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된 미래를 예견할 때는 늘 두 가지 철학 진영이 나타난다. 엄청난 수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인구의 대부분이 삶을 지속하기 위해 힘든 시간이 될 것이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갖는 그룹과 자동화가 새로운 유형의 작업을 생성하고 인간을 단순 반복적인 작업에서 해방하게 시킬 것이라는 긍정적인 주장을 하는 그룹이 존재한다.
이 긍정적인 주장은 경제학자들이 2019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 기고한 다음과 같은 의견에 더 힘을 받았다.
“현대 경제는 최초의 산업 혁명 이후 견실하게 임금과 고용 성장을 경험했으며, 자동화가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사람을 대체함에 따라 생산 프로세스에서 인간이 비교 우위를 차지하게 하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다.” (MIT의 대런 애세모글루, 파스쿠알 레스트레포)
하지만 이런 평가는 산업혁명으로부터 200년이 흐른 현재에 사는 경제학자들의 평균적인 평가일 뿐이고, 경제 역사학자이면서 자동화 전문가인 옥스포드 대학의 칼 프레이(Carl Frey) 교수의 당시를 연구한 논문2)은 다음과 같이 전망한다.
“산업혁명 후 초기 70년간-두 세대라고 강조하여 표현한다. 임금은 정체되고, 식량 소비는 감소했으며, 사람들의 생활 수준은 훨씬 악화가 되었다. 또한 현대의 모든 일자리의 50% 정도는 10년 내에 자동화될 것이다.” (칼 프레이)
메릴린치 연구소 역시 최대 8억 개의 일자리가 15년 이내(‘2035년)에 자동화될 것으로 분석한다.
초자동화는 무엇인가?
어떤 주장이 옳은지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은 ‘초자동화(Hyperautomation)’라는 말로 또 한번 엄청난 변화를 요구 받고 있다. 200년 전 기계가 목화천을 짜기 시작한 ‘자동화(Automation)’와는 그 파급력이 비교자체가 되지 않는다. 하나의 태스크를 자동화 기계가 대신하는 것이 아닌, 모든 프로세스에서 인간이 배제되는 자동화가 목표이기 때문이다.
가트너는 2021년 ‘9가지 최고 전략기술’ 중 하나로 ‘초자동화’를 선택하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기업이나 정부 조직에서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목표인 운영의 우수성(Operational Excellence)과 회복탄력성(Operational Resiliency)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설명한다. 그러나 ‘초자동화’의 정확한 정의는 그 기술 자체라기보다는 ‘체계적인 문제 접근 방식’이다.
즉, 인공지능, 머신러닝, 이벤트 기반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Robotic Process Automation), BPM / iBPMS(‘intelligent’ Business Process Management System), 통합 플랫폼 서비스(iPaaS), low code / no code tools 및 다른 의사 결정도구나 조직의 베스트 프랙티스와 같은, 기술·도구·플랫폼을 사용하여 최대한 많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신속하게 찾아내고, 검증하여 자동화를 추진하는 체계적인 접근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지금부터 어떤 이유로 ‘초자동화’에 대한 요구가 시작되었고, 어떤 변화가 필요하며, 어떤 방법으로 ‘초자동화’를 이루어 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자.
등장배경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촉진하고, 회복 탄력성을 높이며, 기업의 비즈니스의 한계를 넓히면서도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의 하나로서 초자동화 기술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 코로나19(COVID-19)는 원자재 및 완제품 모두에 대해 국내·국제 공급망에서 수많은 취약성을 노출시켜 생산-유통-판매 모든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못하게 했다. 또한, 안전 예방조치에 따라 직원이 사무실, 현장, 공장 등 업무공간으로 접근하는 것을 제한했다.
- 신민족주의(neonationalism)의 부상과 징벌적 관세 인상 때문에 해외에서 제조하는 상품의 인건비가 상승하고 운송 비용을 포함한 수입 비용을 예측하기 힘들어지는 불확실성이 생겨났다.
- 기업 대부분이 업무를 운영하는 방법은 현재 디지털 기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자동화 수준이 아니다. 여전히 많은 직원, 광범위한 자산관리, 수십 년된 레거시 시스템 및 비용이 많이 드는 비싼 인프라를 사용하여 데이터 운영을 하고 있다.
팬데믹 이전까지 기업 최상위 경영진의 비즈니스 초점의 최상위에는 늘 ‘비용 최적화(cost optimization)’가 있었다. 즉 ‘상대적으로 저렴한’ 솔루션이 최우선적으로 검토 대상이 되고 다음이 ‘더 빠른’ 그리고 ‘더 좋은’이 순서적으로 검토되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노동 비용이 저렴한 곳에서 생산하여 비싼 곳으로 공급하는 노동 중심 재정거래(Labor Arbitrage)가 비즈니스의 주류가 되었다.
그러던 중 최근 몇 년간 클라우드, 인공지능, 머신러닝과 같은 새로운 디지털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팬데믹을 거치면서 기업에서 회복탄력성과 유연성이 강조되고,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기업이 가진 모든 부채를 해결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자동화 재정거래’가 기업의 생존 전략의 주제가 된다. 그리고 비즈니스의 초점은 지금까지의 것을 완전히 뒤집는 결정이 된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 ‘자동화’의 최고 우선순위는 더는 ‘더 저렴한’이 아닌 ‘더 좋은 품질’이 되고 ‘더욱 빠르게’, ‘좀더 저렴한’이 다음 순서가 된다.
독립형 RPA에서 초자동화로의 진화
약 2013년부터 소규모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짧은 기간안에 기업의 ‘특정 업무’를 자동화해주는 기능을 출시하자 프리랜서 개발자, 기업 IT개발자, 기업의 ‘특정’ 업무 담당자 중심으로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시장이 형성된다. 매년 300% 이상의 성장을 보이던 독립형 RPA 시장은 2018년부터 SAP, 마이크로소프트, IBM과 같은 B2B전문 빅플레이어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에 등장하고, CoRPA(Comple- mented RPA)라는 발전된 형태의 RPA를 소개했다.
CoRPA는 RPA 서비스를 중심에 두고, 그 외에 기업이나 정부 기관이 보유한 현재의 서비스 자산을 연결하려는 시도였다. 모든 보유 자산이 플랫폼 통일뿐만 아니라 표준화도 안되었던 이유로, CoRPA의 목표는 독립형 RPA의 특정 업무를 조금 확대한 개념으로, ‘특정경로(business path)’를 자동화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UX/CX를 통해 받은 고객 피드백을 자연어처리 엔진에 집어넣어 분류하고, 분류결과를 마이닝 엔진에서 분석하여 분석된 결과를 대시보드에 표시하는 ‘특정경로’를 미리 지정해야 하는 것이다.
각각의 보유자산 모듈의 상황에 따라 이 ‘특정 경로’에도 수많은 제한점이 발생 하지만, 단독 작업만 자동화가 가능하던 독립형 RPA에 비하면 CoRPA는 자동화 시장의 엄청난 성장을 가져다주었다. 기본 아키텍처가 통일만 되면 자동화가 급속하게 발전할 수 있는 상황에 드디어 클라우드라는 플랫폼이 등장한다. 각각의 아키텍처로 제공하던 소프트웨어 자산들이 플랫폼서비스(PaaS)로, 마이크로 서비스(SaaS)로 제공되기 시작하며, 자동화의 범위를 특정경로가 아닌 상황에 따라 변경가능한 유연한 프로세스중심으로 설정하게 되는 ‘초자동화’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초자동화 서비스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이며 발전하는 구조로 프로세스의 범위를 넓히고 효율을 높인다.
- 비즈니스 목표를 명확히 설정한 후
-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그에 따른 기술 검증하고
- 빠르고 작게 서비스를 딜리버리 한 후
- 서비스 적용범위와 한계를 정하고
- 이를 측정하고 최적화한다.
조직부채
서비스 플랫폼이 통일된다고, 모든 프로세스가 자동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나 정부기관 같은 조직은 아직도 그 업무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디지털화 되지 않은 자산이 너무나 많다. 선배가 후배에게 알려주는 업무 노하우-수첩에 손으로 적은 내용을 보며 알려주기도 하고, 말로만 전해 주는 경우도 많다-부터, 문서로만 되어있는 서류, 온갖 종류의 영수증과 인보이스 포맷, 본인 컴퓨터에만 저장되어 있는 이미지 파일, 수십 년을 사용해 온 레거시 시스템들이 존재한다. 또한, 기술 장애는 아니어도 효율성과 생산성을 위해 해결했어야 하는 기술부채도 많다. 이런 모든 것을 초자동화에서는 조직부채(Organizational Debt)라고 정의한다.
이런 조직 부채는 하나의 기업이나 조직에서만 머무는 상황이 아니다. 요즘의 기업은 다른 기관과의 데이터 교환이 무엇보다 빈번하다. 실손의료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험회사를 예로 들어보자. 수많은 기업내 조직부채는 둘째 치고, 이 보험회사는 보건복지부, 보험공단, 병원, 약국 등 모든 비즈니스 관계기관들과 데이터 교환이 업무의 생명이 된다. 이런 부분은 거의 직원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업무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조직부채를 넘어서는 그 기업이 속한 산업 부채(Industry Debt)까지 자동화의 범위가 고려되어야 한다. 즉, 기업이나 정부기관의 최고경영진에서는 초자동화 프로젝트를 계획할 때 이런 조직부채를 부채가 아닌 하나의 유동성(Liquidity)으로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즉, ‘성장과 혁신’의 동력으로 간주하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초자동화의 범위를 깊고 넓게 확장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림 4)
초자동화로 변화하기 위한 3단계
기업이나 정부기관은 초자동화를 이루기 위해서 처음부터 모든 프로세스가 자동으로 운영되는 시나리오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 대신 다음과 같이 도전적이면서도 실행 가능한 세 단계로 나누어 검증을 통해 차근차근 초자동화를 목표로 하는 방법이 더욱 현실적 목표달성법이라 하겠다. 단계를 진행하는 동안 위에서 설명한 수많은 조직부채를 만날 것이다. 그 부채를 한번에 모두 해결할 수는 없으나, 최소한 정의한 프로세스가 진행과정에서 만나는 부채들은 먼저 해결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 번째 단계는 ‘프로세스와 제품 표준화를 통해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증가’시키는 단계이다. 전체 조직의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통합하고 표준화해서, 효율성, 생산성, 품질을 개선하고 관리 효율성과 민첩성을 높이는 목적이다. 표준화에는 일반적으로 변환 및 통합에 큰 투자가 필요하므로 API를 통하여 상호운용성이 확보되도록 한다. 표준화 및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상을 예로 들자면 다음과 같다.
- 가장 중요하다고 검증된 비즈니스 프로세스
- 백오피스 시스템, ERP, 기반시스템, 데이터베이스, 디렉토리 서비스, 운영체제
- 영업, 마케팅, 고객관리, 서비스와 같은 주요 프론트 오피스 프로그램
- 데이터 및 표준 애플리케이션에 접근하기 위한 API
첫 번째 단계를 잘 마치면 다음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고, 그 효과는 다음 단계로 이동하게 하는 큰 동력이 된다.
- 표준화는 기술 환경의 복잡성과 관리 부담을 낮춘다.
- 적은 수의 직원이 더 많은 시스템을 관리할 수 있다.
- 배포, 통합 및 유지 관리가 단순화된다.
- 기업은 여러 지역의 운영, 사용량 및 프로세스를 비교하여 최상의 접근 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베스트 프랙티스를 보유하게 된다.
- 표준화는 분산된 사무실, 공장 및 데이터 센터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설정이 가능하게 한다.
두 번째는 ‘비즈니스 크리티컬한 프로세스를 원격으로 운영·제어’하는 단계이다. 이 기능은 코로나19 위기 동안 더욱 중요하게 평가되었고, 실제 그 대상이 되는 시스템이나 프로세스의 원격 관리 및 제어를 위해 해당 직원의 업무시간이 재조정되고, 업무자체에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 영역은 여러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성능향상 및 다른 기기와의 연계성이 높아짐으로 가장 집중적으로 성장하는 분야가 될 것이다.
또한, 첫 번째 단계에서 선택하고 검증한 중요 비즈니스 프로세스들의 동작을 확인하고 그 프로세스가 원격 운영/제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집중적인 테스트가 필요하다. 아마존, 월마트,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은 이미 대부분의 업무를 원격 제어하고 있고, 그것으로 인해 직원에게 투입되는 고정 투자 비용을 크게 낮추었다.
아래 그림은 전통적인 데이터분석 프로세스인 [이벤트-저장-데이터 웨어하우스로 전송-분석-결과] 를 프로세스 표준화와 최적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원격 운영 제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간결하게 재구성한 자동화한 예이다. 실제 오른쪽의 In-Process 분석엔진은 간단하게 하나의 박스로 구성을 했지만, 인공지능이나 머신 러닝, 자연어처리와 같은 증강된 분석 기술의 도움을 받게 된다.
두번째 단계를 잘 마치게 되면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다.
- 원격 제어는 직원의 현장 운영·관리 필요성을 줄여준다.
- 시스템 및 프로세스의 관리는 원격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추적 및 수정 가능하다.
- 포괄적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 재난, 전염병, 관세 변화 또는 기타 예상치 못한 변화에 능동적 대응이 가능하다.
세 번째는 초자동화의 완성단계라고 할 수 있는 ‘완전 또는 반 자율 운영’ 단계이다. 그러나 글의 초기에서 정의했듯 초자동화는 어떤 프로젝트의 종착점 아닌 도구, 플랫폼을 사용하여 최대한 많은 비즈니스프로세스를 신속하게 찾아내고, 검증하여 자동화를 추진하는 체계적인 접근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 또는 반이상의 자율 운영” 단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기업은 데이터, 알고리듬 및 잠재적으로 물리적 로봇과 지능형 운영 시스템을 사용하여 조직 전체의 프로세스, 기능 및 과정을 자동화하기 원한다는 것이다. 즉, 센서(소셜 네트워크 모니터링, 전자 상거래 및 이메일 모니터링과 같은 가상 센서 포함)는 상황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알고리듬과 분석을 사용하여 인사이트를 생성하고 지능형 응답을 한다.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은 빠르게 확장되고 피로에 시달리지 않으며 설계 한계 내에서 일관된 성능과 우수한 품질을 제공한다.
주로 레거시 자산이나 시스템이 없거나 적은 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완전 및 반 자율 시스템이 제공되고 있으며 코로나19 로 인해 이런 경향은 매우 가속화 되었다.
- 금융 서비스 (외환, 주식 및 채권 거래, 로봇 어드바이저)
- 뉴스 및 스포츠 기사 작성 및 편집
- 호텔 객실 및 항공사 좌석 수익 최적화
- 물류 창고 관리
세 번째 단계의 효과는 더 이상 큰 자본 지출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력을 대체할 수 있고, 안전 제약이 적기 때문에 낮은 비용 관리가 가능하다.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 알고리듬은 상황에 적응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지금까지 ‘초자동화’에 대한 요구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변화가 필요하며, 어떤 단계를 거쳐 이루어 갈 수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통해 지능형 기업·조직으로 변화하려는 과정에서 초자동화 주제는 분명 매력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비즈니스 성과를 기대하는 만큼의 참을성과 실행 가능한 단계별 비전이 필요하다. 조직 부채를 하나하나 해결하면서 표준화와 상호운용성을 철저히 준비한 후에 최상위 업무 프로세스를 설정하고 작게 나누어 테스트하고 검증한 후에 다음 단계로 발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조직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최종 목표점에 있는 운영의 우수성과 회복 탄력성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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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필자는 김영욱 님입니다. 본 글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클라우드스토어 씨앗 이슈리포트에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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