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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최근 있었던 경실련 기자회견 발표에 대해 “경실련이 객관적인 근거 없이 비약적인 결론을 내려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 주장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고 충분하며, 수가인상과 의사들의 처우개선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실내 마스크 해제 조치를 앞두고 2년 전 의료계의 불법 진료 거부로 중단된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정원 확대’ 논의가 재개될 것에 초조한 심정임은 이해한다. 그러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와 논리가 아닌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취사선택한 해석으로 경실련의 주장을 비약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상당히 유감이다.

경실련은 지난 16일 ‘지역 의료격차 실태발표 및 개선촉구 전국경실련 기자회견에서 17개 광역시도별 치료 가능사망률, 의사 수, 공공병원 설치율이 각각 전국 평균 이하인 인천, 전남, 경북지역을 의료취약지로 규정하고,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정원 1,000명 확대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 핵심은 지역간 의료자원 격차가 크고 자원이 부족한 의료 취약지일수록 ‘살릴 수 있는 사망자’ 비율이 높으니,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프라 구축 없이 수가 인상만 외치는 실패한 정책이 아닌 공공의대 신설을 비롯한 의대정원 확대라는 새로운 양성체계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의협은 우리나라 의사는 부족하지 않고, 수가 인상과 처우 개선으로 유입할 수 있다고 끊임 없이 주장하고 있다.

1. 급속한 고령화, 의사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2000년 7월 1일 의약분업을 전격 시행한 이후 의사들의 파업을 잠재우기 위해 명확한 근거도 없이 의료계와 합의한 ‘의대정원 10% 감축'(2000년 의료 파업 당시) 합의 이후 의대 정원은 지금까지 동결되어 의사 부족 문제는 적체된 상태다. 의협이 반대로 공급과잉을 주장하며 인구수 감소와 인구대비 빠른 의사수 증가율을 근거로 대지만, 의사 공급과 관련해 대응하는 근거는 의료이용량의 증가다. 즉, 급격한 노령화로 인한 노인 인구 증가, 의료이용 행태 변화와 의사 근무시간 조정 등으로 인한 의사인력 수요 증가를 포함하면 인구대비 의사수의 빠른 증가율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의사 부족 문제의 핵심 의사 공급은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고, 수요는 급속하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급속한 노령화.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현 상태로는 2035년에는 의사 2만 7천명이 부족하다고 경고했고, 지난해 OECD도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해 의대정원 확충이 더 늦어져선 안 된다고 엄중하게 권고했다. 얼마나 더 객관적 근거가 필요한가? 반면 의협은 의료수요 증가의 결정적 요인인 고령화 문제는 슬그머니 배제해 미래 예측의 객관성을 상실했다.

출처: 2035년엔 의사 2만 7천명이 부족할 거라는 ‘보사연 보고서’를 다룬 연합뉴스 기사 제호 및 요약문 갈무리 (링크

2. 의협의 아전인수식 OECD 통계 해석

의협은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외래진료 횟수(연간 14.7회)’를 의사가 충분하다는 근거로 취하면서도, 의사 부족의 가장 객관적 지표로 인용되는 ‘OECD 기준 대비 인구당 의사 수’는 철저히 무시한다. 우리나라 인구당 의사수는 2명(한의사 제외)으로 OECD 평균인 3.5명의 절반을 조금 넘는 최하위 수준이다.

의협은 이 수치에 대해서는 OECD 국가와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되고 우리나라의 의료환경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변명하며 이익에 반하는 근거는 자의로 배제하고 있다. 사실 앞선 외래진료 횟수도 더 따져보면 높은 의료서비스와 의료접근성을 의미하는 지표가 아닌 행위별 수가제에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과잉진료와 3분 진료의 산물임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대한민국 고유의 ‘국룰’로 정착한 신속(?) 날림(!) ‘3분 진료’ 

또한, 의협은 경실련이 치료가능사망률 차이를 지역간 의료격차의 지표로 사용한 것에 대해, OECD 통계와 비교해 질지표가 나쁘지 않으며 의사부족의 합당한 지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치료가능사망률이 OECD 기준으로 낮으면, 충북도민은 서울시민보다 10명씩 더 죽어도 되는가. ‘살릴 수 있는 죽음’의 수치가 다른 OECD 국가보다 적다면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되는가.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수호해야 할 의사단체의 입장이 이러한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종합하면 의협은 통계와 지표사용에 원칙과 일관성이 없고,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비약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누구나 어디서나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 받을 권리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사는 지역에 상관없이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지역간 의료자원 격차가 심각하고, 자원이 부족한 의료취약지일수록 ‘살릴 수 있는 사망자’비율이 높으니 정부는 더 방치하지 말고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의협이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수가인상도, 재정지원방안인 공중보건장학제도도 현행 의사양성체계에서는 모두 실패했다.

그래서 근본적 대안으로 지역 필수 공공의료에 종사할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공공의과대학 신설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 선발부터 국가가 뽑아 장학금을 지원하고 교육 및 훈련하여 일정 기간 지역의 필수공공의료를 위해 배치·복무하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의대 정원을 최소 1,000명 이상 확충하는 중장기대책도 병행해야 한다.

한편 지방의료기관 구인난은 공공의대 설립을 통한 의사 확충이 근본적 대책이다. 의사가 없어 진료과목을 폐쇄하고 의료행위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수가인상은 대책이 될 수 없다. 지역 공공의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을 신증설해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공공의대 설립을 통한 의사양성 외에 민간 중심의 시장 논리로는 의료취약지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고령화와 ‘3분진료’의 현실을 넘어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공공의료 확대와 의사 정원 확충이 그 답이다.

우리나라 의사부족의 근거와 지표는 차고 넘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의사 충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많은 특혜와 특권을 누리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수가인상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의사들의 모습에 국민들은 염증을 느낀지 오래다. 정부는 조속히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 경실련은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정원 확대에 동의하는 시민과 지방정부, 정당과 연계하여 관련법 제정과 정책마련에 나설 것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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