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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시리즈 [스펙터]가 2015년 연말 개봉했습니다.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스파이 영화의 고전은 후속편을 계속해서 생산해내며 여전히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듯 보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리즈 중 하나는 1989년에 개봉한 [007 살인 면허]입니다. 제목이 주는 강한 인상 때문일까요?

2016년 3월 3일 광화문 앞에 등장한 저승사자가 살인면허증을 펼쳐들고 있습니다.
2016년 3월 3일 광화문 앞에 등장한 저승사자가 살인면허증을 펼쳐들고 있습니다.

‘살인면허’란, 정부나 정부 기관이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특수 요원에게 암살을 지시하는 경우를 순화한 표현일 텐데요. 많은 스파이 영화에서 정부 요원들이 이런 허가를 받고 첩보활동을 벌이게 됩니다.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바로 그런 셈이죠. 당연히 현실 세계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또한 있어서도 안 되는, 스크린 안에만 존재하는 허구이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과거에 이런 ‘살인면허’를 공식적으로 발급했고, 여전히 발급하고 있다면? 그것도 4만 명이 넘는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4만 명의 조기 사망

물론 우리 정부가 007 영화에서처럼 특수 요원들을 동원해 직접 시민들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운전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운영 허가가 바로 ‘살인면허’가 아닐까 합니다. 그 이유는 석탄화력발전소가 발생시키는 대기 오염으로 수많은 사람이 피해받고, 실제로 수만 명이 이로 인해 조기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계속해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허가하는 것이야말로 ‘살인면허’를 발급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린피스는 지난 3월 3일, ‘살인면허를 취소하라’는 석탄 사용 줄이기 캠페인을 새롭게 시작하면서, 국내에서 건설·계획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의 건강피해를 발표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년 총 1,02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평균 운전 기간이 40년인 점을 고려하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해 약 4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조기 사망에 이른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허가만이라도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한국 석탄화력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조기사망자 수 추정치
한국 석탄화력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 추정치

70기의 석탄화력발전소와 대기오염

운전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건강피해도 이미 심각한 수준입니다. 그린피스는 이번 보고서에 앞선 2015년,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의 건강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초미세 먼지로 매년 1,100명이 조기 사망(2014년 기준)한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담고 있었습니다.

침묵의 살인자, 초미세먼지

국내에는 이미 총 53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운전 중입니다. 게다가 현재 11기가 건설 중이며, 또한 추가로 9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 세워져 있습니다. 2029년이면 총 70기가 넘는 석탄화력발전소가 공해 물질을 뿜어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을 마련하고 실행해나가면서, 정부는 정확한 환경영향 평가나 국민의 건강 피해에 관한 사후조사를 현실성 있게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린피스가 2015년에 발표한 보고서가 석탄화력발전소의 초미세 먼지로 발생하는 조기 사망자에 관한 국내 최초의 연구였습니다.

한국의 석탄화력발전소 현황(2016년 3월 현재): 53기 운영 중, 11기 건설중, 9기 계획 중
한국의 석탄화력발전소 현황(2016년 3월 현재): 53기 운영 중, 11기 건설중, 9기 계획 중

각 지역 신규 석탄발전소의 건강피해

이번 “살인면허: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건강피해” 보고서는 특히 신규 석탄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의 피해를 중점적으로 연구했습니다. 충남지역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건강피해규모가 가장 컸으며, 강원, 경남, 전남지역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살인면허

현재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11기(설비용량 9.6GW)는 6개 부지(당진, 태안, 보령, 여수, 동해, 삼척)에서 건설 중입니다. 또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바탕으로 계획 중인 9기(8.4GW)의 석탄화력발전소는 5개 부지(당진, 서천, 고성, 강릉, 삼척)에 계획되어 있습니다. 이는 현재 운영 중인 53기(26GW)의 약 70%에 달하는 발전설비용량입니다. 그만큼의 공해 물질이 배출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중 가장 큰 피해를 유발하는 곳은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9,10호기로 매년 250명의 조기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당진 220명, 신보령 140명, 삼척 그린파워 70명, 여수 20명, 북평 20명) 계획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중에는, 당진 에코파워가 매년 80명의 조기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서천 60명, 고성 하이 60명, 강릉 안인 40명, 삼척 포스파워 40명)

지역별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연간 조기사망자 수 추정치
지역별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연간 조기 사망자 수 추정치

심화하는 초미세 먼지 오염

더 놀라운 사실은, 이들 신규 발전소로 인해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역에 대기 오염 피해가 가중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충남지역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는 수도권 대기오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대부분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에 많이 건설되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것입니다.

모델링 결과에 따르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해, 최악에는 수도권 지역에 초미세 먼지 농도를 24시간 평균 최대 19㎍/㎥까지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015년 한국의 연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가 26.5㎍/㎥로, 연평균 초미세 먼지 관리기준인 25㎍/㎥를 이미 초과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피해가 더욱 가중되는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의 연평균 초미세 먼지 권고기준인 10㎍/㎥를 최대 4배 이상 초과하는 수치입니다.

충청남도 당진시 석문면에 위치한 당진 석탄화력발전소의 연통에서 배기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충청남도 당진시 석문면에 위치한 당진 석탄화력발전소의 연통에서 배기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친환경 청정에너지 석탄화력발전?

석탄화력발전이 초래하는 대기오염과 건강피해를 교묘히 감추기 위해 석탄발전업계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석탄이 청정에너지”라는 문구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석탄발전사업자들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이름 앞에, “청정” “에코” 등의 표현을 넣고 있습니다. 대기오염물질 저감 시설을 도입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의 주장은 믿을 만한 것일까요?

발전업계가 내놓는 청정석탄기술은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먼지 등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술들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대기 오염 물질 발생과 온실가스 배출을 모두 차단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24시간 평균 최대 18㎍/㎥의 초미세 먼지를, 계획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24시간 평균 최대 12㎍/㎥의 초미세 먼지 농도를 가중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무리 좋은 필터를 쓰더라도, 담배는 여전히 건강에 해로운 것과 같은 이치인 것입니다.

친환경 청정 석탄발전은 없다.
친환경 청정 석탄발전은 없다.

그 밖에 다른 신기술로, 적은 양의 석탄으로 같은 양의 전기량을 생산하는 고효율 발전기술, 이산화탄소(CO2)를 분리 저장하는 탄소포집저장(Carbon Capture & Storage, CCS) 기술 등이 있지만, 석탄화력발전을 “청정”에너지로 부르기에는 그 한계가 명확합니다.

고효율 발전기술을 사용하더라도 천연가스발전에 비하면 2배, 재생 가능 에너지에 비하면 20~80배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또한, 탄소포집저장기술의 경우 탄소를 포집하고 운송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가 크고, 기술을 구현하는데 있어 경제성이 많이 떨어져 아직 상용화 단계에도 이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

대안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구시대 연료에 집착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게 보입니다. 이미 대다수 선진국은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친환경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미국 등은 대기오염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발전소를 줄이고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2015년 석탄수입량이 30% 감소하면서 초미세 먼지 오염도를 6% 개선하는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 거의 유일하게 높은 석탄 소비량을 유지하고 석탄화력발전소를 증설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석탄화력발전 성적표.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 1위, 해외 석탄산업 투자규모 2위, 석탄 수입량 4위, 1인당 석탄소비량 5위 등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석탄화력발전 성적표.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 1위, 해외 석탄산업 투자규모 2위, 석탄 수입량 4위, 1인당 석탄소비량 5위 등을 기록하고 있다.

석탄 사용을 줄이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의무인 시대입니다. 우리나라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앞두고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라 2030년 배출추정치(BAU)대비 37%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이미 운전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의 운영 또한 제한해야 합니다. 전력산업연구회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중 10~12기를 줄이거나 LNG 발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더러운 석탄을 넘어 재생 가능 에너지로!

그린피스는 우리 정부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살인면허를 취소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요구합니다. 석탄화력발전을 제약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루어 내야 합니다.

우선 2016년 12월에 발표될 예정인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증설을 금지해야 합니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LNG발전소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LNG발전은 경제성을 이유로 운영되지 않지만, 석탄화력발전소에 비해 공해물질 배출을 줄이며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차선책이 될 수 있습니다. 이후, 장기적으로는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미 그린피스는 2013년 발표한 “에너지 [혁명]”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도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기술적으로 무리가 없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바 있습니다.

2015년 11월 말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모인 세계 각국 정상들에게 ‘100% 재생가능에너지’를 요구하기 위해서 에펠 탑 앞에 띄워진 지구 모양의 열기구
2015년 11월 말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모인 세계 각국 정상들에게 ‘100% 재생 가능 에너지’를 요구하기 위해서 에펠 탑 앞에 띄워진 지구 모양의 열기구

살인면허를 취소하는 운동에 참여해 주세요!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 여러분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도 더러운 석탄을 버리고 깨끗하고 안전한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주세요.

YouTube 동영상

지금 바로 그린피스의 “살인면허를 취소하라” 홈페이지를 통해 여러분이 사는 지역의 신규석탄화력발전소 피해를 검색해보세요. 가족과 친구들에게 우리가 몰랐던 석탄화력발전소의 진실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또한, 서명을 통해 우리 정부가 석탄화력발전소의 ‘살인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를 모아주세요.

여러분의 작은 움직임이 여러분과 가족을 지키고, 지구를 지키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살인면허를 취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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