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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필자가 직접 베이컨을 만들며 축적한 체험과 노하우를 독자와 나눕니다. (편집자)

  1. 베이컨이 짠 이유
  2. 아질산염은 무죄
  3. 삼겹살이 아질산염을 만났을 때
  4. 집에서 베이컨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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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들에서 베이컨과 염지(소금 양 조절, 다른 재료 혼합 등으로 짠맛을 줄이고 풍미를 살리는 것), 특히 주요첨가물인 아질산염(=아질산나트륨)은 무죄(!)라는 점과 그 효과를 설명했다. 이제 집에서 직접 베이컨을 만들 차례다.

준비물

베이컨을 제대로 만드는 데는 몇 가지 준비물이 필요하다. 염지를 하려면 우선 냉장고가 있어야 하고, 고기를 담을 수 있는 큼직한 지퍼백도 필요하다. 베이컨을 만들어서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하려면 가정용 진공 포장기도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염지믹스를 정확하게 계량하려면 0.1g 단위까지 잴 수 있는 정밀 저울이 필요하고 고기가 속까지 제대로 익었는지 확인하려면 고기 심부 온도를 잴 수 있는 심부 온도계가 필요하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심부 온도계면 충분하지만, 가족이 먹을 베이컨이나 햄을 자주 만들 생각이라면 온도를 읽는 탐침과 온도를 나타내는 모니터가 와이어로 연결된 디지털 온도계(probe thermometer)를 하나쯤 장만해두는 편이 좋다.

온도계

와이어 온도계를 고기에 꽂아두면 매번 오븐이나 바비큐 그릴을 열어서 온도계를 찔러 확인하지 않아도 고기의 심부 온도를 알 수 있어서 편하다. 온도를 재기 위해 오븐이나 그릴을 열 때마다 많은 양의 열이 누출되어 조리시간이 길어지는데 와이어 온도계를 사용하면 그런 걱정을 덜 수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와이어 온도계 탐침에는 방수기능이 없는 만큼 습도가 높은 조리환경에서 사용하려면 방수 가능한 와이어 온도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고기의 선택

통삼겹 1판을 사서 ½판 크기로 나누어 준비한다. 지방이 너무 많으면 염지 속도가 떨어져서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겉의 지방층이 너무 두껍지 않은 삼겹살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베이컨 염지 기술은 삼겹살 말고 다른 다양한 고기에도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다.

손질한 등심을 염지해서 익히면 캐나디안 베이컨이 되고, 등심에 갈비뼈가 붙어 있는 폭챱을 염지하면 유명한 독일식 카슬러 립헨이 된다. 항정살을 염지하면 꼬들꼬들하고 고소한 항정햄이 되고 돼지 뽈살을 손질해서 염지하면 탄력 있는 이태리식 뽈살햄 관치알레를 만들 수 있다.

뽈살 베이컨 관치알레, 염지를 마치고 저온 훈연을 거쳐 쿠킹한 모습
뽈살 베이컨 관치알레, 염지를 마치고 저온 훈연을 거쳐 쿠킹한 모습

염지 기법의 선택

고기를 염지하는 기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마른 염지믹스를 고기 표면에 입힌 다음 고기를 층층이 쌓아서 염지하는 건염법(dry curing)이 있고, 염지믹스를 녹인 물에 고기를 담가 염지하는 습염법(wet curing)이 있다.

대량 생산 시설에서는 염지액을 고기에 기계식 주사기로 주입한 다음 텀블러에 넣고 돌려서 마찰로 염지액이 고기 속으로 빠르게 퍼지도록 함으로써 염지 속도를 올리는 방법을 쓴다.

건염법은 가장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집에 있는 냉장고에서도 가능한 만큼 이 방법을 이용해서 베이컨을 만들어 보기로 하자.

염지믹스 만들기

미국식 건염 베이컨 레시피에서는 바닷물의 염도와 같은 3.5%의 소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짜지 않은 베이컨을 만들려면 소금의 양을 이보다 많이 줄여야 한다. 여러 차례 염도를 바꾸어 가며 실험을 해 보았더니 짜지 않은 베이컨을 만드는 데는 1.1% 정도의 소금이 가장 좋았다.

따라서 삼겹살 1kg 염지에 필요한 소금의 총량은 11g이다. ‘베이컨 이야기 3편’에서 다룬 바와 같이 삼겹살 1kg을 아질산나트륨 함량 151ppm으로 염지하려면 국산 피클링 솔트 1.8g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여기에 소금 9.2g을 더하면 1kg당 11g 즉, 1.1%의 염도를 맞출 수 있다. 아질산나트륨 속에도 나트륨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상기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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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삽겹살 1kg 염지 = 국산 피클링 솔트 1.8g + 소금 9.2g  = 아질산염 함량 151p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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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사용하는 소금은 천일염보다는 정제염이 좋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천일염에는 다량의 미네랄이 들어 있는데 이들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양한 금속 성분은 지방 산화를 가속해 누린내를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육가공에는 별로 이로울 게 없다. 나는 베이컨이나 햄을 만들 때 수 억년 동안 빗물에 씻겨 순도가 높아진 안데스 소금을 즐겨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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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의 쓴맛과 입안을 텁텁하게 만드는 수렴성을 줄여주는 황설탕은 소금의 2/3 정도가 적당하다. 따라서 삼겹살 1kg당 황설탕 8g이면 충분한데 설탕은 4℃ 내외의 냉장 온도에서 염지할 때만 첨가해야 한다. 온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당분이 발효되어 고기가 손상될 수 있다.

아질산염을 사용해서 베이컨을 만들 때 허브는 선택 사항이다. 아질산나트륨이 대부분의 가열후취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굳이 누린내를 가리기 위해서 향이 센 허브를 쓸 필요는 없다. 허브 분말을 사용하면 취향에 따라 다소 독특한 풍미를 낼 수는 있지만, 염지가 끝난 고기 표면을 다시 씻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요리용 훈연액(liquid smoke)을 고기 1kg당 1/2 티스푼 정도 이용하면 훈연 풍미를 가미할 수 있고 지방의 산화를 다소 억제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또한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염지 시간과 온도

소금의 양을 많이 사용할수록, 온도가 높을수록 염지 속도는 빨라진다. 3~3.5%의 소금을 사용하는 미국식 레시피에서는 1인치 두께의 삼겹살을 염지하는데 일주일가량 걸리는 것으로 계산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4℃ 전후의 냉장실에서 1.1%의 염도로 염지하는 만큼 10일 정도의 염지 시간이 필요하다.

위생학에서는 10℃~60℃의 온도대를 위험 온도대(Danger zone)라 부른다. 겨울철보다 여름철에 식중독 발생 사례가 훨씬 더 많다는 데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생명체를 숙주로 하는 각종 박테리아는 숙주가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는 온도 대에서 가장 잘 번식하고 생장하는 속성이 있다.

온도계

고기를 부패시키고 식중독을 일으키는 다양한 박테리아도 4℃ 이하의 온도에서는 잠복해 있다가 4℃~10℃의 온도 대에서 기지개를 켠 다음 10℃를 넘으면 본격적인 번식을 시작한다. 30℃~40℃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생장하는데 온도가 올라갈수록 활동력이 점점 떨어지다가 60℃를 넘으면 사멸하거나 내열성 박테리아는 휴면에 들어간다.

따라서 시간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 안전을 위해 베이컨은 4℃ 전후 온도에서 염지하는 것이 좋다. 온도가 이보다 낮으면 염지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베이컨 익히기

염지가 완료된 베이컨은 95℃로 예열된 오븐에 넣어 2시간 동안 천천히 익힌다. 익히는 과정에서 드립이 많이 발생하므로 밑에 드립 팬을 깔고, 그 위에 조리용 석쇠나 랙을 세팅한 다음 그 위에 삼겹살을 올려서 익혀야 열이 고르게 전달되어 빨리 익는다.

이때 오븐 온도를 높게 설정할수록 조리 시간은 단축되지만, 드립이 많이 발생해 수율이 떨어진다. 2시간이 지나고 나면 심부 온도계로 고기 중심을 찔러서 68℃ 가 되었는지 확인해본다.

출처: Christine Gallary, http://www.chowhound.com/
출처: Christine Gallary, www.chowhound.com

고기를 자가 소화하여 숙성시키는 단백질 분해효소는 65℃ 이상이 되어야 파괴되므로 심부 온도가 65℃ 이상 될 때까지 익혀야 보존성이 좋아진다. 아질산나트륨의 육색 고정 효과는 71℃까지 익혀야 제대로 발현되지만, 이 온도까지 익히면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수율도 현저히 떨어진다.

심부 온도 68℃에 도달하면 찬 얼음물에 3~4 분 동안 담가서 최대한 빨리 온도를 떨어뜨려 위험 온도대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시킨다. 베이컨이 식으면 물기를 닦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비닐 랩으로 잘 감싼 다음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한다. 잘 포장된 베이컨은 2주간 냉장 보관이 가능하고 3개월까지 냉동 보관도 가능하다.

베이컨 만들기 (핵심 요약) 

  1. 고기 1kg당 1.8g의 피클링 솔트, 9.2g의 소금, 8g이 황설탕을 잘 섞어 삼겹살 표면에 고루 바른다.
  2. 삼겹살을 큼직한 지퍼 백에 담아 공기를 최대한 뺀 다음 밀봉해서 냉장실에 넣는다. 이때 냉장실 온도는 4℃ 전후가 좋다.
  3. 하루가 지나면 지퍼 백을 열고 염지믹스를 꼼꼼하게 다시 입혀주는 오버홀(overhaul) 작업을 한 다음 다시 밀봉해서 냉장고에 넣는다. 이때 위로 놓였던 부분이 아래로 가도록 뒤집어준다.
  4. 3일쯤 지나면 삼겹살에서 삼투압 차이에 의해 빠져나온 자유수가 염지액이 되어 지퍼 백 안에 고이게 되는데 이때부터 이틀에 한 번씩 뒤집어 가며 총 10일 동안 염지한다.
  5. 염지가 끝난 베이컨은 표면을 씻어내지 말고 앞에서 소개한 방법으로 익혀서 보관한다.

이렇게 만든 베이컨을 구워보면 시중에 판매되는 베이컨과는 확연하게 구분될 만큼 짜지도 않고 느끼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팜므파탈의 누명을 벗은 맨얼굴의 베이컨과 달달한 사랑을 계속 이어가기를…

베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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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한번 배워보고싶네요~ 베이컨으로 만들어주고 투툼하게 삼겹살 구이처럼 먹어도 맛있을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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