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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에서 만든 카드뉴스가 화제다. 언뜻 보면 ‘가짜뉴스’로 오해할 정도로 믿기 어려운 내용이다.

  • “직무와 관련 없는 공직자에게는 100만 원까지 선물도 가능합니다.”
  • “공직자인 친족(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배우자)에게는 금액 제한 없이 선물 가능.”

가뜩이나 김건희(대통령 부인)를 닮은 것 같은 캐릭터까지 있는데 놀랍게도 이 카드뉴스는 진짜였다. 국민권익위가 만들어서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카드뉴스다.

‘가짜뉴스’가 아니었다.


  • 공직자라도 친족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건 허용되는 게 맞다.
  • 공직자라도 직무와 관련이 없으면 100만 원까지 선물이 허용된다.
  • 그리고 이 캐릭터는 김건희가 아니라 청백이라는 국민권익위 마스코트다.

이 카드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


  • 지금 쟁점은 공직자와 그 배우자도 선물을 받을 수는 있지만 직무 관련성이 없는 경우에 한정된다는 사실이다. 배우자(공직자)의 직무와 관련성 있는 사람에게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빠뜨려서는 안 된다.
  •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에게 공직자나 그 배우자가 선물을 받았다면? 소속 기관장에게 지체 없이 신고하고 선물은 반환하거나 소속 기관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 [100만 원까지 받아도 된다]는 것보다 [100만 원 이상은 받으면 안 된다]는 게 핵심이다.
  • 첫 번째 카드는 더 심각하다.
  • “누구든지 친구 친지 등 공직자가 아닌 사람에게 주는 명절 선물은 금액 제한 없이 얼마든지 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부정청탁금지법 8조 4항은 공직자의 배우자도 공직자에게 금지된 금품 등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실제로 권익위 질의응답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 “배우자는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하여 1회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을 수 없다. 공직자는 자신의 배우자가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안 경우 지체 없이 신고해야 한다.”

직무 관련성이 없으니 괜찮다고?


  • 김건희가 최재영(목사)에 받은 건 세 가지다.
  • 첫째, 180만 원 상당의 샤넬 향수와 화장품과
  • 둘째, 40만 원짜리 위스키와 책 8권과
  • 셋째, 300만 원 상당 디올 백 등 대략 520만 원어치다.
  • 대가성이 없었나? 김창준(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을 국립묘지에 안장시켜 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전직연방의원협회(FMC)가 방한할 때 윤석열 부부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통일TV를 재송출하게 해달라고도 했다.
  •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김건희도 배우자 윤석열(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는 선물을 받을 수 있다. 김건희가 대통령 부인이 아니었더라도 이런 선물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인가 생각해 보면 명확하다.
  • 김건희는 최소 5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직무 관련성이 있든 없든 이미 불법이라는 이야기다.
  • 이 카드뉴스의 다음 장에 진짜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최재영과 윤석열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건 맞나?


  • 권익위는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직무 관련성이 없으니 신고 의무도 없다는 이야기다.
  • 검찰도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 최재영과 김건희 또는 최재영과 윤석열이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게 옳은가를 따져야 한다. 애초에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직무 관련성이 폭넓게 인정된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이 어떤 이유에서든 재직 중에 선물을 받으면 안 되는 것처럼 김건희도 마찬가지다.
  • 디올 백 사건을 조사했던 권익위 김아무개 국장은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해 괴롭다”고 말했다. 이지문(청렴본부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권익위 수뇌부에서 김 여사 명품 가방 사건을 종결하도록 밀어붙였다. 내 생각은 달랐지만 반대할 수 없었다. 힘들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힘들었을 사정이 무엇인지 궁금하지만 진상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 조승래(민주당 대변인)가 이런 말을 했다. “감사의 표시지만 청탁의 대가는 아니라는 궤변을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다. 도대체 무엇에 대한 감사란 말인가. 감사의 표시면 명품백을 받아도 된단 말인가.”

대통령 부인에게 300만 원 상당의 엿을 선물한다면?


  • 실제로 권익위 질의응답 게시판에 올라온 질문이다. (위의 캡쳐 이미지 참조.)
  • 권익위 답변은 다음과 같다.
  •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공직자 등 배우자의 금품등 수수를 제한하지 않습니다. (중략) 해당 금품등 제공이 해당 공직자등의 직무와 관련있는지 여부, 법 제8조제3항 각 호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사실관계가 고려되어야 함을 알려드립니다.”

핵심은 이것이다.


  • 기본적으로 부정청탁금지법은 공직자와 공직자의 배우자를 경제적 공동체라고 본다. 공직자가 받으면 안 될 금품을 공직자의 배우자도 받으면 안 된다.
  • 윤석열이 최재영에게 5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고 생각해 보자. 윤석열이 받으면 안 되는 건 김건희도 받으면 안 된다는 게 부정청탁금지법이다.
  • 애초에 부정청탁금지법이 모든 선물을 금지하는 건 아니고 공직자의 배우자도 배우자와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 선물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직무 관련성 여부를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는 게 법의 취지다.
  •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을 뿐 받아도 되는 건 아니다. 김건희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았다면 윤석열에게 곧바로 신고 의무가 있고 신고를 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 일부 언론 보도도 맥락을 잘못 짚고 있는데 권익위나 검찰은 배우자가 금품을 받아도 된다고 한 게 아니다. 핵심은 직무 관련성이다.
  • 직무 관련성이 있다면 어떤 선물도 받아서는 안 되고,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1회 100만 원 이상, 1년에 300만 원 이상의 선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게 핵심이다. 배우자는 처벌 받지 않지만 공직자 본인은 신고 의무가 있고 신고하지 않았다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결국 김건희는 어떤 경우에도 100만 원 이상 선물을 받을 수는 없다.

결론.


  • 법은 잘못이 없다.
  • 이 카드뉴스는 법의 취지와 달리 “100만 원까지는 받아도 된다”며 선물을 조장하는 것처럼 읽힐 수 있기 때문에 문제다. 핵심은 역시 직무 관련성이다.
  • “친족끼리는 금액 제한 없이 선물 가능”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직무 관련성이 없어야 한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해야 한다.
  • 가뜩이나 검찰이 김건희를 무혐의 처분해서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 매우 부적절한 메시지다. 설마 여러분도 마음 놓고 받으시라, 김건희도 무죄인 것처럼 여러분도 무죄다,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면 참으로 가볍다고밖에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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