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직면한 정치적·제도적 위기

2023년 12월 3일,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헌정질서의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의 시간은, 단지 하나의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국가 권력이 어떻게 재편되고, 제도와 법이 어떤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거스를 수 있는지를 마주하는 과정이었다.

이 보고서는 그 과정 안에서 내가 보고, 듣고, 감당한 것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교수이자 연구자로서 이 사태를 분석하는 일은, 개인의 의견이나 입장을 넘어서 현실의 구조를 추적하고, 그 구조가 드러내는 권력의 방향을 설명하려는 시도였다. 짧은 시간 안에 방대한 판결과 문서, 발언과 절차들이 쏟아졌고, 그 모든 것을 따라가며 정리하고 해석하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사건들이야말로 내가 오랜 시간 연구해 온 주제와 가장 깊이 교차하는 현실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은 분명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그 이후다. 정권은 교체되었지만, 권력을 구성하던 제도와 인물들, 그리고 그들이 공유한 통치 감각은 여전히 제도 안에 남아 있었다. 이 글은 그 권력 구조의 잔존과 재편 과정을 따라가며, 그것이 어떻게 다시 정치의 중심으로 복귀하고 있는지를 추적한 것이다. 나는 그것을 ‘내란 과두제 카르텔’이라 부르기로 했다. 이 표현은 하나의 단정이 아니라,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설명하기 위한 분석적 이름붙이기다.

이 글이 지금 한국 사회가 직면한 정치적·제도적 위기를 조금 더 정직하게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이들이, 이 시간과 이 감각을 함께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윤석열 내란 혐의 사건과 사법·검찰의 조직적 방탄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령을 전격 선포하며 헌정질서를 중단시켰다. 이는 국회, 언론, 시민사회를 제압하고, 군·경·정보조직을 통해 선거 일정과 정치 반대 세력을 통제하려 한 시도로, 민주주의 제도 전체를 위협하는 실질적 내란 행위였다. 이 조치는 헌법재판소의 긴급 심리로 이어졌고, 2025년 4월 4일 헌재는 8:0 전원일치로 윤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했다.

파면 이후 윤석열은 2025년 1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되었다. 이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사례였다. 그러나 곧바로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이 아닌 ‘취소’하는 이례적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은 반전되었다. 지귀연 판사는 구속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이유를 들었으나, 이는 형사소송법이 명시한 ‘일(日) 단위 산정 원칙’에 반하여 ‘시간+일’을 혼용한 계산 방식에 기초하고 있었다. 즉, 남은 구속기간이 있었음에도 자의적 계산을 통해 석방 결정을 내린 셈이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검찰은 이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는 물론 일반항고조차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검찰 내부의 공식 의견과도 배치되었다.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구속기간 산정의 위법성과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즉시항고를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우정 검찰총장은 2025년 1월 8일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항고를 포기했다. 대검은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과 “보석·구속집행정지에 관한 헌재 위헌결정”을 이유로 항고 포기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른 논리였다. 헌재의 위헌 판단은 보석과 같은 인도주의적 조치의 즉시항고가 영장주의를 침해할 수 있다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며, 이번 윤석열 사건은 그와 달리 구속기간 산정과 절차 적정성에 대한 본질적 법률 다툼이었다.

법리상 항고는 정당했고, 필요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계엄 실행에 가담했던 군·경 고위 간부들이 모두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오직 윤 전 대통령만 구속에서 벗어난 것은 사법적 형평성, 책임성과 정당성 모두에 위배되는 특혜적 처분이었다.

윤석열은 이후 2월 20일 열린 첫 공판 준비기일에는 출석했으나, 구속 취소 후 열린 3월 24일 두 번째 준비기일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법원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4월 14일 열린 정식 1심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다시 출석했으며, 4월 21일 두 번째 정식 재판은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었다.

이후 5월 1일,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는 대통령 파면 이후 헌법 제84조의 불소추 특권이 소멸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였다. 재직 중이었던 시점의 행위라 하더라도, 내란·외환의 죄를 제외한 모든 형사소추는 재직 중 금지되지만, 파면으로 인해 법적 면책은 사라졌던 것이다.

요약하면, 윤석열에 대한 사법적 특혜는 단순한 재판부의 법해석 문제가 아니었다. 이는 지귀연 판사의 위법적 구속기간 산정 방식, 심우정 총장의 즉시항고 포기, 검찰 내 공식 반대 의견의 묵살, 정치적 방어권을 이유로 한 석방 지휘 등 일련의 과정들이 결합된 조직적 사법 방탄의 정점이었다.

이러한 구조는 검찰과 법원이 결합하여 체제 수호적 정치기구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며, ‘내란 과두제 카르텔’이 단지 상징이 아니라, 구체적 절차와 기구를 통해 현실 속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파기환송: 사법의 정치화와 대선 개입 구조

2025년 3월 25일, 서울고등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제기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인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는 해당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발언이 사실과 명백히 달라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제시하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의 전개는 여러 면에서 이례적이었다. 사건 절차는 다음과 같다. 3월 25일: 항소심 무죄 선고 -> 3월 29일: 대법원 접수 -> 4월 22일: 전원합의체 회부 결정 -> 5월 1일: 선고.

전합 회부는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에서 종종 이뤄지는 절차로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회부 결정 후 불과 9일 만에 선고가 내려졌으며, 이는 대법원 내부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속도로 평가되었다. 실제로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은 5월 2일 국회 법사위에서 “9일 만에 선고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인정하며, 대법관들이 “충실히 기록을 검토했을 것”이라 밝혔지만, 외부에선 7만 쪽에 달하는 기록을 단기간 내 검토했다는 점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법원은 “전자사본화로 신속 검토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통상 단독판사 사건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음에도, 이번 사건은 전원합의체로 회부되었고, 이는 “사회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이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 결정은 대선이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6월 3일 대선, 5월 1일 선고)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대법원은 “국민적 관심이 크다”는 이유로 선고 과정을 방송 및 유튜브로 생중계했으며,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접 판결문을 낭독했다. 피고인인 이재명 후보는 출석 의무가 없어 법정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생중계는 결과적으로 대법원이 선거 국면에서 정치적 신호를 발신한 사건으로 인식되기에 충분했다.

판결 내용은 법리 판단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나, 2심 재판부가 판단한 발언 맥락과 고의성 판단을 다시 해석한 점에서 사실심 판단을 다시 구성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특히 다수의견은 ‘허위의 인식 가능성’, ‘유권자의 오인 가능성’을 강조했으며, 이는 고의성·맥락을 중시한 2심 판결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점은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의 41쪽에 달하는 소수의견에서 강하게 문제 제기되었다. 이들은 “다수의견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했으며, 후보자의 발언은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음에도 이를 단일한 의미로 해석하고, 사실심 판단을 자의적으로 뒤집었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형식적으로는 법률심의 틀을 유지했으나, 다음과 같은 요소들에서 사법의 정치 개입이라는 의혹을 부인할 수 없는 구조를 갖는다:

  • 전원합의체 회부 결정의 이례성과 선거 시점과의 밀착
  • 9일 만에 이뤄진 초고속 선고와 그 전례 부재
  • 생중계라는 상징적 연출과 대법원장의 직접 판결문 낭독
  • 유죄 취지 판결로 형의 확정은 유예되었으나, 정치적 불신은 즉각 파급
  • 소수의견의 논리적 정합성과 다수의견의 확대 해석

이 판결은 이재명 후보의 출마 자격을 막지는 않았지만, 선거 국면에서 유권자에게 유죄 가능성을 강하게 환기시키는 정치적 효과를 낳았으며, 보수·진보 언론 모두에서 “대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비판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은 윤석열 체제의 붕괴 이후에도 사법부가 독립적 기관을 넘어 정치 지형을 능동적으로 형성하는 ‘잔존 권력’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정치의 법률화가 아니라, 법률의 정치화가 선거 공간을 직접 조율하는 순간이자, ‘내란 과두제 카르텔’의 사법 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다.

윤석열 행정부 고위직의 ‘사직-출마’ 전환과 권력 재편 시도

윤석열 대통령이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인용 판결로 파면된 후, 행정부는 헌정 질서를 안정적으로 복원하고 국가 기능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할 과도기적 책임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그 직후 행정부 수반급 인사들이 연이어 사직 후 대선행보에 나서며, 행정의 책임정치는 정치 권력 재편의 출발점으로 전환되었다. 이 과정은 윤석열 체제 잔존세력이 권위주의적 행정 기반을 선거 정치로 이관하며 통치 연속성을 도모한 전략적 이동으로 평가된다.

2025년 5월 1일, 대법원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직후, 당시 국무총리이자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한덕수는 돌연 사직을 선언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언론은 “사법 리스크 재점화와 동시에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 부상”이라는 프레임으로 이 사건을 주목했다.

그러나 한덕수의 행보는 돌발이 아니었다. 이미 총리실, 국무조정실 내 일부 고위직 인사들이 사전에 사직하고 선거 조직에 합류하고 있었고, 캠프 명단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는 공무원 신분으로 선거 준비를 기획했다는 점에서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의 경계선을 넘나든 행위였으며, 정치적 책임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채 내란 이후 정치 복귀 경로를 설계한 움직임이었다.

무엇보다 중대한 문제는, 한덕수가 현재 ‘내란죄 피고발인’ 신분이라는 사실이다. 2024년 12월 3일 계엄 선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계엄 문서에 서명하고 국무회의 결정을 주도한 실질적 책임자로 시민단체 및 국회의원들로부터 고발되었다. 이는 단지 정치적 책임이 아닌 형사적 책임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중대한 헌정적 함의를 지닌다.

5월 1일, 국회가 최상목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상정하자 그는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그의 사직서는 총리직과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함께 수행하던 한덕수가 수리할 예정이었으며, 두 사람의 사표는 모두 5월 2일 0시부로 처리되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직은 이주호 사회부총리에게 이관되었다.

표면적으로는 행정적 인계 절차가 무리 없이 진행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 과정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남긴다. 한덕수는 이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사표 수리 권한을 행사했고, 최상목은 탄핵소추 직전에 스스로 물러나면서 헌재 판단을 피했다. 공식 절차상 초법적 위임은 아니지만, 이같은 행정 처리의 타이밍과 내부 조율 과정은 ‘비공식 통치라인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더구나 최상목 역시 내란죄 피고발인이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실행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그는, 계엄 관련 예산 편성, 경제 비상조치 협조, 실행 문서 회람에 간접 관여한 의혹으로 야당 및 시민단체에 의해 직무유기 및 내란 방조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그는 사직 직후 “경제 안정과 재도약을 이끌겠다”는 메시지를 내며 대선 참여 의사를 사실상 표명했고, 보수진영 내에서는 윤석열 정권의 경제철학을 계승할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형사적 책임 가능성을 정치적 복귀 서사로 전환하려는 기획적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 김문수는 이들보다 앞서 자발적으로 사직하고, 윤석열 파면 이후 보수우파 정치세력, 극우 개신교 진영과의 연계를 강화하며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윤석열 정부 시절 “자유의 적은 노조”라는 식의 반노동·반공 담론의 전위에 있었고, 퇴임 직후에는 “윤 대통령의 계엄은 미완의 계몽이었다”고 평가하는 극단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윤석열 체제의 이념적 전위를 넘어, 거리정치, 종교정치, 혐오정치를 연결하는 실천적 매개자로 역할하고 있으며, 보수정당 내부에서 윤석열 지지층과의 다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의 존재는 정치적 복귀가 곧 윤석열 통치 패러다임의 부활을 의미함을 보여준다.

이처럼 윤석열 체제의 핵심 국무위원들이 연이어 사직하고 대선에 나서는 흐름은, 단지 정권 재창출의 의지를 넘어 내란 기도에 연루된 인사들이 형사책임을 회피하고 정치권력으로 복귀하는 구조적 통로로 작동하고 있다. 특히 한덕수와 최상목은 계엄령 실행의 법적 책임이 제기되는 와중에도, 자신들의 사직을 “정무적 결단”으로 포장하며 선거에 나섰다.

이는 권한대행 체제가 본래 가졌던 헌정 안정, 권한 수습, 체제 회복의 책임을 망각한 채, 권력 연속성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헌법 질서 전복의 정당성을 ‘선거’를 통해 세탁하려는 기획이라 할 수 있다.

이 세 인물은 단순히 장관직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라, 윤석열 체제의 정치적·이념적 계승자로 등장했다. 그들의 행보는 헌정 질서에 대한 복원의지가 아닌 내란의 잔여 권력이 선거 정치로 자신을 재구성하는 시도다. 그리고 이 시도는 사법부의 침묵, 검찰의 비호, 국민의힘 내 후보 단일화 구도와 맞물리며 ‘내란 과두제 카르텔’의 정치 블록 구성을 완성해간다.

이처럼 행정부는 파면된 대통령의 법적 책임은 피하고, 그의 정치적 유산은 잇는 복합적 공간이 되었으며, 정권이 교체되어도 권력은 해체되지 않는 구조가 뿌리내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치 공학이 아닌, 법적 책임과 헌정 반역이 선거라는 장을 통해 세탁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구조적 위기를 의미한다.

내란 과두제 카르텔: 검찰·사법·행정의 잔존 권력 연합과 구조적 재편

이 글에서는 윤석열 정권 파면 이후에도 권력을 실질적으로 유지하거나 재편하고 있는 검찰·사법부·행정부 고위권력 간의 유기적 연계 구조를 ‘내란 과두제 카르텔’이라 명명한다. 이 개념은 헌법재판소가 “헌정 질서 파괴”로 판단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를 기점으로, 내란 혐의를 받은 대통령의 퇴진 이후에도 해당 체제를 구성한 엘리트 권력이 해체되지 않고 선거, 사법 절차, 행정 조직을 매개로 다시 정치적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흐름을 비판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카르텔’은 일반적으로 기업 간 담합을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서로의 법적 책임을 분산시키며 권력적 이익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비공식 권력 연합을 지칭한다. ‘과두제’는 검찰·법원·행정부 고위층이라는 민주적 통제를 벗어난 소수 엘리트가 권력을 독점·관리하는 구조를, ‘내란’은 형사상 용어를 넘어서 헌법 질서를 무력화하려 한 위헌적 권력 남용을 상징적으로 가리킨다.

이 표현은 단정이 아니라 정치사회적 경고이며, 검찰의 수사 방기, 사법부의 정치적 판결 타이밍, 행정부 인사의 대선 진출 등 개별 사례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권력 구조의 재편과 그 위험성을 이름 붙이는 비판적 분석의 출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판결로 파면되었지만, 그로 인해 윤석열 체제를 구성하던 권력 구조가 해체된 것은 아니었다. 대통령이라는 헌정기관이 제거되었을 뿐, 그 권위를 떠받치고 실질적 실행을 담당했던 권력 집단들은 여전히 공적 제도 내부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그들은 오히려 윤석열의 퇴장 이후 더욱 조직화되고 전략적으로 재편되었다. 검찰, 사법부, 행정부 고위 관료, 그리고 여당 정치권력은 상호 연계되어, 권력 공백을 메우기보다 오히려 윤석열 정권의 정치적 유산을 전면에 다시 등장시켰다. 이 글에서는 이처럼 내란 행위 이후에도 해체되지 않고 제도 내부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잔존 권력 연합을 ‘내란 과두제 카르텔’이라 명명한다. 이는 위헌적 행위에 연루되었거나 이를 방조한 소수 권력 엘리트들이 검찰, 사법, 행정 각 분야에서 기능을 분담하고 권력을 재구성하고 있다는 비판적 분석 개념이다.

이 권력 연합의 핵심은 단지 연대가 아니라 분업이다. 검찰은 기소 시점을 조율하고 정치적 프레임을 형성하며, 사법부는 그에 응답해 정치적 타격을 공식화하고, 행정부는 권한대행 체제를 통해 정치자산을 재편하거나 선거 경쟁자를 양산한다. 윤석열의 실각 이후 이 권력 블록은 자율적·분산적 연합을 통해 스스로를 재구성했고, 이는 단순한 정권 말기의 관성적 조직 잔존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들은 내란 시도라는 역사적 단절 이후에도 실질 권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것은 하나의 새로운 체제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조직적 일관성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검찰은 윤석열 퇴진 이후에도 권력 설계의 출발점을 쥐고 있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상 기소는 정치적 시점을 계산한 전략적 수사였고,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이 나오자마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사직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시점은, 그 기획이 얼마나 정교하게 조율된 것이었는지를 드러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 취소에 대해 검찰은 즉시항고조차 하지 않았고, 심우정 검찰총장은 “전직 대통령의 방어권”이라는 명분 아래 특수본의 이견을 무시한 채 석방을 묵인했다. 반면 이재명에 대한 기소는 다중의 병합 사건을 통합해 정교하게 진행되었고, 대법원 판결 직후에는 대중 여론에서 ‘유죄 가능성이 높은 후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기소가 있었으나, 이 사건은 오히려 상징적 균형을 맞추기 위한 ‘대칭 기소’로서 기능했을 뿐, 수사·기소·공판 모두에서 지연과 분산이 이어졌고, 오히려 정치적 기획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수단이 되었다.

사법부는 이 구조 속에서 결정적 기능을 수행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무죄 판결이 내려진 지 불과 한 달 만에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고, 전원합의체 회부 결정에서 선고까지는 단 9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는 법원행정처도 인정했듯 “사례를 찾기 어려운 속도”였고, 생중계 결정과 조희대 대법원장의 직접 낭독은 사법 판단을 정치적 메시지로 전환시키는 대표적 연출이었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은 법률심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심 판단을 다시 구성했고,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발언의 다의성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선거 개입이라는 의혹을 자초했다. 특히 지귀연 부장판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기각이 아닌 취소로 결정한 것은 법률적으로도 전례 없는 일이었으며, 통상적인 일 단위 계산을 무시하고 시간 단위 해석을 병용하여 구속 기간을 줄이는 해석을 적용한 점은 명백한 법적 파격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검찰은 어떤 항고도 하지 않았고, 그 법리적 오류는 그대로 사법적 기정사실로 남았다.

행정부는 권한대행 체제를 헌정 복원의 수단이 아니라 정치 재편의 공간으로 전환시켰다. 한덕수 총리는 대법원의 이재명 파기환송 판결 직후 사퇴하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국회 탄핵안 상정 직후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두 사람의 사표는 모두 5월 2일 0시부로 수리되었고, 권한대행직은 이주호 사회부총리에게 이관되었다. 이 과정은 초법적 위임은 아니더라도, 이미 사직 의사를 공개한 총리가 후임자의 사직서를 수리한 점에서 비공식 통치라인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더 중요한 점은 이들이 모두 계엄 실행과 관련해 고발된 내란죄 피고발인이라는 사실이다. 한덕수는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계엄령 공포에 서명한 인물이며, 최상목은 국무회의 참석 및 경제부처 협조의 책임자로서 실행력 있는 지위를 가졌다. 이들이 탄핵 심판이나 수사 책임을 피한 채 곧바로 대선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검찰과 사법의 권력 유보적 태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와 같은 연계 구조는 단순히 우연한 권력 잔존의 결과가 아니다. 검찰이 수사를 기획하고 기소의 방향을 선택하며, 사법부가 해당 사건을 예외적으로 처리하고 정치적 타이밍에 맞춰 선고하며, 행정부 고위직이 이를 바탕으로 정치 전환을 실행에 옮기는 이 삼각 구조는 서로 연계되며 기능하고 있다. 이 권력은 개별 행위자의 책임을 넘어서 체계적으로 분업화되고 있으며, 권력의 해체가 아니라 권력의 재배치라는 성격을 갖는다. 그것은 공무원 윤리나 사법 중립, 수사 독립 같은 형식적 명분 아래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실질은 민주주의 절차의 왜곡, 정치적 선택권의 제한, 헌정적 책임의 유예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은 탄핵되었지만, 윤석열 체제를 구성하던 권력 연합은 해체되지 않았다. 그들은 사라지지 않았고, 서로의 자리를 바꾸며 제도 안에 남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정권은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체제는 바뀌지 않았다. 이른바 ‘내란 과두제 카르텔’은 아직도 작동 중이며, 그것은 선거를 통해 다시 정당성을 획득하려는 방향으로 정치적 궤도를 이동하고 있다. 이 구조를 해체하지 않고서는, 정권 교체만으로 민주주의의 회복은 불가능하다.

해체되지 않은 권력과 민주주의 회복의 조건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인용 결정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었을 때, 많은 이들은 마침내 헌정 질서가 복원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상징적 자리에 대한 사법적 단죄가 국가 권력 전체의 청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윤석열 정권을 떠받쳤던 권력의 핵심 집단들―검찰, 사법부, 행정부 고위 관료들―은 대통령의 파면 이후에도 해체되지 않았고, 자신들의 위치를 교체하거나 조정함으로써 구조적으로 재편되었다. 그 결과, 정권은 교체되었지만 체제는 남았다. 실질 권력은 여전히 윤석열 체제를 구성했던 집단들의 손에 있었고, 그들은 제도 내부에서의 정치적 생존 전략을 통해 다시 중심으로 복귀하려 하고 있다.

이 글에서 ‘내란 과두제 카르텔’로 명명한 구조는 바로 그 잔존 권력의 실체이다. 내란 혐의로 파면된 대통령의 지시와 계획에 따라 움직였던 검찰, 사법, 행정의 고위 엘리트들이, 서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정치적 타이밍을 조율하며, 제도 내부에서 권력을 공유하고 재편한 것이다. 이 카르텔은 윤석열이라는 인물의 사법적 퇴장과 동시에 정치적 위상을 잃은 것이 아니라, 각자의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권력의 지렛대를 행사하며, 오히려 윤석열 파면 이후의 공백기를 선점하는 방식으로 구조화되었다. 그 핵심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모적 해체 시도였다.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을 피하기 위해 구속영장을 기각이 아닌 ‘취소’로 처리한 지귀연 판사의 결정을 적극 방조했다. 즉시항고조차 하지 않은 검찰총장 심우정의 판단은 단지 수사의 소극성이 아니라, 윤석열 체제를 형사적으로 방어하겠다는 조직적 선택이었다. 사법부는 이재명 대표의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이례적으로 빠르게 구성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사실상 선거 개입에 가까운 판결을 내렸다. 생중계 결정, 전원합의체 회부, 대법원장의 직접 낭독 등 일련의 연출은 사법 판단이 중립성을 넘어 정치적 파급력을 의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행정부 고위직들은 그보다 더 노골적으로 정치권으로 이동했다. 윤석열 정권의 권한대행이자 계엄령 시행의 실질적 책임자였던 한덕수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바로 다음 날 사직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으며, 경제부총리였던 최상목 역시 국회 탄핵안 직후 사의를 표명하고 대선 경선 주자로 부상했다. 이들은 모두 12.3 계엄령 실행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인물들이며, 내란 혐의로 고발된 상태였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에게 어떠한 수사도 개시하지 않았고, 행정부는 이들의 사직을 ‘정무적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 그 결과 권한대행 체제는 헌정질서 복원의 공간이 아니라, 내란 체제의 정치적 복귀를 위한 플랫폼으로 전락했다.

이처럼 내란 과두제 카르텔은 헌정 질서를 회복해야 할 순간에, 그 회복의 조건과 공간을 장악함으로써 다시 정치의 중심에 복귀하고자 했다. 그들은 사법의 중립성을 명분으로 법을 정치화했고, 검찰의 독립성을 내세워 기소와 비기소를 조율했으며, 행정의 연속성을 들먹이며 정치로의 이행을 정당화했다. 이 모든 과정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척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권력의 폐쇄적 순환을 지속시키는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다.

정권이 교체되었더라도 체제가 남아 있다면, 민주주의는 여전히 위기 상태다. 정권은 다수결로 바꿀 수 있지만, 체제는 권력 구조를 해체하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는다. 윤석열의 파면은 하나의 시작일 뿐, 그것은 구조적 해체의 첫 단추이지, 최종적인 종결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지 범죄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가 가능했던 권력 구조 전체를 드러내고 해체하는 일이다. 검찰의 기소권 구조, 사법부의 인사 체계와 판결 절차, 행정부 내 권한 위임 구조 등, 모든 제도적 조건이 권력 집중과 책임 분산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는 이제 제도 바깥의 투쟁이 아니라 제도 내부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회복되어야 한다.

내란 과두제 카르텔이라는 이름은 하나의 정치적 언어이며 분석적 지칭이자 경고이기도 하다. 권력을 나눠 가진 이들이 형식상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실질적으로는 정치의 규칙을 바꾸고 법의 무게를 조정하며 선거의 조건을 왜곡하는 이 모든 흐름은, 이제 더 이상 음모가 아니라 구조다. 우리는 그 구조를 이름 붙이고, 해체하고, 다시 구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윤석열 이후의 정권조차 윤석열 체제의 일부로 남게 될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 회복은 정권 교체가 아니라 권력 구조의 전면적 전환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전환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침묵이나 타협이 아니라, 구조의 언어와 해체의 정치다. 그 첫 번째 실천은, 이름을 붙이는 일이다. 지금 우리가 그것을 ‘내란 과두제 카르텔’이라 부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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