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2015년 6월 29일 슬로우뉴스가 “슬로우포럼: 알고리즘 사회와 노동의 미래”를 개최했습니다. 독자들을 위해 이날의 발제와 토론을 정리하여 공개합니다.
슬로우포럼: 알고리즘 사회와 노동의 미래
- 알고리즘 사회와 노동의 미래 (전체 요약)
- 알고리즘 사회,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 (강정수 발제 전문)
- 로봇, 인공지능 그리고 노동의 미래 (엄태웅 발제 전문)
- 알고리즘 사회와 노동의 미래 (패널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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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일자리를 얼마나 대체해갈 것인가.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의 미래 노동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세상의 모든 데이터를 먹어치우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들은 인간의 행복 증진에 기여하고 있는가.
2015년 6월 29일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 열린 ‘슬로우포럼: 알고리즘 사회와 노동의 미래’(주최: 슬로우뉴스)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알고리즘이 노동을 지배하고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진단하고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알고리즘 사회와 노동의 미래’ 주제 발표자로 나선 강정수(디지털사회연구소장, 슬로우뉴스 편집위원)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노동력의 대체가 새로운 일이 아니며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기존 일자리의 대체와 함께 새로운 일자리 만들어 왔지만, 알고리즘 경제로 일컬어지는 최근의 흐름은 ‘중간영역 일자리의 상실’, ‘속도와 노동생산성의 문제’, ‘기술 간극으로 인한 세계 경제질서의 재편’, ‘저가의 알고리즘 노동자 증가’ 등 과거와는 다른 양상의 문제들을 낳고 있다”고 지적하고 “새로운 사회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저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지금까지는 기술발전이 육체노동의 영역을 대체해 왔다면 이제는 변호사, 금융인, 기자 같은 중간영역의 일자리까지 대체하고 있으며 일자리가 생성되는 속도보다 파괴되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구글의 검색품질평가단, 아마존의 메커니칼 터크 등을 예로 들면서 “빅데이터, 알고리즘 시대의 화려한 얼굴 뒤에서 시간당 2달러 수준의 저임금을 받으며 데이터 문지기로 일하는 계약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소장은 우버(Uber)로 대표되는 온디맨드 이코노미도 “‘공유경제’가 아니라 ‘일용직 경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버 운전자들은 “고용계약서가 아니라 사용약관(Terms and Condition)에 따를 수밖에 없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이라는 보스 아래에서 일하면서 노동삼권이나 4대보험 같은 사회보장도 받을 수 없는 투명인간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재 인류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API와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착취 구조에 대해 어떠한 해결책을 내놓는가”라면서 온디맨드 노동자, 온디맨드 이코노미에 대해 언론이 좀 더 관심을 두고 문제를 드러내 줄 것을 주문했다. 또한, 정치권에서도 새로운 시대를 대비해 “기본소득 등 대안정책을 논의하고 새로운 노동관계 보호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봇연구자인 엄태웅(캐나다 워털루대 박사과정) 연구원은 ‘로봇과 인공지능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가’ 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과 이로 인한 급격한 자동화 등에 대한 많은 논의에서 실제 기술적인 내용은 빠져 있어서 막연한 두려움이나 희망을 논하는 경우가 많다”며 “로봇 엔지니어로서 기술에 보수적인 견해”임을 전제한 뒤 현 단계의 로봇과 인공지능의 수준, 최근 딥러닝과 빅데이터 기술로 인한 인공지능의 획기적 발전, 인공지능 기술을 로봇에 접목하기 위한 연구 양상들을 설명했다.
특히 “사람처럼 연역적 사고와 귀납적 사고를 동시에 하면서,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환경변화에도 자유롭게 반응하고 움직이는 ‘인간 같은 로봇’의 탄생, 즉 인공지능과 로봇의 결합은 아직 먼 얘기”라며 인공지능 로봇으로 인한 인간의 노동 대체와 이로 인한 사회문제는 아직 현실의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엄 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술이 우리의 예상을 늘 뛰어넘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분명 특이점은 올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특이점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점점 (아직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이해’를 시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정한 ‘창조’를 시작하며, 로봇이 지금의 ‘움직임’의 한계를 넘을 때” 특이점이 올 것이며 이때에는 “모든 노동자를 로봇이 대체하는 노동 비용 제로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이때의 급격한 변화는 상상 그 이상의 것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미래에는 상상할 수 없는 실업률의 시대가 온다”면서 “지금까지는 교육을 통해 자동화 윗단계로 올라가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아질 것이다. 따라서 실업이 기본이 되며 노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일종의 특권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엄 연구원은 새로운 사회 체계에 대한 고민을 지금부터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더는 합리적인 방법이 아닐 수 있다”면서 “이미 독점기술기업이 벌어들이는 부는 시간이나 노동투입 등에 비례하지 않으므로 이 기하급수적 독점을 분배할 다른 세금 정책이 필요하다. 어쩌면 그것이 돈의 형태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관련 법규나 사회적 대응이 그만큼 민첩하게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지금이라도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이 전면에 나서 사회를 조금씩 바꿔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상기(소셜컴퓨터연구소장, 세종대 교수)의 사회로 두 발제자와 청중들이 함께 참여한 토론에서는 이 밖에도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다양한 장단점들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알고리즘 기반의 사회시스템 변화가 사람들에게 효용과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장점들도 많지만 국가 간 기술 간극과 특정 국가의 기술독점으로 인해 발생하는 충돌과 사회적 저항, 인공지능의 윤리 문제나 군사기술에 악용될 경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참석자 대부분은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정책, 법률, 교육 등 기존의 사회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우려하고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