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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cap font=”arial” fontsize=”33″]유럽 연합[/dropcap]은 지역 내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미국의 클라우드 기업과 강하게 성장하는 중국 클라우드 기업에 대해 몇 년 전부터 위기를 느껴 왔다. 특히 데이터 주권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비유럽 서비스 기업이 유럽 법률을 준수하게 만드는 것과 유럽 데이터가 어떻게 유럽 시민을 위해서 활용되게 할 것인가는 미래 유럽 디지털 산업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2020년부터 가이아-X(GAIA-X)라는 민간 주도의 새로운 클라우드 이니셔티브(특정한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계획’ ‘프로젝트’를 의미. 예: 서부 기후 이니셔티브, 지역 온실가스 이니셔티브 등. -편집자)를 추진했으나 전략적 실수, 지나치게 방대해지고 수많은 위원회 때문에 방향을 잃어가고 있었고, 일부 기업의 탈퇴까지 나타났다.

불안한 가이아-X의 미래

사실 유럽 연합 지역 내 기업 25%만이 클라우드컴퓨팅서비스를 구매하거나 기업 내 클라우드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는 조사를 보면 클라우드 기술 활용도가 아직 저조한 수준이며 아직도 회원국 간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기술 개발과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21년 10월, 27개의 EU 회원국이 공동으로 유럽에서 차세대 클라우드를 구축하자는 공동 선언을 하고 이를 통해 EU 차원의 새로운 협력과 도전을 하기 시작했다.

산업 데이터, 엣지와 클라우드를 위한 유럽 얼라이언스

유럽 연합의 클라우드 산업과 기술을 더 첨단화하고자 하는 노력은 유럽 사업자의 경쟁력 강화와 유럽 시민, 공공기관과 회사에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처리 인프라와 서비스에 관한 더 많은 선택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미래 데이터 주도 혁신과 5G나 6G, 인공지능과 같은 떠오르는 기술을 개발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유럽은 산업과 공공데이터에 대한 현재와 미래의 물결을 리드하자는 목적으로 힘을 합치고자 했는데 그 결과로 나온 것이 2020년 10월에 발표한 산업 데이터와 클라우드를 위한 유럽 얼라이언스(European Alliance on Industrial Data and Cloud)다. 이를 통해 유럽 전체의 민간과 공공 섹터에서 활용하는 클라우드에 관한 역량을 모으고 리드하고자 한다.

출처: 유럽연합 홈페이지

이는 이미 2020년 2월에 발표했던 유럽 데이터 전략과 2020년 10월에 발표한 유럽 클라우드 선언에 담은 내용을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 유럽 연합 집행위(EC)는 회원 국가와 함께 상호운용성, 스케일 업, 범위를 더 향상하고 넓히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실행하고 이를 국가 내에서 또 국경을 넘어서 더 많은 시너지를 만들기로 했다. 27개 유럽 연합 소속 국가들은 이를 위한 행동을 함께하기로 했는데, 다음과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다.

  • 민간과 국가 그리고 EU의 투자를 결합: 경쟁력 있고, 그린 에너지 정책에 맞으며 안전한 클라우드 인프라와 서비스를 채택하기 위한 투자를 말한다. 산업 데이터와 클라우드를 위한 유럽 동맹을 구성하는 것이 바로 이를 위한 다음 스텝이다.
  • 클라우드 역량 동맹에 대한 공통의 유럽 접근 방식을 정의: 유럽 전역에서 상호운용 가능한 EU 클라우드서비스를 촉진하기 위해 공동 기술 솔루션과 정책 규범을 하나의 세트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 더 안전하고 상호 운영이 가능하며 에너지 효율이 높은 데이터 센터와 클라우드서비스를 촉진: 이는 특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공공 섹터에서 이루어지도록 한다.

이런 움직임은 다시 2021년 7월에 공식 선언을 하면서 산업 데이터, 엣지 그리고 클라우드를 위한 유럽 동맹을 바뀌면서 사물 인터넷과 같은 엣지 영역을 포함했다. 이 얼라이언스가 발족한 것은 2021년 12월 14일이며 참여 기업은 39곳이다. 참여 기업으로는 에어버스, 다쏘 항공, 지멘스 같은 제조업체, 오렌지, 도이치 텔레콤, 텔레포니카, 텔레콤 이탈리아 같은 통신사, 노키아, 에릭슨 등의 ICT 회사, 그리고 OVH클라우드, 클레버 클라우드, 스케일웨이 같은 클라우드서비스 제공기업이 포함되어 있다. 그 외에도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 보안 회사인 레오나르도, 컨설팅 기업인 캡제미니를 포함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여기에 어떤 미국 기업이나 중국 기업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강조해서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 기업은 ‘배제’

첫 번째 워킹그룹은 얼라이언스가 결과물로 내놓을 것에 대한 우선순위와 데드라인을 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룹으로 12월 16일에 열렸다. 얼라이언스에는 모든 회원이 참여하는 총회와 집행위가 지명하는 자문 위원회, 비회원도 참여할 수 있는 포럼 등이 있을 예정이다. EU 집행위는 얼라이언스의 운영 관리를 지원하며 연 1회 총회 개최와 회원 간의 협력 촉진, 목표 달성 경과와 성과를 관리할 예정이다. 통신 네트워크, 콘텐츠 및 기술총국(Directorate-General for Communications Networks, Content and Technology, DG CNECT)이 이를 담당할 예정이다.

얼라이언스의 의장은 내부 시장 장관인 티에리 브레튼(사진)이 맡았는데, 그가 12월 14일에 발표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출처: 유럽연합 홈페이지

“데이터는 우리가 생산, 소비, 살아가는 방식을 변혁하도록 할 것이다. 유럽은 이제 ‘빅 데이터’ 경제를 리드하기 위한 모든 것을 갖고 있다. 산업 데이터, 엣지, 클라우드를 위한 유럽 얼라이언스를 통해 기업은 차세대 컴퓨팅 기술을 개발하고 배포하기 위한 야심적인 투자 로드맵을 정의할 것이다. 에너지 효율적이고 고도로 안전하며 상호운용이 가능한 솔루션을 통해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기업과 공공기관에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을 제공할 것이며, EU 산업의 위상을 더 강화할 것이다.” (티에리 브레튼)

또한, EU 클라우드 기술 표준 안내서(Rulebook)을 만들어 유럽 중심의 클라우드 기술 표준을 수립하고 클라우드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공급자와 사용자 양측 모두를 고려한 기술 표준, 규범, 인증 체계 자료집이며 클라우드서비스 사업자가 준수할 사항을 정의하고 클라우드 기술 표준화를 실현하기 위해 사용할 것이다.

데이터 측면에서는 가이아-X와 비슷하게 데이터 스페이스를 조성하고 EU 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를 조성해 다양한 데이터와 서비스를 유통하고 활용하기 위한 플랫폼 개발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특히 공공기관과 중소기업이 필요한 기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영국의 디지털 마켓플레이스의 사례를 많이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공공 부문의 역할을 인식해 클라우드 구매 조달을 위한 공통 요구사항 및 표준 개발 그리고 보급의 필요성을 인지한 것으로 회원국의 클라우드 우선 정책 및 멀티 클라우드 활용 정책을 검토할 것이다. 클라우드서비스 활용 기업의 비중도 현재의 25% 수준에서 2030년까지 75% 이상으로 향상하고자 한다.

데이터 센터는 더 안전하고 에너지 효율적인 방식으로 구축 운영할 것이며, 중소기업과 공공부문을 위한 클라우드컴퓨팅 전문 교육, 훈련 및 디지털 역량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얼라이언스의 목표에 보면 2030년까지 10,000개의 탄소 중립 엣지 노드 구축을 명시하고 있다. 집행위 예상으로는 현재는 대형 데이터 센터에서 클라우드컴퓨팅이 주로 일어나지만, 2025년에는 80%의 데이터는 사용자에게 가까운 스마트 기기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해서 그 이름에 엣지 컴퓨팅이 들어간 것이다.

이 얼라이언스는 유럽의 플래그십 클라우드 프로젝트인 가이아-X와 같은 목적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며, 그와 유사한 거버넌스 구조를 갖지도 않을 것이라고 한다. 대신에, 클라우드와 엣지 기술이 당면한 주요 이슈를 토의하는 포럼이며 기술 요구사항을 조정하는 표준화 기구도 아니라고 하는 것이 회원사인 스케일웨이의 루카스 부티온의 의견이다. 그러나 선언 문서에서는 가이아-X와 같은 연관 국제 이니셔티브와 조율을 할 것이라는 점도 언급을 하고 있다.

가이아-X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유럽의 클라우드 인프라 이니셔티브는 2020년부터 독일이 주도하고 프랑스가 파트너로 참여한 ‘가이아-X’ 프로젝트를 그동안 대표적인 전략적 행보로 인식했다. 가이아-X가 시작했을 때 11개의 독일과 프랑스 회사가 상호운용성, 개방성, 투명성 및 신뢰 원칙을 기반으로 유럽 데이터 인프라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연합했다. 이 이니셔티브는 2020년 6월에 처음 공개한 ‘가이아-X: 비전과 전략’(GAIA-X: Vision & Strategy) 문서를 통해서 널리 알려졌으며 현재 최종 버전은 2021년 12월 16일 문서이다.

초기 22개 조직이었지만, 수많은 위원회를 통해 약 320개 조직, 300개 이상의 회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막대한 작업량과 복잡도로 상당한 지연이 발생했으며 일부 그룹과 회사와 특히 프랑스의 주요 클라우드 제공업체인 스케일웨이 간에 의견 차이가 도출됐다. 이들은 프로젝트가 부적절하고 AWS, 애저, 구글 클라우드와 같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에 이점이 주는 방식으로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프로젝트를 종료했다(참고 링크).

사실 미국의 세 기업이 유럽 클라우드서비스 시장 69%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 최대 제공업체인 도이치 텔레콤은 시장 점유율이 2%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 유럽 사업자는 미국 클라우드서비스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이에 유럽 클라우드 전문기업이 생각하는 위기감이 있는 것이고, 이번에 구성한 얼라이언스는 가이아-X 프로젝트와는 다른 목표를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가이아-X를 둘러싼 분열 양상유럽 지역에서의 클라우드인가 아니면 유럽이 만드는 클라우드인가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에서 비롯되었고, 외국 기업의 영향력에 대한 반발로 일부 회원이 탈퇴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에 만든 얼라이언스는 미국이나 아시아 거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유럽의 혁신을 만들기 위해 유럽의 산업을 한데 모으는 데 있다는 것이 프랑스 클레버 클라우드의 입장이다. 클레버 클라우드는 인프라 운영기업만이 아닌 전체 클라우드 생태계에 집중할 것이며 클라우드가 전체 밸류체인이고 가장 가치가 있는 것은 소프트웨어임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가이아-X의 정체가 정확히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가장 흔한 오해는 유럽 기업과 산업계가 사용할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는 시각인데 그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다른 오해는 데이터 댐을 만드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인데 데이터 스페이스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기는 하지만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가이아-X는 무엇인가???

가이아-X에 대한 오해가 많은 것은 아직 한 번도 안 해 본 일을 하는 것이고 계속 진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유럽의 입장에서 비롯했다. 본질은 플랫폼들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고 여러 플랫폼을 연결하는 일종의 플랫폼넷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플랫폼 내에서는 상호운용성이 확보되지만, 플랫폼 사이는 여전히 단절되어 있다는 점이다.

가이아-X를 통해 유럽이 원하는 것은 디지털 주권을 지키는 것이고 특히 데이터 자본주의에서 유럽의 데이터를 유럽 시민을 위해 활용하도록 보장하는 데이터 주권을 강조한다. 가이아-X가 유럽 연합 집행부가 직접 추진하는 공식 사업은 아니지만 모든 회원국이 참여하며, 집행위원장은 2020년 연설에서 가이아-X가 차세대 유럽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가이아-X의 문제는 해외의 영향력 문제를 넘어선 것이다. 회원 조건이 매우 제약적이며 투명성과 개방성을 갖지 못했으며 건설적인 비판에도 제약이 있었다고 한다. 가이아-X에 대한 공공적인 비판을 할 경우 회원에서 쫓겨날 수도 있었다는 것이 회원 규약에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한, 가이아-X는 새로운 레이블링 시스템에서 규약 준수 요구사항이 너무 복잡해서 기업이 이를 지키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난받았지만 가이아-X 측은 회사가 공헌을 하면 복잡한 것이 아니라는 태도를 취했다.

민간 중심의 추진과 미국 및 중국 플랫폼 기업의 참여는 오히려 비유럽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게 했고, 오히려 민간 중심의 추진은 공정성을 약화시키는 장애 요인이 되었다. 그런 측면에서 유럽 집행위가 다시 주도하는 유럽 클라우드 얼라이언스에 전략적 중요성이 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기타 유럽 클라우드 이니셔티브들

그밖의 유럽 클라우드 이니셔티브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클라우드 보안 인증

클라우드 인증 방식으로는 2020년 12월 유럽 네트워크 정보 보호원인 ENISA가 유럽 사이버보안 인증 방안에 대한 개방적 자문 요청이 있다. EUCS라고 부르는 이 방식은 유럽 내 클라우드서비스 신뢰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2021년 2월 7일까지 진행한 이 자문에서 보인 EUCS 초안은 3년간 유럽 전체에서 유효한 인증을 제공하는 자발적 프로그램이며 ‘베이직’ ‘중요’ ‘높음’ 세 단계의 보증을 모든 클라우드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

데이터 스페이스 이니셔티브

2021년부터 향후 5년간 EC가 유럽 연합 전체를 포괄하는 공통의 상호운용이 가능한 데이터 스페이스를 전략 영역에서 자금 지원하겠다는 방안이다. 2020년 11월 집행위가 유럽 데이터 거버넌스에 관한 규정을 제안했고, 이를 통해 데이터 공유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법안은 유럽 의회와 각료 회의에서 논의하고 조정할 예정이다. 더 상세한 데이터 스페이스 제안을 만들어 데이터 법에 보완하도록 할 예정이다. 동시에 유럽 헬스 데이터 스페이스(EHDS) 역시 2020년 12월에 발행했다.

클라우드서비스 제공업체를 위한 데이터 보호 행동 강령

향후 2년 안에 클라우드 산업 그룹은 유럽 데이터보호위원회가 유럽 연합 클라우드 행동 강령을 승인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는 클라우드서비스 안에서 데이터 보호 수준을 올리기 위한 요구사항과 추천 절차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2020년 9월 EU 클라우드 행동 강령 총회는 데이터 전송에 이 코드를 모듈로 추가할 것을 선언했으며, 이를 표준의 전송 메커니즘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데이터 이식과 클라우드 스위칭에 대한 행동 강령

2022년 11월 이전에 유럽 연합 집행위는 데이터 이식성에 대한 두 개의 행동 강령을 평가할 것이다. 이를 진행하는 것은 ‘SWIPO’라고 부르는 클라우드 스위칭과 데이터 이식에 관련한 그룹이다. 하나는 IaaS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SaaS에 대한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벤더 락인 위험을 줄이고 최종 사용자들이 쉽게 클라우드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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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디지털서비스 이용지원시스템에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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