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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을 아십니까?

2017년 기준으로 장애인 거주시설은 1,517개이고, 입소 중인 장애인은 30,693명입니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을 지역사회로부터 분리한 채 획일화된 집단생활을 강요합니다. 이런 폐쇄적인 집단생활 중에 상당수 장애인 거주시설, 정신요양시설 등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감금, 감옥

탈시설, 그게 뭔가요? 

이에 따라 일부 국가는 장애인의 탈시설화를 추진하여 왔으나, 우리나라는 장애인의 탈시설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황이고, 이에 장애인이 장애인 거주시설 등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탈시설을 지원하고, 장애인 거주시설 등을 축소ㆍ폐쇄하며, 인권침해시설을 조사하여 제재하도록 함으로써 장애인의 인권신장에 기여하려는 법안이 제안됐습니다.1

그 법의 이름은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탈시설지원법’)입니다.

‘탈시설’은 말 그대로 시설을 벗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시설보호’가 국가라는 주어가 장애인을 ‘목적어’로 삼아 장애인을 시설에 보호하는 행위라면, ‘탈시설’은 장애인이 스스로 주체로서 지역사회에 뿌리내려 생활하고, 국가는 그 장애인의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삶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설(보호)’에서 장애인은 목적이지만, ‘탈시설’에서 장애인은 주어입니다.

탈시설지원법은 ‘탈시설’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장애인 생활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개인별 주택에서 자립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것“(안 제2조).

발달장애인의 탈시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정신지체’나 ‘자페성 장애'(흔히 ‘자폐아’) 등으로 대표되는 발달장애인에게는 ‘탈시설’은 더욱 쉽지 않습니다. 발달장애는 “지각, 인지, 운동, 언어 등의 발달 영역에서 발행하는 장애로, 크게 ‘정신지체’, ‘전반적 발달장애’, ‘특이적 발달장애’의 세 종류로 나눌 수 있고, ‘자폐성장애’, ‘야스퍼거 증후군’,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도 포함됩니다.

발달장애의 장애는 평생 지속되고, 그래서 감기나 상처처럼 낫거나 치유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발달장애를 치료하려고 하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고, 발달장애는 그 발달장애인의 ‘개성’으로 파악하고, 취급해야 합니다. 발달장애인은 특히 ‘사회적 관계’에서 다른 장애인들보다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탈시설’ 문제에서 특히 발달장애인이 문제되는 이유입니다.

발달장애인은 전체 장애인 중 8.5%를 차지합니다.

발달장애인은 전체 장애인 중 8.5%를 차지합니다.

최근 ‘국제발달장애협회’ 전현일 님으로부터 이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아래는 그 이메일 중 일부입니다.

아래의 사연은 어떤 발달 장애 자식을 가진 부모들의 인터넷 모임에서 본 글의 내용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노부부는 평생 돌보아 온 50이 가까워 오는 지적 장애가 있는 자식을 더 이상 돌볼 기력이 소진했고, 그들의 사후 홀로 남을 자식을 맞길 데를 찾아 보니 결국 거주 시설 뿐이었다. 그런데 서울에 있는 시설에서는 더 이상 장애인을 받지 않는다고 하고, 경기도도 머지 않아 서울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지방을 알아보니 조금 괜찬다고 소문이 난 곳은 이미 입소 대기자 명단이 상당했다. 어느 단체에서는 희망하는 부모로부터 기금을 모아서 자기들끼리 자식들이 살 대형 시설을 짓는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하기는 했지만,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는 것은 이 노부부에게는 역부족이었다. 뉴스에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서 10년 내에 전국의 시설을 모두 폐쇄할 계획이라는 기사를 보고 이 부모의 마음은 더욱 초조해 졌다.

위의 노부모가 걱정하는 것을 볼 때, 우리 사회의 탈시설 정책에 어딘가 엇박자가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2019년 인구조사에 의하면, 발달 장애인 중 40세 이상이 36.7%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80,000명가량의 재가(在家) 발달 장애인의 부모가 고령에 접어들고 있으며,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2019년 현재 시설에 사는 중증 장애인(발달 장애인 포함)은 23,000명이다.

국가가 탈시설을 추구하는 이유는 단순히 시설을 폐쇄하는 것보다는, 시설 거주 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와서 사회의 일원으로써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해 가면서 살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필요한 지원체제가 마련되지 않은 지역사회에 발달 장애인이 시설로 부터 이주할 경우, 탈시설(deinstitutionalization)이 아닌 시설전환 (trans-institutionalization)에 그칠 수가 있으며, 그럴 경우 탈시설의 노력이 성공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 전현일,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을 위한 탈시설’ 중에서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노부부의 안타까운 마음을 어렵지 않게 상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노부부의 마음이 ‘탈시설지원법’에 제대로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아래는 ‘탈시설지원법’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모든 장애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탈시설하여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애인 생활시설의 인권침해 실태를 적극적으로 조사하여 운영 과정에서의 문제를 발견하며, 인권침해가 발생한 장애인 생활시설과 그 운영법인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완전한 사회통합을 이루는 데 이바지한다.
  2. 보건복지부장관이 장애인 탈시설 지원 기본계획을 수립ㆍ시행하도록 하고, 국무총리 소속으로 장애인 탈시설지원위원회를 둔다.
  3. 장애인의 탈시설 지원을 위하여 중앙장애인탈시설지원센터와 지역장애인탈시설지원센터를 설치ㆍ운영한다.
  4. 장애인 등은 탈시설 지원을 신청할 수 있고, 시ㆍ도지사는 탈시설에 대한 욕구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탈시설 대상자를 선정하고, 개인별 탈시설지원계획의 수립을 지역탈시설지원센터의 장에게 의뢰한다.
  5. 탈시설 장애인에 대하여 초기정착 지원, 공공임대주택의 우선제공 및 주거유지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6. 장애인거주시설과 정신요양시설을 단계적으로 축소하여 10년 이내에 폐쇄하고, 입소 정원을 축소하는 시설에 대하여 필요한 지원을 한다.
  7. 시설조사소위원회의 장애인 생활시설 내 인권침해 조사, 인권침해시설에 대한 조치 및 인권침해 시설 거주 장애인의 보호에 대하여 규정한다.

전현일 님은 이메일을 이렇게 마치고 있습니다. “탈시설 지원법으로 10년내에 모든 시설을 폐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신에, 그 기간 동안에 실효성이 있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지역사회 지원체제를 마련하는 데에 본 지원법이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솔직히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지역사회 지원체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설 폐쇄와 가시적이고 수치적인 성과 외보다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실질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그 바람과 안타까움은 이해하는 것 이전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이 탈시설에 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환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집에서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집에서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1. 이상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제안이유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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