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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인터뷰] 수문학자 김형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기후 채찍질’ 경고…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SOC 정비, 피해지역 지원 등 적응책 시급…지구 한계선 인식하는 ‘행성 지능’ 높여야” (⏰13분)

💡 세상에 문제는 넘치지만 해법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좋은 해법은 질문에서 나옵니다. 슬로우뉴스가 문제와 함께 해법을 말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질문합니다.

“한 나라 안에서도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지역과 주로 피해를 입는 지역이 따로 있습니다. 하지만 2022년 강남역 침수 사태 때 그랬듯, 지금은 언제든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에요. 국내판 손실피해기금과 같은 제도가 있다면 이러한 피해에 대해 ‘공통의 하지만 서로 다른 책임(CBDR)’을 적용할 근거가 생길 겁니다.”

김형준(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제7차 평가보고서 책임저자)
7월 15일 충남 부여군 규암면에서 119소방대원들이 물에 빠진 소를 구출하고 있다. 사진 = KBS 제보화면 캡쳐.

이게 왜 중요한가.

해법: 원인 규명 연구 그리고 국내판 손실피해기금

  • 원인 규명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래야 과학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 규모를 산정하고 보상할 수 있다. 일본, 미국, 캐나다에서는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 국내판 손실피해기금이 필요하다. 개발도상국이 겪는 기후 재앙에 대해 선진국이 책임과 보상 필요성을 인정하고 기금을 마련해 지원하는 것처럼 기후변화에 원인을 제공하는 지역이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지역을 지원하자는 아이디어다. 김형준의 제안이다.
  • 국제사회에서 손실피해기금(Fund for Responding to Loss and Damage, FRLD)2023년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당사국총회(COP28)에서 공식 출범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개발도상국의 경제적·비경제적 손실과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산하 기금이다. 극한 기후 현상, 해수면 상승으로 입은 피해를 복원, 재건하고 재활을 지원하기 위해 보조금, 차관을 지원하고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 김형준은 누구?
  •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7차 평가보고서(AR7)의 책임저자(WG I, Chapter 1)로 참여하고 있다.
  • 연세대 천문대기과학과를 나와 대기과학과에서 석사학위 후 도쿄대에서 사회기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쿄대 사회기반학과 조교수를 거쳐 부교수,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 주요 연구 분야는 기후변화와 극한 기상현상, 기후변화 적응 및 완화 전략, 자연-인간 시스템 통합모델링(Coupled Nature-Human System), 위성 원격탐사, 데이터 과학 및 머신러닝 응용이다. KAIST 메타어스연구센터(Meta-Earth Lab)를 운영하고 있다.

기후의 채찍질, ‘스윙’ 현상이 더 강해진다.

— 건조한 날씨와 습윤한 날씨가 교차하는 ‘건습 진동(dry-wet Swing)’이 커지면서 가뭄-홍수 급전환, 폭우-폭염 급전환 현상을 일으킨다는 걸 2019년 연구에서 밝히신 바 있다. 여의도 156개 면적을 태운 3월 경북 산불, 반년치 비를 닷새 동안 쏟아부은 7월의 ‘괴물폭우’도 스윙 현상인가?

“맞다. ‘웻 드라이 스윙(wet-dry Swing) 현상은 호우가 폭염 혹은 가뭄으로 급전환하는 출렁거림을 뜻한다. 연구해보니 이대로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 아마존과 몇몇 열대 지역을 제외하고 거의 전 세계에서 스윙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지도학생인 가빈 마타쿰부라(Gavin D. Madakumbura)와 함께 연구한 결과였다. 당시 나는 일본 도쿄대에 있었는데 2018년 홍수-폭염 연쇄 재해가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홍수로 237명이, 그 직후엔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15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습도가 높고(wet) 비가 많이 오면 나무가 잘 자란다. 이후 건기(dry)가 오면 나무가 말라죽는다. 이게 산불의 연료가 된다. 비-가뭄의 순환이 연료를 만드는 구조다. 문제는 이처럼 진자운동 같은 출렁거림 즉 진폭(swing)이 지구 온난화 때문에 커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기온이 1도 올라가면 수증기 보유량이 약 7% 증가한다. 이로 인해 한 번에 쏟아지는 비의 양도 늘어난다. 비가 올 땐 더 많이 쏟아지고, 건조할 땐 땅속 수분까지 말릴 정도로 뜨거워진다. 이 때문에 홍수-가뭄(폭염) 재해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지난해 일어난 LA 산불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LA 산불 때 일어난 현상을 ‘기후 채찍질’(climate whiplash)이라고 부르는 연구자도 있다. 어떻게 다른가.

“비슷하다. 가뭄-홍수 같은 극한 기상 현상이 서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걸 나는 ‘스윙’이라고 칭했고, UCLA의 알렉스 홀 교수는 ‘위플래시(whiplash, 채찍질)’라고 불렀다. ‘위플래시’는 자동차 사고 시 목이 꺾이는 부상을 입는 걸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갑작스러운 변화라는 뜻을 내포한다.”

📌 건습 진동(dry-wet Swing)이란?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우기와 건기가 한 쌍을 이루며 그 강도(intensity) 및 빈도(frequency) 변화가 상호 연관되어 나타나는 기후 패턴을 의미한다. 김형준은 2019년 3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1.5도에서 2도로의 온난화에 따른 수문 순환의 사건 간 강화(Event-to-event intensification)” 논문에서 E2E(Event-to-event) 지수를 통해 이 현상을 정량화했다. 가빈 D. 마다쿰부라, 우쓰미 노부유키, 시오가마 히데오, 에리히 M. 피셔, 히라야바시 유키코, 오키 다이칸 등 국제연구진이 참여한 이 논문은 이 현상이 2도 온난화 시나리오에서 평균적인 강도 증가보다 최대 10배까지 심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는 가뭄과 홍수 사이의 극단적 전환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위험이 ‘1.5도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상당히 완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1.5도 목표’란 국제 사회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키로 하되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하기로 결의한 데에서 비롯됐다.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의 일부다.

기상청에선 7월 중순의 집중호우가 차고 건조한 ‘절리저기압’이 예년보다 오래 머무르면서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충돌해 예측할 수 없이 많은 비가 내렸다고 분석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에서 교란이 일어나 찬 공기가 더 많이 남쪽으로 내려온 탓이라는 분석도 있던데.

“어려운 얘기다. ‘절리저기압이란 북극 제트기류 일부분이 떨어져나와 만들어진 저기압을 뜻한다. 전 지구 그림을 보면 뜨거운 고기압들이 기차처럼 이어졌고 그 사이에 아주 좁게 ‘절리 저기압’이 삐져나온 모습이 있었다. 그걸 (고기압들이) 누르면서 더 강하게 비가 왔다, 이렇게 해석을 할 수도 있다.”

절리저기압이 예년보다 오래 머문 것도 기후변화 탓인가.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북극이 더 빠르게 데워지면서 남북 온도 차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제트기류가 느려지고 더 굽이치게 됐다. 그 결과 고기압이 한 지역에 오래 머무르는 블로킹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이는 열돔 현상과도 관련이 있다.”

유럽 열돔 현상이 한반도 남부 폭우와 연결됐다는 뜻인가?

“이번에는 연결이 됐다. CGT(CircumGlobal Teleconnection)라 불리는 현상이다. 지난 주에 고기압들이 전 지구적으로 유럽, 인도, 중앙아시아, 한반도 인근에 기차처럼 연결됐다. 이 고기압들 사이로 절리저기압이 비집고 내려와 극한호우가 발생했다. 근데 왜 이렇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 지구순환 원격상관(CircumGlobal Teleconnection, CGT)이란?

북반구 혹은 남반구 중위도에서 전 지구에 걸쳐 제트 기류를 따라 유도되는 연속적인 파동 형태를 뜻한다. 전 지구적으로 5개의 파동을 나타내는 특성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북반구 여름철 유라시아 대륙부터 북미까지 연결되는 원격상관 패턴으로 정의되는 경향이 있다.

인간 활동이 동아시아 폭우 강도를 17% 높였다.

폭우가 끝나자 곧바로 폭염이 찾아왔다. 이 또한 연결된 현상인가?

폭염은 폭우나 태풍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모두 북태평양 고기압이라는 기후요소 때문에 일어나는 복합재해다. 고기압은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성질이 있다. 일본의 동남 쪽 해상에 위치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커지면 남쪽 바다로부터 우리나라 상공으로 더 많은 수증기를 끌고 온다. 그 가장자리를 타고 이동하는 태풍의 경로 또한 바꾼다.”

7월 19일 경남 산청읍 도로가 폭우와 산사태로 무너져 있다. 사진=서경방송 유튜브 시청자 제보화면 캡쳐
2023년에 한미일 연구팀과 함께 지난 60년간 동아시아 지역 호우 강도가 17% 증가했으며, 가장 큰 원인은 인간활동이 일으킨 기후변화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신 적 있다.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이어지면 앞으로 극한호우가 더 많이 일어난다는 뜻인가?

“그렇다. 인간이 존재하는 지구와 그렇지 않은 지구를 가상 환경에서 재현하고 비교하는 메타어스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로 볼 수 있다. 장마 기간 중 상위 1%의 호우는 인간이 없는 지구에 비해 인간이 있는 지구에서 5배 이상 자주 발생했다. 온난화가 지금보다 더 진행될 미래에는 지구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호우가 폭염으로 전환하는 출렁거림 즉 스윙 현상이 증폭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인간이 만든 변화가 인간에게 재해로 되돌아오고 있다.”

📌 메타어스 기술(Meta-Earth Technology)이란?

자연계와 인간계의 상호작용을 가상지구 즉 디지털트윈(Digital twin) 기술로 만든 지구에 입력한 후 이때 일어나는 기후변화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시각화하는 기술이다. 지역별 화석연료 사용량에 따른 해수면 상승, 지표면 온도 상승 같은 현상부터 물, 식량, 에너지,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상호작용을 포괄적으로 분석하고 각종 자연재해의 위험성이 어떻게 인간 사회에 영향을 주는지 예측한다. 또한 배터리 기술, 촉매 등 새로운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활용됐을 때 기후에 어떠한 임팩트를 가져올 수 있을지 예측할 수도 있다..

피해를 줄이는 대책을 짜야 한다.

문제는 예보로만 재해에 대비할 수 없다는 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폭우든, 폭염이든 예보가 난 후 할 수 있는 건 고작해야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것 정도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피난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재해엔 여러 가지 단계의 선제적 대응이 있다. SOC(사회기반시설)를 보강한다거나 취약계층보호 제도를 강화한다거나 등등. 5년 전에도 이미 이런 재해가 일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했다. 이런 세상이 될 거라는 걸 우리가 알고 있었다는 거다. 그래도 재해를 피하지 못했다. 그리고 5년 후, 이 다음 세상이 어떻게 될지 우리는 알고 있다. 지금 못하는 거는 나중에도 못 한다. 과학적 증거 기반의 정책들이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그걸 이행해야 된다.”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달라지는 기후에 적응하기 위한 대책도 함께 세워야 한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그런데 올해 예산을 보면 경기 부양 예산 13조가 넘는데 기후 적응을 위한 SOC 예산은 2400억여 원, 3천억 원도 안 된다.

“둘 다 사실상 우리의 삶을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하는 것이다. 경기부양은 뭔가 추가적으로 얻어내는 것이고 기후 적응이라고 하는 것은 기후변화로 우리가 빼앗길 수 있는 걸 보호하는 것이다. 인류 가운데 비문명 사회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금껏 인류는 경제적 발전을 추구를 해왔고 앞으로도 더 잘 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잘 산다라고 하는 게 여러 가지 생각의 방법이 있다. 피해를 줄이는 것도 잘 사는 것이다. 이것을 소모성 비용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막대한 지출을 막아주는 투자’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기후변화 시대엔 기후 대응책을 짜는 것도 잘 사는 방법이다.”

기후 대응을 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2100년까지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액이 세계적으로 최대 320경 원에 이를 수 있다기후정책이니셔티브(CPI) 보고서는 분석한다.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면 피해를 150경 원 정도로 줄일 수 있는데, 그때 필요한 비용은 40경이 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후 완화, 즉 온실가스 감축을 하면 피해가 320경 원에서 150경 원으로 줄어드니 170경 원이 이득인 셈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150경 원의 피해를 입는다는 걸 봐야 한다. 완화와 적응 전략을 최적화해야 한다.”

7월 21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의 폭우 피해 현장을 돌아보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22일 대통령실은 광주광역시와 전북, 전남, 경남 지역에 재난안전관리 특별교부세 55억 원을 긴급 지원한다고 밝혔다. 사진=대통령실.

이재명 정부, 완화책은 희망적이나 적응책은 아쉽다.

기후 대응책은 50년 후, 100년 후를 내다보며 짜야 하는데, 정권이 5년마다 바뀌면서 정책 일관성이 저해된다. 그래서 인류가 기후 대응을 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지금은 그런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5년 전, 10년 전에 비해 기후변화가 지금 굉장히, 굉장히 빨리 진행되고 있다. 예전엔 기후재난이 먼 미래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근 미래가 됐다. 5년 그러니까 좀 더 길어봐야 10년 안에 대응이 끝나야 한다. 무슨 말이냐면은 우리나라로 치면 대통령 2명 임기 안에 완화와 적응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이재명 정부에서 이런 것들을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넘어간다면 아마 다음 정부가 굉장히 큰 계산서(기후재난 피해)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후가 빨리 변하고 있는 걸 사람들이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근미래에 기후 피해를 겪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요청할 거다. 어느 정부든, 기후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정부의 기후 정책은 어떤가.

“충분히 상식적이다. 희망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다만, 기후 적응 정책이 빠져 있는 점은 아쉽다. 대선 때 후보자들의 공약을 비교해서 칼럼을 쓴 적이 있는데, 당시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기후위기 ‘완화’를 위한 에너지 전환에 집중되어 있었다.”

원인 제공자가 피해지역 손실과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

이번 정권부터 다음 정권까지 꼭 해야 되는 정책, 연구가 뭘까.

“우선 아까 말했듯,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 함께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정책을 최적화해서 짜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건 기후변화의 원인 규명 연구다. 어떤 현상이 있을 때 이 현상의 기후 변화 때문에 얼마나 더 증폭이 됐는지, 얼마나 확률이 높아졌는지 알아야 한다. 내일의 날씨에 대해서 일기 예보를 하는 것과 비슷하게 기상청이 극한 기후 현상에 대해서 얼마나 강해졌는지, 그래서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일상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걸 시작했다. 일본에선 교토대학과 도쿄대학이 WWA(World Weather Attribution)과 손잡고 원인 규명 연구를 하고 있다. 미국에선 클라이밋센터, 캐나다에선 환경부에서 하고 있다.”

원인 규명 연구가 왜 필요한가?

“예를 들어 폭염을 보자. 33도 이상 폭염이 지금은 한달에 17번 있었는데 인간활동이 없었다면 3번만 있었을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면, 시민들은 기후 변화가 우리 생활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지 간단하게 알 수 있게 된다. 폭우 피해도 마찬가지다. 이런 분석이 되면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분석을 할 수 있게 된다. 폭우로 피해가 있었는데 이 피해가 기후 변화 탓인지. 아니면 랜덤 이벤트(random event) 즉 확률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기상현상인지 구별할 수 있다.”

한국은 어디서 그런 원인 규명 연구를 하면 될까?

기상청이 하면 된다. 엄청난 예산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명분 하고 작은 예산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다.”

2025년 3월 하순 발생한 경북 산불은 여의도 156배 면적을 태웠다. 사진은 3월 24일 경북 의성군에서 일어난 산불. 사진 제공 =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
올해 산불, 극한호우 피해가 기후변화로 커진 것이라면 기후변화 피해자는 멀리 파키스탄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한국 안에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엔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국제사회가 하는 ‘손실과 피해 기금(loss&damage fund)’을 한국 내에서 지자체들 간 만드는 걸 생각해볼 수 있다. 서울이 내보낸 온실가스, 포항이 내보낸 온실가스가 다 다르다. 즉, 탄소 발자국이라고 하는 것이 지역마다 다르다. 피해지역도 매번 다르다. ”

예를 들어 서울수도권이 산업활동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했다면 기후변화로 야기된 피해만큼 산청에 손실을 보상해주자는 말씀인가?

“그렇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충분히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 나라 안에서도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지역과 주로 피해를 입는 지역이 따로 있다. 하지만 2022년 강남역 침수 사태 때 그랬듯, 지금은 언제든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판 손실피해기금과 같은 제도가 있다면 이러한 피해에 대해 ‘공통의 하지만 차별화된 책임’을 적용할 근거가 생길 것이다.”

📌 공통의 하지만 차별화된 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 CBDR) 원칙이란?

국제 환경 논의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차별적인 의무 체계를 의미한다. 김형준은 한겨레 칼럼에서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과 온실가스의 누적 배출량은 비례관계에 있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기후 변화에는 선진국들의 기여가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 한계선이 눈앞, 잘 살려면 ‘행성 지능’ 높이자.

앞으로 연구주제는?

“지구물리와 인간상호작용 모델을 계속 연구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웰빙(Well-being)을 추구한다. 지구에 최소한의 부하를 주면서 최대한의 성과(웰빙)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나는 이걸행성 지능(Planetary Intelligence)이라고 부른다. 행성 지능은 인공위성이나 사물인터넷과 같은 첨단 센싱 기술, 그리고 인공지능과 지구 물리를 융합하여 지구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분석하는 기술적 역량이다. 지구를 대상으로 하는 거대한 건강검진 시스템 같은 것이다.

행성 지능이 구축되면 아마존 열대우림의 벌목 현황을 픽셀 단위로 추적하고, 북극 빙하의 두께 변화를 밀리미터 단위로 측정하며, 전 세계 농경지의 토양 수분 함량을 분석해 가뭄을 예측할 수 있다. 과거에 수십 년이 걸렸을 지구 시스템의 변화를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인간활동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자연재해에 선제적으로 대비함으로써 더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웰빙을 추구할 수 있다.”

💡 행성 지능(planetary intelligence)이란?

‘행성적 규모에서 작동하는 집단적 지식의 획득과 응용이, 서로 연결된 지구 시스템의 기능에 통합된 상태’로 정의된다. 2022년 아담 프랭크(로체스터대 물리·천문학과), 데이비드 그린스푼(플래네터리 과학연구소), 사라 워커(애리조나주립대 지구우주탐사학부, 산타페연구소)가 ‘국제 우주생물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Astrobiology)’에 발표한 “행성 규모 과정으로서의 지능”이라는 논문에서 처음 정의했다.

서울시 중구 한 식당에서 슬로우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김형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사진 = 이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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