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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권센터는 최근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를 대상으로 ‘페미 논란’, ‘전장연 논란’ 등의 표제를 뽑아내면서, ‘논란’이라는 단어를 남발하고 있는 일부 언론에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한다.

아시안게임 출전 기자회견에서 안산 선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이유에 대해 질문받았다. 안산 선수는 이에 대해 자신은 초등특수교육과를 다니고 있으며, 이 자리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나온 것이므로 해당 질문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안산 선수의 이 답변은 빠르게 기사화되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안산 선수의 이 답변이 어떠한 모습으로 기사화되었느냐는 것이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페미 논란’도 꾹 참았던 안산, 전장연 논란에 꺼낸 한마디”, “‘페미 논란’땐 침묵한 안산, 전장연 논란엔 딱 한마디 꺼냈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헤럴드경제, 국민일보 등의 기사 속에서도 꾸준히 안산 선수의 발언은 ‘논란’에 대한 대답으로 표현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전장연 논란’, ‘페미 논란’을 언급하는 기사들 속에서 과연 진정한 ‘논란’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페미 논란’도 꾹 참았던 안산, 전장연 논란에 꺼낸 한마디(2022.04.22)

[중앙일보] ‘페미 논란’땐 침묵한 안산, 전장연 논란엔 딱 한마디 꺼냈다(2022.04.22)

[헤럴드경제] ‘페미 논란’ 안산, 장애인 후원 비판에 일침…“나는 특수교육과 학생”(2022.04.22)

[국민일보] 논란마다 침묵 안산, ‘전장연 후원’ 질문엔 답했다(2022.04.22)

‘페미 논란’이란 지난 올림픽 안산 선수의 짧은 머리와 특정 단어 사용을 근거로 ‘페미니스트가 아니냐’ 며 자행되었던 수많은 공격들을 언급하는 것이다. 논란이 논란이기 위해서는 그 사전적 의미대로 ‘서로 다른 주장을 내며 다툴 수 있는’ 주제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페미니스트인지의 여부가 그러한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그 공격들은 ‘페미니스트’에 대한 편견과 여성혐오에 근거한, 안산 선수에 대한 일방적인 사이버불링이자 노골적이고 선명한 폭력이었다.

전장연 시위를 두고 ‘논란’으로 일컫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장애인 이동권은 장애인의 인권과 직결되어 있다. 인권이 논란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이를 응원하며 올린 안산 선수의 트윗 역시 논란이 될 수 없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므로 ‘논란’이 되어야 할 것은 안산 선수에게 왜 그런 글을 올렸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과 이를 ‘논란’으로 이름붙이는 언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왜 언론은 꾸준히 ‘논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폭력을 폭력이 아닌 것으로 축소하려 하는가? 안산 선수에 대한 공격은 물론 전장연의 시위를 둘러싼 차별적 발언까지 ‘논란’으로 한데 묶는 언론의 보도는 약자에 대한 폭력과 혐오에 ‘논란’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금까지 ‘논란’으로 이름붙여 왔던 모습들이 약자에 대한 폭력이 아니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논란이 될 수 없는 것임에도 언론이 이름을 붙여 만들어진 ‘논란’들은 댓글과 인터넷 커뮤니티를 거쳐 폭력의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는 언론이 차별과 혐오의 흐름을 재생산해서도, 정당화해서도 안 된다. 언론이 스스로 반성하지 않는 한 언론인권센터를 비롯하여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은 감시와 비판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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