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리포트] 정권 심판을 넘어, 조국혁신당 돌풍과 세대별 편향이 의미하는 것.
다음주 이 시간이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돼 있을 것 같다. 투표율이 관건이라는 이야기 많이 하지 않나.
- 며칠 전 100분 토론에서 김진(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젊은이가 망친 나라 노인이 구한다”고 해서 논란이 됐다. 황당무계한 소리지만 여기에는 일말의 진실이 담겨 있다. 60대 이상 유권자들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70%에 육박한다. 이들은 투표 참여율도 높다. 게다가 올해 선거는 60대 이상 유권자들이 2030 세대 유권자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첫 선거다.
- 흔히 “투표를 하면 세상이 바뀐다”고 말하지만 결국 누가 더 열심히 투표소에 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김진의 표현에 따르면 노인들은 나라를 구하러 투표소에 가는데 젊은이들은 관심이 덜한 상황이다.


첫 번째 질문: 왜 4050 세대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나.
-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한데 지금의 40대는 첫 투표를 김대중이나 노무현으로 시작했고 계속해서 민주당 후보를 찍은 사람들이 많다. 효순이‧미선이 사건(2002년)부터 시작해서 노무현 탄핵(2004년)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2008년), 노무현의 자살(2009년), 박근혜 탄핵(2016년)에 이르기까지 다섯 차례의 촛불 집회를 경험한 세대다.
- 이들은 12년 전 박근혜가 당선됐을 때 30대였고 22년 전 노무현이 당선됐을 때는 20대였다. 이때 모두 이 세대에서 민주당 득표율이 가장 높았다.
- 12년 전 2012년 대선을 보면 역시 30대에서 문재인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박근혜에게 졌다). 이 사람들이 지금의 40대다. 10년 전에도 40대보다 30대가 더 민주당 성향이 강했다.
- 그러니까 지금의 40대는 노무현 당선부터 시작해서 20년 이상 60% 안팎의 민주당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 아래 그림에서 빨간색 막대가 22년 전 20대, 12년 전 30대, 2년 전 40대를 의미한다.

두 번째 질문: 나이가 들면 이들도 국민의힘을 지지하게 될까.
- 그건 가봐야 안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광장의 경험이 지금의 40대의 정치적 성향을 만들었고 콘크리트 지지율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40대가 50대가 되면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 50대로 바뀔 가능성이 있지만 역시 가봐야 안다. 지금의 50대만 해도 10년 전 50대보다는 결집이 강하다. (지금의 20대와 30대는 그런 경험이 약하다.)
- 60대 이상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은 건 이들이 나이가 들어 그렇다기 보다는 원래 보수 정당 지지율이 높았던 세대라고 보는 게 맞다. 지금의 60대는 노무현 당선 때 40대였고 박근혜 당선 때는 50대였다. 12년 전 당시 50대의 박근혜 지지율은 63%였다. 이들이 60대가 돼서 윤석열 지지율이 67%인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람이 달라진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나이가 먹었을 뿐이다.
세 번째 질문: 386 세대는 보수화된 건가.
- 한때 민주화의 선봉에 섰던 386세대는 올해 55~64세가 됐다. 지난 총선 출구 조사 기준으로 보면 (2020년 기준으로 51~60세다.) 50대의 49%가 민주당을 찍었고 42%가 미래통합당을 찍었다. 386이 50대가 되면서 기득권 집단에 편입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여전히 민주당 성향이 강하다.
- 다만 올해 여론 조사 흐름을 보면 민주당 공천 파동 때 50대가 먼저 흔들렸다. 민주당 공천이 끝나고 ‘런종섭’ 사태 이후 다시 민주당으로 결집하는 분위기다.
- 다음 그림은 3월 넷째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 비례 대표 투표 의향을 비교한 결과다.

- 다음 그림은 2년 전인 2022년 21대 대선 출구 조사 결과다.

네 번째 질문: 지금의 4050 세대가 나이가 들어도 정치적 지향이 그대로일까.
- 20년 전 노무현 당선의 주력이었던 2030 세대가 4050 세대가 됐다. 지난 20여 년의 데이터를 보면 이들이 국민의힘 지지자들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다. 특정 정당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회적 DNA에 가깝다고 본다. 일부는 386 세대처럼 보수 성향으로 돌아서기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60대 이상에서도 민주당 성향 비율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섯 번째 질문. 2030세대에서 무당층 비율이 높은 이유가 뭔가.
-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큰 차이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4050 세대와 비교하면 2030 세대는 조국혁신당 지지율도 낮다.
- 눈여겨 볼 부분은 남녀 성별 차이다. 갤럽 조사에서 비례 정당 투표 의향을 물었더니 20대(18~29세) 여성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11%밖에 안 되는데 20대 남성은 25%나 된다. 민주당+조국혁신당 지지율은 20대 여성이 47%인데 20대 남성은 26%에 그쳤다.

-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으로(59%) 윤석열을 지지했던 이대남(20대 남성) 가운데 상당수가 이번 총선에서는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보는 게 맞다. 젠더 갈등을 부추겨 윤석열에게 이대남 표를 몰아줬던 이준석의 개혁신당은 20대와 30대 남성에서 7%의 수준 지지율에 그치고 있다.
- 엄경영(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지난 대선 때부터 2030은 탈정치, 탈이념, 탈진영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일종의 ‘정치 혐오’가 일상화됐고, 진영 정치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 2030 세대를 끌어안을 공약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국가 장학금을 확대하겠다고 했고 민주당은 게임 중독 근거법을 만들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비동의 강간죄 공약을 내놓았다가 폐기한 것도 이른바 이대남의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투표율이 변수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 표면적으로는 이대남이 많이 나오면 국민의힘이 유리할 것 같지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 2016년 총선 투표율은 58.0%였는데 30대는 50.5%밖에 안 됐다.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123석과 122석을 나눠 가졌다.
- 2020년 총선 투표율은 66.2%나 됐다. 30대도 57.1%였다. 투표율이 올라가니 민주당이 180석을 가져가고 미래통합당은 103석으로 쪼그라들었다.
- 전체 투표율보다 중요한 건 연령대별 투표율이고 2030 투표율이다. 예측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2030 부동층이 어디로 움직일 것인지 그리고 이들이 과연 투표장에 얼마나 나올 것인지가 변수라는 이야기다.


2030 투표율이 관건이지만 결국 부동층이 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다르겠다.
- 실제로 여론 조사에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다.
- 올해 여론조사가 특히 조사 기관마다 편차가 크다. 여론조사 뿐만 아니라 투표 의향을 확인하고 세대별 격차를 비교해야 하는데, 전국 1000명 여론조사로는 이런 세대별 격차가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확하지도 않다.
- 일부 여론조사에서 20대의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0%라고 해서 논란이 있었는데 표본 수가 적기 때문에 사실 연령대별 데이터는 크게 신뢰하기 어렵다. 다만 여러 조사를 종합하면 2030 지지율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
- 아래 그래프는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유권자 수와 실제 투표자 수를 연령별로 비교한 결과다. 연령 분포로는 40대와 50대가 많은데 실제 투표자 수는 60대가 40대보다 더 많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60대 이상이 2030 세대보다 더 많은 선거라 변수가 많다.

정리를 해보자.
- 누군가는 이번 총선의 시대정신이 정권 심판론이라고 말할 것이다. 3년은 너무 길고 한때 ‘눈 떠보니 선진국’이었던 국가의 몰락과 정부의 부재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뛰어올랐고 성장 동력은 꺾였다.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공정과 원칙, 정의, 사회적 연대의 가치가 송두리째 무너졌다. 양평 고속도로 의혹과 디올 백 논란,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갈등, ‘런종섭’ 사태를 거쳐 우리는 여기에 와 있다. 모두 윤석열(대통령)이 저지르고 수습을 못하고 있는 사안이다.
- 정권 심판론이 힘을 얻는 건 대통령의 책임 있는 사과와 합당한 처벌 없이는 한국 사회가 한발짝도 나가기 어렵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정권 심판이라는 시대적 요구가 너무나도 중요해서 다른 의제와 토론이 모두 지루해 보일 정도다.
- 그러나 2030 세대의 높은 무당층 비율은 이들에게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이 정권 심판의 주체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단순히 2030 세대의 보수화로 설명할 수 없는 뿌리 깊은 정치 불신과 냉소를 제대로 들여다 보지 않으면 세대별 갈등을 극복할 수 없다.
-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갈망과 정치적 효능감이다. 1000만 명이 촛불을 들었지만 5년 뒤 윤석열 정부의 탄생을 지켜봐야 했고 ‘눈 떠보니 후진국’이 돼 있다. 나라를 구한다는 심정으로 투표를 하려면 우리가 꿈꾸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시작이 정권 심판이 될 수는 있겠지만 정권 심판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연령보다는 출생년도 기준으로 분류하는 것이 좀더 알기 쉬울 것 같습니다. 소위 386 그룹으로 불린 사람들이 60년대생이고, 그로부터 70년대생과 80년대 중반생까지는 민주화 투쟁 세대, 50년대 중반생부터 그 이전은 박정희, 이승만 세대인 것으로 봅니다. 다만 80년대 후반 출생 이후부터는 세대별 시대 정신이라 할 것이 조금은 약하지 않나 싶고, 그래서 투표에 무관심한 것도 같습니다. 시대 정신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