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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에게 당연한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나는 5년 동안 박탈당했다. 제대로 된 후보를 뽑자는 운동을 했기 때문이다.
대다수에게 당연한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나는 5년 동안 박탈당했다. 제대로 된 후보를 뽑자는 운동을 했기 때문이다.

유권자(有權者). 투표를 할 수 있는 즉 선거권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유권자로 부른다. 얼마 전 선거권이 없는 무권자(無權者)가 되었다. 이번 연재 칼럼의 명칭은 ‘유권자의 스케치북’이지만, 유권자 섭외에 실패하여 번외편으로 무권자의 대선 공약 관전기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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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권자가 된 사연

5년 전 2016년 총선시민네트워크(2016총선넷)에서 실무 총괄을 맡아 낙천낙선운동을 진행했다. 박근혜 정권의 부패와 무능이 절정이었고,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의 위기가 겹쳐있었다. 기억, 약속, 심판을 기치로 전국 34개 지역 부분연대기구와 1,00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2016총선넷에 참여했다.

2016총선넷의 주요 활동은 ‘3분 총선’을 활용한 후보자 정보공개운동(기억), 그리고 20대 국회에서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에 대한 약속운동(약속), 각 부분 연대기구와 2016총선넷 차원에서 발표하는 공천부적격자, 낙선대상자를 사유와 명단으로 공개하는 낙천낙선운동(심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낙천낙선운동은 시민사회의 자율적인 활동이며 공직선거법으로도 ‘합법’ 운동이다.

후보자의 경력과 낙천낙선 후보 및 그 사유, 현역 국회의원 후보자의 의정활동, 국민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 및 정책에 대한 입장을 간단히 검색하고 알 수 있게 만든 '3분 총선' 사이트.
후보자의 경력과 낙천낙선 후보 및 그 사유, 현역 국회의원 후보자의 의정활동, 국민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 및 정책에 대한 입장을 간단히 검색하고 알 수 있게 만든 ‘3분 총선’ 사이트.

하지만 국회의원 후보자 사무실 앞에서 낙선 사유를 밝힌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기자회견시 문제가 없다던 선관위는 선거 전날 갑작스레 2016총선넷 관련자 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경찰은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검찰은 기자회견 단순 참가자까지 22명을 무더기 기소했다.

갑작스런 고발부터 수사 확대와 무더기 기소까지 박근혜 정권의 총선 패배에 대한 보복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5년 여에 걸친 재판 끝에 지난 11월 11일 대법원에서 150만 원의 벌금형이 확정되었다. 검찰과 1, 2심 법원은 기자회견을 한 것이 그밖의 집회를 금지하는 103조, 후보자의 성명을 유추게하는 피켓 등의 게시를 금지하는 93조, 확성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91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 역시 4년 동안 재판의 결론을 미뤘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온라인이나 실내에서 낙선명단이나 사유를 발표하는 것은 합법인데 옥외에서 발표하면 불법이라는거다.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이 오묘하고 황당한 공직선거법 적용과 규제 조항은 법학자와 정치학자 또한 공히 비판하는 사안이다. (자세한 내용은 12월 24일 참여연대 개최 토론회 자료 참조)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5년간 피선거권과 선거권이 제한된다. 그렇다, 그렇게 나는 유권자에서 무권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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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과 공약이 중요하다

이번 대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비전이나 정책에 대한 논의나 논쟁보다는 주요 후보자와 그 가족에 대한 의혹제기, 사과 기사가 도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개발비리와 관련해 특검을 요구받고 있으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고발사주와 관련해 공수처에 수사 대상으로 올라가 있다. 두 후보의 가족과 관련된 추문은 유권자들을 대선에서 고개를 돌리게 하고 있다. 누가누가 싫은가 경쟁하는 비호감 대선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물론 후보자의 범죄 의혹이나 후보 가족의 도덕성도 중요한 문제이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비전과 정책 공약은 더 중요하고, 그것을 검증할 수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권한을 남용해온 검찰과 경찰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심화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재벌과 플랫폼 기업의 독점을 어떻게 해소하고 완화할 것인지, 여전히 긴장상태인 한반도에 어떻게 평화를 가져올 것인지 내세우는 공약과 프로세스를 제시해야 한다.

 

이제 비호감 경쟁 그만하시고, 정책을 공약을 제시할 때입니다.
이제 비호감 경쟁 그만하시고, 정책을 공약을 제시할 때입니다.

후보들 공약을 내놓아야

대선 후보자와 정당은 대통령선거 공약과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대통령이 되어 집권하면 대한민국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 유권자들에게 정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에서는 공약과 정책에 대한 질의서를 지난 11월경부터 후보자들에게 보내고 있지만, 두루뭉실하게 답변하거나 심지어 답변조차 거부하는 후보들도 있다.

후보자로 확정된지 두 달이 넘었지만, 일부 분야 공약만 찔금찔금 제시될 뿐 주요 정책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대선 후보자와 정당의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왜 대선에 출마했는지,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고자하는지 후보자들과 정당은 하루라도 빨리 공식 공약을 발표해야 한다.

언론은 사라지고, 클릭장사만 남아

대선이 비전과 정책경쟁이 사라지고 의혹제기와 여야간 공방으로 변질된 것에는 정당과 후보자의 책임도 크지만, 언론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 지지율 여론조사를 경마식으로 보도하는데 집중하고, 클릭 수가 높은 의혹 제기나 해명 기사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일부 인사들의 무분별한 의혹제기를 아무런 검증없이 인용 보도하는 행태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통령이 필요한지 정책을 비교하거나 검증하는 기사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주요 후보자들의 상호 토론조차 진행되고 있지 않다. 유행하는 말마따나 ‘제발 그만해, 이러다 다 죽어’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비전이나 정책에 대한 제시와 토론이 없이 대선이 끝나면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

후보자의 정책 검증은 실종하고, 경마식 보도가 판을 칩니다.
언론에 의한 후보자의 정책 검증은 실종하고, 지지율을 경마식으로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행태와 의혹 기사의 무책인한 인용 기사가 판을 칩니다.

꼭 확인해야 할 세 가지 공약 (3분이면 읽습니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공약은 무엇일까?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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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cap font=”arial” fontsize=”22″]첫째,[/dropcap] 헌법 개정에 대한 입장을 확인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권한과 책임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한국의 권력 구조는 한계에 도달했다. 대통령이 되어서 어떠한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지는 것과 별개로 대통령중심의 권력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또한, 87년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은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다 담지 못하고 있다. 정보인권처럼 새롭게 부상한 권리를 보장하고 극심해지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기후위기처럼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사안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헌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개헌 추진에 대해 찬성하면서도 구체적인 입장이나 공약을 제시하지 않고, 유보적이거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정도로 보인다. 그러나 헌법개정안 발의권을 가진 대통령이 나서지 않는다면 개헌 논의는 시작도 어렵다. 개헌에 대한 입장은 한국 사회와 국가의 비전에 해당한다. 두 후보는 개헌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2차례에 걸쳐 '연계정보'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시민사회의 청구를 그 내용을 살피지도 않고, 청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들여다보지도 않고 '각하'했다.
87년 체제를 반영하는 87년 헌법으로는 정보인권처럼 새로운 시대의 권리를 보장하기 어렵다. 헌법개정안 발의권을 가진 대통령이 나서서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선 후보들이 개헌에 관한 좀 더 분명하고 구체적인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22″]둘째,[/dropcap] 극심해지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공약과 입장을 확인해야 한다.

이재명 후보는 득표에 도움이 될거라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여당과 함께 밀어부치고 있다. 기본소득이나 국토보유세를 제시했지만, 제대로 된 토론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윤석열 후보최저임금제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거나, 2018년부터 도입된 ‘주52시간제’를 철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동산 대책으로는 공급확대와 부동산 관련 세금 완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알바생'이라는 표현은 취약한 노동계층의 문제를 은폐한다.
윤석열 후보는 주52시간제를 철폐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득과 자산은 물론이고, 주거, 노동, 의료 등 사회 전 분야에서 불평등과 양극화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더욱 심화되고 있다. 불평등을 해소하거나 완화할 대안이 무엇이고, 국가와 공공의 역할이 무엇인지 후보자들은 더 적극적으로 공약을 내놓고 토론해야 한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22″]셋째,[/dropcap] 검찰과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을 어떻게 개혁하고 운용할지 확인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검찰과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권한이 여전히 과잉한 사회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권력기관 개혁이 매우 중요한 과제였고, 여기에 대한 공약과 정책이 우선적으로 제시된 바 있다.

정의 법 법원 검찰
정경합의체의 권력은 공식적 권력기관(검찰, 경찰, 국정원 등)보다 우위를 차지하지만, 그럼에도 한국 사회는 권력기관의 권한이 여전히 과잉한 사회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이러한 정책과 공약을 찾아보기 힘들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가 설치되었지만, 검찰의 권한은 여전하고, 경찰은 오히려 공룡처럼 비대해졌으며, 국정원 역시 대공수사권 이관이 유예되면서 권한이 줄지 않았다. 출범 1년이 되는 공수처는 검찰을 견제할 것이라는 애초의 기대가 무색하게 스스로 존재 근거를 허물고 있는 지경이다.

후보자들은 대통령이 되면 검찰과 경찰, 국정원, 공수처 등 권력기관들을 어떻게 개혁할지, 어떻게 운용할 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두 주요 후보 중 한 후보는 기소되어 작년까지 재판을 치뤘고, 한 후보는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후보자들의 입장이 상당히 차이가 있을 것이고, 이는 유권자들의 판단의 근거가 될 것이다.

유권자들이여 고뇌하고 선택하라

  •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비핵화에 대한 입장
  •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공약
  • 재벌개혁과 플랫폼 기업의 독점에 대한 공약
  •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 등

위 세 개 말고도 중요한 공약은 많다. 하지만 최소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면 이 세 분야에 대한 공약은 충실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유권자들 역시 이런 공약을 꼼꼼히 보고 선택하면 좋겠다. 유권자들이여 고뇌하라. 그리고 선택하라. 나는 하고 싶어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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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선거와 관련된 어떤 이야기를 듣고 계신가요? 후보자의 말이나 의혹에 대한 기사는 쏟아지고 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정책과 무관하거나, 무분별한 의혹 제기 기사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한국사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선거, 대선을 앞두고 과연 무엇을 검증해야 하는지, 유권자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게임의 룰은 문제가 없는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꼼꼼히 파헤쳐보는 대선 [유권자의 스케치북] (유스케)을 연재합니다. 이번 유스케 칼럼의 필자는 2016총선넷 활동을 하다 5년동안 투표권을 잃어버린 ‘무권자 J 씨’입니다. 

#. 유스케(유권자의 스케치북) 

  1. 필터 버블과 팬덤 정치: 대선 후를 더 우려하는 이유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2. 2022 대선은 2030이 결정한다 (ft. 2030 공약 비교) (조원빈,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3. 미국의 ‘제한 정부’, 유럽의 ‘50%+1’ 원칙이 주는 교훈 (조영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4. 대선 3분 가이드: 꼭 확인해야 할 세 가지 공약 (무권자 J 씨)
  5. 제20대 대선과 지방 소멸의 위기 (이소영, 대구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6. 비호감 대선: 선거제 개혁이 필요한 이유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7. 청년 공약, 세대 갈등과 젠더 갈등을 넘어서 (장선화, 대전대 글로벌문화컨텐츠학과 교수)
  8. 대통령제 개헌의 조건: 분권형 vs. 4년 연임 (이선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9. 수화(손짓말)와 오스트리아 헌법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
  10. 선진국 한국의 대선 (ft. 윤 후보의 ‘엉뚱한 분’ 발언) (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
  11. 비인간화를 넘어서: 정치의 본질을 생각한다  (박영득 충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12. ‘교복 입은 시민’ 통제하려는 교육부 안내문의 문제점 (김형철 성공회대학교 교수)
  13. 촛불의 자리를 차지한 ‘비토크라시’ (강우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4. 윤석열 당선자에게: ‘승자의 저주’를 피하는 방법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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