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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하면 성심당 떠올리는 사람들 많다. 오늘은 두 가지 이야기를 해보자. 코레일이 성심당 대전역사점 임대료를 현재 1억 원에서 4억 원으로 올려 받겠다고 해서 논란이다.

  1. 과연 적정 임대료는 얼마일까.
  2. 그리고 성심당의 경쟁력과 팬덤, 성장 모델도 살펴보자.
성심당 대전역점. 성심당 제공.

코레일 임대사업자 입찰, 지금까지 5차 유찰.

  • 지난 3월 1차 공고 때는 추정 매출액을 월 26억 원으로 잡고 수수료(임대료)를 월 4억4167만 원으로 잡았다.
  • 계속 유찰돼서 5차 때는 추정 매출액 월 18억 원에 수수료는 3억917만 원까지 낮아졌다. 그래도 1년에 37억 원. 여전히 부담되는 금액이다.
  • 성심당은 월 1억 원을 써냈다고 밝혔다. 지금 내는 금액 이상으로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 계약은 이미 4월에 끝났고 6개월 연장했는데 둘 다 물러설 분위기가 아니다. 10월에 계약이 끝나면 나가야 한다.

성심당 대전역에서 나갈까?

  • 결론부터 말하면 성심당 입장에서는 임대료를 더 내더라도 남는 게 좋고 코레일 입장에서는 무조건 잡아야 한다. 이 자리를 감당할 업체를 찾기 쉽지 않다. 적정 금액에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 월 26억 원 매출이면 연간 312억 원. 지금은 12억 원을 내는데 36억 원으로 늘더라도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주변 시세보다 크게 비싼 건 맞다.
  • 대전역점에서 튀소(튀김소보로)가 1만 개 팔리는데 본점에선 6000개 팔린다. 일단 튀소는 대전역점이 본점보다 더 잘 나간다.

지금도 월 1억씩 내는데, 왜 이렇게 임대료 올랐나.

  • 코레일유통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원칙적으로 성심당에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일단 지금 수수료가 특혜 논란이 있을 만큼 낮은 편이다.
  • 코레일유통 입찰 공고를 보면 백화점 수수료 매장과 유사한 형태라고 밝히고 있다. 매출액의 일정 비율(17~49%)을 임대 수수료로 매기는 방식(구내 영업 방식)으로 운영한다.
  • 그런데 2012년 대전역 1층에 처음 입점할 때는 코레일유통이 아니라 코레일 본사와 고정 금액으로 임대료 계약을 맺었다. 12년 전에는 코레일이 성심당에 입점해 달라고 사정했고, 월세는 1억 원만 내라고 해서 입점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 2021년 감사원이 성심당만 고정 월세를 받는 건 형평성과 어긋난다고 지적했고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더 받을 수 있는데 왜 안 받느냐는 거다.
  • 4억 원은 기대 매출(26억 원) 대비 17%가 채 안 되니까 코레일유통 입장에서는 나름 최저 수수료율 미만을 제안한 셈이다.

원칙이라고 해도… 돈 벌수록 버티기 어렵다.

  • 코레일 입장에서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제안하고 감당하지 못하면 나가야 한다. 코레일 역사는 공공건물이고 보통 건물주와 다르다.
  • 지난해 성심당 매출액이 1243억 원이고 영업이익이 315억 원이다. 영업이익률이 25.3%니까 매출 대비 17% 수수료면 크게 부담이 안 되는 수준이다. (당기순이익은 275억 원이다.)
  • 다만 성심당 입장에서는 월 4억 원이면 그 돈으로 역 앞 건물을 임대하는 게 훨씬 싸다고 판단할 수 있다.
  • 아래 그림이 성심당 매출 추이다. 10년 전 386억 원에서 3배 이상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이 25% 이상이다. 특히 2019년 대전역 입점 이후 매출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도 비교적 쉽게 극복했다.

부산역 입점했던 삼진어묵도 방 뺐다.

  • 성심당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논리로 삼진어묵을 사례로 든다. 부산역 삼진어묵도 1년에 30억 원 이상을 임대료로 냈다.
  • 77㎡ 규모에 월평균 매출이 11억 원이었다.
  • 2014년 입찰에서 월 2억 원 매출로 잡고 25% 수수료 조건으로 들어왔는데 장사가 잘됐다. 2년 뒤 코레일이 12억8000만 원 매출에 25%를 요구했다. 깎아달라고 했지만 코레일유통이 거절했다.
  • 2016년 1월에는 무려 15억9801만원의 매출을 올려 임대료만 3억9950만원을 냈다. 삼진어묵이 3년 동안 낸 수수료가 100억 원이 넘는다.

매출과 월세가 비례: 다른 업체도 이 정도 매출 낼까?

  • 삼진어묵이 들어오기 전에 도넛 가게가 있었는데 매출이 2억 원 정도였다고 한다. 삼진어묵이 들어와서 매출을 6배 늘렸고. 새로운 임대료 기준이 됐다.
  • 입찰 경쟁 끝에 환공어묵이 들어왔는데 13억 원 매출에 26% 수수료로 계약했다. 월세 3억4000만 원 정도다. (성심당만 억울한 게 아니다.)
  • 삼진어묵도 웬만하면 남고 싶었을 텐데 간을 보다가 밀려났다. (삼진어묵은 5차 입찰에서 최소 매출 9억3000만 원 조건으로 22% 수수료를 제안했는데 환공어묵이 더 높게 불러서 가져갔다.)
  • 공개경쟁 입찰인데 성심당은 경쟁 상대가 없다는 게 차이다. 그러니까 성심당이 배짱을 부릴 수 있는 상황이다.
  • (삼진어묵은 직접 생산했는데 환공어묵은 납품받아서 판매만 한다. 실제로 입점 업체는 환공어묵이 아니라 환공어묵베이커리다. 그래서 버틸 수 있는 구조라고 한다.)
  • 김현아(당시 국민의힘 의원)가 이런 말을 했다. “공공 영역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주도하는 ‘관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고 있다.” 이건 좀 오버라고 본다. 낼 만하니까 내는 거고. 감당할 수 없으면 역사에 안 들어오면 된다.

삼진어묵 영업이익 < 코레일 임대수익.

  • 2016년의 경우 151억 원 매출 가운데 10억 원이 영업이익이다. 7%가 안 된다. 코레일이 받은 임대 수익은 38억 원이다.
  • 38억 원을 내고 10억 원을 벌 수 있다고 판단했으니 들어왔다. (그런데 2017년에는 매출이 줄었고 그래서 임대료를 깎아 달라고 협상하다가 나가게 된 것이다.)

성심당 아니면 월세 3억 감당할 업체 있을까.

  • 대전역은 승하차 인원이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평균 2만9635명에 이른다. (부산역은 3만5447명이다.)
  • 편의점이 두 군데 있는데 매출이 월 1억 원과 2억4000만 원 정도다.
  • 최근에 나온 입찰 공고를 보면 대전역 1층의 식음료 매장도 입찰 공고가 떴는데 2500만 원 매출에 수수료가 500만 원이다. 20%다. 4층 도넛 가게(64㎡)는 매출 7230만 원에 수수료가 1663만 원. 수수료율이 23%나 된다.
  • 기흥역 편의점의 경우 월 추정 매출액의 1541만 원인데 204만 원을 받고 있다. 13% 정도다. 역마다 다르다.

역 ‘앞'(바깥)에 매장 내면 훨씬 이익일 거라던데?

  • 실제로 삼진어묵이 부산역 앞에 매장을 냈는데 임대료가 10분의 1도 안 된다고 한다. 실제로 삼진어묵 감사 보고서를 확인해 보니 지난해 임차료가 다 합쳐서 15억 원밖에 안 됐다.
  • 매출은? 부산역 광장점만 따로 매출이 잡히지 않았다. 전체 매출이 856억 원, 영업이익이 31억 원인데 영업이익률(3.6%)이 많이 줄었다.

파리바게뜨보다 큰 성심당 영업이익의 비결.

  •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제빵 프랜차이즈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은 영업이익이 199억 원, CJ푸드빌(뚜레쥬르)은 214억 원이다.
  • 파리크라상은 163개의 직영점과 3881개의 가맹점. 성심당은 매장이 4개, 식음매장 9개다.
  • 파리크라상은 점포당 매출이 5억 원. 성심당은 113억 원이다. 파리크라상은 가맹 수수료와 원재료 판매가 주요 수입원이라 직접 소매 판매를 하는 성심당과 비교는 적절치 않다.
  • 광고 선전비가 3.3억 원밖에 안 된다. 파리바게뜨가 광고 선전비를 729억 원 쓴 것과도 비교된다.
  • 그래도 영업이익 비중을 비교해 보면 성심당이 압도적이다. 파리크라상은 빵집이라기보다는 프랜차이즈 업체라 판매 관리비 비중이 크고 영업이익은 적다.

프랜차이즈 빵집 늘면서 동네 빵집 줄지 않았나.

  • 행정안전부 인허가 자료를 살펴봤더니 6월19일 기준 전국에 영업 중인 제과점이 1만9384개다.
  •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각각 2649개와 1343개. (폐업은 각각 963개와 1530개)
  • 공정거래위 정보공개서를 보면 프랜차이즈 업체의 대략적인 수익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데 다음 그림과 같다. 기본적으로 본사에서 떼 가는 재료비가 60%를 차지한다. (공장도 가격의 1.72배를 매출로 잡는다.) 세금과 공과금 등등 떼고 29%로 인건비와 임대료를 빼고 마진을 챙겨야 한다.
  • 재료비는 매출의 60%로 고정이고 세금과 공과금 등도 고정 변수. 대략 29% 정도가 인건비와 임대료, 그리고 마진이다. 인건비를 줄이거나 점포주가 직접 일하면 마진이 많이 남겠지만 임대료를 월 500만 원 잡고 인건비를 3명 900만 원 잡으면 420만 원 정도가 마진이 된다. 마진율은 5~8% 수준으로 본다.

대기업 출점 제한이 올해 끝난다.

  • 8월에 규제가 풀린다.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분류돼 대기업 출점이 제한됐다.
  • 전년도 말 점포 수의 2% 내에서만 가맹점을 신설할 수 있다. 실제로 2013년 이후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점포가 거의 늘지 않았다.

영리기업 성심당 팬덤이 이토록 강한 이유?

  • 첫째, 성심당은 대전에만 매장을 둔다. 매장도 늘리지 않는다. 매장 네 곳에서 빵을 하루에 10만 개씩 만든다.
  • 둘째, 가격도 싸다. 대표 메뉴인 튀김소보로(‘튀소’)는 1700원, 판타롱부추빵은 2000원. ‘딸기시루’ 케이크는 4만3000원, 크리스마스 때는 8시간씩 줄을 선다고 한다. 호텔신라에서 애플망고빙수가 10만2000원인데 성심당 망고빙수는 6000원이다.
  • 셋째, 날마다 팔고 남은 빵을 양로원에 기부한다. 월 3000만 원 규모다. 6.25 때 피난 내려오다 대전에 정착했는데 성당에서 준 밀가루 두 포대로 찐빵을 만들어 판 게 시작이라고 한다.
  • 넷째, 대전역점도 브랜드에 크게 기여했다. 이영자가 이런 말을 했다. “연애하고 있는데 대전 갔다 오면서 성심당 빵을 안 사 오잖아? 그거 권태기야.” 대전에서만 먹는 빵이 아니라 사서 가는 빵이 됐다.
  • 다섯째, 좋은 재료를 쓰고 그날 다 판다. 이걸 또 모두가 안다. 잘 팔리니까 언제나 신선하다. (대전역점에서 들고나오면 서울 올 때까지 뜨끈뜨끈하다.)
  • 여섯째, 이윤의 15%를 직원 인센티브로 준다. 인건비 비중도 높다. 분위기도 활기차다.
  • 일곱째, 지역의 자부심, 대전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 여덟째, ‘튀소'(튀김소보로)라는 히트 상품이 브랜드 파워를 견인했다.
성심당 대표 메뉴 ‘튀소'(튀김소보로)

지방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모범 사례일까?

  • 모범 사례라기보다는 아웃라이어에 가깝다.
  • 세 가지 포인트가 있다. 높은 평판과 신뢰, 이를 뒷받침하는 품질, 지역 사회 기반.
  • 군산 이성당이 부당 노동행위로 구설수에 올랐던 것과도 비교된다.
이성당 본점 모습. 이성당 홈페이지.

지금 지방 창업으로 성심당만큼 성공할 수 있을까?

  • 세상에는 빵을 좋아하는 사람과 많이 좋아하는 사람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요식업은 그만큼 폭발적인 기회가 잠재된 시장이다.
  • 경쟁이 치열한 분야지만 그만큼 경쟁력이 먹히는 분야다. 사람들은 가장 좋은 것을 찾기 마련이다.

코레일의 수수료형 매장 방식은 문제없나.

  • 악덕 건물주 취급을 받지만 코레일 역사는 공공 인프라다. 애초에 독점 성격이 있기 때문에 적정 가격을 제도화한 게 지금의 입찰 방식이다.
  • 백화점 입점업체 수수료는 평균 21.3%, 대형마트도 18.7%다. 싫으면 안 들어가면 된다.

코레일 적자 문제도 함께 살펴야 할 것 같다.

  • 코레일유통의 매출 대부분이 임대료 수입이다. 매출 3093억원 가운데 유통 사업이 2796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코레일유통은 코레일의 100% 자회사다.
  • 코레일은 7년째 적자. KTX와 새마을호 등 간선철도 운임은 2011년 이후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 방만 경영 때문이 아니라 적자 노선을 떠안고 있기 때문이고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 부채가 20조 원을 넘어섰고 전기 요금도 부담이 된다. 지난해에만 658억 원 늘어 4637억 원을 냈다.

TMI.

  • 파리바게뜨는 가맹비가 1430만 원, 교육비가 275만 원, 보증금이 2000만 원, 기타 비용이 2억9698만 원, 합계 3억3403만 원이 든다. 여기에 인테리어 비용이 3.3㎡에 330만 원. 30평이면 9900만 원을 잡아야 한다.
  • 임대료 빼고 초기 비용으로 4억5000만 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 참고로 성심당도 영리 기업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10년 동안 189억 원을 주주 배당으로 지급했다. 임영진 대표와 가족들이 100% 주주다.

이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

결론: 억울하지만 갑질 아니고 윈윈할 수 있다

  • 성심당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갑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코레일 역사는 원래 매출 대비 수수료를 받는다. 특별히 성심당만 더 억울한 게 아니다.
  • 성심당도 코레일 덕분에 컸고 1억~2억 정도 문제로 나갈 가능성은 작다. 윈윈하는 지점을 만들 수 있다.
  • 코레일 적자를 메우기 위한 사회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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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임대료는 인천공항입니다. 그 임대료 받아서 공항 확장하고, 유지 보수해도 남습니다. 코레일 임대료는 비싼편도 아닙니다만, 지역 상생 차원에서 일정 정도 할인은 명분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천공항도 자리는 좋지 않지만, 지방 대표 업체에겐 임대료를 할인해 줍니다.

  2. 모르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글이 술술 잘 읽힙니다. 간만에 맛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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