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24일 앞둔 토요일 새벽, 국민의힘에서 당내 내란이 벌어졌다. 이미 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는데 세 차례 경선을 거쳐 선출된 후보를 끌어내렸다. 그 자리에 파면된 정부의 국무총리를 심으려 하는 상황이다.

밤 사이에 벌어진 일.

  • 금요일 오후 5시, 법원이 김문수가 낸 대선 후보 지위 인정 가처분을 기각했다.
  • 오후 8시 의원총회는 20여 분만에 중단됐다.
  • 오후 10시30분, 김문수와 한덕수의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 토요일 0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가 열렸고,
  • 0시45분, 신동욱(국민의힘 대변인)이 나와 김문수(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후보 자격을 취소한다고 말했다.
  • 2시30분,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는다는 공고가 떴다. 3시부터 4시까지 받겠다는 내용이다.
  • 3시20분, 한덕수(전 국무총리)가 국민의힘 입당 원서를 내면서 동시에 후보자 등록을 했다.
  • 4시40분, 국민의힘이 한덕수가 유일한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는 공고가 떴다.

앞으로의 계획.

  • 국민의힘은 오늘 오전 10시부터 ARS 당원 투표를 시작해서 오후 9시까지 집계한다. “한덕수로 후보 변경에 동의하느냐”는 내용이다.
  • 과반이 안 되면 다시 김문수가 후보가 된다.
  • 과반 동의를 얻으면 내일 오전 한덕수를 후보로 전국위원회에 올리고,
  • 과반 동의를 얻으면 내일 오후 5시 선대위 회의에서 후보를 확정한다.
  • 내일 오후 6시가 후보 등록 마감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들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이었고 2위 정당이다. 그런데 세 차례 경선을 치르면서 선출한 후보를 강제로 끌어내렸다. 당내 갈등을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다.
  • 단일화 논의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공식 절차를 거쳐 선출된 후보자를 갈아치우려 하는 상황이다. 김문수를 비롯해 한동훈과 홍준표, 안철수 등 경선 후보들은 모두 들러리가 됐다.

법원의 판단.

  • 김문수가 낸 가처분은 두 건이었다.
  • 첫째, 후보자의 당무 우선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 둘째,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를 금지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김문수는 후보를 교체하려는 전당대회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가고 있다.
  • 법원이 개입하면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반응.

“오늘부터 우리는 식구.”

  • 한덕수가 한 말이다.
  •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외부에서 온 용병이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야당의 폭주에 맞서 국정의 최일선에서 여러분과 함께 싸워온 동지다. 김문수 등도 나와 같은 마음일 거라고 믿는다.”

김문수에게 기회가 있을까.

  • 그냥 물러날 분위기는 아니다. 후보 사무실에 출근했고 기자회견을 열고 “법적 조치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 “야밤에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 대한민국 헌정사는 물론이고 세계 역사에도 없는 반민주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재명이라는 괴물과 싸워야 할 우리 당이 어젯밤 괴물로 변해버렸다. 어젯밤 우리 당의 민주주의는 죽었다.”
  • 국민의힘 선대위가 김문수 후보 선출을 취소한 상태지만 일단 중앙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당 대표 직인이 없으면 접수 조차 안 되겠지만 막판 반전 가능성을 놓지 않고 있다.

이제는 의미 없게 된 쟁점.

  • 후보 등록이 내일(11일)까지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등록 전에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김문수는 등록부터하고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서 가자는 입장이었다. 한덕수는 등록 전에 단일화가 안 되면 출마하지 않겠다고 배짱을 튕겼다.
  • 국민의힘 지도부가 들고 나온 근거는 두 가지다.
  • 첫째, 국민의힘 당원 투표에서 “등록 전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답변이 87%였고,
  • 둘째, 자체 여론조사 결과 한덕수가 지지율이 더 높게 나왔다. (당원 투표 50%+일반 국민 여론조사 50%)
  • 김문수는 “정당 지지 여부를 묻지 말고 조사하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쌍권’의 거짓말.

어차피 질 선거, 벌써 시작된 당권 쟁탈전.

  • 권영세와 권성동은 지금 윤석열을 지키려는 게 아니다.
  • 강성 친윤 지도부 입장에서는 어차피 질 게 뻔한 선거고 당장 내년 지방 선거 공천이라는 젯밥이 더 중요하다. 윤석열은 퇴장했지만 다음 총선까지는 아직 3년이 남았다.
  • 국민의힘 주류는 어차피 강남과 TK, PK가 기반이라 정권이 넘어가도 줄만 잘 서면 공천받고 당선되는데 문제가 없다. 대선 이후에도 당권을 놓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 결국 국민의힘 내부 쿠데타는 한덕수라는 윤석열 아바타를 구심점으로 친윤 라인의 해체를 막으려는 최후의 발악이라고 보는 게 맞다. 지는 건 지더라도 한덕수로 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 오세훈이 일찌감치 발을 뺀 것도 이 판은 이기는 판도 아니고 당권 경쟁에서 지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일 수 있다.
  • 권성동이 당 대표를 노리고 있다는 관측도 있었고 김재원(김문수 비서실장,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구시장에 출마할 거라는 관측도 돌았다. 어차피 질 선거지만 누구로 지느냐에 따라 판이 달라진다.

김문수의 반격.

  • 11시45분 김문수가 후보 선출 취소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 주말이지만 서울남부지법은 서둘러 심문 일정을 잡았다. 김문수도 참석한다는 계획이다. 내일 후보 등록 전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 형식적으로 김문수 선출을 취소하고 다시 후보 등록을 받은 모양새지만 실제로는 경선을 거친 김문수를 무소속 한덕수로 교체한 것 아니냐는 게 김문수의 주장이다.
  • 김문수는 일단 내일 아침 후보 등록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공식적으로 후보 자격을 박탈 당한 데다 권영세 직인이 없으면 접수조차 안 될 가능성이 크지만 막판까지 반전을 노리는 모양새다.

한덕수 자격 논란.

  • 선거법 49조 6항에는 “후보자 등록 기간에는 당적을 이탈 또는 변경하거나 둘 이상의 당적을 갖고 있는 경우는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고 돼 있다.
  • 만약 한덕수가 국민의힘 당원 가입이 10일 오전 3시 이후라면 후보자 등록 기간에 당적을 바꾼 경우라 아예 후보자 등록 자격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무소속에서 당적을 취득한 거라 당적 변경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 김문수가 한덕수의 자격 논란을 걸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명문화된 규정이 없기 때문에 후보 등록 이후 후보 자격이 박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법 52조 4항은 “49조 6항 위반이 발견될 경우 후보자 등록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후보자 등록 기간은 날이 아니라 첫날 접수 시작 시간부터 친다고 우길 가능성도 있다. 등록 접수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전망: 기호 2번 후보 못 낼 수도 있다.

  • 변칙적인 플레이가 계속되고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봐야 한다.
  • 일단 분명한 건 대선 시계는 국민의힘 집안 싸움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오늘 당원 투표에서 한덕수가 과반을 확보하면 내일 전당대회에서 한덕수가 후보로 선출되고 기호 2번으로 등록하는 시나리오로 간다.
  • 내일 오후 6시 이전에 김문수가 낸 가처분이 받아들여져서 다시 김문수가 후보로 복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후보 등록 이후에는 법원에서 김문수의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더라도 김문수가 기호 2번이 될 수는 없다. 한덕수가 선출된 상태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무효가 되면 국민의힘은 아예 투표용지에 후보 이름을 올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한덕수의 당원 가입 시점 때문에 아예 후보 자격이 안 된다는 결론이 날 가능성도 있다.
  • 한덕수가 기호 2번으로 이름을 올린다고 해도 이미 단일화 시너지는커녕 중도와 보수 지지자들이 대거 이탈하거나 투표를 포기할 수도 있다. 10%포인트 이상 격차로 질 경우 ‘쌍권’의 책임론도 피할 수 없다.
  •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오늘 새벽 국민의힘에서 벌어진 일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가장 부끄러운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 선거까지 D-24, 한덕수는 완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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