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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 재임 시절 범죄로 투옥 중인 이명박과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이 없다면 이 전 대통령은 2036년, 박 전 대통령은 2039년에 석방될 수 있다.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한국은 1948년 건국 이래 1960~1961년 제2공화국을 제외하고는 대통령제를 채택해 왔다. 그동안 한국 대통령 중 다수는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해 왔다. 특히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대통령제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되었고, 역대 대통령들은 재임 이후 평안한 삶을 영위하지 못하였다. 왜 그랬으며, 앞으로는 어떨까? 지금 두 명의 주요 후보가 대권을 위해 경쟁하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과 다음 대통령의 말로는 과연 괜찮을까?

이 글은 현대 민주 정부에 대한 비교론적 논의를 함으로써 한국 대통령제에 교훈을 도출하고, 우리들의 대통령이 재임 이후에도 더불어 살아갈 방법에 관해 제언하고자 한다.

직접 민주주의의 한계로 발아한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민주적 정부 형태는 2,500여 년 전 그리스의 스파르타와 아테네서 발흥하였지만, 현대 민주 정부는 이와는 매우 다른 양식을 취한다. 구체적으로 아테네에서는 군사 훈련을 이겨낸 전사(시민)만이 정치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고, 이들이 도시의 중요한 의사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직접 민주정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현대의 대규모 국가는 유권자가 대표자를 선출하고 대표자가 유권자를 대신하여 정치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에서 간접적 형태를 가진다.

특히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가 오늘날 현대 민주주의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할 교훈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정치 참여에서 80% 이상의 성인들을 배제하였던 반면 현대의 민주주의가 시민권의 자격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현재의 민주주의가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에 비해서 포용적인 측면도 있다.

멜로스의 대학살(기원전 415년). 멜로스를 명망시킨 '민주정' 아테네는 성인 남성을 모두 죽이고, 아이와 여성은 노예로 삼았다.
멜로스의 대학살(기원전 415년). ‘중립국’ 멜로스를 명망시킨 ‘민주정’ 아테네는 멜로스의 성인 남성을 모두 죽이고, 아이와 여성은 노예로 삼았다. 아테네는 직접 민주정이었지만, 그 민주정에는 군사 훈련을 이겨낸 시민만이 참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오늘날 국가는 그 인구 규모가 최소 수백만 명이 넘는다는 점에서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대표들에 의한 정부 혹은 대의 정치의 양식을 가지는 것이 불가피하기도 하다. 따라서 대표들에 의한 민주 정부는 각국의 시민이 불만을 가지면서도 꾸준히 개선시키야 할 정부 형태라는 점은 분명하다.

현대의 민주적 대표 정부는 크게 두가지 양식으로 발전해 왔는데, 그 양식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대통령제유럽 대륙에 기원을 둔 의원내각제다. 양자는 서로 다른 운영 원리에 기초하면서도 제한 정부와 시민의 자유 보장이라는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 고안되었다. 물론 프랑스에서 1950년대 이후 채택된 준대통령제가 새로운 양식이긴 하지만, 프랑스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정치사적으로는 비교적 최근 사례라는 점에서 논의하지 않고자 한다.

미국, 시민의 자유를 목적으로 설계된 ‘제한 정부’ 

먼저 미국의 대통령제는 1787년 미국 필라델피아 제헌회의에서 구체화되었는데, 그 내용은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고 정부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연방정부의 권력을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 분리하고, 삼부는 각각 독립적 공무원 충원구조를 가진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두 가지 점을 흥미롭게 본다.

  1. 먼저 행정부가 아닌 입법부가 제1정부기관이라는 점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당시 대통령 독재가 아니라 시민에 의해서 직접 선출되는 하원 독재를 우려하여 의회를 상원과 하원으로 나누고 그 임기를 각각 6년과 2년으로 분리시켰다.
  2. 다음으로 삼부에서 최고위 공직자의 충원을 독립적으로 만들어 하나의 부가 다른 부를 지배하거나 혹은 다른 부에 종속됨이 없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인민의 선거를 거친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를 통해, 상원의원은 주별 의회를 통해(20세기 초반 주별 대중선거에 의한 선출로 변화), 하원의원은 시민들의 직접선거를 통해 공직에 취임하고, 대법원의 법관은 대통령의 지명과 의회의 동의를 거쳐 종신직으로 봉직한다.

나아가 미국은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분리되어 있는 연방제 국가라는 점에서 연방정부의 대표자들은 대통령이든 의원이든 법관이든 자신의 직무와 공직을 벗어나 월권을 행사하기가 어렵고, 따라서 법과 제도 아래 구속된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국가 권력은 법과 제도를 통해 인위적으로 제한되고, 선출된 혹은 임명된 각 부의 대표자들은 서로를 견제한다.

물론 자신 혹은 특정 세력이 공직 범위 내에서 독재적인 방식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통령은 국가 수반이지만, 정부 제2기관인 행정부 내에서만 최대의 권한을 행사하고, 다른 영역에서는 제한을 받는다. 요약하자면 미국 대통령제는 정부 권한을 분리하고 나누어 대통령과 공직자들을 그 속에 가둠으로써 제한 정부를 실현하려 하고, 나아가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려는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미국 국회의사당 (2013년 모습) 출처: Martin Falbisoner, CC BY-SA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ki/User:Martin_Falbisoner#/media/File:Capitol_at_Dusk_2.jpg
미국에서 제1정부기관은 행정부가 아니라 입법부다. 사진은 미국 국회의사당의 모습. (2013년 촬영, Martin Falbisoner, CC BY-SA 3.0)

유럽 대륙, 50%+1이 보장하는 대표성과 비례성

유럽 대륙에서 발달한 의원내각제는 어떤 방식으로 제한 정부를 실현하고, 시민의 자유를 보존하는가? 유럽에서 하원이 주권을 대표하는 제1정부기관으로 등장하기 이전인 중세 시대에는 왕과 추밀원, 종교인과 귀족의 상원, 그리고 시민을 대표하는 하원이 권력을 나누고 서로 견제하며 공존하였다. 시민혁명과 자유주의, 그리고 근대화의 물결이 19세기 유럽을 강타하면서 국민이 보유한 주권은 나눌 수 없다는 명제 아래, 하원은 상원과 왕정을 누르고 국민주권을 대리하는 기관으로 우뚝 선다.

여기서 두 가지의 연결된 문제가 발생했다.

  1. 하나는 하원 대표자들을 어떻게 선출할 것인가라는 선거제도의 문제였다.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앵글로 색슨 나라들과 달리 유럽대륙 국가들은 비례대표제를 채택하였고, 비례대표제는 유권자들의 다양한 정치적 조직화와 대표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각 나라 별로 5~10개의 정당들이 경쟁하게 되었다.
  2. 다른 하나는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의원들 중 50%+1의 동의가 필요하거나 혹은 50%+1의 반대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거대 정당들이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소수 정당들과 연합해야 했고, 거대 정당 지도자들은 정당 내부의 충성을 결속하고 소수 정당들의 이탈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 권한을 조심스럽게 사용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당내 소수세력이나 소수정당들의 이탈은 의회의 내각불신으로 이어져, 정부가 붕괴되고 새로운 선거를 실시해야 하는 위기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유럽 대륙의 정치적 전통은 정부 구성에서 50%+1의 찬성(혹은 50%+1의 반대 없음)을 요구함으로써
유럽 대륙의 정치적 전통은 정부 구성에서 50%+1의 찬성(혹은 50%+1의 반대 없음)을 요구함으로써 거대 정당이 필수적으로 소수 정당들과 연합하도록 강제한다.

결과적으로 비례대표제에 기반한 의원내각제는 지도자들을 정치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기능해 왔다. 물론 의원내각제가 일본이나 싱가포르와 같이 다수주의를 강화하는 선거제도와 결합하면서, 패권 정당제를 유지하기도 하지만, 최소한 유럽대륙 내에서 지도자는 정치적으로 제한된다.

이와 같은 미국 대통령제와 유럽대륙의 의원내각제에 대한 비교론적인 검토는 우리나라 대통령제에 관해서 어떤 교훈을 제시하는가? 우선 미국과 유럽에서 정부의 제1기관은 행정부가 아닌 의회라는 점이다. 의원내각제에서 행정 내각은 의회에 책임을 지고, 미국에서도 정부의 제1기관은 의회다. 그리고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모두에서 지도자는 제한된 범위에서 제한된 권한을 행사한다. 제한된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대통령제이든 의원내각제이든 지도자는 무제한적인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퇴임 후 비극적인 일을 겪을 가능성은 낮다.

한국 대통령의 광범위한 ‘권한’과 그에 따른 ‘원한’

그렇다면 한국의 대통령제는 어떠한가? 한국의 대통령제는 삼권분립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1) 국회의원을 행정부의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고, 국회의원들도 경력 관리의 관점에서 이를 마다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여당 국회의원들이 입법부에서 행정부와 대통령을 견제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한국의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은 그 임기가 6년인 반면 대통령은 5년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은 (2) 임기 중 절반 이상의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있다. 물론 한국의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판결에 임하지는 않지만, 한국과 같은 좁은 사회에서 가치와 지향, 그리고 신념을 공유할 가능성은 높다.

한국 대통령은 너무 광범위하고 막강한 권력을 가진다.
한국 대통령제는 삼권분립을 표방함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을 행정부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고, 임기 중 절반 이상의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대통령은 행정부 수장이면서도 입법부와 사법부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것이 대통령의 권한을 확대하고 제한정부의 원칙을 훼손하게 만든다. 나아가 대통령의 확대된 권력은 아래로 지방정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한국에서 총선과 지방선거는 일반적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의 성격을 갖는다.

결과적으로 우리들의 대통령은 그 권한이 옆으로 그리고 아래로 제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과도한 기대를 받고 모든 일에 대해 책임지기를 요구받는다. 반면 대통령은 정치적 개인으로서 당내에서는 다수이지만, 정치 세계 전체의 관점에서는 소수라는 점에서 전방위적으로 공격당하고, 그 비난과 피로감이 축적되어 임기를 마치며 이후에도 그 책임에 대한 원한을 계속된다.

대통령 권한 축소 위한 개헌 논의 이어져야

앞으로 선출될 우리들의 대통령은 이와 같은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내가 보기에 그 대답은 부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이 선출한 대통령들이 임기를 마치고, 그들의 봉사와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서 평안과 존경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정치제도적 개혁을 넘어서, 더 인간적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다. 우리가 대통령을 선출하고, 그들의 비극을 목도하는 것은 인간적으로 힘든 일이며,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학계와 정치권에서 87년 체제 혹은 제6공화국 헌법을 넘어서자는 논의가 활발한데, 87년 체제가 권위주의 시절에 변형된 한국 대통령제를 대체로 유지했다는 점에서 헌정 개혁 논의는 1948년 이래로 지속되어 온 한국의 대통령제를 그 대상으로 삼아야 하고, 지도자의 권력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전개해야 한다. 그랬을 때, 우리의 대통령도 살 수 있고, 우리들도 과거의 비극을 겪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들은 대선을 앞두고 지지하는 후보를 후원하되, 이후 선거가 끝나고서는 대통령에 대한 큰 기대를 거두고 대통령을 잠시 공직에 봉사하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 놓아 주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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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선거와 관련된 어떤 이야기를 듣고 계신가요? 후보자의 말이나 의혹에 대한 기사는 쏟아지고 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정책과 무관하거나, 무분별한 의혹 제기 기사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한국 사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선거, 대선을 앞두고 과연 무엇을 검증해야 하는지, 유권자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게임의 룰은 문제가 없는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꼼꼼히 파헤쳐보는 대선 ‘유권자의 스케치북(유스케)’을 연재합니다. 이번 ‘유스케’의 필자는 조영호 서강대 정치외교학 부교수입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 유스케(유권자의 스케치북) 

  1. 필터 버블과 팬덤 정치: 대선 후를 더 우려하는 이유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2. 2022 대선은 2030이 결정한다 (ft. 2030 공약 비교) (조원빈,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3. 미국의 ‘제한 정부’, 유럽의 ‘50%+1’ 원칙이 주는 교훈 (조영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4. 대선 3분 가이드: 꼭 확인해야 할 세 가지 공약 (무권자 J 씨)
  5. 제20대 대선과 지방 소멸의 위기 (이소영, 대구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6. 비호감 대선: 선거제 개혁이 필요한 이유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7. 청년 공약, 세대 갈등과 젠더 갈등을 넘어서 (장선화, 대전대 글로벌문화컨텐츠학과 교수)
  8. 대통령제 개헌의 조건: 분권형 vs. 4년 연임 (이선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9. 수화(손짓말)와 오스트리아 헌법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
  10. 선진국 한국의 대선 (ft. 윤 후보의 ‘엉뚱한 분’ 발언) (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
  11. 비인간화를 넘어서: 정치의 본질을 생각한다  (박영득 충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12. ‘교복 입은 시민’ 통제하려는 교육부 안내문의 문제점 (김형철 성공회대학교 교수)
  13. 촛불의 자리를 차지한 ‘비토크라시’ (강우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4. 윤석열 당선자에게: ‘승자의 저주’를 피하는 방법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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