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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지난 2022. 12. 26. 사람이 성명‧초상‧음성 등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 이른바 ‘퍼블리시티권’(혹은 ‘인격표지영리권’)을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참고: ‘야구카드 사건’ (1953)

* 야구선수 사진을 둘러싼 두 껌 회사의 분쟁
* 퍼블리시티권을 명명하고 인정한 최초의 판례

‘퍼블리시티권’ 개념이 인정된 첫 판례(Haelan Labs v Topps Chewing Gum , 1951)에서 분쟁 대상이 된 야구선수 카드.

사건 개요:

풍선껌을 만드는 H사(Haelan Laboratories, Inc.)는 자사 제품에 유명 야구선수들의 사진을 독점 사용할 수 있는 계약을 선수들과 체결했다. 한편 H사 경쟁사 T사(Topps Chewing Gum, Inc.)는 H사와 야구선수들 간의 계약을 알고 있음에도 해당 야구선수들과 사진사용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자사 제품에 해당 야구 선수들이 들어간 야구카드를 부착해 팔았다. 이에 H사는 T사를 상대로 불공정경쟁, 상표권 침해와 독점계약 방해 등을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1심 결과:

T사는 프라이버시권은 일신전속권이므로 해당 야구선수들의 성명, 초상 등에 관한 어떤 재산적 이익도 H사에 양도되지 않았고, 따라서 H사가 주장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는 취지로 소 기각을 청구했고, 뉴욕동부지방법원은 T사의 주장을 인용하며 H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H사는 항소했다.

항소심 결과: 역사적인 ‘퍼블리시티권’ 최초 명명 및 인정 

제2연방항소법원 프랭크 판사는 “다수의견에서 인간은 프라이버시권과 더불어 혹은 독립적으로 자신의 초상이 가지는 대중적 가치(publicity value)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 권리로 인간은 초상의 독점적 사용을 허락할 수 있고 이러한 허락은 어떠한 사업체나 그 외의 것을 동반하지 않고도 양도 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해당 권리를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이라고 명명“하는 동시에 “배우나 운동선수 같은 유명인의 성명이나 초상 등이 신문, 잡지, 대중교통 등에 게재되어 광고효과를 가지고 오는 것을 보면서도 그에 대한 경제적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심한 박탈감을 느낄 것이라며 퍼블리시티권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하여 배타적인 권리양도까지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판결 요지 재인용: 김양실, ‘퍼블리시티권을 독립된 권리로 인정한 제2연방항소법원의 판결’ 중에서) (이상  편집자)

1. 판례와 관련법을 통해 충분히 보호 가능 

이번 개정안에서는 “사람은 자신의 성명, 초상, 음성 그 밖의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일부 판례들이 개별 사안의 성격에 따라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고 이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유연하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고 있다. 또한, 최근 부정경쟁방지법에서도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인격적 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사용하여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규제가 도입되었다.

즉, 퍼블리시티권은 본래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인격적 표지를 전제로 하는 개념으로, 이러한 권리를 보호하고 이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는 현행법과 판례를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며, 일반법의 명문화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권리는 아니다.

이미 ‘퍼블리시티권’에 관한 적지 않은 판례들이 형성돼 있다. (글 말미 판례 경향 참조)

2. 유명하지 않은 모든 개인의 인격적 표지까지?

법무부의 보도자료에서는 “기본법인 「민법」에 유명한지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개인들의 보편적 권리로서 인격표지영리권을 명문화”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주목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실체가 없는 추상적인 ‘인격적 표지에 대한 영리적 가치’를 민법상 재산권으로서 명확하게 보호할 만한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도 학설이 나뉠 수 있는데, 유명하지 않은 모든 개인의 인격적 표지에 대한 영리적 가치가 민법에 명문화가 필요한 만큼 보호법익이 크고 명백한 것인지 의문이다.

또한, 표면적으로는 모두에게 인정된다고 하지만, 실제로 침해가 인정될 때 손해배상 액수는 명예훼손의 경우와 같이 결국 표지소유자의 주지 저명도(알려진 유명함의 정도)에 비례할 것이기 때문에 평등주의적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3. 표현의 자유 침해  위축 우려 

모든 개인에게 자신의 인격적 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명문화하여 우선 전속시키는 것은, 타인의 인격적 표지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표현행위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의율(법을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하는 것)하여 법적 위험부담을 가중하고, 이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하고 침해할 우려가 있다.

퍼블리시티권이 그 사람의 인격적 표지에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와 무관하게 모든 개인에게 전속하여 인정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자신의 ‘성명, 초상, 음성, 그 밖의 인격표지’를 이용한 타인의 표현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이나 침해배제·예방청구(방송·보도·출판금지가처분이나 온라인 콘텐츠 삭제·차단)가 가능해진다. 타인의 인격적 표지를 담고 있는 모든 표현행위는 원칙적으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의율되고, 소송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행위가 되어 표현의 자유가 필연적으로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법무부는 ‘영리적 이용’에만 한정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표현의 자유는 크게 제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겠지만, ‘영리적 이용’ 개념 역시 추상적이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해석, 적용될 수 있다. 직접적인 상행위나 홍보, 광고 등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으로 규율할 수 있는 행위를 넘어, 영리 창출의 가능성이 있는 모든 행위가 이에 포섭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모든 콘텐츠가 영리 창출의 가능성이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유튜브나 SNS에 조회수, 좋아요, 팔로워 등을 늘리고자 콘텐츠를 게시하는 행위도 영리적 이용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권성동 ‘대통령실 9급 공무원 채용’ 압력행사 관련 유튜브 패러디 이미지. 정치적 표현행위로서의 ‘패러디’마저 영리행위(유튜브)로 해석돼 규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본 개정안이 시행되는 경우 스포츠 스타, 게이머의 경기력을 분석하는 콘텐츠나 연예인, 타 유튜버, 인플루언서나 연애 프로그램 출연자 등을 평가, 분석하는 콘텐츠들, 나아가 유명 정치인을 흉내내는 블랙코미디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패러디 콘텐츠도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문제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서적, 영화, 동영상도 상업적인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즉시 인격표지영리권의 침해 여부가 다투어질 수 있어 민주사회의 핵심적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발생시킨다.

대부분의 표현물은 ‘타인’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고, 그만큼 많은 표현물들이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되어 사법의 영역으로 가져가지는 일이 다반사가 되면 표현의 자유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사법부 역시 퍼블리시티권과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명문화된 퍼블리시티권에 더욱 비중을 실어주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높다.

4. 추상성: “정당한 이익”(?) “합리적인 범위”(?) 

법무부는 개정안에서 “타인의 인격표지 이용에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는 인격표지영리권자의 허락 없이도 합리적인 범위에서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표현의 자유를 어느 정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정당한 이익’, ‘합리적인 범위’는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다.

누구도 어떤 행위가 정당한 이용인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나 남소(소 남발)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없고, 개별 사건에서 법관의 판단에 일임한 것과 다름이 없어 헌법상의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게다가 법무부가 예로 든 것과 같이 “스포츠 경기 생중계 중 일반 관중의 얼굴 등이 화면에 나온 경우, 혹은 언론에 시민의 인터뷰가 사용된 경우 등” 수준의 표현만이 허용되는 것이라면 이는 지나치게 협소하다.

5. 법적 분쟁 예방? 분쟁 오히려 폭발 가능성 

법무부는 퍼블리시티권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분쟁을 예방하고자’ 명문화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법적 분쟁이 오히려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더 높다. 퍼블리시티권이 명문화되어 모든 개인의 보편적 권리로 인정되면 권리 침해를 주장하기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후퇴시키고 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이번 개정안을 재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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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퍼블리시티권에 관한 판례 경향 (1980년대 중반~2010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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