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홍윤희의 2024 미국 대선] 2024년 8월 필라델피아에서 레이건과 오바마를 보았다! 오늘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팀 월즈가 공식 부통령 후보직 수락 연설을 앞두고 있습니다. 역대급으로 평가받는 팀 월즈의 연설을 PR 전문가 홍윤희(무의 이사장)가 분석합니다.

팀 월즈 미네소타주지사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발표된 지 몇 시간 만에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14,000명이 운집한 미 민주당 첫 정∙부통령 후보 공동 유세를 본 몇 가지 느낌을 공유한다. 대학 부전공(커뮤니케이션)과 20년 회사 경력(홍보)에 의거한 지극히 개인적 평가이며 반박 시 반박하는 분이 맞는 걸로. 😉

월즈 주지사. 민주당 역대 대선후보 중 케네디 이후 연설(stump speech) 가장 잘하는 것 같다. 역대급인 오바마보다 더 잘하는 거 같다. 연설 스타일은, 톤은 존 매케인(오바마와 맞붙었던 공화당 대선후보)을, 리듬을 타는 것과 유머는 레이건을 닮았다. 일단 연설 흐름이 좋다. 사실 부통령 후보 지명된 후에도 미국인의 월즈 인지도는 매우 낮았다(61%가 모른다고 답했다).

그래서 첫 스피치로 자신을 소개하는데, 와. 스피치 누가 썼냐. 감탄했다. 챗GPT나 클로드에서 ‘나를 소개하는 연설문을 써줘. 팀 월즈 연설 스타일로’라고 하면 발표 만점!이 될 듯. 사실 더 놀라운 건, 그 연설 전달력이었다. 월즈 연설의 몇 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1. 자기를 깎아내리는 쿨한 유머🤣

“학생들이 ‘선생님 정치해 보세요’라고 했어요. 고등학교 교사가 다 엄청 긍정적이잖아요? (폭소) 그래서 1892년 이후 민주당 출신 하원의원이 딱 1명밖에 없는 지역에 출마했어요. (대폭소) 그렇게 당선돼서 공직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환호)”

2. 풍부한 제스처와 표정으로 드라마타이즈(드라마+홍보)하기 🤷🏼‍♂️

일명 심야쇼 호스트 스타일이랄까? 사진을 참고하시라.

“JD 밴스는 하트랜드 출신이라고 하죠?(미국 중서부. 공업, 농업지대. 산업이 몰락한 소도시가 많은 곳) 그 동네 출신이 다 그렇듯이 예일대 갔지요? (폭소) 실리콘밸리 억만장자(피터 틸)가 일자리 줘서 출세했죠? 그리고 나서 자기 고향을 까는 책(힐빌리 엘리지)을 썼다고요? 오우 컴 온! (대폭소)”

3. 비판에 펀치라인 넣어 제대로 맥이기👊

“공화당에서 요즘 부쩍 자유를 강조하죠? 여성들이 산부인과 의사 진료하는 걸 정부가 감시할 자유 말하는 건가요? (환호) 미네소타주에는 황금률이 있는데 서로 선택한 게 다르더라도 이웃의 선택을 존중하는 겁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요. ‘알아서 하세요(Mind your own damn business)!’ (대환호)”

여성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제한하려는 트럼프 캠페인을 겨냥한 말이다. 임신 중단뿐 아니라 인공수정도 제한하려는 흐름이 있다.

4. 스토리텔링으로 감동 한 스푼 추가💧

“여성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지지하는 데엔 제 개인사도 있습니다. 인공수정으로 힘들게 갖게 된 딸이 있어요. 이름을 호프(Hope)라고 지은 건 그것 때문이었어요.”

해리스와 대선 캠페인을 함께 하기 위해 필라델피아로 떠나기 전에 가족들과 함께 사진 촬영하는 월즈. 맨 앞에서 사진을 셀프 사진으로 찍는 여성이 월즈의 딸 ‘호프’. 우리나라에선 ‘희망’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5. 리듬 조절🎶

“착각하지 말자고요. 트럼프 재직 시절 범죄는 늘었습니다!” (함성)
여기엔 트럼프가 저지른 수많은 범죄는 포함조차 안한 겁니다” (대폭소와 함성)

6. 찐 군인👮‍♂️ 출신 보여주는 전문용어(?) 쓰기

“투표까지 91일 남았다고요? 와우 것 참 쉽겠네요. 죽기 전까지 잠을 안 자면 됩니다! (We’ll sleep when we’re dead)”

7. 관중과 교감하기🗣️

  • 자기 비하 개그칠 때: “제가 이 거 기억할 만큼 나이가 좀 들었어요. 아 저쪽에도 나이든 백인 남자분 계시네요”
  • 누군가 구호를 외치면: “제 등 뒤에서 구호 외쳐준 분 고마워요”
  • 먼 곳에 있는 관중 챙기기: “저어기 3층에 계신 분들도 함꼐 해줄 거죠?”

월즈는 ‘큰아빠가 돌봐준다’는 느낌만 내는 게 아니라 실제로도 관중을 살피고 돌보는 모습을 보여준다. 월즈는 지난 8일 위스콘신주 야외 유세에서 한 관중이 불편한 모습을 보이자 전체 유세를 멈추고 해당 관중이 적절한 케어를 받을 때까지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결론: 와우! 연설 고트(GOAT🐐: 역대 최고)! 인정!!

오바마 연설문을 썼던 존 패브로는 월즈를 이렇게 극찬했다: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해 이야기할 때 민감한 이슈는 소위 버퍼링이 걸리기 마련인데 월즈는 매우 진보적인 정책에 대해서 말할 때조차도 거침없다. 말에서 진정성이 묻어나고 대화하듯 연설하는 게 큰 장점이다.

존 패브로 (오바마 연설문 작가)

월즈는 유세를 거듭하면서 상대방 공격 수위를 조절하는 노련함도 보인다.

X(트위터)에 돌아다니는 밴스에 관한 인터넷 루머가 있다. 밴스 책(힐빌리 엘리지)에 밴스가 소파에서 자위행위를 했다는 내용인데, 사실무근으로 책에 그런 내용은 없다. 월즈는 그 루머를 슬쩍 언급하면서 연상 단어(couch)를 딱 한 번 말했는데, 그다음부터는 쓰지 않았다. 사실 월즈가 이 단어 썼을 때 해리스는 옆에서 살짝 불편한 기색 드러냈다.

또 흥미로운 건 월즈가 연설에서 트럼프가 실제 기소를 당한 범죄자라고 언급하면 청중이 ‘트럼프 구속!(lock him up)이라고 연호하는데, 이를 저지하며 “트럼프의 유죄는 법정에서 판단할 것이며 우리는 11월 선거 때 심판하면 된다”면서 신중하면서도 품위 있는 태도를 보인 점이다. 참고로 ‘트럼프 구속!'(“lock him up”)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관리에 대해 FBI가 조사한 사건을 언급하며 범죄자라는 암시를 하자 유세장 청중이 ‘힐러리 구속!'(“lock her up”)이라고 연호한 것의 미러링이다.

+ 몇 가지만 추가

1. 오바마 연상시키는 샤피로

이번 행사에서 첫 연설자는 바로 행사가 열린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이자 부통령 후보 최종까지 올라간 것으로 알려진 조시 샤피로. 샤피로 연설도 대단히 좋았다. 샤피로는 연설이 오바마 스타일이다. 강약 조절 완급 조절, 단어 사용(예: You all → Y’all) 댓구 활용하기, 반복 문구 사용하기.

그런데 지인짜 지인짜 좋았던 것. 샤피로가 월즈를 소개하며 “정말 좋은 사람이고, 애국자며 선생님 코치다!” 이렇게 진심 담아 소개하는 것. 월즈가 “필라델피아 시민 여러분. 맨 먼저, 여러분의 주지사 대단하네요!”로 각각 서로에 관해 긴 연설을 하는데 내가 약간 글썽했다. 이 순간이 뭔가 예전에 정치 이념은 달라도 서로를 존중하고 높여주던 시절이 오버랩되서였다.

존 매케인 후보가 당시 대선에서 맞붙은 오바마를 비난하는 공화당 지지자를 향해 “아닙니다. 선생님께서 오해하셨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훌륭한 사람이자 가정을 사랑하는 사람(family man)입니다.”라고 오바마를 감싸줬던 그런 시기 말이다.

2. 월즈에게 하나만 조언한다면

얼굴을 자주 만지는 경향이 있는데 고치시는 게 좋을 듯. 머리 자주 긁고 코도 가끔 만지는데 특히 코 만지면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서… 혹시 해리스 캠페인과 연결되는 분들 전달해 주세요!?

3. 민주당 차기 리더군, 연설 잘함

연설을 잘한다고 정치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암튼 이번에 보니 미국 민주당의 차기 리더군이 알맹이 있게 연설도 잘하고 정말 탄탄하다. 낸시 펠로시가 ‘두터운 리더군’이라고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그리고 트럼프라는 막강하고 못 말리는 적이 있어서 그런지 똘똘 뭉쳐 있고 서로를 챙기는 이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있다. 다음 선거에 누가 나오든 간에 연설은 향후 12년 동안, 그 전에도 그랬지만, 민주당 후보 연설이 볼만할 것 같다.

4. 토크쇼 진행하면 무쟈게 잘할 듯?!

이번에 월즈가 부통령이 된다면, 부통령 이후 대통령에 나설 수도 있고, 사실 <더 데일리 쇼>같은 레이트 나이트 진행자 하면 무지하게 잘할 것 같다. 📺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