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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패션 전자상거래 플랫폼 1위 모구지에(蘑菇街)의 첫화면
중국 패션 전자상거래 플랫폼 1위 모구지에(蘑菇街)의 첫화면

위의 사진은 중국 패션 전자상거래 플랫폼 1위 모구지에(蘑菇街; mogujie.com)의 모바일 첫 화면이다. 업의 본질이 물건을 사고파는 온라인 쇼핑몰인 모구지에의 1순위 메뉴는 쇼핑이 아니다. 모바일 생방송(蘑菇直播)이 왼쪽 상단 맨 위에 자리하고 있고, 그 밑에도 제품에 대한 이야기는 안 나오고 연예계 소식이 업데이트되는 MOGU연예(MOGU娱乐)가 자리 잡고 있다. 이쯤 되면 질문이 목까지 차오른다.

“장사하는 모바일 서비스 모구지에, 도대체 물건은 언제 보여줄 건데?”

한술 더 떠서 모구지에 앱을 내려받으면 가장 먼저 안내해주는 기능은 제품 추천이 아니라 SNS(社区)가입 안내다. 위 사진의 맨 아래 메뉴를 보시라. 중앙에 빨간색으로 하이라이트 되어있는 버튼은 구매가 아니라 사진기다. 클릭하면 등장하는 것은 자신의 동영상, 사진, 혹은 라이브 방송. 셋 중 하나.

다시 질문이 나온다.

“모구지에… 너… 혹시 페이스북?”

중국 1위 패션 전자상거래 플랫폼 모구지에, 전자상거래 맞아?!

모구지에의 모바일 생방송
모구지에의 모바일 생방송

모구지에의 모바일 생방송 버튼을 누르면 실시간 모바일 생방송이 주르륵 등장한다. 위 사진은 생방송 일정표인데, Angel大大A라는 아이디의 진행자는 팔로워가 253,155명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요즘 중국에서 유명하다는 인터넷 생방송 진행자들은 보통 3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20만 명대의 팔로워를 보유한 진행자는 매우 평범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한국에서 인플루언서를 구분하는 기준은 팔로워 1만 명 정도다. 모구지에의 인터넷 생방송은 보통 실시간 동시 시청자가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까지 다양하다.

수만 명이 동시에 시청하는 인터넷 방송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나 보면 그렇지 않다. 그냥 수수한 화장기 없는 얼굴의 친근한 진행자가 이 옷 저 옷 입어보면서 느낌이 어떻다느니, 색깔하고 질감이 마음에 든다느니 하는 이야기로 별다른 맥락 없이 진행된다.

모구지에 방송 중 제품 구매
모구지에 방송 중 제품 구매

얼핏 보면 방송은 그냥 아프리카TV와 별반 다름없어 보인다. 하지만, 비밀은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반투명 팝업 형태로 등장하는 제품 구매 버튼에 숨겨져 있다. 이모티콘을 전송하고,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메뉴 바로 옆에 진행자가 입어보는 옷, 사용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제부터 모구지에에서 슬슬 돈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소비자는 진행자와 댓글로 소통하고,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친근한 진행자가 추천해준 제품을 자연스레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여기가 모구지에가 모바일 생방송 홈쇼핑 플랫폼으로 자신의 사업모델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지점이다.

모구지에의 사업모델 중심에는 왕홍경제가 있다

모구지에의 중심에는 진행자가 있다. 인기 있는 모바일 생방송 진행자가 이 플랫폼의 핵심인 것이다. 이러한 인기 있는 모바일 생방송 진행자를 일컬어 “인터넷에서 인기 많은 사람” 즉, 왕홍(网红)[footnote]网络红人의 준말[/footnote]이라 한다.

이들 왕홍이 모구지에의 메인 페이지를 장식하고, 소비자를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고, 가둬두고, 구매행위를 유발시킨다. 즉, 마케팅, 홍보, 프로모션을 모두 왕홍이 책임지는 것이다.

“왕홍경제”의 매력은 억지로 짜여지지 않은 자유로움에 있다. TV홈쇼핑은 너무나 완벽하게 짜여진 각본으로 일방적으로 고객을 향해 “널 호구잡겠어!”라는 의지가 강렬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왕홍은 다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모바일 유저들의 ‘좋아요’라는 관심을 먹고사는 존재이므로 고객 지향적이고 친근하며 짜여진 각본을 절대 거부한다.

왕홍경제의 핵심을 이루는 친근함과 무정형성의 근본에는 어떤 핵심적 가치가 있을까? 바로 상호적인 소통이다. 실시간 방송의 가장 중독적인 묘미는 나의 반응과 참여를 통해 방송의 내용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고, 진행자 일방이 아닌 상호적 교감을 통해 함께 만들어나간다는 것에 있다.

실제로 옷을 입어보는 진행자에게 이렇게 저렇게 입어봐달라, 각도를 다르게 해서 보여달라 등 요구사항이 많다. 진행자는 요구에 따라 충실히 제품을 보여준다. 자연스럽고 상호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실수나 무의미한 잡담도 재미를 배가하는 요소로 치환되고 모바일 유저들은 더 오랜 시간 모구지에 플랫폼에 머물게 된다.

즉, 방송을 진행하는 왕홍은 다름아닌 모구지에 플랫폼에 유저들을 가두어두는(retention rate 상승)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제 모구지에가 왜 왕홍의 모바일 생방송 메뉴를 가장 중요한 메뉴로 내세우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모바일 플랫폼이 진정한 플랫폼이 되기 위한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고객을 최대한 많은 시간 도망가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다. 자신의 모바일 앱 서비스에 머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고객을 상대로 더욱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 더 많은 사업모델(business model)을 실험하고, 수익화(monitize)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고객의 생애가치(CLV; customer lifetime value)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CLV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고객 유입 비용(acquisition cost)을 최소화하고, 고객당 소비(ARPU; average revenue per user)를 최대로 끌어올려야 하고, 고객의 이탈을 방지(churn rate 최소화)해서 오랜 기간 서비스에 머물러 있도록 유혹해야 한다.

왕홍의 효용은 이 세 가지 변수 모두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왕홍의 유명세에 나도 모르게 모구지에 앱을 내려받아 유입되는 수십만 명의 소비자가 있을 것이고, 왕홍의 재미난 입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멍하니 모구지에 앱을 켜놓고 출근하면서 쇼핑 방송을 보는 소비자가 있을 것이고, 왕홍이 생떼를 부리면 제품을 하나라도 더 사줘야지 하며 미안한 마음이 들고 측은한 마음을 갖는 소비자들이 구매 버튼을 한 번이라도 더 누를 것 아닌가.

모구지에 방송 중 선물보내기 기능
모구지에 방송 중 선물보내기 기능
모구지에 방송 중 선물보내기 기능
모구지에 방송 중 선물보내기 기능

모구지에에서 생방송을 하는 왕홍들에게는 수익모델이 물건판매 수수료 수취뿐만이 아니다. 모구지에에는 아프리카TV의 별풍선보다도 더 노골적인 홍빠오(红包; 빨간 봉투) 보내기 기능이 있다.

홍빠오 버튼을 누르면 현금 액수 선택이 나오고 선택하면 바로 중국 간편결제 양대산맥 알리페이, 위챗페이 버튼이 등장한다. 몇 번의 터치, 몇 초 만에 내가 좋아하는 왕홍에게 현금적 보상을 통해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다. 수만 명 중 한 명에서 존재감 충만한 한 명의 친구로 이름이 불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홍빠오의 권장 액수(금액 선택메뉴 가장 중앙에 등장하는)는 약 13RMB(한화 2,200원 상당)정도다. 적지 않은 금액의 현금이 생방송 중 왕홍에게 선물로 주어진다. 중국의 모바일 이용자들은 이미 TV 방송을 좀처럼 보지 않는다.

방송 프로그램은 유쿠(youku.com), 투도우(tudou.com)아이치이(iqiyi.com)로 시청한다. 이미 모바일로 영상을 시청하는 습관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전자상거래에 왕홍경제를 덧입히고 홈쇼핑 기능, 홍빠오 기능을 탑재한 모구지에의 전략은 어찌 보면 필승 전략을 모두 기본 탑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모구지에, 창업 6년 차에 경쟁사 인수하고 3조 원 유니콘으로 등극

결과적으로 패션이란 컨셉 하나만 잡은 상거래 플랫폼 모구지에는 매일 2천만 명 이상의 이용자[footnote](DAU; daily active user)[/footnote]로 북적인다. 올해 1월에는 2위 경쟁자인 메이리슈어(meilishuo.com)와 합병하면서 시장을 독식하려는 행보까지 보였다. 합병법인의 통합 기업가치는 3조 원에 육박한다. 누적 투자유치 금액만도 4,500억 원에 달한다.

2010년 알리바바를 뛰쳐나와 창업 전선으로 뛰어든 30대 창업가 천치(陈琪) CEO는 불과 6년 만에 중국판 유니콘 신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전도유망하고 혁신적인 창조적 기업 모구지에의 투자자들도 화려하다. 우선, 샤오미의 최초 벤처투자로 유명세를 떨쳤던 치밍 벤처스(Qiming Ventures), 중국 보험업계 리더 핑안그룹, 예일대 출신 중국인이 설립한 아시아 리딩 사모펀드이자 배달의 민족 투자로 한국에도 알려진 힐하우스 캐피탈 등 10여 개 유명 투자자들이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모구지에의 30대 창업가 천치(陈琪) CEO
모구지에의 30대 창업가 천치(陈琪) CEO

제언 – 시장 작다는 낙담 No, 중국 유니콘과 상생 전략으로 Go!

한국에서도 유튜브 인기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한 MCN 사업자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났었다. 하지만, 영상 클릭에 기반을 둔 광고수익 이외의 뚜렷한 수익화 모델을 찾지 못해 로켓 성장을 경험하지 못하고 기대감만 남기고 열기가 사그러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모구지에와 동일한 서비스를 한국 테헤란로나 판교 어딘가의 누군가 이미 기획했을 수도, 기획했다가 현실에 이루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읽으며 한숨을 쉴지 모른다. 한국은 시장이 작아서 안 된다고 낙담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한국에서 지금도 모구지에와 동일한 모델의 서비스가 비용효율이 도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시장은 중국시장의 수십 분의 1 규모로 작기 때문이다. 중국의 모바일 이용자는 8억 명에 육박하고 한국은 4천만 명 수준이니 단순히 나눗셈만 해보아도 20분의 1이다.

하지만, 시각을 바꿔 생각해보자. 우울함을 떨쳐버리고 달리 현실을 바라보면 오히려 희망찰 수 있다. 즉, 한국시장에서는 시장 규모의 한계로 불가능한 사업 모델도 중국에선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적 상상을 하고 있는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새롭고 미래적 가치를 지닌 무언가를 창조해나가고 있는가? 한국 시장만을 바라보지 말고 중국 시장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 더욱 많은 경우의 수가 등장한다.

궁극적으로 중국의 창업가보다 반보 빠르게 혁신적 사업모델, 사업화/수익화 방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기회를 낚아채기 위해서는 한국 시장뿐 아니라 중국 시장도 타겟 시장으로 고려하고 심층적으로 중국인보다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탐구해야 할 것이다.

필자 또한 수년간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지속해서 이러한 노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글의 공유를 통해 희망과 기회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참고 자료

  1. 이코노믹 리뷰, “[정주용의 미래의 창] 모구지에,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여성패션 플랫폼”, 2016.8
  2. 월스트리트저널, “Chinese Social-Shopping Startup Mogujie to Acquire Competitor”, 2016.10
  3. 크런치베이스 – Mogujie
  4. 차이나즈닷컴, “蘑菇街CEO陈琪:我们可能是最奇葩的电商公司”, 20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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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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