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꺾정51화] 이제는 우리도 사법개혁이 절실하다 (조원빈/성균관대 교수) (⏳3분)
💡 중꺾정
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 중꺾정 필자의 견해는 참여연대 공식입장이 아니며 다를 수 있습니다.
멕시코의 판사 직선제 도입
멕시코가 6월 1일 사상 처음으로 국민이 직접 판사를 선출하는 ‘판사 직선제’를 시행했다. 이번 선거에서 대법관 9명을 포함해 전체 연방판사의 절반인 881명을 뽑았다. 투표율은 13.02%로 매우 낮았다. 판사 직선제 선거 결과, 집권 여당인 국가재생운동(MORENA, 모레나) 성향이 강한 인사들이 사법부의 최고기관인 대법원의 대법관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멕시코 판사 직선제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이 주도한 ‘사법개혁’의 일부로 도입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당시 사법부가 기득권 엘리트에 장악되고 부패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집권당인 모레나가 2019년부터 추진한 각종 법안을 대법원이 위헌이라며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멕시코 의회는 2024년 9월 판사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판사 직선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현 대통령도 이번 판사 직선제를 “진정한 민주주의의 징표”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사법부가 법이 아니라 집권당의 눈치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판사들이 당선을 위해 유권자나 집권당 지도부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한다면 법과 증거에 따라야 하는 법의 지배 원칙이 흔들리게 되기 때문이다.
멕시코가 사법개혁을 위해 도입한 판사 직선제는 판사들의 정파적 성향을 강화시켜 사법의 정치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의 사법개혁 방향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
우리의 사법개혁 방안
6월 4일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사법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둔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하면서 선거의 공정성과 유권자의 선거권을 침해하는 사법의 정치 개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를 계기로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도입 등을 포함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의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천 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 문제가 다소 해결될 수 있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특히,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 도입도 관심을 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 혹은 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라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재판소원에 반대해 왔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들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이재명 정부하에서 집권여당이 주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등은 오래된 사법개혁 과제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법안은 개별 법안으로 다루이지기보다 사법개혁이라는 종합적인 구도 하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법관 증원과 함께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나 전원합의체 구성과 관련 다양한 의견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투명성을 제고하는 등 대법관 제청 절차를 개선해 왔으나, 2025년 7월 현재도 대법관의 대다수는 ‘서울대 법대 출신의 50대 남성 현직 고위 법관’ 출신들이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위해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의 개선이 필요하다. 법원조직법은 10명의 위원 중 법조인이 과반을 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추천위원 중 3명이 현직 법관이고, 대법원장이 별도로 변호사 자격이 없는 3명의 추천위원을 위촉할 수 있어 대법원장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이에,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위해서 추천위원회의 과도한 법조 대표성을 축소하고 추천위원 수도 늘릴 필요가 있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 폐지해야
또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와 이번 조희대 대법원장이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유죄취지 파기환송’ 판결 등은 사법부의 권한이 대법원장에게 집중되어 있으며 법관 사회의 관료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특히,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임명하게 하는 것은 합의제기관인 대법원 내 대법원장의 우월적 지위를 구조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을 폐지하고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심사 및 추천을 거친 대법관 후보를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법행정 전반의 심의·의사결정을 총괄하는 합의제 기구인 ‘사법행정위원회’를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