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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을 시켜 노동자들을 두둘겨 패는 회사가 있다. 1980년대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나 봤던 것 같은 일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다. 23일 국회에서는 현대자동차 폭력 사건 진상 조사단 발표가 있었다. 2025년 대한민국에 구사대가 아직도 존재한다는 사실에 참석자들이 경악했다.

질질질 끌려갔고 머리끄댕이도 한 번 잡혔고 그 다음에 얼굴이 여기저기 쓸리고 맞고 그렇게 됐어요. 힘들고 안 움직여져서 누워있었는데 저를 발견하신 분이 너무 심각하다, 얼굴에 지금 피난다, 하시더라고요.”

“구사대가 머리카락을 잡아당겨서 힘이 부족해서인지 뒷쪽으로 머리를 박았어요. 보도 블럭에 머리를 박고, 제가 놀라서 소리를 계속 질렀어요.”

“그만하세요, 뭐 하시는 거에요? 이랬는데 귓등으로도 안 듣더라고요. 제가 그 말도 했어요. 손 대면 성추행이라고, 그런데 팔을 비틀더라고요.

1980~90년대 경찰 시위 진압 부대, 일명 ‘백골단’의 모습. ‘구사대’는 주로 파업 현장에서 노동자를 폭력으로 진압하는 기업 버전 백골단으로 비유할 수 있다.
😈 구사대

구사대는 회사를 구하는 조직이라는 의미로 ‘파업 파괴자(strikebreaker)’라고도 부른다.

사건의 개요: 명백한 폭력.

  • 지난 4월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앞에서 벌어진 일이다.
  • 현대차 협력 업체인 이수기업 해고 노동자들이 공장 정문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베이지색 작업복을 입은 남성 500여 명이 몰려들어 천막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항의하는 집회 참가자들을 밀치고 패대기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 진상조사단은 “의도적으로 충돌하고 폭력 상황을 만들려는 시도였다”고 분석했다.
  • 구사대는 여성 참가자들의 머리를 잡아당겼고 바닥에 패대기치기도 했다.
  • 경찰은 폭력을 방치했다. 현장에 있던 경찰은 제지하지 않았고 나중에 합류한 경찰도 사진 채증만 했다. 구사대가 아니라 피해 노동자들을 주로 찍었다고 한다.
  • 명숙(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은 “구사대와 경찰의 공모로 만들어진 고립된 폭력지대였다”고 평가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단순히 비정규직 해고 투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관행적인 불법 파견과 노조 탄압을 은폐하기 위한 폭력 사태였다.
  • 구사대의 집단 폭력도 충격적이지만 경찰의 방조와 묵인이 더 심각한 문제다.
  • 현대차나 경찰이나 이래도 되니까 이러는 것이다.
YouTube 동영상

분석: 왜 이런 일이 2025년에 벌어지는가.

  • 현대차 울산 공장 경비대260여 명의 정규직 120여 명의 외부 용역 업체로 구성된다. 체육학과 출신이나 군인 출신을 뽑는다. 평소에는 경비 업무를 하면서 일상적으로 노조 사찰과 감시 업무를 맡는다.
  • 이선민(민변 변호사)은 “이들은 채용 과정에서 구사대 업무를 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전혀 고지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회사도 실제로 폭력을 행사하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오늘은 제대로 한 번 하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구사대는 그걸 물리적 폭력을 행사해도 된다는 의미로 이해한다”고 한다.
  • 이선민은 “구사대를 동원한 폭력적인 노무 관리는 단순히 폭력을 유발하는 수준을 넘어 헌법상 권리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반헌법적 행위”라고 강조했다.

구조적 원인: 감히 소송을 걸어? 모두 해고야.

  • 이수기업은 현대차의 수출용 차량 이송 업무를 맡았던 1차 하청업체였다.
  • 현대차는 2~3년마다 하청업체를 폐업하고 다시 창업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관리했다. 근속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꼼수지만 애초에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 특별 채용 조건으로 노조 탈퇴를 요구했다는 증언도 많았다.
  • 이수기업도 무진기업이 폐업한 뒤 만든 회사고 상당수 직원들이 무진기업에서 넘어왔다. 여섯 차례나 회사를 옮긴 노동자도 있었다.
  • 현대차가 갑자기 폐업과 해고로 맞선 건 지난해 9월 이수기업 노동자들이 불법 파견으로 소송을 걸어 승소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현대차가 업무 범위를 지정하고 직접적인 지시 감독을 했기 때문에 불법 파견이 맞다고 판단했다.
  • 유태영(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은 “현대차가 그동안의 관행과 달리 노동자들을 전원 해고한 것은 첫째, 파기환송 재판을 진행 중인 노동자들에게 위협을 가하겠다는 것이고 둘째, 불법 파견의 증거를 없애고 소송 제기를 어렵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공장 앞 몸싸움‥ 현대차에 무슨 일이. MBC 뉴스데스크, 2025.04.21. 보도 영상 캡처.

“왜 민주주의는 공장 앞에서 멈추는가.”

  • 경찰도 공범이었다.
  • 랑희(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는 “공권력보다 기업이 우위에 있음을 사회적으로 각인시킨 사건”이라면서 “20년 전에 벌어졌던 일이 아직도 반복되고 있는 건 공권력의 협조가 있었고 개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한 집회 참가자가 경찰에게 “아니, 왜 안 말리고 찍고만 있냐”고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 다른 참가자는 “항의한 우리가 죄인 취급을 받았다”면서 “이 부당한 현실이 정상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김혜진(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은 “현대차의 구사대 폭력은 우연적이고 돌발적인 일이거나 한두 사람의 실수가 아니라 비정규직 투쟁을 관리하려는 노무관리 전략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김혜진은 “폭력행위자와 이를 지시한 책임자들도 반드시 처벌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구사대의 역사: 2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 2003년에는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식칼 테러 사건이 있었다. 하청업체 관리자가 월차를 쓰겠다는 노동자를 넘어뜨리고 병원에 입원하자 병원까지 찾아가 식칼을 휘둘렀다.
  • 2005년에는 현대차가 노조 감시를 전담하는 경비대 D조를 운용하고 있다는 내부 자료가 공개되기도 했다.
  • 2011년 4월에는 비정규직 인권 침해 진상 조사 보고서가 발간됐다.
  • 한 노동자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나라가 법치국가인가 싶었다. 관리자와 용역은 죄책감 없이 우리를 때리고 경찰은 이를 보면서 외면하고, 재벌의 힘이라는 게 이런 건가.”
  • 한 노동자는 30m 이상을 끌려가면서 계속 맞다가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 김혜진은 “처벌 받지 않는 사적 폭력이 20년 이상 이어졌다”면서 “구사대의 폭력이 확인돼 벌금형을 받은 경우는 있어도 폭력을 조직한 현대차에 책임을 물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개인적 일탈로 마무리지을 때마다 확실한 포상을 내렸다고 한다. 당연히 벌금도 회사에서 냈다.
  • 2004년 진상보고서에 실렸던 내용이 2025년 보고서에도 거의 그대로 나온다. 김혜진은 “현대차가 경찰을 통제하고 있으며 공권력보다 기업이 우위에 있음을 사회적으로 각인시켰다”고 평가했다.

진상조사단의 요구.

  •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수기업 해고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폭력 사태 책임자들을 즉각 해고하고 구사대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 고용노동부는 현대차에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해고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을 명령해야 한다.
  • 경찰은 출동한 경력을 징계하고 책임자들을 파면해야 한다.
  • 김태선(민주당 의원)은 “충격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윤종오(진보당 의원)는 “책임자 처벌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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