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서 ‘모기 예보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모기 발생 가능성이나 활동성을 지표화해 쾌적에서 불쾌까지 4단계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서울시 모기 예보제? 굿 아이디어!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4월 21일부터 서비스하고 있는데, 모기의 활동량이나 번식량을 지표화해 경보시스템으로 만든다는 것은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 같다. 아직 국내에서는 모기 매개 질환이 그렇게 다양하거나 광범위하게 퍼져있지 않아 활용량이 얼마나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기 예보제에 관한 몇 가지 우려
하지만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1. 통계 지표와 실제 체감 다르면 신뢰성 낮아질 것
첫째는 실제 지표와 사람들이 체감으로 느끼는 모기의 공격량에 상당히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모기 예보제 지표는 기후, 습도 등 모기 자체의 활동량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요인을 고려하고, 25개 구 54개 지역에 설치된 유문등(등과 팬이 달려 있어 야간에 모기를 채집할 수 있는 일종의 채집장)에서 수집된 모기의 번식량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한다. 유문등 설치 위치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몇몇 곳을 찾아보니 사람들의 야회 활동량이 많은 공원 등이 아니라 보건소 등의 시설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모기는 주변에 충분한 먹잇감이 있으면 활동 반경이 그리 크지 않아 1~2km 밖으로 벗어나는 일이 드물다. 모기의 번식이 주로 고인 물이 많거나 포식자가 적은 지역에 집중되다 보니 지역적 편차가 매우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정화조나 물탱크가 있는 건물, 고인 물이 잘 관리되지 않는 공원 등의 지역에서는 실제 수집되는 지표와 상관없이 매우 많은 양의 모기가 공격할 수 있다.
이 부분이 다른 미세먼지나 자외선 지수 등의 예보제와 가장 큰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기후나 오염도 측정과는 달리 지역적으로 밀집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지표와 상관없이 사람들이 체감하는 모기의 공격량이 편차를 보인다면 결국 신빙성이 낮아지고 민원의 소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2. 홍보 보도자료 아쉬움, 살충제 살포보다 고인 물 관리가 효과적
두 번째는 보도자료나 홍보에서 드러난 아쉬움이다. 서울시에서 제공한 보도자료를 보면 모기 예보 단계에 따라 행동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모기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관심’ 단계에는 방충망 파손 여부를 확인하고 주변 빈 깡통이나 컨테이너의 고인 물을 제거하도록 권고하고, 모기의 활동이 왕성해지는 ‘주의’ 단계에서는 기피제를 사용하고 주변 하수구 등에서 모기의 서식과 발생이 확인될 시 담당 보건소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성공한 모기 방제 사업들을 보면 살충제 살포 등에 의지하기보다는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통한 적극적인 고인 물 관리나, 보건 당국으로의 적절한 신고 및 감시, 환경 개선 작업 등을 통해 더 큰 성과가 이루어졌다.
사실 집 주변의 정화조나 고인 물(빈 깡통, 컨테이너, 침수된 지하실 등), 하수구 등에서 발생하는 모기가 사람들이 주로 체감할 수 있는 모기들의 발생 원인이 되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 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인식을 개선하는 방향에 좀 더 집중해서 접근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모기의 활동이 관찰된다 하더라도 방역기동반이 매번 출동해 관리하는데도 인력과 자원의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좋은 연막 방역법은 잔류 효과가 거의 없어서 실제 효과가 매우 미미한 편이다.
모기 예보제처럼 꽤 참신하고 사람들에게 홍보하기도 좋은 자료를 바탕으로 개개인이 거주지 주변에서 손쉽게 모기의 번식량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사람들이 주변 환경 관리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잡았으면 어땠을까.
개개인의 간단한 노력으로 모기에 의한 피해를 줄일 방법들도 충분히 다양하기 때문이다. 또한, 모기 방제에 대한 다양한 속설이나 제품들이 존재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실제로 효과는 있는지에 대한 홍보도 부족하다.
모기 퇴치 최고 효과는 ‘서식처’ 제거
모기의 절대량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모기의 서식처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프랑스가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말라리아와 황열병 때문에 실패했던 파나마 운하 건설을 미국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도 모기 서식처를 효과적으로 제거해 질병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집 주변이나 베란다에 있는 화분, 플라스틱 통, 항아리 등 물이 고일 수 있는 물건들을 미리 치워놓는 것으로도 모기의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아파트나 다가구주택에서 주의할 것은 침수된 지하실이나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물탱크, 정화조 등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침수된 지하실 하나에서만 수만 마리 이상의 모기가 하루밤 만에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미리 관리소 등과 협조해 장마 전후로 대비하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모기와의 접촉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모기장이다. 여름에 사용하기는 통풍이 잘 안 돼 답답할 수 있지만, 모기와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고 싶다면 이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특히 살충 성분이 섬유 자체에 첨가된 모기장을 이용한다면 효과만점이다.물론 모기장을 항상 몸 주변에 두르고 외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외부 활동에서는 서울시 보도자료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기피제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천연 기피제도 있지만, DEET 성분이 함유된 기피제가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속효과가 2시간 안팎에 불과하고, 땀이 많이 날 때는 더 일찍 효과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장시간 야외활동이 예상될 때는 여분을 챙기는 것이 좋다.
스프레이 뿌리기는 효과 없어
스프레이형이나 매트형 모기약의 효과도 단시간에는 효과가 있지만, 잔류 효과는 거의 없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즉 벽이나 하수구에 스프레이를 뿌려두더라도 당장 스프레이와 접촉한 모기에만 살충효과를 보일 뿐, 일정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없다는 의미다. 특히 스프레이의 경우에는 이미 방 안에 있는 모기에만 효과를 보이는 정도다.
설명서를 자세히 읽어보면 스프레이를 뿌리고 방문을 15분 가량 닫은 다음 방에 들어가라는 설명이 있다. 또한 스프레이가 다 증발하고 나서 다시 방 안에 들어오는 모기에 대한 살충효과는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스프레이 한번 뿌리고 방문을 열어놓고 잠들 경우 다시 모기가 들어와 공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셈이 된다.
매트형 모기향의 경우에도 살충효과 범위가 그렇게 넓지 않으며, 환기가 잘 되는 공간에서는 살충성분이 쉽게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충분한 효과를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매트형 모기향은 145도 정도에서 살충성분이 증발하기 시작하므로, 충분한 예열을 거쳐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가열판에 이물이 많이 묻어 있는 경우 매트 자체의 온도가 충분히 올라가지 않아 효과가 낮아진다.
‘모기장’ + ‘기피제’ 가장 효과 높아
모기가 나타나는 계절이 되면 항상 등장하는 고주파 모기퇴치기나 손목 등에 매는 밴드형 퇴치기는 어떨까. 실제 학교에서 해당 제품들을 착용한 상태로 모기장 안에 손을 집어넣어 보았을 때 공격하는 모기의 숫자는 아무 장비도 없는 손과 아무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즉 기피제나 살충제를 제외한 다른 제품들의 효과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종합하자면 모기에 의한 공격을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기 활동이 격해지는 시기가 되기 전에 집 주변에서 1) 서식처가 될만한 곳들을 미리 제거해두고, 2) 집 안에서는 살충처리된 모기장을 치고 잠을 자며, 3) 야외 활동 시에는 노출된 피부에 ‘DEET’ 성분이 함유된 기피제를 바르고 활동하는 것으로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복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계절 바뀔 때 여름 대청소 한번 한다고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더군다나 모기의 공격도 예방할 수 있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