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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유리 천장 지수가 꼴찌라는 건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성별 임금 격차도 29년째 압도적인 1위다. 그런데 정작 원인이 뭔지 제대로 따져 본 적이 없다. 팩트를 짚고 구조를 분석해 보자.

이게 왜 중요한가.

  • 원인을 알아야 해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복잡한 문제를 뭉뚱그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구조적인 문제를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유리 천장과 30% 격차, 다섯 가지 가설.

  • 이코노미스트 유리천장 지수에서는 29위를 계속하다 2024년부터 겨우 28위로 올라섰다.
  • 통계마다 다르지만 연결되는 맥락이 있다.
  • OECD 통계에서는 2023년 한국의 풀타임 여성 노동자의 중위임금이 풀타임 남성 노동자보다 29.3% 적다.
  • 고용노동부 통계에서는 2024년 기준으로 여성 노동자의 임금이 남성 노동자보다 31.6% 적다.
  •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서는 여성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이 29.2% 적다.
  • 첫 번째 가설은 여성의 노동 시간이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두 번째 가설은 여성의 근속 기간이 짧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세 번째 가설은 여성 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네 번째 가설은 여성이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이나 저임금 업종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다섯 번째 가설은 같은 직장에서도 업무가 다르거나 같은 업무라도 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설 1: 여성이 일하는 시간이 짧아서 임금 총액이 적은 것이다.

  • 평균 노동시간이 여성이 더 짧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 노동부 집계를 보면 노동시간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지만 남녀 차이는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 2024년 기준 노동시간은 남성과 여성이 각각 월 154시간과 137시간으로 17시간 가까이 차이가 난다.
  • 적게 일하니 적게 받는 것일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 시간당 임금 총액은 남성이 2만8734원이고 여성이 2만363원이다. 여성이 노동시간이 적은 건 사실이지만 애초에 시간당 단가가 낮다.
  • 월급과 시급을 비교하면 좀 더 명확하다. 여성은 시급 기준으로 남성의 71%, 월급 기준으로 65%를 받는다. 애초에 시급도 적지만 노동시간이 적어서 월급 기준으로는 차이가 더 크다.
  • 노동시간의 차이도 있지만 애초에 시간당 임금 격차가 크다는 이야기다.

가설 2: 여성의 근속 기간이 짧기 때문에 평균 임금과 평생 소득이 적은 것이다.

  • 시간당 임금도 적은데 근속 기간까지 짧으니 평생 소득이 적을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통계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세대마다 환경이 다른데 장기 코호트 연구가 없다. 50대의 평생 소득과 30대의 평생 소득을 동일한 기준으로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 일단 고용률을 비교하면 30대 이상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 고용률이 더 낮다. (20대 이하는 남성 군 입대 때문에 여성이 높다.)
  • 이른바 M자형 곡선은 많이 완화됐다. 30~34세에 고용률이 크게 낮아졌다가 40~49세 구간에 높아지는 흐름이었는데, 고용율이 많이 회복되고 연령대도 뒤로 밀렸다. 여전히 남성 고용률보다는 크게 처진다.

가설 3: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기 때문에 임금이 적은 것이다.

  •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건 원인이면서 결과일 수 있다.
  • 출산 이후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애초에 정규직 일자리의 기회가 남성 구직자에게 더 열려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 2025년 기준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남성과 여성 각각 31%와 47%다.
  •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도 크지만 비정규직 중에서도 여성의 임금이 더 적다.
  • 2024년 기준으로 정규직 남성이 월 500만 원을 버는데 비정규직 여성은 월 149만 원을 번다. 같은 비정규직이지만 비정규직 남성은 월 237만 원을 번다. (2025년 통계는 4월에 나온다.)
  • 남성은 건설 일용직과 기간제 전문직 등 상대적으로 시급이 높은 직종이 많고 여성은 돌봄과 청소, 급식 등 저임금 서비스 비중이 높은 것도 중요한 차이다.

가설 4: 여성이 중소기업이나 저임금 업종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임금 격차가 나타나는 것이다.

  • 여성이 대기업 종사자 비율이 낮은 건 사실이다.
  • 노동부 고용동향 조사를 보면 2024년 기준으로 30인 미만 기업 종사자 비율이 남성과 여성 각각 65%와 69%다. 300명 이상 대기업 종사자 비율은 각각 13%와 9%다. 당연히 평균 연봉을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
  • CXO연구소가 15개 업종 매출 상위 10위 대기업 150개의 남녀 직원 비율을 조사했는데 89만 명 가운데 여성은 22만 명, 25%에 그쳤다. 같은 대기업 안에서도 남성 직원의 평균 연봉은 9940만 원, 여성 직원은 7090만 원으로 격차가 컸다.
  • 같은 대기업이라도 성별 격차가 있다. 2024년 기준으로 대기업 남성은 695만 원을 받는데 대기업 여성은 440만 원을 받는다. 중소기업 남성은 344만 원, 중소기업 여성은 247만 원이다.

가설 5: 같은 직장에서도 여성이 더 적은 임금을 받는다.

  • 통계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가설이지만 간접적인 정황 근거는 많다. 출산과 육아 등 구조적 요인도 있고 차별적 요인도 없지 않다.
  • 남성의 군 복무 기간을 근속 기간에 포함시키는 기업도 있고 육아 휴직 기간을 승진 연한에서 배제하는 기업도 있다. 입사 년도가 같더라도 격차가 벌어진다.
  • KDI 연구에서는 청년 여성이 출산을 선택할 경우 경력이 단절될 확률이 14%포인트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었다. 조덕상(KDI 연구위원)은 “무자녀 여성이 남성과 노동시장에서 경쟁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여성의 경력 단절 비율은 자녀가 없는 여성의 경우 2014년 33%에서 2023년 9%로 줄었는데 자녀가 있는 여성은 28%에서 24%로 거의 줄지 않았다.
  • 경력 단절 여성은 다시 취업을 하더라도 42.5%가 이전보다 임금이 줄었다.
  • 25~54세 임금 근로자 임금을 분석했더니 경력 단절이 없는 기혼 여성은 월 305만 원을 버는데 경력 단절 이후 취업한 기혼 여성은 229만 원을 벌었다. 기혼 남성 평균 416만 원과 차이가 크다.

임금 격차를 만드는 8가지 구조적 요인.

결론: 구조적 제약과 일할 기회의 박탈.

  • 연공서열제 임금 구조가 자리 잡은 한국에서는 한 직장에서 오래 다닐수록 연봉이 높다. 여성이 출산과 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비율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근속 기간이 줄어들어 평균 임금의 격차를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실제로 출산 전후로 취업 비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은 통계로 드러난다.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지만 드러나지 않는 구조적인 차별이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보면 2021년 기준으로 출산 360일 전에는 취업률이 60.2%였는데 출산일 기준 51.3%로 줄어든다. 출산 이후 420일 53.1%로 반등하지만 480일이면 51.8%로 다시 줄어든다. 출산+육아휴직이 끝난 뒤 퇴사하는 비율이 상당할 거라고 추론할 수 있다.
  • 산업이나 직종에 따른 차이도 있다. 여성보다 남성이 더 힘들고 숙련도가 높은 업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논의를 뒤섞으면 안 된다. 직장 변수를 통제하더라도 구조적인 차별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통계가 말하는 진실은 단순히 근속 기간과 노동 시간은 원인이면서 결과라는 사실이다.

나아지고 있나.

  • 한국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남성보다 15%포인트 낮다. OECD 평균은 여성이 13.8%포인트다.
  • 한국은 상장 기업 이사회 의석의 8.7%를 여성이 차지한다. OECD 평균은 33.6%다.
  • 의회의 여성 비율은 한국이 20.0%, OECD 평균은 34.3%다.
  •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30대 이하를 놓고 보면 대졸자 비율은 이미 여성이 더 높다. 1985~1989년생은 여성이 77.3%고 남성은 72.2%다.
  • 남성 육아 휴직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절반이 채 안 된다.
  • 경력 단절 여성도 꾸준히 줄고 있다. 2014년 216만 명에서 2025년 111만 명으로 줄었다. 비율로는 22%에서 15%로 줄었다.
  • 남녀 모두 근속 연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이 2년 가까이 짧다. 2025년 기준으로 평균 근속 연수는 남성이 7.7년, 여성은 5.5년이다. 50~54세만 놓고 보면 남성이 12.3년, 여성은 7.6년이다.

해법은?

  • KDI는 출산에 따른 불이익을 차일드 페널티(child penalty)라고 규정했다. 차일드 페널티가 출산율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40%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 성별 임금 격차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자는 제안도 있다. 지금도 상장 기업들은 공개하고 있지만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재명 정부 국정 과제에도 포함돼 있다.
  • 유럽연합은 임금 투명성 지침(Pay Transparency Directive)을 도입했다. 채용 공고를 낼 때 급여의 범위를 사전 공개하고 성별 임금 격차를 정기 보고해야 한다. 5% 이상 격차가 나면 시정 조치를 내릴 수 있다.
  •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무엇보다도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는 게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접근이다. 직장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남성 육아휴직을 더 늘리고 공공 돌봄을 강화해야한다.
  • 30% 임금 격차의 설명되지 않는 요인 47%는 한국 사회의 뿌리깊은 차별과 편견, 경로 의존성의 결과일 수도 있다. 건설 일용직보다 돌봄 노동자나 급식 노동자의 일이 덜 힘든가? 대졸자는 여성이 더 많은데 대기업 종사자는 25%에 그치는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 동일한 스펙인데도 여성이 평균적으로 임금이 더 낮은 일자리를 선택해야 하는 현실, 같은 비정규직인데도 여성의 시간당 임금이 남성의 73% 수준에 그치는 데다 갈수록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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