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리포트] SPC 사망 사고 그 이후.
‘피에 젖은 빵’ 이건 비유가 아니다.
공장에서는 노동자가 빵기계에 끼어 죽어도,
신문에서는 ‘착한 빵’ 프로모션 광고가 집행된다.
1. 경인일보, 2022년 10월 SPL 빵공장 사망 사고 단독 보도
- ‘용기 있는 보도’, SPC는 거대 광고주, 모든 일간지에 광고.
- 광고 안 받을 각오하고 보도했다.
2. SPC은 파리파게뜨, 배스킨라빈스 등으로 유명한 거대 그룹.
- 25개 계열사에서 5.5년 동안 산재 피해자가 853명.
3. 산재 자체도 문제지만, 핵심은 산재 원인이다.
- 2인1조 작업 혼자서
- 안전조치 위반
- 15Kg 소스 붓기 작업 3인1조 해야 한다는 요청 무시
4. 한편, SPL 사고 때 조선일보
- SPL 사망 건은 아예 보도하지도 않았다.
- 그대신 “파리바게뜨 영국 진출 런던 1호점” 등 기사 밀어내기 바빴다.
5. 최근 4월 ‘제빵왕’ 허영인(SPC 총수) 구속
- 중대재해처벌법은 빠져나갔다.
- 제빵사에게 노조 탈퇴 종용, 승진에 불이익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
6. 불매운동 영향 있었나?
- 오너 일가에 큰 타격은 없었다.
- 브랜드 너무 많고, SPC 계열사 모르는 경우도 많다.
- 점유율 너무 높아 대체제 없다 생각하는 소비자도 많다.
7. 하인리히 법칙 아나?
- 중상자가 1명 나올 때, 경상자는 29명, 잠재 부상자는 300명.
8. 5년 전 오늘처럼… 3명은 퇴근하지 못한다.
- 법이 없는 게 아니다. 문제를 모르는 게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바뀌는 게 없다.
9. 불매운동은 고통스럽고, 사회적인 것.
“불매운동은 개인의 각성이나 결심이라는 개인적 차원 아니다. 그런 개인의 자발성이 사회적인 흐름을 만들어내는 사회경제적 운동이다.” (이상헌)
10. 언론의 책임
“산재는 1) 우선 정부 책임 2) 미꾸라지 기업 3) 사회적 힘이 필요하다. 원인 찾는 ‘보도’가 나와야 하는데, 꽃다운 청춘 억울하다는 ‘드라마’만 나온다.” (이상헌)
제빵 원료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사람이 죽어 나간 그 자리에서 동료 노동자들은 계속 공장을 돌렸다. 다음날 빈소에 찾아온 회사 직원들은 크림빵과 단팥빵을 두 상자 내려놓고 갔다. 한국 최대 규모 제빵 프랜차이즈를 거느린 SPC 그룹 계열사 SPL에서 벌어진 일이다.
유족들은 울부짖었다. “우리 아이가 이 공장에서 일하다가 숨졌는데 이 빵을 답례품으로 주는 게 말이 되나.”
오늘은 2022년 10월15일 경인일보가 단독 보도한 SPL 노동자 사망 사고와 SPC 불매운동, 중대재해처벌법 재판에 이르기까지 상황을 살펴본다.
다음은 6월12일 방송된 ‘내 그럴 줄 알았다: 뉴스AS’를 중심으로 추가 취재한 내용을 정리한 기사입니다. ‘내그알’의 이재석 기자와 안귀령 앵커, 노동건강연대 유성규 노무사와 함께했습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2023년 기준으로 1년에 산재 사망이 2016명, 질병 사망을 빼면 사고 사망이 813명이다. “오늘도 하루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산재 사망 사고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지를 이야기해 준다.
- 흔히 기자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이 기사가 된다고 한다. 기자가 가지 않으면 기사가 안 된다.
- 첫 기사를 쓴 김산(경인일보 기자)은 6개월 차 신입 기자였다. 1주일 전 손 끼임 사고가 있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았는데 퇴짜 맞았다. 그날 저녁 사고가 일어났고 제보를 받았다. 경찰에 확인해서 기사를 내보낸 뒤 한 달 동안 후속 취재를 했다고 한다.
- 사고는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그 이후 대응이다.
경인일보 기사가 돋보였던 이유.
- 용감한 보도였다. SPC 그룹도 100대 광고주 안에 든다. 웬만한 주요 일간지에 광고하는데, 그걸 포기해야 가능한 일이다.
- 사실의 힘, 이 기사에는 몇 가지 강력한 팩트가 있다. 현장의 공포와 불안, 주변 동료들의 증언, 시스템의 부실. 얻어걸린 취재일 수 있지만 기자가 가지 않으면 발굴할 수 없는 팩트가 있다. 그래서 좋은 기사다.
- 지금 세상에는 파리바게뜨 말고도 수많은 노동자가 죽고 있는데 숫자만 남고 죽음의 디테일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 기사가 중요하다.
반복되는 사고.
- 2022년 10월 평택 SPL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어 사망했다. (이게 경인일보 보도였다.)
- 그런데 1주일 뒤 성남 샤니 공장에서 손가락 절단 사고가 있었다.
- 2023년 7월 같은 공장에서 손가락 골절 사고가 있었다.
- 2023년 8월 같은 공장에서 또 기계 끼임으로 사망 사고가 있었다.
- 25개 SPC 계열사에서 5년6개월 동안 산재 피해자가 853명에 이른다. 월평균 13명꼴이다.
- 달라진 게 없다는 이야기다.
파리바게뜨로 유명한데 회사 이름은 SPC다.
- SPC는 Samlip&Shany, Paris Croissant, Companies의 줄임말이다.
- 허영인 일가가 파리크라상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고 이 회사가 다른 계열사들을 수직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파리크라상에서 파리바게뜨와 파리크라상 체인을 운영한다.
- 삼립과 샤니,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도 모두 계열사다. 쉐이크쉑이나 파스쿠찌도 모두 파리크라상 브랜드다.
- SPL은 냉동 생지를 만드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액이 2810억 원이다.
- SPC 그룹 연결 매출이 5조 원이 넘는다. 계열사 부당 지원 논란이 있었는데 혐의없음으로 결론 났다.
SPC를 SPC라 부르지 못했다.
- 경인일보 첫 기사 제목은 “[단독] SPC 그룹 계열사 작업장에서 20대 여성 ‘소스 배합기’에 빠져 숨져”였다.
-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경인일보에 첫 보도가 나간 뒤 광고국을 통해 전화가 걸려 와서 “기사 제목에서 SPC를 빼달라”고 했다고 한다. 경인일보는 “SPC 그룹 계열사”라는 제목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거절했다.
- 실제로 SPC 홍보실은 기사가 나올 때마다 SPC라는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한다. SPL은 뭐 하는 회사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
- 실제로 최근 3년 동안 SPC 사망 사고 관련 기사를 살펴보면 ‘SPC’와 ‘사망’이 키워드로 들어간 기사는 63건밖에 안 되는데 ‘SPL’과 ‘사망’이 키워드로 들어간 기사는 634건이나 된다.
- SPL이 SPC 계열사라는 사실조차 언급하지 않은 기사가 대부분이었다는 이야기다.
언론이 왜 눈치를 보는 걸까.
- 경인일보도 기사를 고쳐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했다.
- 경향신문에서는 파리바게뜨 기사를 삭제하는 조건으로 5억 원을 받기로 했다가 나중에 논란이 돼서 사장과 편집국장이 그만둔 사건이 있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샤니 공장 노동자 사망 사고 이후 71일 동안 언론 보도를 집계했는데 조선일보는 단 한 번도 사건 보도를 하지 않았으면서 정작 SPC 홍보 기사를 9건이나 내보냈다. SPL 사고 때도 조선일보는 “파리바게뜨 영국 진출 런던에 1호점 열었다” 같은 기사로 사고 기사를 밀어내기에 바빴다.
- 기사 밀어내기도 많았다. 부정적인 기사가 뜨면 홍보 보도자료를 내보내서 검색 결과에서 밀어내는 꼼수다.
- 중앙일보는 “K-빵집 날개”, 한국경제는 “SPC 오픈런”, 이런 기사를 내보냈다. 사망 사건을 다룰 때는 SPC를 못 쓰게 하고 홍보 기사에는 SPC 계열사 파리크라상, 이런 식으로 나간다.
핵심은 막을 수 있는데 못 막았다, 이거 아닌가.
- SPL 공장에서 2017년부터 2022년 9월(사고 발생 1개월 전)까지 산업재해 피해가 37명인데 이 가운데 15명이 끼임 사고였다.
- 일과건강에서 SPL 사망 사고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를 냈다. 크게 네 가지 원인을 꼽았다.
- 첫째, 2인1조로 해야 하는 작업을 혼자 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매뉴얼을 본 적도 없고 교육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 둘째, 안전 조치를 위반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분쇄기 등의 개구부에 덮개를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SPL에서는 생산 속도를 높이려고 교반기의 덮개를 열고 작업했다.
- 셋째, 15kg의 소스를 교반기에 붓는 작업은 평소에도 사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중심을 잃고 넘어지거나 집중력 저하로 손이 끼이는 경우도 있었다. 3인1조로 늘려야 한다는 요청이 있었지만 무시했다.
- 넷째, 자동 멈춤 장치(인터록)도 없었고 교반기 내부에도 안전망이 없었다.
유명무실 중대재해처벌법.
- 2022년 1월부터 시행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 게 올해 1월부터다.
- 올해 1월까지 집계를 보면 2년 동안 3건의 판결이 선고됐고, 실형은 1건 나머지 12건에서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 510건의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했는데 13건에서 선고가 났고 실형은 1건, 나머지 12건은 모두 집행유예다.
- 유성규는 “위험이 외주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원청 대기업들이 위험하고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업무를 50인 미만 사업장에 하청을 주고 하청받은 업체가 다시 하청을 주면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사고가 많은 것처럼 잡힌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 원청 사업자를 처벌하려면 하청을 실질적으로 지배 관리 운영한다는 정황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SPC 그룹에서도 월급 사장들만 재판을 받고 있다.
허영인이 구속됐는데 구속 사유가 부당노동행위다.
- 중대재해처벌법은 빠져나갔다.
- 제빵사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 “한국노총 조합원 수를 과반으로 늘려 지회장의 근로자 대표 지위를 박탈하라”고 지시한 혐의다. 실제로 SPC그룹은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고 한국노총 소속 노조를 지원하는 등 에 나섰다.
- “‘민주노총 조합원이 없는 클린 사업장’을 만들자”며 현장 관리자들에게 민주노총 탈퇴 실적을 독촉하고 일부 사업부장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사측에 우호적인 노조를 내세워 언론 인터뷰 등을 하게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불매운동이 있었는데 영향이 있었나.
- 파리크라상은 오너 일가가 100%를 갖고 있고 SPC삼립이 유일한 상장사다. 국민연금이 5%를 보유하고 있고 실제로 유통 주식은 15%밖에 안된다. 주가가 9만5900원에서 6월14일 기준 6만5500원으로 고점 대비 37% 이상 빠졌다. 하지만 주가 빠지는 건 오너 일가에게 큰 타격이 안 된다.
- 불매운동이 있었던 유니클로나 남양유업과 비교하면 SPC 그룹은 매출 타격도 크지 않았다.
- 유니크로는 불매운동 첫 해 매출이 반토막 났다. 지금은 3분의 2 수준까지 회복한 상태다.
- 남양유업은 매출 기준으로 10% 정도 빠졌는데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 손실을 냈다. 오너 일가도 퇴진했다.
- 파리크라상은? 매출이 1500억 원 정도 줄었다. 브랜드가 많기도 하고 SPC 계열사라는 걸 모르는 경우도 많다. 워낙 점유율이 높아서 대체재가 없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하인리히 법칙.
- 보험 감독관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보험회사에 접수된 5만 건의 사건·사고 자료를 분석했더니 산업재해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다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 가벼운 사고가 반복되면 더 큰 사고가 언젠가 발생한다. 가벼운 사고를 관리하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 SPL 사고 역시 여러 차례 경고 신호가 있었지만 무시했고 사망 사고에 이르렀다.
5년 전처럼, 오늘도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2019년 11월 경향신문의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는 기사. 5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게 없다. 2018년 한 해 2142명의 노동자가 사망. 사고 사망자는 971명, 질병 사망자는 1171명이다.
- 이 기사의 교훈은? 법이 없는 게 아니다. 문제를 모르는 게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바뀌지 않는 것이다.
정리해 보자.
- 드라마 ‘송곳’에서 구고신(노무사)이 이런 말을 했다.
-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 우리는 이래서는 안 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남양유업 사례를 보라. 기억하면 바뀐다. 10년 동안 계속되면 버틸 수가 없다.
- 이상헌(ILO 정책국장)은 슬로우뉴스와 인터뷰에서 불매운동이 쉽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 “불매운동은 개인의 각성이나 결심이라는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다. 불매운동은 사회적이고 조직적인 것이다. 개인이 자기 결심으로 특정 상품을 불매하거나 특정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걸, 불매’운동’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불매운동은 사회적인 거다. 물론 불매운동이라는 거대한 운동의 말단에선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행동하겠지만, 그런 개인의 자발성이 사회적인 흐름을 만들어내는 사회경제적 운동이다.”
-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상헌은 이렇게 당부했다.
- “산재는 우선 정부 책임이다. 헌법이 명시한 생명권을 지키지 못한 거다.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빈 공간이 많아서 의도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는 기업이 빠져나갈 방법을 너무 잘 안다. 세 번째로 세계 어느 나라든 법이 효과를 내려면 사회적 힘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그런 사회적 힘이 있는지, 그 힘을 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려면 원인을 찾는 ‘보도’가 나와야 하는데, 꽃다운 청춘이 억울하게 희생됐다는 ‘드라마’만 나온다. 산재가 왜 발생했는지, 금방 잊혀진다.”
웃기는 글입니다!
이태원 사고?
158명이 희생됐는데 책임지는 사람
있어요?
오송지하차도 14명이 희생됐는데
책임지는 지도자 있어요?
그래도 지지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
이런 것들이나 다루세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다른 기사보다 잘 쓰고 의미가있엇습니다.
양심있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spc 여전히 이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이런 글 찾아보기도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