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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기도, 대한민국
20대 대선은 서울시민만을 위한 선거도, 경기도민만을 위한 선거도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위한 선거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팬데믹 이후 한국사회의 미래 비전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에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큰 중요성을 지닌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에 대한 진단을 바탕으로 대안을 위한 치열한 토론과 논의가 본격적으로 필요한 시간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우리 사회의 긴급한 문제들의 중심에는 지방의 소멸을 초래하는 수도권-지방 간 격차 문제가 있다. 30년 내에 지방의 약 40%가 소멸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 하에 지방과 수도권과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와 정책에 대한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지방소멸대응특별법이 발의되었고, 여야 대선 후보들은 지방소멸 위기에 우려를 표하며 국가 차원의 책임과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지지를 확정하지 않은 2030의 표심과 부동산 정책을 기반으로 한 수도권 중도층의 표심이 가장 중요한 타겟이 되어버린 선거 과정에서 ‘지역’은 부차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구감소의 시대에 지방소멸의 고리를 끊는 일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임을 상기할 때이다.

20대 대선

균등성장 아닌 균형발전

한국에서 지역발전을 위한 제도적 개혁은 크게 ‘균형발전’‘지방분권’, 그리고 ‘주민자치’라는 세 가지 틀에서 이루어져 왔다. 먼저, 참여정부 시절에 행정수도의 이전과 지방 혁신도시의 건설을 필두로 적극적으로 시도되었던 ‘균형발전’은 지역 간 발전의 기회균등을 촉진하여 지방과 수도권이 상생할 수 있도록 전국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고자 하는 전략이다.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쳐 다듬어지고 문재인 정부에 와서는 핵심 국정과제로서 추진되었다.

그러나 인구, 경제력, 생활서비스 측면에서 균형적 성장을 이루고자 하였던 역대 정부의 정책은 지역 간 기계적 균형과 균등성장을 위한 분산투자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간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균형발전을 위한 엄청난 재정을 투입하고도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데 성공적이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수도권의 비대화와 지방의 급격한 소멸을 막지 못했다.

지역발전의 불균형은 소득과 일자리, 교육,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불평등의 심화를 초래하였고, 결국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모순을 더욱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급속한 지방소멸이라는 상황에 직면하여 기존의 정책을 보완하는 차원을 뛰어 넘는 균형발전에 대한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균등'발전이 아니라 '균형'발전에 관한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균등성장’ 아닌 ‘균형발전’에 관한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개헌으로 지방분권 강화

다음으로, ‘지방분권’은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및 조직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 등을 강화하여 지역이 독립적인 자치권을 가지고 지역의 문제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접근법이다. 균형발전이 중앙정부 주도로 지역의 발전을 모색하는 전략이라면, 지방분권은 지역 문제를 지역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을 가지자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지방분권의 제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보육이나 돌봄과 같이 일상 삶의 영역조차 지방정부가 온전히 사무권한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그 예산과 행정집행의 비효율성이 매우 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20년 1월 지방이양일괄법 개정으로 많은 지방관련 사무가 지방자치단체로 일괄 이양되었고, 2020년 12월에는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에 성공하여 중앙과 지방 간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가 만들어짐으로써 지방자치 2.0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헌법에 지방자치단체의 실질적 자치권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지역이 독립적인 자치권을 가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개헌을 통해 지방정부의 권한을 확대하고 지방자치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지역의 자생적인 발전 의지와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을 높여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건일 것이다. 최근 이재명 후보가 점진적·단계적 개헌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당선 후 우선적으로 추진할 개헌 과제로서 지방자치분권 강화를 언급한 것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후보 역시 자치분권을 강화하는 개헌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지방자치를 보장하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두 유력 후보는 이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지방자치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두 유력 대선 후보는 이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주민자치

지방분권의 제도화는 결과적으로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강화하게 된다. 그런데 한국의 지역에는 지방자치단체 장의 소속정당과 지방의회의 다수당이 같은 정당인 경우가 다수이다. 견제 세력이 없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기득권 세력과의 유착으로 부패와 퇴행적 행보를 보이지는 않을까라는 우려가 당연해 보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주민자치’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주민이 없는 지방분권과 자치는 견제 세력이 없는 강력한 자치단체장의 권력, 독점적 관료제의 유지, 지역 기득권 세력의 유착 및 전시성 사업의 남발 등 민주주의를 오히려 퇴보시키는 방향으로 이끌 소지가 크다.

그간 한국사회에는 주민자치를 제도화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결실을 보아 왔다. 특히 다음과 같은 제도를 통해 등을 통해 주민참여와 자치의 창구를 넓혀 왔다.

  • 주민참여예산제도
  • 조례제정개폐청구
  • 주민감사청구제도
  • 주민투표제
  • 주민소송제
  • 주민소환제 

주민자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식적 운영과 엄격한 청구 요건, 낮은 참여율 등으로 주민자치의 실질적 효과를 크게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예를 들어,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주민이 지자체의 예산편성과정에 참여하는 적극적 자치 제도이지만, 지자체의 연간 예산 중 주민참여제도가 적용되는 예산은 대체로 0.5% 미만이며, 그 마저도 민원해소용 사업에 적용되어 제도의 운용 효과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문제를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기 위한 주민투표는 2005년 이래 총 12건 실시에 불과하며, 그 중에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주민이 투표를 청구한 경우는 3차례에 불과하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을 통해 주민자치 원리가 법으로 강조되고 청구 요건 등이 완화되었지만, 실질적 주민자치 실현을 위해 주민이 조직하여 자치기능을 전담하는 주민자치회 등은 아직 제도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정부로 분산된 권한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행사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자치권을 주민에게 실질적으로 이양하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선 후보들의 정책 대안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지역정당으로 지역정치 활성화

더불어, 지역의 문제를 지역에서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정치권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통해 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지역 독점 정당 구도에서는 이러한 경쟁 체제는 요원해 보인다.

이 때문에 지역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할 수 있는 지역정당이 설립되어 정치적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다양한 대안을 제시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우리 정당법에서 정당의 설립은 수도에 중앙당을 두고 5개 이상의 시·도당을 갖출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어 지역정당의 설립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방정치의 발전이 성공적인 자치와 분권을 위한 중요한 요건임을 고려한다면 지역정당의 설립이 후보들의 공약에서 빠질 이유가 없어 보인다.

생존의 문제

대선 주요 후보들은 아직은 지역이 가진 문제에 대해 수사(레토릭) 차원 이상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방소멸 위기의 해결이 긴급하고 중요한 과제인 만큼 각 후보 캠프에서는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현재까지 나온 것으로 파악해 보면,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균형발전과 자치분권 정책의 완성을 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으며, 김두관 의원이 경선 과정에서 제시했던 ‘5극2특 자치연방공화국’ 구상도 고려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의 경우에도 지방에 행정권한과 예산을 파격적으로 위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여러 정책들 중 하나쯤으로 여겨서는 어떠한 실효성 있는 정책도 도출해 낼 수 없을 것이다. 분권과 자치, 그리고 균형발전은 소멸되어 가는 비수도권 지역에는 특히 사활적인 의미를 가진다는 점, 그리고 그 비수도권 지역이 무너지면 국가 전체의 생존도 위협받게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한다.

ㅈㄹ
지방소멸의 위기 해결은 그야말로 사활이 걸린 중요한 과제입니다.

지방에서의 삶이 패자의 삶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지방의 젊은 세대는 학교를 위해 떠나고 일자리를 위해 떠나고 또 자녀의 교육을 위해 떠난다. 지방에서 태어나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지방에서 일을 하고 지방에서 자녀를 키우면서 이들은 스스로를 서울공화국에 진입하지 못한 2등 시민으로 비하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거주지를 옮기는 개인에게 일정 혜택을 주면서 수도권 인구를 지방으로 유인하는 방식으로는 지방의 문제가 해결되기 힘들다. 그간의 균형발전 정책에서 보인 것과 같이 한정된 자원을 지방에 균등하게 분배하는 방식도 서울 및 수도권과의 엄청난 괴리감을 극복해 내는 데는 역부족일 것이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근거하여 전국적으로 인구감소 지역 89곳을 지정, 향후 10년간 매년 예산 1조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에 대해 관련 분야 실무자 대다수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더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없이는 우리의 지방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울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지방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선 후보자들과 차기 정부의 혁신적인 정책을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승자독식 형태의 수도권-지방 관계를 극복하고 지방에서의 삶이 패자의 삶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에 살든 수도권에 살든 지방에 살든 모두 각자의 삶에 만족할 수 있도록.
서울에 살든 수도권에 살든 지방에 살든 모두 각자의 삶에 충실하고 만족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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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선거와 관련된 어떤 이야기를 듣고 계신가요? 후보자의 말이나 의혹에 대한 기사는 쏟아지고 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정책과 무관하거나, 무분별한 의혹 제기 기사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한국사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선거, 대선을 앞두고 과연 무엇을 검증해야 하는지, 유권자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게임의 룰은 문제가 없는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꼼꼼히 파헤쳐보는 대선 [유권자의 스케치북] (유스케)을 연재합니다. 이번 유스케 칼럼 필자는 이소영 교수(대구대 국제관계학부)입니다.

#. 유스케(유권자의 스케치북) 

  1. 필터 버블과 팬덤 정치: 대선 후를 더 우려하는 이유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2. 2022 대선은 2030이 결정한다 (ft. 2030 공약 비교) (조원빈,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3. 미국의 ‘제한 정부’, 유럽의 ‘50%+1’ 원칙이 주는 교훈 (조영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4. 대선 3분 가이드: 꼭 확인해야 할 세 가지 공약 (무권자 J 씨)
  5. 제20대 대선과 지방 소멸의 위기 (이소영, 대구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6. 비호감 대선: 선거제 개혁이 필요한 이유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7. 청년 공약, 세대 갈등과 젠더 갈등을 넘어서 (장선화, 대전대 글로벌문화컨텐츠학과 교수)
  8. 대통령제 개헌의 조건: 분권형 vs. 4년 연임 (이선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9. 수화(손짓말)와 오스트리아 헌법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
  10. 선진국 한국의 대선 (ft. 윤 후보의 ‘엉뚱한 분’ 발언) (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
  11. 비인간화를 넘어서: 정치의 본질을 생각한다  (박영득 충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12. ‘교복 입은 시민’ 통제하려는 교육부 안내문의 문제점 (김형철 성공회대학교 교수)
  13. 촛불의 자리를 차지한 ‘비토크라시’ (강우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4. 윤석열 당선자에게: ‘승자의 저주’를 피하는 방법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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