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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단비가 내렸다. 하지만 남부 지역 가뭄을 해갈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윤석열(대통령)은 남부의 가뭄이 문재인 정부가 4대강 보를 개방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4대강 보를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한화진(환경부 장관)이 “4대강 보를 물그릇으로 활용해야”한다고 나서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 ‘물 그릇론’을 끌고 왔다.

거대 토건 자본이 참여한 초대형 이벤트 ‘4대강 사업’ (공사 기간: 2009년7월~2011년 10월)

왜 이 이슈가 중요한가.

  • 지금 사상 최악의 가뭄인 건 팩트다.
  • 특히 광주는 30년 만에 제한 급수 위기다. 4월 5일 기준 화순 동복댐과 순천 주암댐 저수율은 18.28%와 20.26%에 지나지 않는다.
  • 그런데 그 가뭄이 문재인 탓이라고? 이건 문재인 입장에서도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이다. 게다가 4대강의 망령이 부활할 참이다.
  • 동복댐과 주암댐은 둘 다 섬진강 지류지만, 4대강 보와 아무 관련이 없다. 4대강 보를 막지 않아서 이 댐들이 말랐나?

거슬러 올라가면.

  •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내세운 명분이 홍수 예방이었는데 비판에 부딪히자 가뭄과 물 부족 대책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8억 톤의 물을 비축해야 한다고 했다.
  • 일단 홍수 예방을 하려면 상류에 댐을 만드는 게 맞고, 대부분의 홍수는 본류가 아니라 지천에서 난다.
  • 강에 보를 쌓아 가뭄을 해결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물을 가둬둘 수는 있겠지만, 그 물을 퍼다 쓸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산 중턱의 댐과 강을 막는 보는 전혀 다르다.
  • 문재인 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를 내세우면서 보를 개방하고 해체했다.
  • 윤석열 정부가 철지난 ‘물그릇론’을 들고 나온 건 전형적인 지난 정권 때리기인 데다 안타깝지만, 근거도 명분도 없다.

사실 관계를 따져보자.

  •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 수자원공사는 보를 개방해서 5,280만 톤 물 손실이 발생했다는 자료를 냈다.
  • 조선일보는 영산강에서만 1,560만 톤이 줄었는데, 광주 시민 145만 명 40일 동안 쓸 물이라는 이주환(국민의힘 의원)의 주장을 1면에 실었다.
  • 그런데 1,560만 톤을 가둬둔다고 이 물을 다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한겨레는 “보를 닫아서 ‘보기에 물이 많은 것’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물이 많은 것’은 다르다”고 반박했다. 물은 취수장에서 끌어 올리는 것이고 취수장은 계속 정상 가동됐다.
  • 가둬둔 물을 펌프로 끌어올려서 보내는 건 근처 10km가 고작이다. 4대강 보를 막거나 열거나 가뭄 해소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

  • 광주환경운동연합이 성명을 냈다. 한 줄 요약하면 “영산강 4대강 사업의 보는 식수원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이야기다.
  • 4대강 사업으로 만든 승촌보와 죽산보에 담긴 물은 식수로 쓸 수 없는 물이다. 원래도 취수원과 거리가 멀었지만 보를 만든 뒤에 수질 오염이 더욱 심각해졌다.
  • 광주 지역에서 임시 취수원으로 쓰는 덕흥보는 영산강 광주 지류라 역시 4대강 보와 관련이 없다. 보를 열거나 막거나 덕흥보의 담수량과 무관하다는 이야기다.
  • 이건 사실 해묵은 논쟁인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금강 공주보를 막아서 가뭄을 해소하겠다고 나섰는데 실제로 인근 88헥타르에 공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물을 가두는 건 좋은데 끌어다 쓸 수 없으면 소용이 없고, 펌프로 끌어올리는 정도라면 보를 열어둔 상태에서도 가능하다는 게 뉴스타파의 보도였다.

핵심은.

  • 비가 안 와서 가뭄인 거고, 취수원이 말라서 문제인 거다.
  • 쓸 수 없는 물을 가둬두는 건 가뭄 대책이 될 수 없쓸 수 있더라도 퍼다 쓸 수 없으면 의미가 없다. 트럭으로 퍼나를 건가. 아니면 파이프 깔고 정수시설을 지을 건가.

진단.

  • 문재인이 이명박의 4대강을 뒤집고, 윤석열은 문재인이 뒤집은 걸 다시 살리려 한다.
  • 정치 복수극은 한국식 양당제 권력구조, 특히 상대방의 실패와 실정이 권력 탈환의 가장 큰 동력으로 작동하는 메커니즘에서 불가피한 것인가.
  • 사실 관계는 명확하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한다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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