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7월 15일에 발간한 슬로우리포트 “억장이 무너진다, 민주당의 감세 딜레마”를 읽고 독립 연구자 Everon(필명)님이 보내오신 글입니다. 종합부동산세의 진짜 문제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서 비롯한 시장의 왜곡이라는 분석입니다. Everon님은 정책의 실패일 뿐 종부세의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양도소득세와 재산세, 취득세, 등록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모두 종부세로 통합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반론과 의견을 환영합니다.

사라진 질문: 종부세는 옳은 세금인가.

종합부동산세를 없애거나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이제 민주당 내에서도 힘을 얻는 국면이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고 보는 사람들도 여기에 말을 얹고 있다.

종부세는 과연 옳은 세금인가 또는 거두기 좋은 세금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을까. 종부세를 없애느니 축소하느니 주장을 하려면, 이 세금이 세금으로서 타당하고 공정하고 바람직하게 거둬지고 있느냐에 대한 고찰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그동안의 종부세가 ‘과세의 원칙’을 잘 지켜서 징수된 세금인지 따져보고자 한다. 특히 분석의 편의를 위해 민주 진영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분석적인 이유를 들고 있는 최병천(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의 주장과 함께 종부세가 정말 바람직한 세금인지 검토해 보자.

종부세의 너무 많은 목표: 최병천의 주장.


최병천의 주장은 종부세가 너무 많은 목표를 갖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보유세(재산세)와 부유세(누진세), 부동산 가격 상승 억제, 다주택자 투기 규제 등 네 가지 목표를 섞었다는 것이다. 과연 이렇게 여러 가지 목표를 섞은 것이 잘못된 것인가 따져보려면, 바람직한 조세 체계의 기준이 무엇인가 이야기해야 한다.

합의된 원칙.


아돌프 와그너는 [공공 재정에 관한 세 가지 정리] (Three Extracts on Public Finance, 1883)에서 바람직한 조세 체계의 원칙을 네 가지로 나누고, 더 세부적으로는 아홉 가지 원리를 제시했다.

네 가지 원칙은 재무적 원칙과 경제적 원칙, 정의 및 과세분배 형평가능의 원칙,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무행정의 원칙이다.

첫째, 재무적 원칙(Financial Principles)은 두 가지 세부 원칙으로 구성돼 있다. 수입의 적정성 (Adequacy of yield), 과세의 유연성 (Flexibility of taxation)이다.

둘째, 경제적 원칙(Economic Principles) 역시 두 가지 세부 원칙이 있다. 세원의 정확한 선택(Choice of correct of taxation)과 파급효과를 고려한 과세 유형의 선택이다.

세원의 정확한 선택은 예를 들어 부과되어야 하는 세원이 개인의 ‘소득(income)’인지 ‘자산(wealth)’인지이며, 동시에 어느 정도까지 부과해야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이 될 것인지를 고르는 것이 ‘정확한’ 것임을 지적한다.

파급효과를 고려한 과세 유형의 선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Choice of the kind of tax, in the light of the effect of taxation and of different kinds of taxes on the taxpayers, and general examination of the problem of tax shifting.”

조세 전가의 효과를 고려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목들끼리 비교했을때 납세자에게 어떠한 영향이 있는지에 대한 고려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셋째, 정의 및 과세분배 형평가능의 원칙(Principles of justice, or of the equitable distribution of taxation)도 두 가지 항목으로 나뉘는데, 각각 보편성(Universality)과 과세의 평등성(Equality of taxation)이다.

보편성이란 과세의 의무를 모든 납세자가 진다는 의미고 과세의 평등성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평등성을 말한다.

넷째, 세무행정 원칙(Princeples of tax administration)은 세 가지로 구성돼 있는데, 과세체계의 확정성(Determinacy of tax system)과 편리함(Convenience), 그리고 징수 비용의 저렴화에 대한 노력(Effort to ensure the lowest possible collection cost)이다.

와그너의 조세 체계 4원칙은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제시한 조세 체계 4원칙인 평등성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 편의성의 원칙, 징세비 최소화의 원칙에서 한 단계 발전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리차드 머스그레이브(Richard A. Musgrave)는 아돌프 와그너의 이론에 추가로 하나의 원칙을 제시했는데 안정과 성장을 위한 재정 정책의 도입이다.

종부세는 원칙에 맞나.


그렇다면 최병천이 언급한 종부세의 네 가지 목적이 이 원칙에 포함되는지 살펴보자.

첫째, 보유세(재산세)는 존재할 수 있다.

둘째, 부유세를 통해 조세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

셋째, 세금으로 가격을 조절하겠다는 목표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거래량도 줄고, 시장을 경색시킬 우려가 크다. 이에 대해서는 세금 전가의 문제는 물론이고 시장을 왜곡하는 세금에 대한 이론이 이미 널리 알려져있으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넷째, 다주택자 투기 규제도 마찬가지다. 투기를 규제하기 위해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행위는 정책적으로 용인된다. 급격한 가격 변화는 해당 시장의 투기 수요를 발생시켜 제조업을 비롯한 실물경제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렇기에 투기 근절을 위한 가격 방어는 정책적으로 용인될 수 있다는 게 주류 경제학의 입장이다. 즉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한 가격 안정은 환율을 안정시켜야 하는 이유와 동일하다.

그러나 종부세가 이걸 실현시킬 수 있을까. 세금은 많은 경우에 가격 안정을 도모하지 못한다는 점은 세 번째 목표(가격 상승 억제)의 실패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종부세는 투기 규제의 적절한 수단이 못 된다. 오히려 과거의 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제도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제도로 적절하다.

종부세는 잘못된 세금인가.


종부세는 정말 잘못된 세금이라는 주장이 어느 정도 일리 있어 보인다.

하지만, 종부세가 그 자체로 위의 과세 원칙들을 잘 만족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위의 셋째와 넷째는 문재인 정부의 목표였을 뿐 종부세의 목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종부세는 수단에 불과한 세금 제도일 뿐이다. 그러니 종부세가 과연 과세 원칙을 잘 지킨 세금인지를 보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관찰이다.

종부세는 재무적 원칙들인 수입의 적정성과 과세의 유연성을 말할 필요도 없이 만족한다고 할 수 있다. 수익률의 적정성(Adequacy of yield)을 보면 종부세로 거둬들이는 세수는 매우 의미 있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과세 역시 유연하다. 징수 금액이 경제 상황에 따라, 공시지가에 따라 바뀐다. 재무적 원칙으로는 딱히 비판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세원은 정확하게 선택되었는가. 역시 문제될 게 없다. 종부세는 소득(Income)에 대한 세금이 아닌 자산(Wealth)에 대한 세금이다. 종부세는 보유세다.

문제는 세원의 크기와 적절성이다. 이에 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어느 정도로 거둬야 최적 수준인지에 대한 연구는 실증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세율의 크기가 개인 경제와 국가 경제의 양쪽 다 이익을 해치고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종부세의 약점이 여기에 있다.

종부세에 반발하는 이유.


종부세는 보편적인가. 종부세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가장 반발하는 부분이 이 대목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충분한 크기의 부동산을 가지는 순간 누구나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세금은 보편성을 갖고 있다. 세금의 보편성이란 조건에 해당하는 경우 예외없이 징수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세금이 과연 평등하게 징수되고 있는가는 바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크기에 따라 내야 할 세금의 크기가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면 된다. 공시지가를 토대로 매겨지는 세금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적 자원의 재분배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면, 이 원칙은 무난하게 달성된다. 그리고 한국의 종부세는 이제 지방에 교부하는 재원의 일부분을 아주 훌륭하게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세무행정상 원칙이 종부세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과세 체계가 결정성(determinancy)를 갖고 있느냐, 다시 말해 불확실하지 않은 세금인가 봐야 한다.

종부세는 세목 창설 이후 기술상의 변경이 매우 잦았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세율 인하는 물론 공시지가 기준 변경도 있었고 그 반대로 가격 안정이라는 명목 아래 세율 인상과 공시지가 현실화도 있었다. 모두 종부세에 대한 저항이 생길 빌미가 된다.

종부세의 두 가지 문제.


중간 정리를 해보자. 종부세는 두 가지 지점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세금을 매기는 정도가 과한가.

둘째, 과세 방식이 자주 바뀌는가.

이 두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최병천의 주장을 살펴보자.

최병천은 종부세가 너무 많은 것을 달성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는 종부세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종부세를 희생양 삼았다고 봐야 한다. 종부세는 과세방식이 너무 자주 바뀌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종부세가 아니라 어떤 세금도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미국과는 다르다.


최병천은 미국과 한국의 보유세를 비교해서 보유세는 효능감과 반감, 국민수용성 측면에서 한국의 종부세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보유세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자신의 재산을 보호해주는 편익을 위해 보유세를 납부한다. 부동산이 속해 있는 지역의 재산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도로와 공공시설의 편익을 유지 보수하고 개선하는데 드는 비용을 보유세로 충당한다.

최병천은 “재산 가치와 연동되어 있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표현은 한국처럼 공시지가에 연동된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이다. 오히려 자신이 속한 지역의 공공시설 유지 보수 및 확충에 보유세가 쓰인다고 말했어야 했다.

둘째, 부담 능력을 고려해 이연제도를 둔다. 자산이 부동산 밖에 없거나 소득(income)이 없는 경우 나중에 집을 팔 때 그때 가서 밀린 세금을 한꺼번에 내도 된다. 최병천의 주장은 종부세가 왜 국세여야 하느냐는 질문을 담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종부세는 국세이지 지방세가 아니다.

그러나 영토의 크기를 생각했을 때, 미국의 지방세는 ‘주세(state tax)’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캘리포니아에서 세금을 걷어 캘리포니아를 위해 쓴다. 미국의 한 주의 영토는 남한의 크기와 엇비슷하거나 더 큰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보유세가 국세가 될 수 있는 근거가 지역 균형발전으로 자리잡는 데 문제가 없는 것이다.

팔로 알토에서 거둔 세금을 팔로 알토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쓸 수 없다는 근거를 가져오려면, 카운티 단위로 거둔 보유세를 해당 카운티에서만 써야 한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당연히 팔로 알토 단독으로 의회가 존재하지 않고 팔로 알토만 따로 거두는 지방세도 없다. 최병천의 주장은 비유가 적절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의 보유세가 효능감 높게 설계됐다는 주장은 여전히 타당한 지점이 있다.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주 차원의 보유세를 걷고 이 보유세를 팔로 알토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의 어느 지역 인프라에 쓸 것인지 결정한다. 팔로 알토에서 거둔 보유세는 캘리포니아주 전체를 위해 쓰인다.

조금 달리 보면 애초에 캘리포니아주가 잘 사는 주라 보유세에 대한 저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팔로 알토 사람들에게 세금은 회계사들이 알아서 할 문제이지 더 큰 돈을 버느라 바쁜 기업가들은 신경 쓸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팔로 알토는 한국의 종부세를 이야기하기에 적절한 사례가 아니다.

종부세는 국세다.


한국의 종부세는 지방세가 아닌 국세다.

국세는 정부 운영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하나의 지갑’ 안에 담는다. 종부세는 국세다. 미국으로 치면 연방세다. 이렇게 보면 한국의 세제와 미국과의 세제 역시 타당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연방소득세와 별개로 주세인 소비세와 보유세가 존재한다.

소비세와 보유세는 주마다 다르다. 한국의 부가가치세 역할을 하는 판매세(sales tax)가 0%인 주도 있다. 한국의 보유세가 미국의 보유세를 따라가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거나, 미국은 이런데 한국은 왜 이러냐고 비판하는 것은 투박하거나 불충분한 주장이 될 수 밖에 없다.

집값 뛰면 세금도 뛴다.


종부세는 집값에 연동된다.

시장 가격이 상승하면 첫째, 공시지가 반영비율이 오르고, 둘째, 세율 구간이 달라진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때는 2018년 세율을 인상했는데 이듬해 집값이 뛰면서 공시지가가 크게 올랐다. 2020년 공시가격 현실화로 공시가격 반영 비율을이 더 올랐다.

세금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용되려면, 건드릴 수 없는 확실한 숫자로, 장기간 고정돼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종부세는 이 두 가지를 다 어겼다. 1년 단위로 정책이 바뀌었다. 집값 억제 수단으로 가격을 건드렸으니, 애초에 질 싸움이었다. 반감이 커지고 효능감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최병천의 지적은 이 지점에서 매우 타당하다. 미국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과세방식이 계속 바뀌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미 보수정부에서 한 번 망가진 과세방식을, 정권을 되찾아왔는데도 더 망가뜨렸다.

종부세는 희생양이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에게는 과한 세금 탓에 개인의 이익(interest of individual)을 침범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지적하는 주장에서 가장 뼈아픈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는 가격 안정이라는 미명 아래 과세 방식을 자주 건드려 과세 원칙을 허물었다.

공시지가 현실화는 종부세 뿐만 아니라 다른 재산 관련 세금에도 영향을 미쳤다. 집을 팔려는 사람은 양도세와 취득세, 등록세 부담 때문에 팔지도 사지도 못하게 돼 버렸고, 이전보다 더 큰 금액을 종부세로 소득에서 뜯기게 되었다. 명백한 징수 기술의 실패다.

이로 인해 종부세를 폐지해야 된다는 말이 나와도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이 종부세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잘못된 건 부동산 정책인데 말이다. 종부세는 희생양이다.

종부세에 ‘종합’이 없다.


종합부동산세는 아직 ‘종합’이 아니다. 그냥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부동산을 ‘종합’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에서 부동산의 거래와 보유에 대해 매기는 세금은 크게 다섯 가지다.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그리고 거래시 차익이 발생할 경우 양도소득세다. 취득세와 등록세, 재산세는 지방세고 양도소득세와 종부세는 국세다.

독자들은 여기서 벌써 이상하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왜 이 세금들은 한꺼번에 징수되지 않는가? 간단한 과세제도는 정책의 효율성을 높인다.

‘이익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건 조세의 기본 철학이다. 이익(benefit)은 소득(income)이 아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지 않다. 집 한 채 있을 뿐인데 왜 세금을 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 부동산 보유로 어떠한 소득이 발생하지 않아도, 그 부동산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리는 무형 유형의 편익(benefit)이 있다. 그 편익을 아무리 최소화해도 자신의 사유재산을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그 위에 살고 있다면 그 사람의 사유재산인 부동산은 국방력과 경찰력에 의해 보호받는다. 보유세는 거기에 관한 세금이다.

따라서 한 나라의 테두리에서 발생하는 모든 경제적 이익은 그 이익의 크기에 비례해 세금이 징수돼야 한다는 원칙에서 부동산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과세는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는 모든 곳에 징수함으로써 해당 이익이 이익을 발생시킨 당사자에게 귀속되는 것임을 인정하는 행위이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재산과 관련된 세금에서 보유세가 아닌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록세가 왜 부동산에 부과되는 세금으로서 가장 넓게 거론되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보자. 대한민국은 부동산이 여러 차례 폭등하는 역사를 수십 년간 겪어온, 세계사에 유례없는 고속 성장을 한 유일한 나라다.

그런 고속 성장과 함께 땅과 건물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수십 년 동안 오르는 이득에 대한 과세로, 부동산이 거래될 때마다 부과하는 세금만큼 좋은 수단이 있을까. 취득세와 등록세, 재산세는 그 역사가 매우 오래됐으니 그렇다 치자. 양도소득세는 1968년 ‘부동산투기억제세’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돼 1975년 소득세에 통합됐다.

이제 예전만큼 5~10배만큼 전국적으로 집값이 오를 일은 없다. 경제가 발전하면 투기 수요는 어디서나 일정 정도 존재할 수 있다. 시장이 건강하면 투기 수요는 저절로 일정 수준 이하로 줄어든다. 투기 수요는 건강한 시장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시장을 뒤흔드는 투기 수요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수요나 공급이 매우 비탄력적이거나 시장이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이 다섯 가지 세금(종부세, 취득세, 등록세, 양도소득세, 재산세)으로 충분히 왜곡돼 있다는 사실이다.

종부세로 종합해야 한다.


종부세를 다른 재산세와 합쳐져야 한다는 주장이 이미 있었고 시도된 적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재정학자로 유명한 나성린(전 새누리당 의원)은 “모든 재산 관련 세금을 재산세 하나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성린이 발의한 법안이 종부세와 재산세, 취득세가 합쳐진 ‘종합재산세’였다. 나성린의 제안은 부동산 경기 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에 좌초됐다.

이렇듯 진보도 실패하고 보수도 두려워하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바로 재산세목의 단일화다. 금융실명제만큼 근본적으로 시장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왜 정치인들은 관심이 없을까. 금융실명제처럼 사회적 공감대가 크게 요구되는 것이 바로 종부세로의 단일화다. 금융실명제는 처음 제안이 나온 뒤 법률로 정비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종부세가 2005년에 도입됐으니 벌써 20년이 다 돼 가는데 아직도 논쟁 중이니 금융실명제 문제보다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엄두를 못내는 것일 수도 있다.

종부세가 지금은 욕을 먹지만 재산세와 양도세, 취득세, 등록세가 사라지고 종부세만 남는다고 생각해 보자. 누가 종부세를 욕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대한민국은 이미 비슷한 류의 세제개혁을 한 역사가 있다. 부가가치세가 그런 세금이다. 부가가치세는 1977년 7월 1일에 신설돼 기존에 존재하던 영업세와 물품세, 통행세, 입장세, 유흥음식세, 전기가스세, 석유류세, 직물류세, 전화세를 흡수했다. 하지만 그 역풍이 어마어마해 회계연도 시작일인 1월 1일에 실시되지 못하고 7월 1일에서야 실시되었다. ‘부가세 철폐’라는 구호가 부마항쟁에 등장할 정도였으니 그 후폭풍을 짐작하고도 남을 수 있다.

이후 부가가치세는 5공 정권에 의해 사라질 뻔 했지만 당시 공무원이었던 강만수(후에 기획재정부장관이 된다)가 지켜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종부세와 양도세, 그리고 취득세 등록세를 하나의 세금으로 통합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런 역사를 다시 불러낼까봐 두려워서 그런건 아닐까?

종부세 하나로 가자.


모든 부동산 관련 세금은 종부세의 이름으로 합쳐져야 한다. 그 첫 번째가 양도소득세가 돼야 한다. 양도세는 원래 부과되던 세금도 아니었으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신설한 세금이 소득세에 합쳐져 재산에 대한 세금인데도 소득세목에 남아있는 변종 세금이다. OECD는 세금 통계를 매년 보고서로 내는데, 우리나라의 양도소득세를 재산에 대한 과세로 분류한다. 심지어 소득세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 분류에 맞춰서 양도소득 세액을 별도로 분리하는 작업을 해마다 해야 한다. 명백한 행정력 낭비다.

취득세와 등록세는 그 다음 타겟이 되거나 사라져야 한다. 개인의 사유 재산임을 표기하는 데 국가가 인지를 붙여 인증하는 식의 세금은 명백히 구시대의 세금이다. 지금은 종합부동산세가 개인의 사유재산을 충분히 인정하고 보호하는 장치로서 기능할 수 있다. 지방재정의 건전화가 문제라면 일회성인 취득세와 등록세 감소분만큼 재산세를 증가시켜 보전하면 될 일이다. 재산세는 심지어 해마다 나눠서 낸다. 취득세와 등록세를 한 번에 과하게 징수하는 것보다 분산하여 낼 수 있으니 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크지 않다.

게다가 궁극적으로 이 재산세도 종부세 지방분이라는 이름으로 합칠 수 있다. 서로 다른 세금을 이름만 바꿀 것이 아니라 징수 기준을 일원화하자는 이야기다. 세율은 단일화하고 큰 금액은 자산을 처분할 때 나눠서 낼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징수 기술의 문제다.

종부세는 잘못이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종부세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이 종부세 때문에 집을 팔려고 했더니, 양도세와 취득세, 등록세 부담이 너무 커서 팔고나면 이사갈 집을 못 구한다는 현실적인 문제였다.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인 종부세가 욕을 먹도록 부동산 정책을 잘못 설계한 것은 분명 전 정권의 책임이다.

하지만 종부세는 잘못이 없다. 잘못된 부동산 정책, 그리고 그 근본 원인은 이전에 종부세와 같은 역할을 하는 다른 부동산 관련 세금들을 쪼개 놓은 데 있다. 재산 관련 세목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부동산 정책으로 종부세율과 공시지가를 만지작거린다면 이 문제는 모든 정권에서 반복될 것이다.

세율은 한 번 고정하면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소득세율이나 소비세율(부가가치세율)이 바뀌는 일이 있었나? 3대 세원인 소득, 소비, 재산에 대한 세금 중에 소득세와 소비세는 기준 세율이 거의 바뀌지 않는데 왜 재산 관련 세금은 이렇게 세율 변경이 잦은가. 원칙이 흔들리면 누구나 불만을 품게 된다.

우리는 종부세를 못 살게 굴면 안된다. 결국 종부세 아래로 모든 재산 관련 세목이 다 ‘헤쳐 모여’해야 한다. 부동산을 사든 팔든 보유하든 누구나 종부세를 낸다면, 종부세가 부자를 겨냥한 세금이라는 이미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그게 재산에 대한 종합과세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이고 종부세가 가야 하는 궁극적인 방향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 어려운 일을 해낸다면 조세 정의를 실현한 정부로 대한민국 행정사에 길이 남길 업적을 하나 만들 수 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참고문헌 등.


이 글에서 언급한 취득세와 등록세는 모두 지방세목 취득세, 등록세 중 부동산, 토지, 농지등의 취득과 등록 관련된 부분을 의미한다.
교육세 징수 방법이 부동산 관련세금의 통합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교육세는 국세와 지방세의 징수세액에 덧붙여 매겨지는 방식으로 부과되고 있는데, 재산세와 등록세를 부과할 때도 교육세분이 추가로 징수된다. 담배 가격에 교육세가 붙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세 징수 구조는 우리나라의 세제개혁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세제의 변천에 관한 부분 및 자료 인용의 많은 부분은 유준경의 아래 논문을 참고하였다.
– A. Wagner(1883), ‘Three Extracts on Public Finance’ from ‘Classics in the Theory of Public Finance’, Richard A. Musgrave and Alan T. Peacock (ed.), ST. MARTIN’s PRESS, INC., 1994, p.1-15.
– 최병천, “한국 종부세와 미국 보유세의 3가지 차이점”, 경향신문, 2024년 7월11일 온라인판 기사.
– 최병천, “종부세 폐지 공론화, 고민정 의원이 옳다”, 경향신문, 2024년 6월6일 온라인판 기사.
– “18대 국회 이사람 한나라당 나성린”, 매일경제, 2008년 5월28일 온라인판 기사.
– 한국조세연구원, ‘조세·재정정책 50년 증언 및 정책평가’, 2003.
– 유준경, ‘해방 후 국세의 변천과 구조분석’,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석사논문,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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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조세는 기술적인 문제가 더 큰것이지 무슨 원리나 합법칙으로 접근하면 끝도없는 논쟁으로 빠지게 되어있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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