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슬로우리포트] ‘앨범깡’과 ‘팬사컷’, ‘K-팝 쓰레기’ 만드는 음반 밀어내기… 성장 동력이었지만 근본적인 한계.

민희진과 방시혁의 어도어 경영권 분쟁에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단순히 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내부 갈등을 넘어 K-컬처 산업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사건이다.

민희진 사건은 워낙 정보의 비대칭이 심하다. 아는 사람은 잘 알고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른다. 그래서 이 글은 역순으로 작성했다. 중요한 쟁점을 먼저 다루고 전체 사건의 개요와 전망은 뒤에서 다룬다.

“음반 시장이 잘못됐다.”


  • 민희진(어도어 대표)이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 많은 사람이 이 대목에서 민희진의 진정성을 읽었다.
  • “우리 멤버들이 기죽을까 봐 갔던 애들이 또 가고 또 가고 앨범 또 사고 또 사고. 이게 도대체 뭐야. 저는 지금 음반 시장 너무 다 잘못됐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거 고치기 위해서 뉴진스를 사실 시작해 본 거예요. 이런 꼼수 부리지 않고 뭐 안 해도 잘 될 수 있다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음반? 한국에서만 잘 팔린다.


  • 다음 그림은 한국과 미국의 CD 판매량을 나타낸 그래프다. 미국보다 한국에서 CD가 더 많이 팔린다.
  • 10년 전과 비교하면 미국에서는 CD 판매가 1억7380만 장에서 지난해 3700만 장으로 줄었다. 한국은? 830만 장에서 1억1580만 장으로 오히려 늘었다.
  • 아래 그림은 글로벌 음악 산업 매출을 나타낸 것이다. 세계적으로 음반은 줄고 음원(스트리밍) 시장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갔는데 한국만 거꾸로 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최근 2년 CD 판매가 늘어난 것도 한국 시장의 성장이 반영된 결과다.

불편한 진실: 듣지도 않을 음반을 팔고 산다.


  •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음반과 음원 매출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는다. 슬로우뉴스가 시장 현황을 가늠할 수 있는 데이터를 취합해 봤다.
  • 하이브는 최근 투자자 대상 IR(투자자 홍보)에서 지난해 전체 앨범(음반+음원) 매출 가운데 음원 매출이 30%라고 공개했다. 지난해 매출이 9720억 원, 대략 역산하면 음반 판매가 6804억 원, 음원 판매가 2916억 원 정도다. 지난해 팔린 음반이 4620만 장, 대략 1만4727원 정도다.
  • 교보증권 추정에 따르면 JYP는 지난해 음반 1919만 장을 팔았다. 전체 앨범 매출 2630억 원(연결 기준) 가운데 음반 매출이 2110억 원, 음원 매출이 520억 원 정도다. JYP는 음원 매출 비중이 20% 수준이다.
  • SM은 지난해 전체 앨범 매출이 3095억 원, 지난해 음반 2170만 장을 팔았으니 음반 1장 가격이 JYP와 비슷하다고 보면 음반 매출이 2426억 원, 음원 매출이 669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 엔터테인먼트 3사 모두 압도적으로 음반 판매가 음원 판매보다 많다. 3~4배 규모다.
  • 다음 그림은 글로벌 음악 시장의 음반과 앨범 판매 비중을 한국의 하이브와 JYP 등과 비교한 것이다. 세계 평균은 음반과 음원이 20:80인데 하이브는 70:30이고 JYP는 80:20이다.

‘미공포’와 K팝 쓰레기.


  • 스트리밍 시대에 요즘도 CD 듣는 사람이 있나 생각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CD를 사서 포토카드만 꺼내고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 ‘미공포’ 미공개 포토 카드의 줄임말이다. ‘미공포’를 사려고 앨범을 사재기하는 걸 두고 ‘앨범깡’이나 ‘포토깡’이라고 부른다.
  • ‘팬사컷’은 ‘팬 사인회 커트라인’의 줄임말이다. CD 한 장에 응모권이 한 장씩 들어있기 때문에 많이 사야 당첨될 확률이 높아진다. 용돈을 털어 수백 장씩 ‘앨범깡’을 하는 경우도 있다.
  • 지난달 29일 보이 그룹 세븐틴이 새 앨범을 냈는데 발매 첫날 226만 장이 팔렸다. 실제로 이 가운데 상당수가 ‘미공포’만 챙기고 버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수백 장의 CD가 비닐만 뜯긴 채로 버려져 있는 사진이 X(트위터)에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 세븐틴이 테일러 스위프트보다 더 많은 음반을 팔아치우는 시대다.
  •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아티스트 차트 톱 20 가운데 한국 아티스트가 6명이나 된다는 사실도 자랑만 하기에는 낯부끄러운 사정이 있다.
  • 구매 대행업자가 트럭째 앨범을 사서 ‘미공포’만 별도 판매하고 CD를 모두 폐기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중간 판매상에게 앨범을 떠넘기면 중간 판매상은 물량을 소진하려고 럭키 드로우라는 이름으로 굿즈를 추첨 방식으로 돌리거나 팬 사인회 등 이벤트를 계속 만든다.
  •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음반 기획사가 앨범 제작에 사용한 플라스틱은 2017년 56톤에서 2022년 802톤으로 14배 이상 늘었다.
  •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는 2년 동안 유료 팬덤 활동 경험이 있는 14세 이상의 남녀 500명에게 물었더니 76%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수집하기 위해” 음반을 구매했다고 답변(중복 포함)했지만 “음반과 같이 제공되는 굿즈 수집을 목적으로”라는 답변도 53%나 됐고 “팬사인회나 팬미팅 등 이벤트 응모를 위해”라는 답변도 25%였다. 정작 음악 감상 수단을 묻는 질문에 “CD로 음악을 듣는다”는 답변은 6%가 채 안 됐다.
  • 음악 감상 목적의 음반 구매는 얼마 안 된다는 이야기다. 1억1580만 장 가운데 1억 장 이상이 K-팝 쓰레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뉴진스는 달랐나.


  • 달랐다. 뉴진스는 앨범도 많이 팔렸지만 음원도 많이 팔렸다. 앨범 판매에 목을 매지 않아도 2조 원 가치로 성장했다.
  • 민희진이 이런 말을 했다. “밀어내기 한 애들이랑 같이 이렇게 들어가면요. 알음알음 다 하고 있거든요. 그거 하고 있으면 도대체 뭐 때문에 수치가 올라가는지 모르지, 이게 시장이 비정상적이더래. 그리고 나중에는 주식 시장도 교란돼요. 왜냐면 살짝 꺾일 수도 있고 유지될 수도 있는 게 계속 급상승 그리고 그거 팬들한테 다 부담이 전가돼, 럭키 드로우로 소진해야 되지, 팬 사인회 해야 되지, 애들도 너무 힘들어. 사인회를 계속해야 돼요.”
  • 위의 그림은 분기별 음반 판매와 음원 판매를 비교한 결과다. 뉴진스는 분기 별로 최대 250만 장 가까이 팔린 데다 음원 재생도 최대 15억 건에 육박한다. 뉴진스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르세라핌이 최대 200만 장을 팔고 음원 재생이 최대 6억 뷰 수준인 것과 비교된다. 에스파도 음반 판매는 뉴진스와 비슷하지만 음원 재생은 절반 수준에 못 미쳤다. 보이 그룹 세븐틴은 800만 장까지 팔린 적도 있지만 음원 재생은 뉴진스의 3분의 1 수준이다.
  • 해외에서도 뉴진스의 음원 판매는 기록적이다. 스포티파이 스트리밍 수(글로벌 톱 200 리스트 기준) 2년 합계에서 BTS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블랙핑크와 르세라핌 등을 크게 앞질렀다.
  • 민희진이 말한 것처럼 뉴진스는 포토카드 뽑기를 남발하지 않았다. 뉴진스도 랜덤 포토카드를 만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전체 카드를 모으려고 수백 장을 사들여야 하는 다른 아이돌 그룹과는 달랐다는 평가가 많다. 뉴진스도 팬 사인회는 추첨으로 진행했고 앨범깡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 상대적으로 정도가 덜하다는 것뿐이지만 뉴진스가 인기 대비 앨범 판매가 많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앨범 밀어내기는 상대적으로 보이 그룹에서 훨씬 더 심했다.

뉴스가 너무 많다. 어도어 경영권 분쟁, 처음부터 간단히 정리해 볼까.


  • 이슈의 블랙홀이었다. 모두가 민희진 이야기를 했다.
  • 4월22일, 민희진(어도어 대표)이 배임 혐의로 감사를 받고 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떴다.
  • 민희진은 뉴진스의 엄마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하이브는 BTS를 키운 회사고, 어도어는 하이브의 자회사다.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 80%를 갖고 있고 민희진이 18%를 갖고 있다.
  •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민희진이 경영권 탈취 목적으로 핵심 정보를 유출했고, 둘째, 하이브가 민희진을 내보내려 한다.
  • 공개된 카카오톡 내용을 보면 대략 이렇다. 민희진이 풋옵션(보유 지분을 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서 엑시트하고, 어도어를 빈 껍데기로 만든 다음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내다 팔게 만든다.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모아서 어도어 지분을 싸게 사들인 다음 민희진이 복귀한다. 민희진이 “대박”이라고 했다.
  • 사흘 뒤 25일에는 민희진이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난리가 났다.
  • 다음날인 26일 하이브가 반박하는 입장을 냈다.
  • 29일, 하이브가 이사회를 소집했는데 민희진이 거부했다. 하이브가 법원에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을 냈다.

주가도 폭락했더라.


  • 이 그림은 하이브 시가총액 추이를 살펴본 것이다. 19일과 비교하면 26일은 1조2079억 원이 줄었다. 3주가 되도록 주가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 이게 의미하는 게 뭐냐면 시장에서는 민희진이 하이브의 성장성에 중요한 변수라고 본다는 이야기다. 민희진 기자회견 이후 한 번 더 빠진 건 이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 미래가 어둡다는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민희진 감사는 장중에 발표돼서 곧바로 주가에 반영됐다. 민희진 기자회견은 장 마감 이후에 열려서 다음날 폭락했다.)

시총 12조 원 넘었던 기업이 8.5조 원 수준으로. 어떻게 봐야 하나.


  • 세 가지 포인트가 있었다.
  • 첫째, 배임인가, 아닌가. 대주주 지분이 80%인데 18% 지분을 들고 있는 전문 경영인이 경영권을 ‘찬탈’할 수 있나. “대박”이라고 했지만 거의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설령 어도어를 껍데기로 만든다 치더라도 지분을 팔고 안 팔고는 방시혁(하이브 의장) 맘이고 그때 가서 지분을 판다고 해도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사들일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어쨌거나 이 정도 대화만으로 배임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아직은 민희진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거나 부당하게 이익을 챙긴 정황은 드러난 바 없다.
  • 둘째, 민희진의 기자회견은 정말 이상했다. “들어올 거면 ‘맞다이로’ 들어와.” “이 ‘개저씨들’이 나 하나 죽이겠다고.” “내가 니네처럼 기사를 두고 차를 끄냐, 술을 처마시냐, 골프를 치냐.” 횡설수설 같았지만 기자회견을 지켜본 많은 사람이 민희진 편으로 돌아섰다.
  • 셋째,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나. 민희진은 “아일릿이 뉴진스의 포뮬러(성공 공식)를 모방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메이크업과 안무, 화보 등의 콘셉트가 비슷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민희진은 “이럴 거면 멀티 레이블을 왜 하냐”고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시스템이고 뉴진스는 하이브의 여러 레이블 가운데 하나 아닌가.


  • 어도어가 하이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다. 다만 중요한 성장 엔진인 건 맞다.
  • 하이브는 국내 최대 연예 기획사다. JYP와 SM을 합친 것보다 시가총액이 더 크다. 포트폴리오가 더 많고 서로 보완하는 관계다.

하이브의 매출 구조를 살펴보자. 지난해 매출액이 2조 원이 넘던데.


  • 매출이 2조1781억 원. 영업이익이 2956억 원이다.
  • 멀티 레이블 구조다. BTS가 핵심이었고 엔하이픈, 뉴진스, 투어스, 아일릿 등이 있다. 미국과 일본에 현지 그룹도 있다.
  • 하나투자증권이 레이블의 가치를 분석했는데 빅히트와 플레디스, 어도어, 빌리프랩이 각각 6.1조 원, 2.7조 원, 2.0조 원, 1.3조 원이다. 어도어가 2조 원 가치라는 이야기다.
  • 각각의 레이블에서 콘서트와 MD, 콘텐츠 매출 등을 정산해서 본사에 반영하는 구조다.
  • 뉴진스도 대단하지만 투어스와 아이릿 등 신인 그룹의 성장세가 크다. 아일릿은 데뷔곡으로 핫 100에 바로 진입했다.
  • 아래 그림에서 빨간색 음영이 모두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이다. (스포티파이 200 리스트에 든 아티스트들만 집계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자료.)
  • BTS가 제대하고 완전체가 되면 본격적으로 매출 성장 국면으로 간다.
  • (멜론 등 국내 음원 사이트는 순위만 공개할 뿐 스트리밍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는다.)

어도어만 따로 놓고 볼까. 하이브의 다른 레이블과 비교해서 어떤가.


  • 하이브가 80%, 민희진이 18%를 보유하고 있다. (자회사 사장에게 지분을 준 건 특별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
  • 뉴진스가 성장 속도가 빠른 건 사실이다. 빌보드 200 1위까지 트와이스는 8년이 걸렸는데 뉴진스는 1년 걸렸다. 블랙핑크는 6년, 에이티즈는 5년, BTS도 5년 걸렸다.
  • 텐션을 줄이고 올드스쿨 R&B 사운드와 장난스럽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융합했다는 평가다.
  • 단일 앨범 200만 장 고지를 밟은 K팝 여성 가수 가운데 최단기간 기록이다.
  • 여성 팬이 70%로 가장 높다. 블랙핑크만 해도 67%인데 더 높다. ‘이모 팬’과 ‘언니 팬’의 시대를 열었다.
  • 2022년 7월에 데뷔했는데 데뷔 앨범으로 멜론 1위와 2위를 차지한 것도 처음이다. 4세대 걸그룹 중 압도적인 1위라고 한다. 최단기간 연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했다.
  • 비교 가능한 그룹은 블랙핑크뿐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매출이 3815억 원이다.) 참고로 블랙핑크는 1년 동안 66회 공연과 180만 명의 관객으로 그리고 15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1년 반 동안 3500억 원 규모다.)
  • 뉴진스도 투어를 시작하면 2026년 100만 명 규모로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럴 경우 3500억~4000억 원의 매출이 가능하다.
  • 어도어 기업 가치가 2조 원에 이르기까지 민희진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이브는 원래 걸그룹에 약했다.
  • 임희윤(음악 평론가)은 “케이팝의 특징으로 지목되던 ‘하이텐션’의 세계를 뒤집은 ‘미드텐션’ 음악이 되레 대중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다”고 평가했다.
  • 하이브 전체로 보면 뉴진스는 앨범 판매 기준으로 10% 정도다.
  • 하이브 입장에서 뉴진스는 중요하지만 뉴진스만 중요한 게 아니다. 뉴진스를 여럿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 이 그림이 하이브의 음반 출시 라인업이다. 계속 확장하고 음반과 음반, 컴백의 공백기에 서로 보완하는 포트폴리오다.

하이브 투자가 없었으면 지금의 민희진과 뉴진스가 있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 하이브에는 민희진이 필요했고 민희진이 없었으면 뉴진스를 만들지 못했다고 보는 게 맞다. 마찬가지로 200억 원을 쓴다고 누구나 민희진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 민희진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SM 출신이고 소녀시대 등 SM 여자 아이돌을 디렉팅했다. 방시혁이 독립 레이블을 주겠다고 제의해서 합류했다. 민희진 스스로 뉴진스의 엄마같은 존재라고 한다. 방시혁이 BTS의 아빠라고 하지 않지 않나. 그만큼 민희진과 뉴진스는 유대관계가 깊다.
  • “시혁 님이 입버릇처럼 걸그룹에 자신 없으니 같이 일하자고 했다”고 했다.
  • 그런데 뉴진스 데뷔 이후 방시혁이 메신저로 말을 걸어 “즐거우세요?” 했다고 한다. 민희진은 이 말이 기분 나빴던 것 같다.

아일릿이 뉴진스를 베낀 건 맞나. 아일릿도 성장 속도가 빠르더라.


  • 아일릿도 데뷔곡이 멜론 1위를 찍고 빌보드 102위까지 올랐다.
  • 멀티 레이블 전략에서는 차별화하는 게 맞다. 아일릿이 뉴진스를 잠식한다면 그룹 차원에서 손실이 될 수도 있다. 민희진이 반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방시혁이 “르세라핌을 민희진 걸그룹이라고 착각하게 해야 한다”면서 뉴진스 데뷔를 늦추라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민희진이 해임될 가능성도 있나.


  • 쟁점은 두 가지다.
  • 첫째, 주주 간 계약 위반이 쟁점이다. 업무상 배임과 비밀 유지 위반 등을 문제 삼을 것 같은데 계약서에 뭐가 적혀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 둘째, 콜 옵션 계약이 있다. 계약을 위반하면 하이브가 주식 전부를 사들일 수 있다. 주식 액면가와 공정 가치의 70% 가운데 더 낮은 금액으로 결정된다. 액면가가 5000원이고 주식수가 57만3160주, 28억6580만 원이다. 민희진이 이미 20억 원 가까이 빌려 쓴 상태라 빈손으로 나가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민희진은 “(언론에 보도된 1000억 원을) 실제로 받은 것도 아니고, 그것을 날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싸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여론은 어떤가. 민희진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더라.


  • 둘로 나뉜다. 키워줬더니 배신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애초에 20%로 경영권 찬탈이 가능하겠느냐는 관측도 많았는데 기자회견 이후로 뒤집혔다.
  • 박선화(한신대 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
  •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것은 평소 마녀 소리 정도는 듣고 사는 일에 미친 여성일 확률이 높지만, 그렇기에 어느 순간의 추락도 예정된 일이다.” “비슷한 세대의 중년 남성 중심 조직에서 여전히 여성들은 일에 미쳐도 미치지 않아도, 똑똑해도 똑똑하지 않아도 좋은 평판이 어렵다.”

민희진 변호인이 이혼 소송으로 비유했다.


  • 적절한 비유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말을 했다. “능력 있는 여자(민희진)와 능력 있는 남자(하이브)가 만나서 굉장히 예쁜 아이(뉴진스)를 낳은 거다. 그리고 예쁜 아이가 수능(뉴진스 신보 발매)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앞으로도 계속 예쁘게 잘 키워 보려고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혼 소송장이 온 것이다.”
  • 하지만 일단 하이브와 민희진은 부부가 아니고, 투자자와 전문 경영인, 모회사와 자회사 레이블의 관계다.
  • 굳이 이혼에 비유하자면 갈라서겠다고 이혼 서류를 준비하다가 들통났다고 할 수 있다. 애초에 남자에게 부인이 여럿이고 다른 부인이 낳은 딸에게 관심이 더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적절한 비유는 아니다.
  • 아무리 10대라지만 뉴진스를 딸이라고 부르는 것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아이돌 산업의 좀 더 구조적인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 첫째, 복붙 방식의 제작 관행이 문제다. 하이브는 (세부적인 콘셉트에는 차이가 있지만) 유사한 데뷔 절차를 밟은 르세라핌과 뉴진스를 거의 동시에 내놨는데 다행히 둘 다 성공했다. 그리고 이제 뉴진스와 닮은꼴인 아일릿을 내놨다. 게임 제작 방식과 비슷하다는 말도 나온다. 뭐가 뜰지 모르니 여러 개를 던지고 성공하는 걸 키운다. 실제로 하이브 경영진 가운데 게임회사 출신이 많다.
  • 둘째, 듣지도 않을 음반을 팔고 산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미국에서는 CD 판매가 1억7380만 장에서 지난해 3700만 장으로 줄었다. 한국은? 830만 장에서 1억1580만 장으로 늘었다. 스트리밍 시대에 요즘도 CD 듣는 사람이 있나? 대부분 CD에 들어있는 포토카드를 꺼내고 CD는 버리는 경우가 많다.
  • 셋째, 공장식으로 아이돌 그룹을 찍어내고 앨범 제작, 콘서트, 팬사인회 등으로 뺑뺑이를 돌린다. 팬들 사이에서도 ‘살아 있는 ATM’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피프티피프티 분쟁 사태와 비슷하다는 말도 있었다.


  • 대단한 그룹이었다. 데뷔 4개월 만에 빌보드 메인 차트에 진입했고 16주 연속 빌보드 핫 100에 랭크됐다.
  • ‘중소돌’로 출발해서 한때 ‘괴물 신인’이라고 불렸는데 계약 분쟁으로 결국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 기획사인 더기버스가 피프티피프티의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을 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소속사가 정산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고, 신체적∙정신적 건강관리 의무를 위반했고, 역량(인적∙물적자원 지원 능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였다.
  • 그러니까 어트랙트(전홍준)가 하이브, 더기버스(안성일)이 민희진과 비슷한 포지션이다.

향후 전망은?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 업계의 치부가 드러났다. “내가 골프를 치냐, 술을 마시냐, XX 개저씨들아.”
  • 봉합은 쉽지 않을 것 같다.
  • 민희진과 하이브의 대결은 결국 지분 싸움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경영권 찬탈은 어렵고 해임은 가능하다. 주총이 열릴 것이고 민희진이 이기기 어려운 게임으로 가고 있다.
  • 10조 원짜리 회사에 다음 비전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뉴진스 새 앨범은 안착한 것 같다. 민희진 없는 뉴진스가 가능할까. 또는 뉴진스 없는 민희진이 가능할까.


  • 뉴진스는 뉴진스다. 누군가 비슷한 걸 만들 수 있겠지만 다를 것이다. 민희진이 나가서 다른 걸 또 만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컨셉이 가능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 더 많은 민희진이 필요할 텐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 무엇보다도 새로운 K팝 모델이 없다는 게 문제다. 밀어내기 관행을 버리고 성장하는 새로운 모델이 있을까.
  • ”꼼수 부리지 않고 뭐 안 해도 잘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지만 이 판은 여전히 꼼수가 통하는 곳이다. 꼼수 없이 성장하기 어려운 판이다.

K-팝의 성장 모델이 근본적으로 한계를 맞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차우진(음악 평론가)이 “이대로 가면 케이팝은 끝난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는 것 같지만 밀어내기 관행과 거품을 걷어내면 이미 한계를 맞고 있다. 차우진은 뉴스레터 TMI.FM에서 “음반 밀어내기 같은 문제는 공급자가 시장을 교란하는 수준을 넘어 팬들의 피로감을 높이고 시장에서 이탈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K-팝의 문제는 어떻게 안정적인 시장성을 확보할 것이냐는 질문으로 환원됐지만 이제는 어떻게 자신의 창의성을 증명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미공포’와 ‘팬싸컷’이 K-팝의 성장 모델이었다는 불편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앨범 판매보다는 음원 시장 확대, 해외 시장 개척, 대규모 콘서트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글

2 댓글

  1. “애초에 르세라핌도 뉴진스와 비슷한 컨셉으로 출발했다.” 이건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컨셉 직접 찾아보시면 아실 수 있을겁니다. 이 부분 삭제 부탁드리겠습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