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여행 예약 사이트인 익스피디아가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내놓은 할인 이벤트를 돌연 취소해 예약자들을 ‘멘붕’에 빠뜨렸다. 지난달(11월) 말 벌어진 ‘익스피디아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취소 사태’의 문제점을 간단히 정리하고, 제언해 볼까 한다.
익스피디아?
익스피디아는 핵심 여행 관련 서비스(숙박, 항공, 카렌트)를 전 세계적으로 가격 비교하고 예약할 수 있는 사이트이자 여러 여행 관련 서비스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이다. 그러니깐 컴퓨터 등 전자제품의 가격 비교 사이트로 유명한 곳이 다나와라면, 여행 가기 위해 숙박, 항공권 등을 사려면 익스피디아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그런 곳이다. 경쟁사도 있지만, 익스피디아는 정말 큰 업체다. 아래와 같은 계열사가 있다.
- Classic Vacations
- Egencia
- Expedia
- Expedia Affiliate Network
- Expedia Local Expert
- HomeAway
- Hotels.com
- Hotwire Group
- Venere.com
- travelocity.com
- trivago
- wotif.com
- CarRentals.com
- Travelocity
- Orbitz
사건개요: ‘아 몰라, 그냥 다 취소!’
- 11월 25일(토) 블랙프라이데이 이벤트 개최: 특정 쿠폰번호를 입력하면 특정(상당히 많은) 호텔과 리조트를 50% 할인된 가격으로 예약할 수 있는 이벤트
- 주요 여행 커뮤니티에서 이 정보가 돌았고,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이 쿠폰으로 예약함.
- 주말이 지나고, 11월 28일(화)부터 이렇게 예약을 했던 사람들에게 취소 통보가 오기 시작함.
- 취소 통보 이메일: ‘이건 원래 이메일로 특정 고객한테만 쿠폰 뿌린 건데, 개나소나 다 예약해서 안 되겠음. 취소!’라는 취지의 이메일(물론 실제 이메일 내용는 더 드라이하고 사무적인 어투).
- 그리고 미안하다며 10% 할인쿠폰 줌.
- 11월 30일(목) 현재 거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상당수가 예약 취소당함.
- 아직 취소되지 않은 사람들은 이 사태로 인해 걱정돼서 직접 고객센터에 문의해보니, 곧 취소가 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음.
- 이메일을 직접 받고 그걸 통해 예약한 사람들도 그냥 다 취소.
문제점
그럼 이게 뭐가 문제냐? 예전에도 온라인 쇼핑에서 비슷한 사례는 많았다. 예를 들면 모니터 가격이 말도 안되게 싸게 올라왔고, 그래서 엄청나게 많은 이들이 구매했지만, 나중에 전부 회사에서 취소했다든지.
하지만 이번 사례는 익스피디아의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고, 소비자의 권리 침해가 심각하며, 소비자와의 신뢰를 심각하게 경시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다양한 여행 커뮤니티의 여론도 참조해 익스피디아의 문제점을 정리해 본다.
1. 이메일 한정 이벤트?
익스피디아의 주장인 ‘이메일받은 사람에 한정된 이벤트’라는 건 말도 안 되는 변명이다.
나도 직접 토요일(11월 25일)에 예약을 시도했다(결국 최종 예약까진 하지 않고 포기). 당시에 웹사이트 최상단에는 가장 잘 보이는데 배너로 다음과 같은 문구가 표시돼 있었다.
“블랙프라이데이 이벤트. 쿠폰번호는 OXOXOXOXOXXX”
심지어 예약을 진행해보면 라디오 버튼으로 블랙프라이데이 이벤트를 선택할 수 있게도 되어 있었다. 거기에 그냥 배너에 떠 있는 쿠폰번호를 넣으면 바로 할인이 적용됐다는 의미다.
마케팅 분야에 일하는 분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보통 특정 고객들을 상대로 한정 이벤트를 한다면, 쿠폰번호를 전부 다르게 생성하고, 그 쿠폰으로 결제할 수 있는 횟수도 제한해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이벤트는 그냥 동일한 코드로 무한대로 누구나 입력하고 결제까지 진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예약하는 과정 그 어디에서도 누구도 이 이벤트가 특정 고객 한정이라는 안내를 받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이메일을 보고 예약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예약까지 전부 취소해버린 점에 있다.
2. 무책임한 취소
여행 서비스는 물리적인 재화 구매와는 성격이 다르다.
호텔 예약이 최소가 되면, 다시 예약하는 경우 날짜가 촉박할수록 호텔 가격이 올라간다. 같은 방을 예약하려고 해도 전에 예약하려고 했을 때보다 훨씬 더 비싸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50% 할인이 아닌 원래 가격으로 하더라도 숙박 날짜와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오른다.
여행 자체를 취소하는 경우 항공권도 취소해야 한다. 하지만 항공권을 취소하려면 수수료를 문다. 그리고 외국여행을 위해서 1주일 정도(5~6박)를 예약했다고 하면, 1~20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금액이 결제된다. 익스피디아에서 취소한다고 해도, 실제 신용카드 결제가 취소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한달까지도)이 걸린다.
이런 경우, 꽤 많은 사람이 신용카드를 매달 한도까지 쓰고, 이렇게 되면 한도 초과로 다른 호텔을 예약하는게 불가능하게 된다. 그러니까 결국 여행을 포기하게 된다. 여행을 가기 위해선 직장인이라면 정말 맘 먹고 휴가를 내는데, 휴가를 내고도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 있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더욱이 50%나 할인이 된다기에 기존에 예약했던 호텔을 취소하고 이걸로 바꾼 경우도 꽤 많은데, 그런 경우엔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거다.
그런데 익스피디아 측에서 내놓은 보상(?)은 10% 쿠폰이 끝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했을까
기업은 일이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손해를 볼 때가 있다. 직원의 단순한 실수부터, 정책적 판단 오류, 협력사의 ‘삽질’ 등등. 이럴때,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고객의 신뢰를 지키느냐, 아니면 고객의 신뢰따윈 무시하고 당장의 사리사욕만 추구할 수도 있다.
내가 만약 익스피디아의 의사결정자였다면 절대 이런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 당연히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때로는 이런 사태가 손쓸 틈도 없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면, 최대한 고객의 신뢰를 지키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았을까.
만약 손해가 너무 커서 회사가 망할 지경이였다면, 일정이 많이 남은 고객들 위주로, 직접 연락을 해 사정을 하고, 사과를 한 후, 최소하고, 항공권 취소 수수료 정도는 쿠폰이나 포인트로라도 보상해주는 게 차선책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익스피디아 사태는 이벤트 설계도 엉망이고, 그 수습은 더 엉망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겪은 소비자가 과연 다시 익스피디아에서 예약하려고 할까? 내 호텔 예약이 언제든지 취소가 될 수 있는데? 아무리 가격이 싸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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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후 취소된 소비자를 위한 팁
1. 해외 숙박을 결제했다면, 해외 결제 수수료가 추가로 붙습니다. 카드결제를 취소해도, 이건 따로 카드사가 청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익스피디아에 문의해서 꼭 이 부분까지 환불받아야 합니다.
익스피디아 연락처
- 고객 문의: 여기 클릭
- 전화: 02-3480-0118
- 이메일: travel@support.expedia.co.kr
2. 카드결제 취소에는 시간이 걸리고, 누락이 되는 경우가 혹시나 생길 수 있으니 꼭 카드 명세서를 확인해서 정확히 카드결제가 취소됐는지 끝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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