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규 칼럼] 의료대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두 차례에 걸쳐 그 해법을 찾아봅니다. (⏰9분)
의료대란의 해법
지난 글에서 현재의 의료대란 사태의 핵심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중증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집단일수록 저수가와 사법 리스크 등 상대적으로 보상이 작지만, 비급여 위주의 진료 및 실손보험과 연결된 과잉진료를 하는 의사집단일수록 훨씬 고소득을 올리는 의사집단 내부의 불균형이 더는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현 사태의 본질이다.

사태의 본질: 의사 불균형과 의료비 증가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지금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단순히 의사 숫자만 늘린다고 해서 필수의료나 지역의료 쪽의 의사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 늘어난 의사들 역시 해당 분야에 종사하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이 파업이 아니라 사직이라는 초강수를 둘 수 있었던 것도, 굳이 전문의 자격이 없더라도 일반의로 봉직하다가 개원하는 방법 등이 가능하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 그간은 대부분 전공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관례였고 거기서 나름의 보람을 찾는 사람도 제법 있었겠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런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비급여든 뭐든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하는 쪽이 앞으로는 오히려 주류가 될 위험성이 커졌다.
그런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라도 내부의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불균형은 이대로 놓아두고 숫자만 늘리면 늘어난 의사 중 상당수가 비급여 진료나 과잉진료 가능성이 커지고, 그로 인해 의료비는 지금보다 더 증가한다.

의료비 상승 위험성
의료는 공급이 늘어나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이 줄어든다는 식으로 일반적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잘 적용되지 않는 분야다. 의사와 환자의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의사 스스로 자신이 창출하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의사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검사나 시술을 권하더라도 잘 모르는 환자들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 실손보험으로 인해 본인 부담이 별로 없으면 더욱 그렇다. 결국 의사가 늘어난 만큼 전체 의료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안 그래도 지금 한국의 의료비 증가 추세는 지나치게 빠르고 그걸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 한국 의료비는 OECD에서도 낮은 수준이었지만, 2002년에 이미 OECD 평균을 추월했거니와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게다가 고령화에 따라 앞으로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의료비의 절반가량을 노인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의 문제
거기에 실손보험이 보편화되면서, 비노인인 경우에도 의료비가 대폭 증가했다. 실손보험이 있으면 본인 부담은 거의 없으니까 각종 과잉의료가 난무한다. 일부 실손보험 가입자만이 아니라 병의원의 상당수도 이를 매출 증대의 기회로 활용하면서, 양자가 공모한 일종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
그건 민간 실손보험회사가 걱정할 문제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실손보험을 남용한 과잉진료는 건강보험 재정에도 큰 부담을 준다. 비급여 항목이 아닌 각종 진찰료나 검사료 등 급여 항목은 건강보험에서 지출되므로, 병의원 이용이 잦으면 건강보험 지출도 늘어난다. 즉 이대로 가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내부의 불균형 개선과 의료비 증가 억제는 상호 작용한다. 과잉진료나 비급여진료가 많아질수록 내부의 불균형도 심해지고 전체 의료비도 증가한다. 저수가이고 사법리스크도 큰 중증필수의료보다, 돈 되는 과잉진료나 비급여진료를 선택하는 의사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필수의료나 지역의료 쪽은 여전히 의사가 부족하고 저수가인데도, 전체 의료비는 오히려 증가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면 필수의료나 지역의료 쪽의 수가를 인상하는 등 각종 재원을 투입하기도 어려워진다.
의사들 상당수는 저수가 타령만 하면서 (계속 말하지만 중증필수의료 분야는 저수가가 사실이다), 건강보험료 인상만이 해답인 것처럼 주장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내부의 불균형 개선 노력이 먼저 있어야 한다. 물론 나중에는 건강보험료도 인상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내부 불균형이나 실손보험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고령화에 의한 의료비 증가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잉진료나 비급여진료 억제 노력 등을 선행해야 의사들이 해당 분야만 선호하는 것을 제어할 수 있고 노인의료비가 아닌 쪽의 의료비 증가를 통제할 수 있다.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하고서 건강보험료 인상을 이야기해야 국민에게도 설득이 가능한 것 아닌가? 물론 일부 국민의 사고방식도 문제인 것은 맞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실손보험료 부담도 막대한데, 사실은 실손보험료보다 적은 돈을 건강보험료로 납부하면서 보장성을 강화하면 굳이 실손보험 안 들어도 된다.
건강보험료 인상은 기를 쓰고 반대하면서 실손보험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내면서 가입하는 것도 사실은 문제지만, 이 역시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모든 걸 남 탓으로만 돌려서는 꼭 필요한 중증필수의료의 수가 인상조차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상당수 의사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1. 불균형 해법 → 특소세와 혼합진료 금지
특별소비세와 분담금 부과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래와 같은 내부 불균형 개선 대책이다. 피부미용을 비롯한 각종 비급여 중심 진료에 대해서는 미용세 등 별도의 특별소비세를 부과해야 한다. 지금도 피부미용 등에는 부가가치세가 부과되고 있지만 이는 일반회계의 수입로 들어가는데, 그게 아니라 별도의 특별회계로 정해서 해당 재원을 중증필수의료의 수가인상이나 지역의료 및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는 유류세라는 역시 일종의 특별소비세 수입이 교통특별회계로 투입되어 사용되는 등의 전례가 이미 있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므로, 바로 서울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등 의료전달체계를 거치지 않는 진료에 대해서도 별도의 분담금을 부과해야 한다. 지나친 도수치료 등 실손보험과 연결된 각종 과잉진료에 대해서도 일정한 평가 기준을 정한 후 그 이상의 과잉진료일 경우 별도의 분담금을 역시 부과한다. 이렇게 해서 마련된 재원 역시 별도의 기금형태로 적립하여 필수의료나 지역의료 및 공공의료 등에 사용하도록 한다. 이 또한 담배에 부과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의 전례가 이미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실손보험이 적용되는 본인부담금 형태가 아닌 별도의 특별소비세나 분담금 형태라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대책들은 내부 불균형 개선책이기도 하지만 의료비 증가 억제책이기도 한데, 앞서 말했듯이 실손보험이 적용되게 되면 환자나 병의원은 거의 부담이 없으므로 의료비 증가 억제를 위한 실효성이 거의 없어진다.

혼합진료 금지 (예: 일본)
좀 더 나아가보자. 사실은 이 정도 대책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미 말했듯이 한국의 의료비 증가 추세는 너무 빠르거니와 고령화와 맞물려 불가피한 측면도 크기 때문이다. 비급여 문제와 관련해서 더 확실한 대책은 일본처럼 혼합진료를 금지하는 것이다. 혼합진료 금지란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 위주의 진료를 할 경우 건강보험의 급여 항목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실손보험과 결부된 비급여 중심의 진료가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는 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쉽게 말해 해당 의료비는 정말로 실손보험사가 알아서 책임지고 건강보험에 일부를 떠넘기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실손보험사는 그럴 경우 실손보험료를 올릴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애초에 실손보험료 낼 돈보다 더 적은 돈을 건강보험료를 더 내면 실손보험은 굳이 안 들어도 된다. 이윤 중심의 민간 실손보험이 아니라 공적 보험인 건강보험을 강화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다만 혼합진료를 당장 전면 금지하면, 원래는 건강보험에서 보장해야 하는 항목인데도 현재는 보장되지 않고 비급여로 남아 있는 항목들이 문제가 된다 (중증질환이나 희귀질환인 경우 이런 항목들이 꽤 있다). 그래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보다 강화되기 전까지 당분간은 해당 질환의 경우 혼합진료를 허용하는 등 좀 더 섬세한 준비가 필요하고 상당 정도의 기간도 필요하므로 바로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되지만 결국은 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2. 대형병원 쏠림 → 진료권 제도와 분담금
또 하나 중요한 과제가 있다.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즉 지방의 환자까지도 전부 서울의 대형병원으로만 쏠리는 것에 대한 대책이다. 다른 것도 그렇지만 의료자원은 특히 한정된 자원이다. 정말 필수의료 중에서도 다른 곳에서 하기 어려운 중증의료를 담당해야 하는 것이 대형병원인데, 조금만 큰 병이면 온갖 사람들이 여기로 쏠리면서 한정된 자원의 왜곡이 발생하고 지역의 필수의료는 더 어려워진다.
국민들이 서울의 대형병원만을 선호한 탓도 크지만, 이는 단지 국민들 탓만은 아니며 대형병원의 이해관계 때문인 측면이 더 강하다. 대형병원은 바로 그렇게 해서 덩치를 키우고 그간 막대한 이익을 챙겼으니까. 수련병원이라는 명목으로 전공의들을 상대적으로 싼값에 장시간 노동을 시키면서 더욱 그러했다. 사실 2천 명 의대 증원도 대형병원의 수도권 병상 증설에 따른 전공의 수요를 맞추기 위한 목적이라는 측면도 강했다.

과거에는 진료권 제도가 있었다. 광역 정도의 단위로 진료권을 설정하고 해당 진료권에서 3차 병원까지 거친 후에야 서울의 대형병원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동네 의원에서 진료의뢰서만 발급받으면 바로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갈 수 있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것도 아무런 제한이 없다. 이게 과연 전체적으로 좋은 것인지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당장 내가 서울 큰 병원에서 더 좋은 진료 받는 것만 생각하다가, 결국은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의 인프라를 자꾸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이므로. 게다가 대기 기간 동안 질병이 더 악화될 위험성도 상당하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때를 놓치지 않고 치료받다가 해당 지역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가는 것이 원래는 옳은 방향이다. 의료는 일반 상품처럼 소비자의 선택권에만 맡겨놓을 문제가 아닌데도 이에 대한 대책이 거의 없으면서, 지역의료는 부실화하고 의료비는 폭증한다.
과거처럼 지역에서 3차 병원까지 거친 후 의료진의 판단으로 서울의 대형병원에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 역시 당장은 어렵다면 바로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갈 경우 실손보험과는 별도로 부과되는 분담금을 환자와 대형병원 모두에게 부과하여 이를 지역의료와 공공의료 등에 사용해야 한다. 상당수 국민들과 대형병원 모두 싫어하겠지만 한국 의료시스템이 지속가능하려면 이 정도 대책은 있어야 한다.

3. 수가체제 → 장비∙검사 아닌 전문성 평가로 (+총액제 어려운 이유)
가장 근본적으로는 현재의 수가체계 그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 행위별 수가체계는 과잉진료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 포괄수가체계도 현재의 저수가를 전제로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커진다. 중증필수의료나 지역의료일수록 수가를 더 쳐주고, 장비나 검사가 아니라 사람 즉 의료인의 전문성을 더 쳐주는 수가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실은 의사집단 자신이다. 무엇이 더 필수적이며 의료인의 노력이나 전문성이 더 필요한 행위인지 가장 잘 아는 것은 의사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총액계약제를 시행하는 나라도 많다. 국가 내지 건강보험은 매년 병의원 등에 지불할 총액을 얼마만큼 인상할 것인지만 성호 합의하여 결정하고 이를 어떻게 내부적으로 분배하는지는 병의원과 의사집단 등 의료계 내부에서 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의사집단 내부에서부터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앞선 글에서 강조했듯이 의사집단은 하나가 아니며 내부의 이해관계가 매우 다른데, 한국에서는 이것 자체가 제대로 논의되고 합의된 경험 자체가 없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운 어렵다고 생각된다.
4. 의대 증원 문제 → 공익적 필요로 ‘면허’ 제도 개선해야
사실은 현재의 의대 증원 사태도 마찬가지다. 단 한 명도 증원할 수 없다는 의협 등의 공식적인 입장은 비상식적이다. 필수의료나 지역의료일수록 의사 숫자가 부족한 것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돈만 충분히 주면 해당 분야에서 근무한다지만 재원은 한정되어 있고 앞으로 불가피한 의료비 증가를 감안할 때 이를 무조건 인정할 수는 없다.
물론 중증필수의료의 저수가와 사법리스크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지만,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종사할 의사를 더 확보하는 것도 무조건 반대할 사안은 아니다. 지금처럼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종사한다는 보장도 없이 의사 숫자만 늘리는 것도 당연히 답은 아니지만, 해당 분야의 의사인력 확보 대책 없이 증원 반대만 외치는 것은 사실은 의사집단 내부에서 이를 설득하고 합의할 논의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내부 설득과 합의가 불가능한 상태에서는 가장 단순하면서 강경한 목소리만 커지게 되고, 현재 의사집단의 상황이 바로 그러하다.

국공립 의대 중심으로 5백 명 정도 수준의 증원은 필요하다. 단 이들은 별도 트랙으로 선발하여 학비와 수련비용 등을 국가에서 책임지는 대신, 졸업 후 상당한 기간을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및 공공의료에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 아예 면허의 종류를 구분할 수도 있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및 공공의료에 근무하는 것을 전제로 면허를 발급하는 방안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실 면허라는 것 자체가 일종의 독점을 허용하는 것이며 시장원리에는 맞지 않다. 그래서 밀턴 프리드먼 등 신자유주의자들은 오히려 면허 제도를 없애고 누구나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 알아서 경쟁하면 된다고 주장한다(의사들 중에서는 시장을 맹신하는 신자유주의 지지자들이 많은데 진짜 신자유주의자들은 의사 면허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을 그들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면허 그 자체를 없애는 것은 국민건강에 미치는 위험성이 너무 크므로, 공익적 필요에 의해 면허라는 일종의 독점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익적 필요에 의해 면허의 종류를 구분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꼮 면허를 구분하지는 않더라도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등에 상당 기간 근무한다는 것을 전제로 일정 수준의 의대 증원은 상호 합의하는 것이 현 사태를 그나마 매끄럽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사집단이든 현 정부든 양쪽 모두 그럴 생각이 별로 없는 듯하다. 이른바 ‘자강두천’의 상황인데, 한국에서 사회적 합의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드러내는 비극적인 상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