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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사업으로 부당 이득을 얻은 김만배 씨가 언론사 기자들과 돈거래라는 명목으로 뇌물을 주고 언론 보도를 관리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따라 관련 기자들이 해고되거나 사퇴했다. 언론이 사회 부조리를 감시 비판하는 사회적 공기라는 관점에서 보면 관련 언론인들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배반한 것이다.

정확히 조사하고 엄히 징계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소속 언론사 대응에서 차이가 있다. 한겨레는 관련 기자를 해고하고 대표이사, 편집인, 전무 등이 동반 사퇴한다고 밝혔다. 편집국장도 보직을 사퇴했다. 외부 인사의 도움을 받아 내부 자성 시스템도 다시 살펴보겠다 한다. 이런 조치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최소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한편 한국일보는 해당 기자를 해고하고, 중앙일보는 사표를 받는 선에서 끝냈다. 이러한 차이는 이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는 차이로부터 비롯한 것이다.

또 다시 불거진 언론의 치욕, 김만배의 언론계 로비… 하지만 부끄러움의 크기는 달랐던 건까? 언론사의 대응은 사뭇 달랐다.

보사부 촌지·장충기 문자, 언론계는 자성했을까

언론인들의 부패가 알려진 대표적 사례는 1991년 ‘보사부 촌지 사건’이다.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기자단이 재벌 소속 재단들과 제약·제과·화장품 업계, 약사회 등으로부터 모두 8,850만 원을 거둬 기자단 21명 가운데 2명을 뺀 19명이 나눠 쓴 사건이다. 지금 물가로 치면 1인당 수천만 원씩 나눠 가졌다. 이 사건으로 기자들이 처벌받지는 않았지만, 우리 사회가 기자단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후 기자단 해체가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되는 계기가 됐다. 언론인들의 촌지 문화에도 경종을 울렸다. 언론계가 이 사건이 불거진 것을 창피해했기 때문이다.

우리 언론은 김만배-기자 금품거래 사건을 언론계가 자성하는 계기로 삼을까? 그래 보이지 않는다. 2017년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과 언론사 주요 간부들 사이에 청탁이 오고간 소위 ‘장충기 문자’’가 폭로됐다. 관련 언론인들이 장 사장에게 보낸 문자에서 보인 아부 행태는 차마 옮기기도 부끄럽다. 시사IN 주진우 기자가 보도했고, 뉴스타파가 연속해서 자세히 보도했지만,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주요 언론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MBC에서는 사장이 바뀐 후에야 [스트레이트] 등에서 자세히 보도했다. 삼성이 관련된 것이기도 했지만 언론사들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비슷한 사건으로 ‘박수환 로비’ 사건도 있다. 홍보대행사 뉴스컴의 박수환 대표가 언론사 주요 간부들의 청탁을 기업에 전달하고 대가로 우호적인 보도를 하도록 했던 사건이다.  뉴스타파가 연속 기획으로 자세히 보도했다. 하지만 이 또한 세간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다. 언론들이 뉴스타파 보도에 이어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사건의 폭로가 언론계에 경종을 울리거나 자정을 끌어냈다는 징후를 발견할 수 없다.

다시 확인된 기자단의 문제점 

그래서 김만배-기자 금품거래 사건도 그냥 이렇게 지나가지 않을지 심히 우려스럽다. 대장동 관련자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을 보면 김만배의 언론 로비 대상자는 알려진 것보다 더 많다. 철저한 수사·조사가 필요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 물론 법원·검찰까지 이루어진 로비 의혹도 철저하게 파헤쳐져야 한다. 법원 검찰까지 번진 의혹을 제대로 취재 보도하기 위해서도 언론계 스스로 자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김만배 사건으로 기자단 문제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단지 기자실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들끼리 내부집단화가 돼 유착하는 현실을 드러낸 것이다. 알려진 기자들만 봐도 김만배가 법조기자 시절 알게 된 인맥이다. 미지의 로비 대상자도 법조기자 시절 인맥으로 추론해볼 수 있다. 오랜 기간 기자실 개혁, 기자단 해체를 주장해온 것이 정당했음을 확인해주는 사례다.

언론계, 반성할 능력 있나  

그런데 언론계는 장충기, 박수환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김만배 사건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인식하고 개혁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한겨레와 달리 관련자를 징계하지 않고 사퇴 처리한 중앙일보 행태에서 인식의 한계를 발견할 수 있다. 특정 언론사의 문제만으로 집중 보도하는 조선일보 기사에서 근본적인 인식보다는 관련 언론사 흠집 내기를 하려는 속내가 읽힐 뿐이다. 언론 관련 단체들이 자성하고 대책을 내놓으려는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언론의 사회적 기능을 고민하지 않는 언론계 전반의 현실을 반영하는 징후로 봐야 한다. 물론 개인의 일탈이 있어도 언론의 근본을 지키려는 언론, 언론이 부패해도 언론인답게 살려 노력하는 언론인들의 존재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언론 불신이 만연한 지금 언론계 자정 노력이 오히려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지 않을까? 기업의 리콜을 신뢰회복 기회로 여겨야 한다고 외치는 언론의 주장을 스스로에게 적용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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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언론포커스’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칼럼의 필자는 김서중 (민언련 이사·성공회대학교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입니다.

※ 2023.1.20. 11시 일부 수정: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관련한 내용이 있었으나 법원 2심 판결을 반영해 수정(생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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