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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열어보니 카멀라 해리스(민주당 후보)의 참패였다. 선거 직전까지 박빙이라는 보도가 많았고 해리스 지지자들이 결집하고 있다는 분석도 많았다. 미국 대선 결과를 짧게 분석하고 의미를 짚어본다.

7개 경합주를 모두 쓸어갔다.


  • Trifecta(트라이펙타, 3승).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원, 하원을 모두 장악했다. ‘레드 스위프트’가 아니라 ‘레드 스윕’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공화당이 싹쓸이(sweep)했다는 말이다.
  • 도널드 트럼프가 7개 경합주를 모두 가져갔다. 크게 정리해 보면 바이든에 대한 심판이었고 낙태 이슈는 결정적인 변수가 아니었다. 막판에 백인 여성들이 결집한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그보다 더 강하게 ‘대졸 미만 백인 남성’이 결집했다.
  • 뉴욕타임스가 만든 아래 인포그래픽에서 빨간색 화살표는 2020년 대선과 비교해서 트럼프 득표율이 올라간 지역이다.
  • 2020년 대선과 비교하면 3113개 선거구(카운티) 가운데 2994개 선거구에서 트럼프의 득표율이 올랐다. 96%다. 바이든과 비교해서 해리스의 득표율이 올랐거나 같은 곳은 119개 선거구에 그쳤다.
  • 트럼프의 득표율이 늘었다기보다는 4년 전 바이든을 지지했던 민주당 유권자들 상당수가 투표를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트럼프의 득표 수는 4년 전과 비교해서 거의 차이가 나지 않지만 해리스는 4년 전 바이든보다 1000만 표 가까이 덜 얻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트럼프가 왜 이겼고 해리스가 왜 졌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 우리가 놓쳤던 게 뭘까.
  • 여론조사는 왜 실패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 남의 나라 이야기지만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출구 조사 결과 분석.


  • 인종과 성별, 소득으로 갈렸다.
  • 2020년과 비교해서 여성들의 해리스 지지율은 확실히 늘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 남성들이 더 크게 늘었다.
  • 4년 전에는 가구 소득 10만 달러 미만에서 바이든 지지율이 높았는데 올해는 트럼프 지지율이 더 높았다. 교외와 농촌 지역,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유권자 그룹에서도 트럼프 지지율이 높았다. 이들이 미국 인구의 가장 큰 집단이지만 그동안의 여론조사에서 과소 표집됐을 가능성이 있다.
  • 아래 그림은 ABC 출구 조사 결과를 취합해 합계 100% 비율로 환산한 결과다. 대졸 이하 백인들의 트럼프 지지가 압도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구조적으로 투표한 유권자 가운데 백인이 71%를 차지한다. 백인들에게 어필하는 후보가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대졸 이상이 43%, 대졸 미만이 57%인데 대졸 이상에서는 해리스(24:18), 대졸 미만에서는 트럼프(32:25)가 우세했다.

‘정체성 정치’를 둘러싼 논란.


  • “트럼프가 싫은 사람들은 해리스가 못 마땅해도 결국 해리스를 지지할 것이라는 믿음이 통하지 않았다.”
  • 모린 다우드(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민주당의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가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 다우드는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지만 민주당을 덜 좋아하기 때문에 트럼프에 투표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싫지만 그렇다고 해리스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 해리스는 민주주의와 낙태권을 강조하면서 정작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둘이 배치되는 가치가 아니지만 강조하는 포인트가 달랐다는 이야기다.
  • 돈 모이니한(미시건대 교수)은 “‘정체성 정치’는 힘이 약한 집단이나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존중을 구축하는 것”이고 “해리스가 비난을 받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지적했다.
  • 남성과 기독교인, 백인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우파 정치는 ‘정체성 정치’로 정의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지배적인 질서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해리스는 여성이고 이중인종 자녀라는 사실을 강조하지 않았지만 ‘정체성 정치’라며 비난을 받는 상황이다.
  • ‘정체성 정치로 재미를 본 건 트럼프였다.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고 비난했고 “흑인과 히스패닉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주장했다. 돈 모이니한은 “좌파의 ‘정체성 정치’가 개인의 권리를 추구할 뿐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지만 우파의 정체성 정치는 타인의 신체와 선택,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 게 목표”라고 지적했다.
  • 실제로 트럼프의 승리 이후 여성에 대한 억압적인 메시지가 소셜 미디어에 쏟아진 것은 ‘정체성 정치’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딜리버리즘’의 한계.


  • 위의 그림은 ABC 출구조사 결과를 합산 100% 비율로 환산한 결과다. 가장 중요한 요인을 고르라는 질문에 민주주의를 선택한 사람이 34%로 가장 많았고 경제가 32%로 다음이었다. 낙태는 14%, 이민은 11%에 그쳤다.
  •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해리스를 지지한 사람이 전체 27%, 경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트럼프를 지지한 사람이 26%로 비슷했고 전체적으로 1%포인트 격차였다. (기타가 6%.)

가치의 실패가 아니라 전략의 실패.


  • 복스는 해리스가 넘지 못했던 세 가지 장애물을 이렇게 정리했다.
  • 첫째, 세계적인 추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적으로 집권 여당의 지지율이 좋지 않았다.
  • 둘째, 바이든은 원래 인기가 없었다. 이민자 문제를 풀지 못했고 가자지구도 방치하다시피했다.
  • 셋째, 해리스의 문제도 컸다. 셰일 가스 프래킹(수압 파쇄)를 금지하지 않겠다고 했고 국경 횡단 비범죄화를 포기하겠다고 했다. 바이든과 결별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이든에 실망한 중도를 공략했다.
  • 가자지구의 대량 학살을 비난하면서 바이든의 외교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게 가능한가. 해리스가 아랍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표를 크게 얻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복스와 인터뷰한 한 아랍계 미국인은 “트럼프가 팔레스타인에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민주당은 가자지구의 비극을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2016년에는 클린턴이 득표 수는 많았지만 선거인단에서 부족해서 졌다.
  • 올해는? 전국적으로 득표 수도 적었다. 2000년 이후 민주당이 가장 못한 선거였다.
  • 트럼프와 해리스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312명대 226명이다. 과거 세 차례 선거와 비교해 보면 해리스는 전국 득표에서도 트럼프에 크게 뒤졌다.

바이든과 차별화에 실패했다.


  • 바이든을 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을 밟고 갔어야 했는데 어정쩡한 스탠스에 머물렀고 시간도 부족했다.
  • 바이든이 버티는 것보다는 나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어쨌거나 졌다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바이든 vs. 트럼프였다면 트럼프가 7%포인트 차이로 이겼을 거라는 분석도 있었다.
  • TV 토론 실패 이후 바이든이 물러났을 때는 이미 해리스 외에 다른 대안이 거의 없는 상태였고 해리스는 바이든을 넘어설 수 없었다. 만약 바이든이 좀 더 일찍 물러났더라면 결과가 달랐을 거란 이야기가 나온다.
  • 4년 전 미국 국민이 바이든을 찍는데 큰 부담이 없었던 건 4년만 하고 물러날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 그런데 민주당이 2022년 중간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바이든으로도 이길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뉴욕타임스가 분석한 해리스의 패인.


  • 에즈라 클라인(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의 분석이다.
  • 중간 선거에서 실패한 정부는 피벗(대대적이고 급격한 전환)을 하는데 바이든은 피벗을 하지 않았다.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 양극화가 심한 나라에서는 원래 현직 대통령이 인기가 없다는 핑계도 있었다. 바이든보다 트럼프가 더 인기가 없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봤던 것도 패착이었다.
  • 바이든이 사랑 받았던 건 과거의 민주당 대통령들과 달리 중도 성향 유권자들을 되찾으려고 지지층을 소외시키는 방식으로 정치를 재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니 샌더스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가 바이든을 지지했던 것도 중도 확장에 도움이 안 됐다.
  • 한 마디로 2022년과 2024년이 달랐다.
  • 해리스가 러닝메이트로 조쉬 샤피로(펜실베이니아 주지사)를 선택했어야 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설령 펜실베이니아에서 이겼더라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샤피로는 월즈보다 중서부 지역에서 확장성이 더 떨어졌을 수도 있다.

예측이 실패한 이유.


  • 위 도표가 경합주 예측 확률이었다. 맨 위 트럼프가 7개 모두 이길 확률이 20%, 해리스가 모두 이길 확률이 13.9%였다. 그만큼 경합주는 한 군데라도 넘어가면 한꺼번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봤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는 이야기다. 선거인단도 4만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우가 트럼프가 선거인단 312명을 확보하는 6% 확률의 시나리오였는데 결과적으로 이게 맞았다(아래 그래프 참조).
  • 네이트 실버가 24가지 이유를 분석했는데 몇 가지만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 경제는 지표가 아니라 심리다. 팬데믹 이전, 트럼프의 첫 3년 동안 경제가 좋았다는 착각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 때 힘들었던 경험이 바이든 집권 기간과 겹쳐서 인식이 좋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바이든 정부의 지표는 좋다. 완전 고용에 가깝고 성장률도 한국보다 높다. 트럼프 정부 평균 성장률이 분기 기준 0.5%인데 바이든은 0.8%다.
  • 해리스에게는 현직 프리미엄이 아니라 핸디캡이 컸다. 잘하고도 욕 먹는 바이든과 공동 운명체다.
  • 포퓰리즘이 먹혔다. 힐러리 클린턴은 트럼프 지지자들을 ‘비열한 자들(Basket of deplorables)’이라고 비난했지만 그들이 미국 국민의 거의 절반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팀 월즈는 “저 사람들 이상하지 않아요?”라고 조롱했다. ‘위어드(weird)’ 전략이 패인이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 젊은 남성들의 박탈감도 컸다. (뉴욕타임스 조사에서는 18~29세 남성의 58%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해리스는 37%에 그쳤다.) 대학 진학률도 줄었고 오히려 역차별을 이야기하는 시대다.
  • 민주당이 코로나와 범죄, 워크(woke) 등의 이슈에서 너무 멀리 나갔다는 인식이 컸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작용이었을 수도 있다.)
  • 트럼프는 유권자들이 “트럼프는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데 능숙했다. 해리스는 그게 안 됐다. (실제로는 트럼프 당선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 했다. 해리스는 이들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 민주당은 대학 교육을 받은 엘리트 계급에 어필했지만 그게 오히려 확장성을 떨어뜨렸을 수도 있다. 트럼프는 민주당이 이상한(weird) 사람 취급을 했던 한계(marginal) 그룹에서 지지를 끌어냈다.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민주당의 지지층을 분열시켰다. 공화당은 분열할 만한 이슈가 없었다.
  •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와 실리콘 밸리의 부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면서 ‘샤이 트럼프’들을 끌어냈다. 저런 ‘네임드’들도 트럼프를 지지하는데, 이런 정서가 트럼프 지지를 부끄럽지 않게 만들었다.
  • 총격 사태도 트럼프의 호감을 끌어올렸다. 실제로 트럼프는 2016년과 2022년보다 호감도가 더 올랐다.
AP 통신 에번 부치 수석 사진기자가 현지시각 2024년 7월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장에서 총격 직후 찍은 사진. 피격 직후 트럼프 지지를 공식 선언한 머스크도 이 사진을 자신의 X계정에 올렸다.

여론조사의 한계도 있었다.


  • 월스트리트저널은 맞았다. “우리가 맞았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 다른 여론조사가 계속 틀렸던 이유는 첫째, 트럼프는 중도 성향 유권자들을 끌어들였고, 둘째, 비백인 유권자들에게 지지율이 높은데, 셋째,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응답률 2%의 여론조사로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 낮 시간에 20분 동안 여론조사에 응답할 수 있는 사람들은 고령의 백인 여성이 많았다. 온라인 여론조사를 보완했는데 민주당 지지자들 응답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 2016년 예측 실패 이후 샤이 트럼프를 보완했는데 보정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 결국 얼마나 가중치를 두느냐의 문제인데 월스트리트저널은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통해 보완했다. 이를테면 히스패닉 유권자들 일부는 첫 10분 동안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말했다가 인터뷰가 끝날 때쯤 트럼프를 지지할 거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 월스트리트저널은 인앱 방식 조사를 병행했고 2020년에 투표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변수에 반영했다. 전체 유권자의 17%였는데 이 그룹에서 트럼프 지지율이 20%포인트 앞섰다.
  • 아이오와에서 셀저앤컴퍼니 여론조사가 빗나갔던 것도 무작위 전화 조사에 의존했기 때문이었다. 마이클 베일리(조지타운대 교수)는 “여론조사 업체들은 무작위 표본 방식 조사에서 벗어나 모델링에 익숙해져야 한다”면서 “가정을 더 잘 테스트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BBC가 이렇게 조언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본으로 돌아가 정확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다.”

폴리마켓은 맞았나.


  • 폴리마켓에서는 막판에 트럼프 당선 확률이 낮아지긴 했지만 10월 이후 계속 트럼프가 앞섰다.
  • 트럼프에 3000만 달러를 베팅해서 ‘고래’라고 불리는 큰손이 있었는데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위스콘신 등 경합주에 베팅해서 5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트레이더 출신의 프랑스 국적 투자자였다고 한다.

1700만 명의 MAGA.


  •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건 저렇게 차별과 혐오를 내뱉는 사람이 어떻게 다시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 데이빗 프렌치(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가 1700만 명과 7400만 명, 두 가지 숫자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1700만 명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더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골수 트럼프 지지자들이고 7400만 명은 트럼프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7400만 명 가운데 인종 차별주의자나 여성 혐오주의자가 있겠지만 전부가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 MAGA 연합보다 반 MAGA 연합이 더 컸다. 그런데도 진 건 전략의 실패였다. 민주당은 정치 참여도가 높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높았고 공화당은 일상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적은 유권자들을 공략했다. 지난해부터 계속 나왔던 이야기인데 민주당은 신호를 무시했다.
  • 한 트럼프 지지자가 이런 말을 했다. “1월 6일(의사당 점거 사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계란과 우유, 가스 가격만큼 내 삶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2020년 11월 1일. 트럼프 제공.

인플레이션이 변수였다.


  • 미국은 27개월 연속 4% 미만의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다. 임금 상승률이 인플레이션을 웃돌았지만 취약 계층은 고통이 컸다.
  • 복스는 올해가 세계적으로 집권 여당에게 잔인한 시기(brutal time)라고 지적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양극화의 여파다. 일본의 자민당과 오스트리아 인민당, 영국의 노동당 등이 모두 최악의 선거를 치렀다.
  • 26주(반 년) 이상 실업 상태인 사람이 160만 명으로 늘었다. 코로나 때보다는 낫지만 2023년과 비교하면 30만 명 이상 늘어난 규모다. 대학 졸업생 절반 이상이 1년 넘게 불완전 고용 상태라는 분석도 있었다.
  • 저축은 줄고 빚이 늘고 있다. 신용카드 연체율도 오르고 있다. 복스는 많은 미국 국민이 트럼프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낙태가 결정적인 변수가 안 된 이유.


  • 낙태할 권리 이슈가 해리스 득표율과 연동되지 않았다.
  • 낙태할 권리를 확대하는 법안에 찬성하면서 트럼프를 지지한 주도 많았다. 애리조나와 미주리, 몬태나, 네바다 등이다.
  • 트럼프가 13%포인트 격차로 이긴 플로리다는 낙태 허용 법안에 57%가 찬성했다. (찬성 60%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 아래 그림에서 맨 왼쪽 보라색은 낙태할 권리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의미다. 왼쪽에서 두 번째 칸은 대통령 선거 결과다. 일치하는 주가 3개 주, 일치하지 않는 주가 5개 주다.
  • 이게 의미하는 것은 낙태 때문에 트럼프를 뽑거나 뽑지 않거나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 미국 유권자의 30%가 낙태할 권리를 지지하면서도 동시에 트럼프를 지지했다.
  • 결과적으로 해리스가 못해서 졌다. 흑인 여성이라는 핸디캡도 컸지만 석 달은 캐릭터를 구축하기에 부족한 시간이었다. 바이든이 늦게 물러난 게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낙태가 중요한 쟁점이었고 민주주의가 핵심 가치였지만 대중 정치에는 그 이상이 필요했다.

주류 언론의 실패와 반성.


  • 세마포에 이런 분석이 실렸다. 언론이 트럼프를 제대로 비판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잘 싸웠지만 잘 싸웠는데도 졌다.
  • 첫째, 언론 보도가 믿음이 없고 보지 못했거나, 관심이 없었다. 뉴스의 사막화도 심각하다. 코드커팅으로 케이블 뉴스 시청률도 줄었다. 뉴스 접근성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 둘째, 신문 구독자도 많지 않다. 데이비드 렘닉(뉴요커 편집장)은 “대중과 대화하고 있다는 착각은 사라진지 오래”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3억 명의 인구가 사는 나라에서 11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이야기다.
  • 셋째, “미국 국민의 절반은 언론이 편향돼 있고 종종 쓸모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기자들이 공화당 지지자들을 범죄자처럼, 민주당 지지자들을 도움이 필요한 친구처럼 취급한다고 생각한다.”
  • 짐 벤더하이(악시오스 CEO)는 “주류 언론에 대한 직감적 점검의 시간(gut-check time for traditional media)”이라고 말했다.
  • 제시카 레신(디인포메이션 설립자)은 “트럼프는 다루기 어려운 인물이지만, 그에 대한 정치적 저항의 역할을 하는 것은 언론의 임무를 넘어선다”고 주장했다.
  • 독자에게 어떻게 생각하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의 일이 아니다. 우리의 임무는 새롭고 중요한 사실, 특히 권력자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다. 언론인들이 깨달아야 할 것은 트럼프가 경멸하는 것, 즉 보도에 편견을 두지 않고 강하고 정확한 보도를 위해 싸울 수 있고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엘리자베스 앤 워런 (Elizabeth Ann Warren, 1949년생)

편집자 주.

미국 대선 분석은 슬로우뉴스 준독립편집자(Editor-at-Large) 김낙호 드렉셀대 교수의 인터뷰 캡콜드케이스로 이어집니다. 인종과 성별, 계급의 문화적 맥락과 낙태할 권리를 둘러싼 갈등의 구조 등을 이야기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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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미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이번 선거 결과가 충격적입니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는 봤지만 누가 이긴다해도 근소한 차이로 이길거라 예상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국민들이 이정도로 원한다면 그냥 트럼프가 하겠다는데로 그냥 놔두고 어디까지 가나 직접 경험해봐야 싶기도 합니다. 똥인지 된장인지 직접 먹어봐야지 그동안 못먹게 막았더니 더 열을 내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기사에는 거론하지 않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민주당이 법적인 제제에 너무 집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트럼프를 그냥 뒀다가 선거 이후에 소송을 이어가면 모를까 괜히 선거 이전에 소송을 진행해서 트럼프에게 서사만 부여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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