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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필자가 직접 베이컨을 만들며 축적한 체험과 노하우를 독자와 나눕니다. (편집자)

  1. 베이컨이 짠 이유
  2. 아질산염은 무죄
  3. 삼겹살이 아질산염을 만났을 때
  4. 집에서 베이컨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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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 첨가물들 

삼겹살을 소금에 절이기만 해서는 맛있는 베이컨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소금 외에도 아질산염, 인산염, 산도조절제, 향미증진제, 합성보존료, 설탕, 다양한 허브 등 많은 첨가물이 베이컨 특유의 풍미를 내기 위해 사용된다. 인산염은 조리과정 중에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서 조리 수율을 높이는 역할을 하며 산도조절제는 염지(소금 양 조절, 다른 재료 혼합 등으로 짠맛을 줄이고 풍미를 살리는 것)를 촉진하고 지방의 산화를 막는 구실을 한다.

향미증진제로는 MSG가 많이 쓰이고 소르브산칼륨[footnote]소르브산칼륨은 통상 소르빈산(Sorbic acid)칼륨으로도 불린다.[/footnote] 등의 합성보존료는 유통기한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염지 재료로 사용되는 허브에 따라 완성된 베이컨마다 미묘한 풍미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공기 중에 매달아 염지하는 이탈리안 베이컨 판체타 같은 경우에는 날벌레가 꼬이는 것을 막기 위해 굵게 간 후추를 잔뜩 넣기도 한다.

소금은 염지에서 핵심기능을 하지만 정제되지 않은 소금은 쓴맛을 남기기도 하고 입안을 텁텁하게 만드는 수렴성을 보이기도 한다. 이와 같은 소금의 수렴성을 해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해 설탕을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남은 하나, 아질산염은?

아질산염은 공공의 적?

아질산염은 방송이나 언론에서 육가공품의 발암 가능성을 거론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염지 재료다. 베이컨이나 햄, 프랑크푸르트 소시지처럼 아질산염이 사용된 육제품을 먹으면 금방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떠들어대고 또 그 내용을 여기저기서 베껴 써가며 모든 포털 사이트를 공포 분위기로 도배한다.

하지만 정작 그런 육제품을 과하게 먹어서 암에 걸렸다는 사람에 대한 추적 보도도 없고 왜 아질산염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원인 규명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아질산염은 왜 발암물질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일까?

미국에서는 해마다 남부 해안가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보툴리누스균에 의한 식중독으로 목숨을 잃는데 주로 어패류 통조림을 먹고 발병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강력한 신경독소로 보툴리누스 식중독을 일으키는 원인균 클로스트리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 균은 혐기성 세균으로 개펄이나 습지 등에 많이 분포하고 높은 열에도 견디는 내열성을 나타내며 수분을 매개로 증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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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툴리누스균에 감염되거나 처리 과정 중에 오염된 해산물을 통조림으로 만들게 되면 통조림 속은 공기도 적고 수분도 충분해서 보툴리누스 균이 증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FDA에서는 수분이 충분하고 혐기적 환경이 조성되는 통조림이나 진공포장 제품 등을 생산해서 상업적으로 유통할 때는 보툴리누스균을 직접 파괴할 수 있는 아질산염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1970년대 미국 학계에 아질산염을 이용한 동물실험 결과가 보고된다. 아질산염으로 염지한 고기를 일정 기간 생쥐에게 지속적으로 먹였더니 아질산염이 고기의 아민, 아미드류와 반응하여 발암물질인 니트로소아민(nitrosoamine)을 형성하여 암이 발생했다는 논문이었다. 이 논문은 아질산 염지 육제품을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소비하는 서구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뜻밖의 효과 ‘아스코르브산염’

수많은 과학자가 아질산염의 인체 독성에 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대체물질을 찾으려는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이어졌다. 인체 독성 없이 보툴리누스균을 파괴할 수 있는 아질산염 대체물질을 찾으면 노벨상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 정도였다.

수많은 과학자의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질산염 대체물질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연구 과정 중에 비타민 C로 통용되는 아스코르브산염이 보툴리누스 식중독균을 직접 파괴하지는 못하지만, 증식을 현저히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내는 뜻하지 않은 소득을 얻게 되었다.

결국, 이 소동은 실험을 목적으로 생쥐에게 무리하게 많은 양의 아질산염을 투여하면 암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인간이 일상에서 섭취하는 육제품 속 아질산염으로는 암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고 FDA에서도 적정량 이하를 사용하면 인체에 무해하다는 공식 발표와 함께 베이컨 염지에 사용하는 아질산염의 양을 고기 1kg당 0.2g 이하로 제한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식약청에서도 염지된 육제품 속 아질산염 잔류량이 고기 1kg당 0.07g 이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두게 되었는데 소비자원에서 시중에 유통되는 육제품을 수집하여 아질산염 잔류량을 조사해본 결과 고기 1kg당 최대 0.005g을 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자연상태에서도 만들어지는 아질산염

우리가 건강을 위해 즐겨 먹는 채소 속에는 많은 양의 질산염이 함유되어 있다. 채소 1kg당 질산염 함량은 표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시금치가 가장 많아서 3.08g 정도고 상추가 2.41g, 깻잎이 1.27g으로 그 뒤를 잇는다. 채소나 김치, 깍두기 속의 질산염은 구강 내부와 장내의 박테리아에 의해 아질산염으로 환원되는데 그렇다면 건강에 좋다는 각종 채소나 무 김치, 배추김치가 암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이라는 말인가.

다행스럽게도 그렇진 않다. 채소나 김치 속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비타민 C가 니트로소아민의 형성을 억제해서 유해한 수준 이하로 떨어뜨린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채소 속 질산염/아질산염 이야기를 끄집어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아질산염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서이다. 같은 무게의 시금치와 아질산 염지 육제품을 먹었을 때를 비교해 보면 아질산염이 얼마나 억울한 처우를 받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베이컨을 비타민C가 풍부한 채소와 함께 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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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질산염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아질산 염지 육제품을 높은 온도에서 구우면 니트로소아민이 생성되어 암에 걸릴 수있다는 것인데 이 또한 안심해도 좋다. 그냥 높은 정도가 아니고 아주 높은, 315℃ 이상의 온도가 되어야 니트로소아민이 생성되니까. 그렇지만 베이컨을 바삭하게 굽느라고 너무 높은 온도로 굽는 것만은 자제하시라. 고온 가열된 육단백질이 변성되어 암을 일으키는 헤테로싸이클릭아민(HCAs)이 생성될 수 있다.

질산염/아질산염의 역사

아질산염이 보툴리누스균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규명되기 훨씬 이전부터 질산염/아질산염은 식육의 염지에 오랫동안 역사 깊게 이용되어 왔다. 고기에 소금을 쳐서 매달아 두면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염장 기술이 수렵 사회에 널려 알려진 뒤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천일염 대신 동굴의 암염을 이용하던 동유럽 사람들은 좀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ham-769627_640

특정 동굴의 소금을 고기에 입혀 매달아 두었더니 색상도 그대로 유지되고 짜디짠 마른고기와는 다른 감칠맛이 나더라는 사실을…중세 이후 화약의 재료 쓰이기도 했던 질산나트륨 즉, 칠레초석의 발견이다. 이 미묘한 맛에 반한 요리사들이 뒷다리를 소금 쳐서 매달 때 질산염이 함유된 특정 지역의 소금에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가며 고유한 맛을 찾기 시작한 것이 파르마 햄, 하몽 등 현재 널리 알려진 유럽 생햄의 시작이라고 보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지 않은가.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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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소르브산칼륨이 아니고 소르빈산(Sorbic acid)칼륨이 통상적으로 쓰이는 단어 같습니다. 위키피디아에도 그렇게 등록되어 있네요.

  2. 맞습니다.
    두가지 용어가 다 쓰이긴 하지만
    아스코르빈산염, 소르빈산칼륨 이란 말을 더 자주 쓰지요.
    초고에는 그렇게 보냈는데…편집과정에서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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