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인터뷰] 차지호 민주당 의원, “망가진 시스템과 극단적 분열, 시험 문제 알고도 풀지 않는 상황.” (⌚6분)
민주당 초선 의원 차지호(45) 이력은 특이하다. 의사 출신 교수이고, 미래학자면서 인도주의 활동가 경력도 있다.
의사는 첫 환자 경험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한다. 차지호의 첫 환자는 탈북민이었다. 이후엔 난민을 치료했다. 차지호는 “탈북자와 난민들이 아픈 이유는 몸에 있지 않다. 망가진 사회에 있다”고 말했다.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병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AI로 망가진 시스템을 살릴 수 있을까.
- 의료, 인류, 보건 등 다방면 경험과 지식을 보유한 그가 주목하는 미래 의제는 AI다.
- 그가 연구했던 전 세계 분쟁 지역은 공통적으로 인간지능(Human Intelligence, HI) 시스템이 망가져 있었다. 한 국가에서 교육 체계가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의사와 과학자, 기술자를 길러 낼 수 있다. 분쟁 지역은 HI가 제대로 형성될 수 없다.
- 이들에게 AI가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차지호는 말한다. 그는 의사를 대신해 진단해주는 AI를 연구한 학자다. 망막 사진 안에서 혈관 변형을 찾아 심장 질환을 예측하는 AI를 연구했다. AI는 심장 CT 촬영보다 정확도가 높았다.
- “불평등 사회에 AI를 어떻게 접목시켜 망가진 시스템을 회복할 것인가.” 정치인 차지호가 풀어야 할 숙제다. 차지호를 12일 오후 국회에서 만났다.

‘엔진’ 개발은 늦었다, ‘완성차’를 노려라.
— 이재명 대통령은 GPU(그래픽 처리 장치) 5만 장을 확보해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 번째 AI 인프라 강국으로 거듭나겠다고 공약했다.
“해야 하는 일이다. 다만, 모든 주요국이 하고 있기 때문에 ‘전략’일 순 없다. 미·중은 한국과 비교해 수십 배 비용을 들여 매우 좋은 ‘자동차 엔진’을 만들고 있다. 후발 주자인 우리로서는 더 좋은 엔진을 만드는 것보다 좋은 전략은 ‘완성차 제조’일 것이다. AI 자체 엔진보다 중요한 건 AI로 형성되는 생태계다. 교육이 됐든 의료가 됐든, AI 시스템을 구축하고 판매하는 것을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윈도우나 맥(macOS) 같은 컴퓨터 운영 체제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 AI가 단순 기술이나 산업 혁신을 넘어 ‘문명적 전환’을 이끌 것이라 전망했다.
“과학 기술과 산업에만 초점을 맞춰 AI 정책을 만들어야 할까. 의문이 있다. AI는 우리 사회 ‘전체’를 변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AI 전환을 마주할 것이다. 그래서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기업은 AI만 단독으로 쓸 때보다 AI와 사람을 같이 썼을 때 생산성이 높아야 사람을 채용할 것이다. 최근 의료 분야에서는 AI와 사람이 결합했을 때보다 AI만 쓸 때가 생산성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예전에는 전문의와 AI를 연결해(전문의+AI) 진단하게 했을 때와 비숙련 의료노동자와 AI를 연결해(간호조무사+AI) 진단하게 했을 때를 비교하면, 당연하게도 전문의와 AI가 협력할 때 성능이 더 좋았다. 한두 달 전 연구 논문은 비숙련 의료노동자와 AI 결합이 전문의와 AI 결합보다 성능이 더 나은 것으로 역전됐다. 인간지능(HI) 시스템인 전문의들과 AI가 의사결정 과정에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AI만 일할 때, 또는 AI와 비숙련 노동자가 일할 때 성능이 더 좋다는 것이다. 병원이나 기업 입장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겠나? 이젠 AI가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취직이 가능하다.”

“의사는 어렵지만 의료 AI 수출은 가능.”
— AI가 양극화를 심화하고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하다.
“이 속도라면 이재명 정부 말기 AI 전환으로 인한 실직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 계층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미래 전략은 ‘엔진’이 아니라 ‘완성차’에 있다고 했는데, AI와 결합할 산업을 주목하고 성장·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일례로 2032년경 개발도상국 의료시장 규모는 2경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이 ‘미충족 의료’(Unmet Needs·의료서비스가 필요한데도 필요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상태)다. 의사는 수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의사는 어렵지만 의료 AI는 수출이 가능하다. AI 엔진을 의료 및 교육 등에 갖다 붙이는 산업 전략이 중요해질 거라 본다.”
— ‘AI를 국민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공공재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했다. ‘AI 기본사회’라는 단어가 인상 깊었다.
“기본사회는 모든 국민이 어느 정도 기본적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AI 기본사회는 AI 기술을 통해 사회 서비스 접근성을 대폭 높이자는 이야기다. 필수 의료가 무너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우리 할머니가 계시는 전남 신안군 사례를 보면(웃음), 그곳에 의사가 없는 건 아니다. 필수 의료 ‘전문의’가 없다. AI가 지방의 1차 진료의와 협력하여 필수 의료 전문의 수준의 진단과 기본 약 처방을 하게 되면 의료 공백이 사라진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내가 생각하는 AI 기반 의료는 1차 의료를 전문의 수준으로 높일 수 있게 AI 생태계를 구성하는 거다. 시스템 구축에 많은 돈이 필요하지도 않다.”

— AI가 정보 및 계층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AI가 어떻게 결합하느냐가 중요하다. 금융 대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은행은 ‘대출금을 어느 정도 회수할 수 있을까’를 따진 뒤 대출 여부나 규모를 결정한다. 우리 할아버지와 30~40대 펀드매니저에게 나오는 대출금에 차이가 나는 이유다. AI가 할아버지의 금융 관련 의사결정을 지원한다면 금융 리스크가 감소할 것이다. 펀드 매니저와 격차도 줄어든다. AI 기본금융 개념이다. 전세 사기 문제나 보이스피싱 같은 문제도 AI 학습을 통해 근절할 수 있다고 본다.”
양극화 부추기는 나쁜 정치, 알고리즘 통제가 관건.
— AI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여기서 멈춰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다.
“무시무시하긴 하다. 그렇지만 AI 발전을 막아야 한다, R&D 예산을 줄여야 한다, 이런 정도까지는 모르겠다. 우리보다 똑똑한 AI한테 총칼만 안 쥐여줬으면 좋겠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군사 분야의 AI 경쟁이 매우 뜨겁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전까지 핵무기 증강이 확산했던 것처럼, AI 활용을 하지 않으면 군사력이 월등하게 낮아지는 걸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 간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나는 AI를 군사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반대한다. NPT처럼 AI 군사적 활용을 포괄금지하는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미국과 유럽 전역에 반(反)이민 정당이나 정책이 대중 지지를 얻고 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보나?
“미국과 유럽은 ‘이주’가 중요한 정치 이슈였다. 특정 그룹을 미워하고, 갈등을 조장해 자기 세력을 결집하는 ‘나쁜 정치’가 유튜브 등 AI 알고리즘과 연동되어 극단적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 과거 같으면 당선은 상상도 못했을 정치 세력이 AI 알고리즘 영향으로 정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한국도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해 이주자들이 많이 늘었다. 우리도 이주 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가운데, AI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미디어 환경 영향으로 극단적 양상을 띨 수 있다. 포용 사회를 설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발맞춘 교육과 정책이 뒷받침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죽음을 보고 행동해야 한다.
— 미래학자도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는 예측하지 못했을 것 같다. 비상계엄 때 무엇을 하고 있었나?
“의원실 식구들과 삼겹살을 먹고 집으로 가던 중, 올림픽도로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려고 할 때 연락이 왔다. 비상계엄 소식을 듣고 얼어붙었다. 그 얘기를 과거 활동했던 콩고에서 들었으면 바로 대응했을 것이다. 그곳에서 (쿠데타는) 낯설지 않으니까. 바로 차를 돌려 국회로 갔다. 우리 보좌관들은 내일 일도 모르는 미래학자라고 날 놀린다(웃음). 그러나 앨빈 토플러(미래학자)도 예측하지 못할 사태였다.”
— 차지호가 꿈꾸는 정치는 무엇인가. 힘겨워하는 미래 세대에 전하고 싶은 말은.
“미래 세대는 우리 부모 혹은 할아버지 세대가 겪었던 격변의 고통을 다시 겪을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나중에 나한테 책임을 물을 것 같다. ‘국회서 일했다면서 AI 전환, 기후 위기, 인구 소멸 등 뻔히 보이는 위기를 왜 막지 않았냐’고. 시험 문제를 가르쳐줬는데 공부를 안 하고 있는 것과 같다. 2022년 대선 찬조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위기의 시대에 정치는 생명을 다룬다. 정치인은 위기가 만든 고통을 이해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죽음을 보고 행동해야 한다.’ 미래 의제에 집중할 것이다. 미래학자, 과학자, 재난 전문가, 인도주의 활동가.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다.”

차지호는 누구.
- 1980년 부산 출생. 부산 동천고, 동아대 의대 졸업.
- 2005~2008년 통일부 하나원에서 공중보건의 근무.
- 영국 옥스퍼드대 난민학 석사,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보건학 박사.
- 영국 맨체스터대 인도주의·평화학 교수,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
- 국경없는의사회, 세계보건기구(WHO), 휴먼라이츠워치에서 활동.
- 2022년 민주당 영입 인재. 지난해 총선서 경기도 오산시 전략 공천.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