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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막 질렀고 바이든은 제대로 받아치지 못했다. 트럼프는 불만을 늘어놓으면서 막말과 거짓말을 쏟아냈다. 바이든은 가끔 더듬고 말끝을 흐렸다. (감기에 걸렸다고 한다.)

미국시간으로 6월27일 저녁,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토론이 열렸다.

이게 왜 중요한가.


  • 미국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순간이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영향을 받는다. 가뜩이나 박빙의 지지율에 중요한 변수가 될 토론이다.
  • 90분 동안 서 있는 게 힘들어 보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둘 다 확실히 4년 전보다 훨씬 늙어 보였다.
  • 메이브 레스톤(워싱턴포스트 기자)은 “바이든의 가장 큰 도전은 2020년에 바이든을 지지했던 많은 유권자들이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 민주당 후보가 바뀔 가능성도 거론된다.

종합 평가.


  •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이 “고군분투했다(struggles)”고 평가했다.
  •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주장이 과정과 거짓말로 가득했다”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 세마포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토론 15분 만에 공포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 악시오스는 바이든이 횡설수설했다고 평가했다.
  • 바이든은 트럼프와 비교해서 얼마나 많은 성과를 거뒀는지 강조할 기회를 놓쳤다.
  • 바이든은 트럼프가 4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슬로우뉴스의 평가.


  • 김낙호(슬로우뉴스 준독립편집자, 펜셀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이렇게 정리했다.
  • “트럼프는 인공지능처럼 행동했다. 돌고 돌아 멕시코 국경으로 가는 직설적인 헛소리를 매우 자신감 있게 전달했다. 바이든은 사려 깊은 인간처럼 말했지만 그게 불리하게 작동했다.”
  • “선거 불복을 공언하고 국제 연대를 파기하고 이민자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트럼프 vs. 팩트와 정책으로 반박하는 바이든의 경쟁에서 목소리와 에너지로 트럼프가 이겼다.”

“우리는 마침내 메디케어를 이겼다.”


  • “We finally beat Medicare.” 바이든이 한 말이다.
  • 아마도 메디케어(미국 저소득계층 의료보험) 덕분에 코로나 팬데믹을 이겼다는 말하려던 거겠지만 말이 꼬였다.
  • 트럼프는 바이든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그의 말이 맞다. 그는 메디케어를 이겼다. 죽도록 때려눕혔다.”

멕시코 국경.


  • 트럼프는 계속해서 “바이든이 멕시코 국경을 허물었다”고 말했다. 바이든의 약한 고리다.
  • “말도 안 되고 미친 어리석은 정책 때문에 사람들이 들어와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우리 시민들을 죽이고 있다. 이것은 바이든-이민자 범죄다.”
  • “테러리스트가 몰려오고 있다. 그런데 그는 그냥 문을 열어뒀다.”
  • 트럼프는 주제가 여러 번 바뀌었는데도 이민자 이슈를 계속 물고 늘어졌다.
  • 뉴욕타임스는 이민자와 범죄율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바로 잡았다. 멕시코를 통해 들어온 테러리스트도 확인된 바 없다.

새로운 토론 규칙.


  • 4년 전 토론에서 트럼프가 말을 자주 끊었기 때문에 바이든은 발언 타임이 아닐 때 마이크를 끄자고 요청했다.
  • 트럼프는 새로운 규칙에 잘 적응했다.
  • 오히려 트럼프가 끼어들지 않으니 바이든의 약점이 더 잘 드러났다. 바이든은 더 많은 말을 하려고 했지만 트럼프는 여유 있게 시간을 활용했다.
  • 사회자도 바이든도 트럼프의 거짓말을 바로 잡지 않았다.

선거 결과에 승복할 건가.


  • 사회자가 두 번이나 물었는데 트럼프는 다른 답변을 했다.
  • 세 번째 질문에서야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진다면 승복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여전히 2020년 선거가 조작됐다고 보고 의사당 난입이 잘못됐다고 보지 않는다.

1월6일.


  • 1월6일은 2021년 미국 대선 직후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한 날이다. 트럼프는 “대선 결과에 절대 승복하지 않겠다”며 “지옥처럼 싸우자”고 시위대를 부추겼다.
  • 1월6일을 물었더니 트럼프는 엉뚱한 답변을 했다.
  • “1월 6일에는 국경이 막혀서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1월 6일에 우리는 에너지 독립국이었다. 1월 6일에는 세금이 역대 최저였다.”
  • 뻔뻔하게도 “경찰이 의사당 진입을 허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 국회의사당을 공격할 당시 건물 밖 모습. 위키미디어 공용.

“나는 포르노 스타와 섹스하지 않았다.”


  • 미국 대선 토론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대화였다.
  • 바이든이 이렇게 공격했다. “트럼프는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성추행하고 아내가 임신한 상태에서 포르노 스타와 섹스했다. 도둑고양이 수준의 도덕성을 갖고 있다.”
  • 트럼프는 헌터 바이든(바이든 아들)을 거론하며 범죄자라고 맞받았다.
트럼프(2023년 8월 24일(현지 시각) 공개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샷. 미국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보안관실 제공), 스토미 대니얼스(2015년 당시 모습, 위키미디어 공용)

누가 더 최악의 대통령인가.


  • 바이든: “트럼프 때는 혼란 그 자체였다. 트럼프는 부자들을 위한 경제를 했다. 사상 최대 부자 감세를 했고 국방도 악화시켰다. 나는 제조업 일자리를 만들었다. 아직 물가 문제 많지만 잡을 거다.”
  • 트럼프: “내 재임 기간은 최고의 호황이었다. 감세 덕분에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었다. 세수가 늘었고 경제가 활성화됐다. 바이든은 미국을 도탄에 빠뜨렸다. 바이든이 만든 일자리는 불법 이민자들의 일자리다.”
  • 트럼프는 “바이든이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지 않았으면 내가 선거에 나올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바이든은 여기에 제대로 반격하지 못했다.
  • 바이든은 “트럼프는 민주주의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낙태를 이야기하다 이민자 강간으로 점프.


  • 바이든은 낙태 이슈가 도움이 된다고 보고 선거 쟁점으로 띄우고 있다.
  • 트럼프는 “낙태의 권한을 주로 돌려줬다”면서 “이제 주가 결정을 내린다”고 강조했다. 연방 정부 차원에서 낙태 금지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낙태를 금지한 게 아니라 주 정부의 선택에 맡겼다며 절묘하게 논점을 돌렸다.
  • 그런데 이날 바이든의 주장은 이상했다.
  • 로 대 웨이드 판결의 3분법을 지지한다. 첫 번째는 여성과 의사 사이의 문제고 두 번째는 의사와 극단적인 상황 사이의 문제다. 세 번째는 의사와 여성, 즉 여성과 국가 간의 문제다.” 워싱턴포스트는 “완전히 이상한 이야기였다(absolutely no sense)”고 평가했다.
  • 바이든이 말하려고 했던 3분법(three-trimester framework)은 이것이다.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에서는 임신 첫 3개월 동안 낙태권을 완전히 보장한다. 이후 3개월 동안 제한적으로 임신 중지가 가능하고 마지막 3개월 동안은 금지된다. 2022년 연방대법원은 임신 15주 이후 임신 중지를 전면 금지한 미시시피주법을 합헌으로 판단했다.
  •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이 임신 기간과 낙태의 예외 조건을 혼동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분석했다.
50년만에 뒤집힌 로 대 웨이드 판결. “제인 로”(가명, 실명은 노마 맥코이, 왼쪽 위) 대 헨리 웨이드(오른쪽, 헌법소원 피고, 당시 텍사스 검사). 로 아래는 소송을 진행한 사라 웨딩턴(왼쪽), 린다 커피(오른쪽). 위키미디어 공용.
미국 연방대법원. 2022년 6월 이후~ 현재 로버츠 대법원장의 대법원. 뒷 줄(왼쪽부터): 에이미 코니 배럿,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 앞 줄(왼쪽부터): 소니아 소토마요르, 클래런스 토머스와 대법원장 존 로버츠, 새뮤얼 알리토,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
연방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하는 낙태 찬반론자. Victoria Pickering, Dobbs v. Jackson, 2021. 12. 2. CC BY NC ND

바이든의 치명적인 실수.


  • 바이든은 트럼프의 거짓말을 반박한 뒤 본격적인 쟁점으로 옮겨갔어야 했다.
  • 트럼프는 주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했지만 공화당은 정작 모든 주에서 미시시피주처럼 낙태를 금지하려고 한다. 바이든은 불법 낙태가 여성들을 위험하게 만들 거라는 사실을 지적했어야 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전국적으로 낙태를 금지하는 법이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 결국 바이든은 가장 자신 있었던 낙태 이슈에서도 점수를 얻지 못했다.
  • 트럼프는 낙태 이야기를 하다 “많은 여성이 이민자들에게 살해당하고 강간을 당하고 있다”고 화제를 돌렸다. 낙태 이슈도 이민자 때문에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악의적인 공격이었다.
  • 슬레이트는 “쉽게 이길 수 있는 질문에서 막말을 허용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은 훌륭한 대통령이었지만 낙태할 권리와 관련해서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거짓말.


  • 중국에 큰 적자를 보고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는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 바이든이 세금을 네 배로 올리려고 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바이든 정부의 예산안에 따르면 상위 0.1%가 13.9% 오르겠지만 평균은 1.9% 인상이다.
  • 음식값이 두 배, 세 배, 네 배 늘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20%라고 바로 잡았다.
  • “바이든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부추겼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바이든은 사전에 러시아의 침공 계획을 알고 경고했다.
  • 낙태가 허용되면 9개월 된 아이를 떼어낼 수 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른 주장인데 사회자들이 문제 삼지 않았다. 바이든이 바로 잡았다.

“골프 대결 문제없다.”


  • 나이도 쟁점이었다. 둘 다 늙었지만 트럼프가 “건강 기록을 봐야 한다”고 공격하자 바이든이 “이 사람은 3살이나 어리고 능력은 훨씬 떨어진다”고 받아쳤다.
  • 트럼프가 “어린애처럼 굴지 말자”고 하자 바이든이 “당신은 어린애”라고 맞받아쳤다.
  • 트럼프가 “인지 능력 테스트를 두 번 받았는데 모두 만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테스트는 논란이 많다. 검증된 테스트도 아니다.
  • 트럼프는 골프 실력도 과시했다. “클럽 챔피언십에서 두 번이나 우승했다. 꽤 똑똑해야 하고 공을 멀리 쳐야 한다.” 바이든은 “골프 대결 문제없다”고 말했다.
  • 오늘 토론에서 가장 한심한 대목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마무리 발언.


  • 바이든은 “트럼프가 부자들에게 혜택을 주려 한다”고 공격했다. “공정한 조세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바이든의 마지막 메시지였다. 2분 남짓한 동안 “노인들 처방 약 비용이 연간 2000달러가 넘지 않도록 하겠다”, “육아 비용을 크게 줄이겠다”, “인플레이션과 맞서 싸우겠다” 등의 공약을 강조했지만 임팩트가 약했다.
  • 트럼프는 “바이든은 말만 요란했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면서 마지막까지 “미국이 더 불안해졌고 수백만 명의 이민자들이 들어왔다”고 공격했다. “규제 철폐 덕분에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바이든 정부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마지막 발언은 “미국은 실패한 국가가 됐지만 내가 대통령이 되면 더 이상 실패하지 않을 것”이란 것이었다.
  • 마무리 발언은 동전 던지기로 순서를 결정했다고 한다. 뒤에 말하는 게 당연히 유리하다. 바이든은 동전 던지기에서도 운이 없었다.

“바이든이 떠날 때다.”


  • 폴리티코의 결론이다. 민주당이 바이든의 후보 교체를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오늘 토론의 유일한 좋은 점은 10월이 아니라 6월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 슬레이트도 “민주당에 대규모 내분을 초래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 민주당 선거 캠프에는 이날 토론 내내 항의 전화가 폭주했다고 한다.
  • 한 기부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의 희망은 그가 굴복하거나 선거 운동을 중단하거나 죽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다.”
  • 그러나 폴리티코는 “바이든이 물러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민주당 내부에서 불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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