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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5·18 43년 특별기획 KBS광주 ‘1980, 로숑과 쇼벨’ 제작진을 만나다

송강호 배우 주연의 ‘천만 영화’ [택시운전사] (2017)는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세계에 알린 독일 외신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이야기를 담았다. 힌츠페터는 2003년 KBS 1TV에서 방영된 [KBS 일요스페셜] ‘80년 5월, 푸른 눈의 목격자’를 통해 대중에 알려졌는데, 이후 많은 이들이 5·18을 기록한 외신기자로 기억하고 있다.

△ KBS광주가 특별기획하여 2023년 5월 18일 방영한 [다큐 인사이트] ‘1980, 로숑과 쇼벨’ (출처: KBS 다큐 갈무리)

1980년 5월, 광주에 있던 외신기자는 그뿐만 아니다. 브래들리 마틴(미국·볼티모어 선), 노먼 소프(미국·아시아 월스트리트저널), 도널드 커크(미국·시카고 트리뷴) 등 5·18 당시 외신기자들은 다시 광주를 찾아 5·18 기념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리고 2023년 우리는 ‘프랑수아 로숑’과 ‘패트릭 쇼벨’을 추가로 알게 됐다. KBS광주가 5·18 43주년을 맞아 특별기획한 [다큐 인사이트] ‘1980, 로숑과 쇼벨’을 통해서다.

△ 1987년 5월 20일 발행된 [말] 지 11호 표지에 ‘꼬마상주’ 사진이 실렸다.

‘꼬마상주 사진은 누가 찍었을까?’ 1980년 광주에서 군인들의 총에 맞아 사망한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들고 있는 ‘꼬마상주’ 사진은 1987년 5월 발행된 [말]지 11호 표지에 실리며 전 세계에 5·18의 아픔을 전한 상징이 됐다. [말]지는 민언련 전신인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1984년 창간한 진보 월간지로 대항매체가 전무하던 시절 제도언론이 외면한 민중의 진실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이 사진을 누가 어떻게 찍었는지는 알려진 바 없었는데 KBS광주가 이를 추적했다. 그 실타래 끝엔 그동안 공개된 적 없던 로숑과 쇼벨의 사진 1,073장과 그 속에 담긴 80년 5월의 진실이 있었다. 2023년 6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한 KBS광주 ‘1980, 로숑과 쇼벨’의 김재형 PD를 6월 30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민언련 사무실에서 만났다.

△ 5·18 43년 특별기획 KBS광주 ‘1980, 로숑과 쇼벨’ 김재형 PD ⓒ민주언론시민연합

찢어진 외신 뒤져가며 찾은 ‘그 사진 누가 찍었나’

‘꼬마상주’ 사진을 누가 촬영했는지 의문을 품으며 방송이 시작되던데. 그 ‘질문의 시작’이 궁금하다.

김재형: 3년 전인 2020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KBS광주에서 세 가지를 준비했다. 하나는 다큐멘터리, 두 번째는 일종의 연대프로젝트로 ‘인권중심도시’ 광주를 중심으로 인권 탄압을 받고 있는 국가를 연결해 5·18 위상을 다시 한 번 세워보는 것, 세 번째는 5·18 관련 인물을 만나게 하는 것 등이었는데 하나가 엎어졌다. ‘쉽지 않네’ 생각하면서 우리끼리 밥 먹고 얘기하다 한 선배가 툭 던졌다. “(전라도 사투리로) 그 사진 누가 찍었는지 안가(아는가)?” 한 번도 궁금해 해본 적 없던 질문이었다. 준비하던 프로젝트가 엎어진 김에 한번 찾아보자 해서 시작했는데, 당시 막내였던 내게 자료 찾는 임무가 주어졌다.

가장 먼저 한 일은?

김재형: 5·18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고 싶어 PD가 되긴 했지만, 부족하기도 하고 정보도 많이 없어서 ‘뭐든 다 찾아보자’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일단 당시 발간된 사진이나 외신잡지 등을 다 찾아봤다. 누구든 이름이 나오면 그 이름을 검색하고, 그분의 사진집이 있다고 하면 가서 찾아보고. 딱히 정보가 없으면 책이나 사진집 뒤에 나오는 후기 같은 것도 다 읽어보면서 ‘관련된 말 없나’ 찾아봤다. 이렇게 저렇게 찾다보니 일단 국내 기자는 다 소거되더라. 이미 돌아가신 분들은 자제분들께 전화해서 여쭤보기도 했고, 또 신문사에 연락해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외신 잡지만 남았다. 외신 잡지를 보기 위해 국회 도서관, 전남대 도서관, 조선대 도서관 다 가봤다.

△ 언론검열로 잡지에서 절취된 5·18 기사 (출처: KBS 다큐 갈무리)
PD가 외신 잡지를 들춰보는 장면에서 5·18 부분이 다 절취된 잡지가 나오기도 하던데.

김재형: 그게 재미있던 부분이다. 1980년 5월 18일부터 6월 초까지 발간된 잡지는 대부분 열람 신청했는데, 신기하게도 5·18 관련된 부분은 다 찢어져 있었다. 연출된 화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실제로 그랬다. 미국 [뉴스위크], [타임], 독일 [슈피겔], [슈테른] 등 당시 외신 잡지에서 광주 관련 얘기는 다 삭제돼 있었다. 그래서 ‘꼬마상주’ 사진의 출처는 더 확인하기 어려웠고, 더 궁금해졌다.

결국엔 잡지를 뒤적이다 구글링에 성공하는 장면이 나온다.

김재형: 사진의 행방을 찾다 5·18기념재단을 통해 [퀵(quick)]이란 잡지에 이 사진이 실려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잡지를 보니 ‘FOTOS GAMMA(photo gamma의 프랑스어)’라고 적혀 있었다. 처음엔 ‘gamma(감마)’라는 게 ‘사진 감광재료’란 의미여서 사진정보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프랑스 사진 인화 및 스토리지 회사 이름이었다.

△ 로숑을 찾는 힌트가 됐던 FOTOS GAMMA (출처: KBS 다큐 갈무리)

그러다 다른 국내 기자 책에서 ‘PP’라는 단어도 알게 됐다. 사진기자가 찍은 사진이 다른 잡지나 신문에 이용됐을 때 그 사진을 ‘PP(press photo)’라고 하더라. 제일 재밌던 건, 지금은 광주를 ‘Gwang-ju’라고 알파벳 G(지)로 쓰는데 그 당시엔 K(케이)로 썼더라. 우리는 ‘Gwang-ju’로 찾으니 검색이 안 됐던 거다. 이 모든 정보를 조합해 다시 검색해봤더니 갑자기 광주와 관련된 새로운 사진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발견하게 되었다.

특파원과 인적 네트워크, KBS의 장점을 쏟아 붓다

‘이 사진 누가 찍었을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해 결정적으로 ‘프로그램으로 제작해야겠다’고 판단한 때는 언제인가.

김재형: ‘꼬마상주’ 사진을 촬영한 사람(프랑수아 로숑)을 찾아 접촉을 시도했다. 그러나 로숑은 프랑스 파리에 있어서 당장 직접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인스타그램 DM도 보내보고, 이메일도 보내봤는데 전혀 답이 없는 거다(웃음). 그런데 KBS의 가장 큰 장점은 특파원 제도가 있다는 거니까, 파리 특파원을 통해 접촉했다. 일단 우리가 필름을 디지털화 하는 비용을 다 댈 테니 당시 찍은 사진을 먼저 보내달라고 했다. 앞서 설명한 ‘gamma’ 회사가 600장 정도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후 디지털 파일로 받은 사진들을 보고 다큐멘터리 준비를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수신료의 가치다(웃음). 특파원에게 부탁하는 과정까지도 쉽진 않았을 텐데 3년 간 사진 출처를 쫓아다닌 건, 새로운 진실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인가?

김재형: 아니다. 전혀 그런 건 없었다. 처음에는 단순 뉴스거리로 생각했다. ‘사진의 원작자를 찾았다’ 정도의 뉴스. 그때는 거기까지가 그 사진을 볼 수 있는 제 시선이었다. 여기에 프로그램 작가님들, 선배 부장, 부국장께서 해석을 덧붙여줬다. 이 사진들에는 이러한 가치가 있고, 또 이러한 사실이 있으니까 프로그램을 만들어볼 법하다고. 제가 눈 여겨 본 것은 그 사진들 속에 새로운 외신기자가 한 명 더 있다는 것이었다. 그가 (프로그램의 또 다른 주인공인) 패트릭 쇼벨이다.

5·18기념재단이나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등의 도움도 받았던데 자주 협업하는 편인가?

김재형: 기구 간 협업이 잦진 않지만 지역 내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재단’에서 도왔다고 표현하지만 재단의 어느 팀장님이 도와주신 것이다(웃음). 기획을 시작한 2020년엔 제가 3년 차 PD였다. 그래서 선배 PD들은 더 많고 더 넓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니까 각자 들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어떤 어머님이 상을 받으셨다더라’ 이런 한 마디. 그런 것들이 쌓여 제가 직접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과정에 보탬이 됐고, 결국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

처음엔 사진을 보더라도 누가 누군지 바로 알 수 없었을 텐데 외부 도움을 받았나.

김재형: (당시 계엄군에 의해 강제로 연행돼 고향을 등진 채 떠돈 행방불명자인) 조영운 씨와 (국립 5·18민주묘지 행방불명자 묘역에 있는) 이창현 씨의 경우 파리에서 처음 사진을 봤을 땐 누구인지 몰랐다. ‘누구지?’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선배 PD인 김무성 부장은 사진이 워낙 고화질이니까 한 사람 한 사람 누군지 찾을 수 있겠다 싶어 아는 분들에게 ‘여기서 기억나는 얼굴이 있느냐’고 물어보고 다녔다.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서. ‘이 사람 누구인 것 같아?’ 물어본 뒤 직접 찾아가서 확인해보고, 이야기 들어보고. 이런 작업을 계속 반복했다.

△ 5·18 행방불명자 이창현 씨 어머니 김말임 씨가 쇼벨 사진을 보고 눈물 짓고 있다. (출처: KBS 다큐 갈무리)
편성제작국에서 옛날 사진을 보면서 ‘이건 누구다’, ‘이건 모르는 사람이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자체가 신기하다. 역사 속 사건임에도 모두가 자세히 기억을 공유하는 것 같다.

김재형: KBS광주는 5·18에 대해 부채감이 있다고 본다. 당시 제대로 보도하지 못해 방송국이 불탄 일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채감이 있어서 5·18엔 관심 갖고 꾸준히 취재해오고 있다. 특히 선배들이 그렇다. 꾸준히 조사하고, 취재하고 이런 작업이 쌓여서 우리가 프로그램 만드는 데 도움 되는 부분이 많다. 그런 분위기가 쌓여간다.

중요한 키워드다. 부채감과 분위기의 누적. 매년 KBS광주는 5·18 관련 기획을 하지 않나.

김재형: 해마다 하고 있다. 내년엔 또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나 항상 고민한다.

시청자는 모르는 극적 효과, PD의 뇌구조

방송을 보면 꼬마상주 사진을 찍은 로숑을 찾아 이야기를 듣다 ‘그때 같이 간 외신 기자가 있다’, ‘이름은 패트릭 쇼벨이다’라는 말을 듣게 되더라. 극적 장면인데 로숑 입에서 쇼벨 이름이 나올 것을 기대하고 갔나?

김재형: 사실은 그 촬영 전 이미 쇼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웃음). 파리 특파원과 코디가 처음 로숑을 만났을 때 로숑이 ‘나 혼자 간 거 아냐. 쇼벨도 같이 갔어’라고 말했다. 그런데 로숑은 우리 제작진이 1차로 만나기 전까지 자신이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우리도 쇼벨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쇼벨을 만날 거라는 걸 말하지 않다가 로숑을 만났을 때 (사진 속) ‘이 사람 누구야?’, ‘이 외신기자도 있었어?’라고 물어보면서 자연스럽게 이름이 나올 수 있게 했다. 연출을 물 흐르듯 하고 싶었다. 방송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게 만들고 싶어 일부러 서로의 존재나 상황을 잘 모르게 하는 경우도 좀 있다(웃음).

로숑과 쇼벨이 초청받아 광주에 왔다. 꼬마상주 사진 주인공 조천호 씨를 상무관에서 만나는 장면도 감동적이던데.

김재형: 무조건 로숑과 쇼벨이 광주에 와야 스토리가 마무리된다고 생각해 초청했다. 광주에 모셔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했는데, 일단 조천호 선생과 만나게 하는 게 핵심이었다. 그런데 조천호 선생이 언론 불신이 커서 인터뷰나 섭외가 어려웠다. 이후 조천호 선생이 상무관에 오시기로 하긴 했지만 로숑과 쇼벨은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촬영 전날 쇼벨이 만나고 싶던 분이 여럿 있었다. 그런데 그분들이 다 만남을 거절했다. 쇼벨 앞에서 ‘만나길 원하신 분들이 촬영을 거절하셨다’고 말씀드렸다. 로숑은 꼬마상주를 만날 거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못 만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후 상무관에서 조천호 선생에게는 2시 반에 와달라고 하고, 로숑에게는 2시 약속이라고 했다. 2시 5분, 10분… 이렇게 시간이 지날 때마다 제가 전화하는 척도 하고(웃음), 조천호 선생은 이미 오셨는데 잠깐 기다려달라고 하고 그랬다.

행사 기획자 같다. PD의 세계를 모르기 때문에 그런 연출까지 기획하는지 몰랐다(웃음).

김재형: 출연자가 모르는 상황을 통해 여러 흐름과 감정이 자연스럽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이 포인트였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로숑이 갑자기 문 앞까지 나와서 밖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온다. 제작진이 시킨 게 아니라 갑자기 한 행동이었다. 꼬마상주를 정말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잘 나타난 장면이다. 옆에서 쇼벨도 우리에게 계속 묻는다. ‘진짜 안 오는 건가요?’ 그런 장치가 있었으니까 로숑의 진심어린 표정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굳이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그러기도 하는데(웃음), 그렇게 해야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밖에도 화면 구성에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난다. 로숑과 쇼벨의 사진만 쭉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사진과 함께 사진 당사자의 현재 인터뷰가 겹쳐 나오는 등 구성이 촘촘하다.

김재형: 일단 취재를 다 하고, 구성을 생각했다. 다만 이번 특집을 시작할 때 담당 작가님에게 ‘원고 없이 가고 싶다’, ‘제3자가 내레이션을 하면 시청자와 출연자가 거리감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속 당사자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다. 그 작가님의 최고 장점은 원고 필력인데(웃음), 그럼에도 작가님이 그 능력을 인터뷰와 자료 영상을 잘 구성하는데 써주셨다.

내레이션이 들어가면 구성이 알차지고 섬세해지고 친절해진다.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내레이션을 통해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 게 없으면 출연자 입에서 그 말이 나오게끔 만들어야 한다. 취재할 때마다 어떤 자료가 있으면 다 읽어달라고 하고, 또 어떤 분들에게는 애국가를 불러달라고도 했다. 경창수 선생(5·18 시민군)이나 다른 분들이 당시 시신을 운구할 때 애국가를 불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를 떠올리며 애국가를 불러달라는 등 구성을 고려해 어떻게 극적 효과를 넣을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시청자들이 들으면 놀라워 할 PD의 뇌구조이다.

김재형: 물론 원고 없이 인터뷰로만 가는 게 요즘 추세이기도 하다(웃음).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KBS광주, 그들을 신뢰하는 지역사회

로숑과 쇼벨의 사진으로 지난 5월 광주에서 전시회를 열었던데.

김재형: 유럽은 저작권에 대해 확실히 민감하더라. 한국과는 다르다. 우리는 보통 사진기자가 방송에 출연하면 출연료를 지급하고, 마침 자신을 소개하는 거니까 사진 몇 장을 그냥 제공해주는 편이다. 그러나 로숑과 쇼벨의 경우 방송에 출연하는 것과 사진을 제공하는 것은 별개였다. 사진 하나하나에 대한 저작권을 해결해야 했다.

처음엔 방송에 필요한 저작권만 해결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선배 PD가 연구나 전시 목적의 저작권 확보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방송, 전시, 연구 세 가지를 갖고 협상을 했는데, 전시와 연구 목적은 쉽게 해결됐다. 2025년 목표로 5·18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을 복원 중인데, 완료되면 그곳에 로숑과 쇼벨의 사진과 이번 다큐멘터리 영상이 들어가게 된다. 또 5·18기념재단이나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 등에 연구 목적으로 사진을 쓰라고 KBS광주에서 제공할 수도 있게 됐다.

이것 역시 수신료의 가치를 보여주는 사례로 중요하겠다.

김재형: 전체 제작비의 3분의 1을 전시에 배정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비용을 장비에 투자하거나 했으면 더 잘 만들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런 걸 포기하고라도 이 사진들을 시민 분들에게 보여주고, 연구 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에서도 전시회가 열리면 좋겠다.

김재형: 그러려면 별도 협상을 또 해야 한다. 옛 전남도청 상설 전시까지 계약에 넣었는데, 다른 용도의 전시를 하려면 저작권에 문제가 생긴다. 조금 아쉽다. 이런 경우 국가가 나서서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웃음).

앞으로 제작하고자 하는 5·18 관련 다큐멘터리가 또 있는가.

김재형: 지난 3년간은 KBS광주가 5·18을 잘 다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다음이 진짜 중요하다고 본다. 다음에 뭘 해야 할지는 우리도 감이 안 온다.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다만 이번 로숑과 쇼벨 편을 제작하고 나서부턴 80년 당시 일곱 살로 행방불명된 이창현 군에 대한 애착이 생겼다. 쇼벨이 찍은 사진 속에 실종 때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지금 어딘가에 살아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인데, 그를 찾아나가는 얘기에 집중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KBS광주의 장점을 소개한다면.

김재형: 지역사회에서 KBS광주의 힘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신뢰라고 생각한다. 다른 지역은 어떤지 모르지만 지역사회에서 KBS광주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히 높다고 느낀다. 5·18 취재를 나가면 뭐라도 더 알려주고 도움 주려는 분들이 많다. 지역시민을 위해 KBS광주가 노력한 부분이 있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본다. 지역사회의 신뢰와 그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취재와 보도가 가능한 건 방송사로서 엄청난 장점이다.

△ KBS광주 5·18 43주년 특별기획 [다큐 인사이트] ‘1980, 로숑과 쇼벨’이 2023년 6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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