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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이 글은 김성일 청년좌파 대표가 쓴 글(아래 링크)에 대한 손호철 교수의 답변입니다. 기고한 원문 그대로 올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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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청년좌파 대표께

서강대학교 손호철 교수입니다. 반갑습니다.

쓰신 글 잘, 그리고 아프게 읽었습니다. 우선 김 대표가 지적한 홍성열 마리오 아울렛 서강대학교 명예박사 수여 사태는 저의 잘못으로써 김 대표에게까지 이런 글을 쓰게 해서 송구스럽습니다.

다만 몇 가지 사실관계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글에 보면 제가 명예박사 수여식에서 축사했다는 데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또 홍성열 사태 이후 제가 아무런 해명도, 변명도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것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제가 이 문제에 대해 학교 측에 강력하게 항의했고, 사건 직후인 2월 23일 다음과 같은 서한을 전체 교수와 직원들에게 보냈습니다.

인사와 사과, 그리고 당부의 말씀

안녕하십니까? 정치외교학과의 손호철 교수입니다. 구정 잘 쉬셨는지요? 이번에 대학원장직을 끝으로 4년 반의 ‘긴 보직’을 끝내게 되어 인사차 펜을 들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20여 년 서강에 근무하면서 사회활동 등으로 수업 이외에는 주로 밖에서 나돌았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던 차에 사회과학대학 학장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고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보직을 맡은 것이 사회과학대 학장에서 신설 지식융합부 초대 학장을 거쳐 대학원장까지 하게 됐습니다. 보직을 하면서 가능하면 서강의 정책결정이 민주적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나름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능력 부족으로 얼마나 성과를 거두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동안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일처리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상처를 받은 분들이 계시다면 이 자리를 빌어서 사과드립니다.

특히 사과드릴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최근에 있었던 홍성열 마리오아울렛(주) 회장의 명예박사학위 수여식 사건입니다. 홍회장은 우리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고 동 과정의 총동우회장을 지내는 등 우리 대학과 깊은 관계를 맺어온 분으로 경제학부가 추천하고 제출한 공적서에 의해 대학원위원회가 심의를 해서 명예박사를 수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업이 노동문제가 있는 기업이어서 수여식 날 민주노총에서 항의시위를 할 예정이라는 보고를 당일 받았습니다. 곤혹스러운 일이지만 이미 결정된 일이라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했는데 행사를 끝내고 나오자 행사장 앞에 경찰이 시위대를 막고 있었습니다. 행사장에 시위대가 들이닥쳐 행사가 엉망이 되는 사태는 막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이해가 됩니다.

그렇더라도 신성한 캠퍼스에 경찰 진입을 요청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시위대에 우리 학생들도 있었다니 더더욱 그러합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경찰 진입 요청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지만, 행사에 깊이 관여한 대학원장으로서 이번 사태로 물의를 빚고 서강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에 대해 서강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깊이 사과드립니다. 특히 이번 사태로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을 관련 학생들에게 사과드립니다.

(…중략…)

2015년 2월 23일

손 호 철

그러나 학생들의 경우 이를 직접 전하는 방식이 불분명하고 학교관계자들도 이 서한을 전체 학생들에게 전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해서 전달방식을 고민하기로 하고 유보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개인적으로 몸이 탈이 나 수술을 받고 집안에 우환이 터져 나와 잊고 말았고 전체 교수들과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낸 만큼 간접적으로 제 뜻이 전달됐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리고 올해가 안식년으로 학교에 나가지 않아 몰랐다가 며칠 전 이에 대한 대자보가 붙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습니다. 그래서 위의 서한에다가 몇 가지를 더 추가한 학생들에게 보내는 별도의 서한을 준비 중인데 김대표의 글을 읽게 됐습니다(준비 중이었던 서신은 별도로 서강 사랑방에 올렸습니다).

위에서 지적했듯이 저는 경제학부가 명예박사를 추천했을 때 마리오 아웃렛이 그처럼 노동문제가 심각한 기업인 줄 몰랐습니다. 소위 ‘진보학자’를 자처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것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고 사과합니다. 물론 제 개인이 반대했다고 대학원위원회의 결정이 달라졌을지는 모릅니다만, 어쨌든 그 같은 사실을 모르고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것은 제 불찰입니다. 그리고 행사당일 식장 단상에 있었기 때문에 경찰의 진입도 몰랐다가 끝나고 나와서야 알았습니다. 그러나 대학원장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해 포괄적으로 사과했습니다.

그러나 김 대표의 공개서한을 받고 보니 제가 서강 구성원들에게만 사과를 했고 수술 등에 매달려 이번 사건으로 상처를 받았을 마리오 아웃렛 노동자들, 나아가 노동자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투쟁해온 모든 분들에게 사과하는 것을 잊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나마 깨우쳐온 김 대표에게 감사드리며, 이번 사건으로 상처를 받았을 마리오 아웃렛 노동자들, 나아가 노동자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투쟁해온 모든 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손호철(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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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1. ‘인제 와서 손호철 교수님이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 수준의 해명밖에 하실 수 없다면, 그리고 국민모임이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할 수밖에 없다면, 국민모임에는 “장그래 정당”보다는 “묻지 마 정당”이라는 별명이 더 어울릴 것입니다.’
    같은 말 다시하게 만드네요.

  2. 당일 보고를 받았다면 최소한 그 식에 참석하는 것을 거부하는 방법도 충분히 행할 수 있었을 텐데요? 알고도 정해진 거니깐 참여했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3. 여기서 이 교수의 말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명예박사를 주는 대상에 대해 기본적인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고ㅋ
    그걸 다 알고도, 그냥 학교에 돈 많이 주는 동문회장이니까 준거라면,
    그게 무슨 진보야. 부끄러운줄 알아라 좀 제발..
    하는짓이 보수보다 못해.

  4. 진정성 드립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진정성이 있다면 행동으로 증명하는 수 밖에는 없을 듯…

  5. 몰랐다? 굉장히 기시감있는 어투네요. 이왕 그렇게 된 것 그냥 둘 수 밖에 라고요. 이것도 많이 들어본 말이네요. 장그래 정당은 무슨 장그래입니까? 철회시키려고 노력이나 해봤으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겠죠? 그 회장이 뭐 잔디좀 깔아준다거나 건물하나 지어준다고 했나봅니다. 변명이 처량하네요. 아예 하질 마시지 이건 진보계에 더 큰 아픔이 될 겁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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