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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2015년 6월 29일 슬로우뉴스가 “슬로우포럼: 알고리즘 사회와 노동의 미래”를 개최했습니다. 독자들을 위해 이날의 발제와 토론을 정리하여 공개합니다.

슬로우포럼: 알고리즘 사회와 노동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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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

월드 와이드 웹이 아니라 노동 없는 세계(World Without Work)라는 의미에서 새롭게 등장한 WWW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1. 나치 강제수용소와 영스타운 

독일 유학 시절 강제수용소 두 곳을 갔었다.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강정수 슬로우포럼

히틀러에 의해 나치가 강제 수용소를 설립했다. 나치는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고 노동의 가치를 표방했지만, 그 결과는 여러분도 잘 아는 바다. ‘특정 인종의 제거(홀로코스트 혹은 쇼아)’를 위해 나치 반대자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위해 강제수용소는 사용됐다.

또 하나의 상징물이 있다. 오하이오 주의 영스타운.

강정수 슬로우뉴스

미국 디트로이트 인근 지역으로 시카고와 관련해 철강산업으로 번영했던 곳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포항제철이 있었던 포항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영스타운은 20세기 초에 철강산업으로 번성하면서 ‘스틸 밸리’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영스타운은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일본과 한국의 철강산업이 발전하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고, 1977년 블랙 먼데이로 불리는 날 이후로는 영스타운에 근거를 둔 많은 철강회사가 파산신고를 하게 된다. 이후 영스타운은 빠르게 몰락했다. 이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 아니라 높은 자살률로 유명한 도시가 됐다. 80년대~90년대에 이르기까지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도시가 바로 영스타운이다. 경제적 몰락은 심리적 몰락과 문화의 몰락을 더불어 초래했다.

알고리즘 사회의 진화가 초래할 모습을 과거 영스타운의 모습에서 그 연관성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로봇이 일자리를 파괴한다 

 

1948년 이후 미국 기업의 이윤 회복률과 일자리 회복률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강정수 슬로우뉴스

문제는 빨간선(일자리 회복률)이다. 2008년(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급락한 기업의 이윤 회복률(파란선)다시 상승하지만, 일자리 회복률은 다시 상승하고 있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파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학자는 프레이와 오스본(옥스포드)인데, 이들은 10~20년 안에 58%의 미국 금융 조언가(financial advisor)가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에서도 유사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가장 최근(약 1주일 전)에는 호주에서도 유사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3. 디지털 아테네 

1960년대 케인스주의자들이 왕성하게 활동했을 당시에 국가는 ‘완전 고용’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이때 이미 아서 C 클라크는 일자리가 전혀 없는 사회(완전 비고용 시대)가 오히려 좋은 사회라고 주창했다. 이유인즉, 그래야 우리가 놀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보는 것도 곤란하다. 한편에선 일자리가 없는 사회야말로 즐거운 사회의 조건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디지털 아테네’를 꿈꾼다. 남성이 정치와 철학, 사회의 주요한 업무를 담당하고, 여성은 가사, 노예가 육체노동을 담당하는 고대 아테네처럼 로봇 시대에는 인간이 주요한 업무를 노예가 가사와 육체적 노동과 부가 업무를 나눠서 담당할 수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4. 프레임워크 – 관찰의 중요성

문제는 프레임워크다. 특히 관찰의 영역이 중요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미국 공군 대령 존 보이드는 많은 전투에서 높은 승률을 기록한다. 이런 체험을 바탕으로 1950년대에 이론화한 것이 OODA 루프 프레임워크다.

강정수 슬로우포럼

특히 존 보이드는 관찰(Observe)을 강조한다. 적의 상황, 우리 군의 상황, 풍향, 지형 등등이 오히려 ‘액션’보다 중요하다는 것.

그럼 우린 어떤 관찰을 하고 있는가? 관찰 영역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했을 때 우리는 머릿속에 어떤 걸 떠올리고 있는가.

5.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들 

공장 자동화 

폭스콘은 인간의 노동을 로봇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독일 BMW 공장의 ‘i3’ 생산라인은 20명 일한다. 아마존은 2014년 키바시스템(Kiva Systems)을 인수해 본격적으로 물류창고의 노동자들을 대체하고 있다. 이런 공장 자동화 수준은 놀랍다.

강정수 슬로우포럼

군인 대체 

구글은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해 전투에서 딜리버리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이는 군인을 대체할 것이다. 미국은 2015년까지 전체 전투기의 ⅓을 드론으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는 조종사를 대체할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드론 조종을 위해 게이머를 고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고작 6개월 교육을 받으면 드론을 조종할 수 있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를 교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한 3~4년이다.

무인차와 무인 주행 트럭 

구글의 무인 자동차는 사고율 목표가 제로(0)다. 사고율 0%가 달성될지는 미지수지만, 이 목표가 달성된다면 산업에 미치는 여파는 클 것이다. 우선 자동차 제조사로선 튼튼한 철이 필요 없을 거고, 보험업계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벤츠는 무인 트럭을 만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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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운전자의 운명은? 

이렇게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로봇의 영향을 분석한 자료가 있다. NPR의 분석자료를 보면, 미국의 각 주에서 가장 많은 직업을 조사했는데, 대다수 지역에서 넘버원 직종은 트럭운전자였다. 주마다 거의 트럭 운전사가 가장 많다.

미국 대도시에서 가장 많은 직종 트럭 운전이고, 트럭 운전자는 트럭만 운전하는 게 아니다. 차를 구매하고, 주요소에서 기름을 넣고, 휴게소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는다. 이들 트럭 운전자와 관련 있는 관련 직종 종사자의 수는 5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다 사라지는 거다. 미국 제1의 직업군과 그 연관 직종 종사자가 자율 운전 트럭에 의해 사라질 수 있다.

알고리즘 저널리즘, 기자 대체 

알고리즘 저널리즘은 어떨까. 이미 많이 이야기된 바 있다. 오늘도 가디언의 보도를 보면, 2030년까지 90%의 저널리스트가 알고리즘 저널리즘(로봇 저널리즘)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알고리즘 저널리즘으로 퓰리처상을 시도해보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증권 시장 자동화 

미국 증권 거래의 50%를 차지하는 HFT(High Frequency Trading;고빈도매매), 그 거래의 80%를 로봇이 담당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5~6% 정도 자동화한 것으로 추정한다. 여의도에 있는 증권맨들이 이제는 그렇게 많이 필요 없다는 의미다. 이런 기술은 지금 당장에라도 한국에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조가 당연히 반대할 거고, 자신의 직원들을 상실하는 임원들도 반대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주식 거래 자동화는 한국 사회에 도입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세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법률 서비스: 판례 데이터베이스 완성 

판례에 의존하는 영미 사법체계 속에서 이미 모든 판례에 관한 데이터베이스화가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가령 미시건 주에서는 어떤 처벌을 받고, 오하이오 주에는 유죄를 받을 확률이 몇 퍼센트인지, 뉴욕주에서는 벌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정확하게 판례들을 분석하고 있다.

초짜 변호사가 하는 일을 로봇이 대신하고, 판례를 찾는 일은 더는 사람이 할 필요가 없다. 영화 속에서 보던 숨겨진 판례를 찾아내면서 ‘유레카’를 외치는 모습도 이제는 끝나버리는 시대로 돌입했다.

의료 서비스: 인지 컴퓨터 ‘왓슨’ 

슬론 캐터링 암센터는 IBM의 인지 컴퓨터 ‘왓슨'(Watson)이 15억 명의 암 환자 학술연구 데이터를 스스로 분석하면서 어떤 부분이 연구가 미진한지를 찾아내고 있다. 예전에는 인간이 질문을 던지고 컴퓨터가 답을 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이제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인공지능 시대로 가고 있다.

IBM_Watson 왓슨 인공지능

예측 기술 

아마존은 미리 소비자의 성향과 여타의 제반 조건을 예측해서 가령 ‘내일은 강정수가 무슨 무슨 물건이 필요함’으로 판단해 많은 물류 비용을, 경제적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시카고, 암스테르담, 베를린 같은 곳에서는 ‘범죄 예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가령, 여름밤에 갑자기 비가 오는 경우에 자동차 범죄가 일어날 확률은 몇 %인지를 통계적으로 계산해 한 번 더 순찰차를 돌린다든지 하는 단순한 수준의 예측 기술들은 이미 적용되고 있다.

또 ‘매직’이라는 서비스는, 가령 내가 ‘피자가 먹고 싶다’고 문자만 보내면 내가 어떤 취향의 피자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어디에서 배달하면 경제적으로 이익인지를 계산해서 주문까지 해준다. 피자뿐만 아니라 내일 여자친구에게 꽃 선물을 하고 싶다고 문자를 보내면, 여자친구의 취향까지 분석해 알아서 배달까지 해준다.

중국처럼 3천만 명이 일일이 댓글을 달아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내일 보스턴으로 영행을 한다고 하면, 아주 짧은 시간에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하게 인공지능이 작동한다. 호텔 가격 비교까지 해서 예약까지 해준다. 굳이 내가 몇 번씩 클릭할 필요도 없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6.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 관찰 

지금까지 설명한 사례들은 이미 언론에서도 많이 보도됐던 것들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고용 없는 성장은 틀린 말이다? 

전통적인 반응은 ‘고용 없는 성장’은 틀린 말이라는 반응이다. 이는 한국경제신문에서도 지적했던 바인데, 즉, 30대 대기업은 일자리를 계속 만들고 있더라는 식이다. 하지만 너무 협소한 접근이다.

지금 우리가 봐야 하는 것은 전체 국민경제의 차원이다.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 국민경제 전체의 관점으로 보면, 지금까지는 많은 일자리가 줄어들면서도 많은 일자리가 새롭게 생겨났다.

과거 90%의 노동자가 농업에 종사했지만, 현재는 2%만이 농업에 종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일자리가 줄었느냐면 그건 아니다. 오히려 늘었다. 로봇에 의해 인간의 노동이 대체되더라도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면 새로운 영역에 투자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면서 계속 진화해왔다.

이제 중고급 노동력 대체

이것이 지금까지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하나 차이점이 생겨나고 있다. 지금까지 기술 혁신은 저가 노동력을 대체해왔다. 하지만 최근의 기술 혁신은 중고급 노동력을 대체하는 단계로 진화했다.

즉, 앞서 사례에서처럼 변호사나 금융업 종사자와 같은 중고급 인력을 로봇이 대체한다는 점에서 현재 ‘다른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다.

일자리 파괴 속도와 생성 속도의 역전

또 하나는 속도의 문제다.

일자리가 생성되는 속도가 파괴되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과거에도 일자리가 파괴되는 경향이 항상 있었지만, 동시에 일자리가 생성되는 속도가 빨랐는데, 지금은 이 속도가 역전돼서 일자리가 파괴되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이야기한다.

기술 간극(Technology Gap)

또 하나 관찰해야 하는 것은 기술 간극(Technology Gap)이다.

구글이나 아마존의 이 ‘멋진 기술’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것이 아니라는 거다. 역사적인 사례로 이야기하면, 1733년 영국은 플라잉 셔틀(Flying Shuttle) 기술을 만들었고, 이는 스페인을 이기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다.

강정수 슬로우포럼

1733년 당시 유럽의 섬유산업을 주도하고 있었던 건 스페인이었다. 스페인은 남미에서 다양한 염료를 수입해 화려한 옷들을 생산했다. 하지만 영국이 플라잉 셔틀을 발명함으로써 노동 생산성에서 스페인을 압도한다.

영국의 플라잉 셔틀 기술은 당연히 ‘수출 금지 조항’에 들어가는 기술이었다. 스페인에는 절대 갈 수 없는 기술이었다. 이처럼 산업혁명 초기에 방직기와 방적기 관련 기술은 나라 차원에서 국가가 보호하려는 기술이었다.

코튼 진 기술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인도와 미국을 식민지로 거느리고 있었고, 인도는 목화에서 실을 뽑아내는 풍부한 노동력이 존재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 일을 백인들이 해왔다. 아프리카 노예를 고용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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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튼 진’ 기술이 미국에서 개발됨으로써 풍부한 노동력을 가진 인도를 미국이 이겨낼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코튼 진은 당연히 당시로선 수출 금지 기술이었다. 지금은 너무나도 일반적인 기술이고, 누구라도 할 수 있지만 말이다.

미국 독점 기술 

기술 간극은, 가령 앞서 설명했던 아마존의 ‘예측 기술’은 물류비용을 낮춰주고, 아마존의 지속적인 경제 효율성을 높여주면서 타 경쟁업체와의 간극을 벌려 놓으면서 그런 가운데 노동의 재질서와 시장경제를 재조직화한다. 더 중요한 사실은 국가 간의 시장질서를 재조직화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런 인공지능 기술이 미국 중심으로 또 특정한 언어권 중심으로 발전할 때 한국이 이런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 한국에도 우수한 인력이 많지만, 규모 면에서 미국과 경쟁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따라서 당분간은 미국이 독점할 수밖에 없는 기술이다. 이런 기술은 쉽게 이전되지 않는 기술이다.

알고리즘을 위한 노동 (Workers for Algorithms) 

또 하나 관찰해야 할 현상이 있다. 나는 오늘 강연에서 이 점을 가장 큰 테마로 삼고 있었다. 알고리즘이 작동하고 진화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를 ‘알고리즘을 위한 노동'(Workers for Algorithms)으로 명명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는 다보스에서 있었던 월드 이코노믹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자리 자동화는 앞으로 20~30년 동안 인류가 직면할 가장 중요한 문제다.”

과연 그럴까. 슈미트는 9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하는 일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아래 이미지는 구글의 무인 자동차(셀프 드라이빙 카)가 데이터를 빨아들이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구글의 무인 자동차는 초당 1GB의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무인 자동차 상호 간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작동하더라도 개별 차 한 대당 1초에 1GB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데이터를 유지하기 위해선 많은 노동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끊임없이 사람에 의한 데이터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먹고 산다. 그리고 데이터를 생산하고 정제하는 건 인간이다. 그리고 그 일을 수행하는 건 고급인력이 아니라 저가의 노동력이다.

2014년 언론에 유출된 구글 문건(Google Quality Raters)은 알고리즘에 데이터를 공급하는 노동자의 처지가 별로 좋지 않음을 보여준다. 매우 저가의 노동력이 구글의 광고를 일일이 손으로 클릭하면서 테스트하고, 마우스를 작동해 테스트하는 사람들이 아주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이들은 당연하게도 구글 정직원이 아니므로 정직원이 누리는 구글의 복지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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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최근 미국의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이 이런 IT 계약직 노동자들의 문제다. IT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이들을 기업과 연결해주는 인력 서비스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에게 사회보장은 그림의 떡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사회에서 존재하지 않는 ‘투명인간’처럼 존재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마존의 메커니컬 터크(Mechanical Turk)이다. 파괴적이고, 위력적이며 대단히 잘 만든 시스템이라고 본다. 강정수 슬로우포럼
나는 이 서비스를 인간 노동을 조직하는 API(API for human works)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통해 대단히 진화한 방식으로 인간의 노동을 조직한다. 아마존은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에 기반을 둔 ‘크라우드 노동'(crowd wok)를 조직하는 가장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 아마존은 이를 스스로 HITs(Human Intelligence Tasks)라는 말로 정의한다.

아마존은 ‘HITs’라고 명명하며 마치 대단히 진화한 노동이 일어나는 것처럼 자사의 크라우드 노동 시스템을 정의하지만, 이들이 받는 돈은 시간당 1.2달러~5달러에 불과하다. 아마존은 24시간 7일 동안 일하는 시스템을 2005년부터 만들어왔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대단하다. 아마존의 훌륭한 추천 시스템, 훌륭한 예측 시스템은 이런 노동자의 희생 위에서 가능했다.

많은 노동자의 업무는 포르노 삭제, 어뷰징 삭제 등 대단히 단순한 업무에 한정된다. 하지만 이들 노동이 없었다면 현재의 알고리즘 진화가 불가능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데이터 문지기'(data janitor)가 없었다면 빅 데이터 시대도 인공지능의 진화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7. 우리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 지향

브린욜프슨과 매카피는 기술 발전에 대해 대단히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이들은 기술이 미치는 영향, 그 사회 효과에 대해서는 그다지 깊은 성찰을 보여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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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주장은 보그 컴플렉스(Borg Complex), 실리콘밸리에 있는 많은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한다. “기술의 진보에 대한 저항은 헛된 일이다.” 기술 진화를 막을 수 없고, 인간이 선택할 수 없으니 기술 진화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디지털 아테네'(유토피아)를 꿈꾼다. 나는 이를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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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선택 가능성과 이를 진지하게 모색하는 성찰이 필요하다.

또 다른 극단적 선택은 디지털 러다이트 운동이다. 기술 진화에 저항하는 움직이라고 볼 수 있다. 스티븐 E. 존슨의 [기술에 대항하여](Against Technology, 2006)은 이러한 경향을 상징한다. 개인적으로 러다이트를 극단론으로 보지는 않는다. 기계에 대한 거부감과 저항이 상징적으로 극단화했지만, 이들은 월급을 몇 개월 동안 받지 못한 분노를 기계를 파괴함으로써 상징화한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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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존 무어(John Muir)의 지적을 음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진화에 대해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맹목적 진화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다.”

“Not Blind Opposition to Progress, but Opposition to Blind Progress.”

8. 공유경제와 실리콘 밸리의 추악한 비밀 

또 하나 관찰해야 할 게 온디멘드 경제다. 우리나라에선 공유경제라고 번역된 온디멘드 경제는 실리콘 밸리의 훌륭한 성과다. 실리콘 밸리는 지금까지 참 잘해왔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의 추악한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특히 2014년부터 로이터나 가디언, 뉴욕타임스 등에서 실리콘 밸리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가령 노동자 연령대별 대한 차별의 문제를 언론에서 지적한다.

이에 대한 본격적인 저항이 시작되고 있다. 매커니컬 터크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우리는 더는 이름 없는 노동자들이 아니라고 자신을 얼굴을 찍어서 올렸다. 이 저항은 2014년부터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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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디멘드 경제의 결론은, 셰어링 이코노미(Sharing Economy), 우리나라에서는 왜 한가하게 ‘공유경제’라고 번역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눔이 아니라 일용직 노동력을 만들어내고, 저가 노동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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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한국사회에도 번역된 ‘프리카리아트'(precariat; 불안정한 프롤레타리아 계급), 새로운 프롤레타리아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들은 이 사회에 이토록 큰 기여를 함에도 불구하고 ‘투명인간’이 되어 살아가고, 계약직 노동자로서 4대 보험조차 해결할 수 없는 노동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릴리 이라니(Lilly Irani)는 이렇게 지적한다.

“자동화는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자동화는 노동을 이전할 뿐이다.”

“Automation doesn’t replace labor. It displace it.”

즉, 대부분 노동자는 API를 통해 알고리즘을 ‘살찌우는’ 노동으로 이동하고 있을 뿐이라고 이라니는 지적한다.

아래는 피터 라인하르트가 그린 도표다. 대단히 중요한 도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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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화하는 구글이나 아마존이 만들어내는 일자리에서 API 위에 존재하는 직업(노란색 영역)은 점점 더 줄어든다. 왜냐하면, 효율성이 증가하니까. API 밑에 존재하는 직업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다가 일정한 수준(수평선)을 유지할 것으로 라인하르트는 예측한다. 결국, API 위에서 일하는 소수의 사람과 인력을 대체하는 자동화(분홍색 영역), 그리고 그 밑에서 일하는 다수의 사람들(파란색 영역)로 진화할 것이라고 라인하르트는 말한다.

온디멘드 경제는 앞으로 확장할 것이고, 또 확장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문제는 온디멘드 노동자의 문제다. 이들을 어떻게 규정하고 보호할 것인가.

이제 알고리즘이 새로운 ‘보스’로 등장하는 사회가 출현하고 있다. ‘피플랭크’라는 시스템이 우버에는 작동한다. 시스템을 개발한 개발자들이 이 시스템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이 알고리즘이 우리의 노동을 가치 평가하고, 노동의 신뢰도를 평가하며, 노동자의 평단을 평가한다는 점이다.

이제 우버에서는 ‘임단협'(임금단체협상)이 사라졌다. 우버 측은 자신을 ‘중개자’라고 말하면서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임금협상 대상이 없다. 내가 우버 기사라고 했을 때, 내가 한 달 동안 휴가를 가면 내 평판은 떨어진다. 마음대로 휴가를 갈 수도 없다. 고객의 평가가 잘못된 ‘어뷰징’이었다면 어디에 항의해야 할까.

이를 ‘기업 원형감옥'(Corporate Panopticon)이라고 한다. 우버는 나(우버 기사)의 주행 습관을 알고, 휴식 시간을 알며, 내가 얼마를 벌었는지, 또 승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했는지를 안다. 이런 ‘데이터’는 우버의 알고리즘에 계속 반영된다. 원형감옥

이런 의미에서 우버의 이런 시스템은 숨겨진 노동질서를 재조직화한다. 과거에는 임금 협상의 대상도 보였고, 노동착취도 눈에 보였다. 이제 시스템은 더 숨겨지고, 누가 내 노동을 착취하는지도 뚜렷하지 않다. 노동삼권을 구현할 대상도 숨어 있다.

이제 노동 계약서를 사용 약관이 대체한다. 사용 약관이야말로 새로운 노동계약서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휴가를 하고 싶지만, 사용 약관에서는 휴가를 갈 경우에는 근무하지 못하니 너의 평판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고, 이를 네가 수용했으니 너는 그 (알고리즘의) 조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할 것이다. 몸이 아파서 쉬어야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고, 급한 개인적인 사정도 생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사용약관에 따라 이미 예정된 일이고, 당신이 그 사용약관에 동의했으니까.

한 노동자가 ‘우버의 30% 수수료가 너무 높다’고 항의했다. 그랬더니 우버는 이렇게 답했다.

“그럼 리프트(Lyft; 우버와 유사한 사업체)로 가세요.”

이게 우버의 공식 답변이었다. 그래서 이 노동자는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가 쌓아올린 내 별들(평판, 신뢰도 등)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손님들에게 열심히 서비스했으니 나의 평판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우버는 이를 거절했다.

그렇다면 해당 우버 노동자가 그동안 차를 운행하면서 쌓아올린 평판은 누구의 것인가? 이것은 우버의 것인가, 리프트의 것인가, 아니면 운전자의 것인가. 이것이 2014년 격렬한 논쟁의 주제 중 하나였다. 인간이 자신의 행위로 쌓아올린 평판을 소유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다.

새로운 저항

결론적으로 가장 큰 화두는 ‘새로운 저항’이다.

크리스티 밀란드크리스티 밀란드(Kristy Milland)라는 메커니컬 터크에서 일한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인간이지 알고리즘이 아니다.”

“I am a human being, not an algorithm.”

밀란드는 자신의 노동 조건에 대해 최초로 고발했고, 가디언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는 이를 ‘매커니컬 터크 경제’라고 명명하고, 이 경제 시스템에선 우리에게 일자리가 언제 올지, 그리고 얼마나 벌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사회, 결국 저가 노동력의 사회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동화’ 그 자체가 아니라 자동화가 초래하는 새로운 노동착취에 어떤 해결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여기에 단초를 제공한 것이 투페키(Zeynep Tufekci)의 지적이다. 투페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게 기술을 거부하거나 비난하는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와 기계의 대립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에 존재한다. 우리가 어떻게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문제다.”

“We don’t need to reject or blame technology. This problem is not us versus the machines, but between us, as humans, and how we value one another.”

새로운 저항이 필요하다. 기계와 알고리즘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 시스템에 대해 저항해야 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야 한다. 현재도 매커니컬 터크이나 우버에서 이런 저항은 일어나고 있다. 이들의 저항을 지원하는 변호사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고, 관련한 법률 운동가들도 열심히 조직화하고 있다.

더불어 탐사 저널리즘의 과제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보이지 않는 착취와 억압을 세상에 드러내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API 노동자의 삶을 세상에 정확하게 드러내는 일도 저널리즘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의 과제도 있다. 알프레드(Alfred)의 CEO 사퐁은 “노동자를 계약직이 아니라 (정직원으로) 고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진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발자의 과제도 있다. 우버의 ‘피플 랭크’를 만든 개발자는 앞서 지적한 문제들을 충분히 숙고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악역’을 담당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자신이 코딩하는 행위에 내포한 사회적 책임을 인지할 수 있는 개발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알고리즘은 인간이 만드는 것이다. 알고리즘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고, 알고리즘의 사회적 함의를 성찰할 수 있는 개발자들이 사회에 나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정치인의 과제도 대단히 중요하다. 기본소득 등 대안 정책을 논의해야 하고, 새로운 노동관계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도 마련해야 한다.

나는 온디멘드 경제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온디멘드 경제가 만들어내는 사회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노동의 대가를 어떻게 정당하게 돌려줄 수 있을지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와 계약의 필요성과 노동 유연성을 보장하면서도 노동관계를 보호해야 한다.

칼 폴라니(Karl Polanyi)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자본주의는 새벽처럼 왔다.”

“Capitalism arrived unannounced.”

디지털 대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찰과 성찰을 통해 우리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시킬 힘을 우리 자신에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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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댓글

  1. “인간은 알고리즘이 아니다.”라는 대사 또한 가장 알고리즘적인 반응이기도 하죠.

    기사라기보다는 고도의 정보들을 집약해둔 고급 보고서 같습니다.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2. 저는 김대식 교수의 을 통해 인공지능을 비롯한 제3의 혁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책은 과학자의 시선으로 미래를 굵직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과연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무엇이 있을까 호기심이 들던 참에 좋은 기사를 만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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