— 이재명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는?

“취임한 뒤 한미 통상 문제, 이란 전쟁 등으로 격변기를 지나고 있다. 현재까지는 대응을 잘하고 있다. 다만 이재명 정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그 비전이 잘 보이지 않는다.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가장 많이 했던 말 가운데 하나가 ‘대전환’이다. 대전환을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다.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AI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돈을 어떻게 투자해서 어떤 성과를 낼지 그림이 명료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 경우 논란이 있지만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틀은 있었다. 그 틀에 의해 정책이 배치됐다. 이재명 정부가 어떤 경제를 그리는지 아직은 뚜렷하지 않다.”

— 어떤 경제여야 하나?

“우리 비전은 제조업에 있다. 앞으로 5년이 분기점이다. 고도 성장을 이뤘던 제조업 인력이 은퇴하는 시점이다. 암묵지로 쌓여 있는 제조업 기술과 노하우가 젊은 세대와 피지컬AI로 넘어가야 한다. 지금은 단절되고 있다. 이를 고도화해야 한다. 한국이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역할할 수 있도록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 구조 전환을 위한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우 대략 3만개 부품으로 구성된다. 전기차는 훨씬 적게 들어간다. 기존 부품업체는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암묵지가 있다. 이들 산업을 전환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암묵지를 썩히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 중견기업을 산업 구조 변환에 맞게 전환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이 구조 전환 펀드를 구성해 숙련, 암묵지 손실을 막아야 한다. 과거에는 캐치업, 즉 앞서가는 산업을 따라가면 충분했다. 지금은 벤치마킹 대상이 사라졌다. 새롭게 도전해야 한다. 도전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공공이 리스크를 먼저 흡수해 줘야 한다. 공공이 30을 먼저 부담하고, 기업이 70만 부담하는 식의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

— 이재명 대통령은 빈번하게 X(트위터)를 통해 부동산 규제 강화 등 경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일장일단이 있다. 리더의 메시지가 너무 많아서는 안 된다. 결정하기 전까지 많은 숙의가 필요하다. 숙의 과정에 이견을 많이 들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 1인 플레이가 너무 강한 것 아닌가 싶다. 혹시 놓치는 게 있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 소통을 잘하는 것은 좋지만 사회가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늘어난다. 최근 이란 전쟁이 터지고 기름값이 급등했다. 정유업계를 겨냥해 담합 이야기가 많은데 정유 대리점 입장에서는 가장 합리적 행동을 했을 뿐이다. 탱크에 기름을 채워 놓고, 기름값은 2주 뒤 사후 정산하는 구조다. 기름값이 상승하면 사후 정산금도 높아지니 대리점은 기름값을 높여 재고를 지키거나 손해를 피하고자 한다. 오래된 생존 노하우인데 이를 모두 싸잡아 담합이라 단정할 수 있을까? 조심히 살펴야 한다. (기자 질문: 석유 최고가격제에 대해서는?) 석유 최고가격제는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는, 즉 화석 연료 의존성을 줄여야 하는 대전환과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 강한 충격에 대한 대응으로 필요할 수 있지만 어느 시점에 정책을 중단할지, 어떻게 대전환과 조화를 이루도록 할지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제도는 한 번 시행하면 되돌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용우는 누구?

  • 1964년 2월 1일 출생.
  • 1996~1997: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 2005.5~2008: 한국투자금융지주 전략기획실장.
  • 2008~2011: 한국투자금융지주 투자전략실장.
  • 2015.1: 한국투자신탁운용 총괄 CIO(최고투자책임자).
  • 2017.4~2020.1: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 공동대표이사.
  • 2020.5~2024.5: 제21대 국회의원(경기 고양시정/더불어민주당).
  • 2020.7: 제21대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 2022.6~2022.8: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비상대책위원.
  • 2022.7: 제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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