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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나온 판결] ‘환치기’ 수사에 이주노동자 동원한 경찰, 수사절차 규정 공백이 문제다 (이근우 교수 / 가천대학교 법학과) (⏳5분)

지난 9월,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수청·공소청을 신설하는 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행정기관의 존폐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며, 검찰청 폐지로 검찰개혁이 완수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1년 동안 검찰개혁이라는 목표 아래 형사사법체계 전반에 대한 개혁을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형사사법체계의 개혁은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검찰권 오남용을 확인한 판결이나, 형사사법체계 개혁의 화두를 던지는 판결을 선정해 ‘형사사법체계 개혁 특집 판결비평’을 진행합니다.

  1. 별건의 유혹: 범죄 혐의자에게 무죄 안겨준 수사기관의 무차별 압수수색
  2. 진료는 의사, 약은 약사에게: 검찰의 직접수사 관행에 제동 건 대법원
  3. 정신장애 피의자 ‘홀로’ 압수수색, 배심원단 ‘만장일치’ 무죄 뒤집기는 정당한가?
  4. 비자 문제 돕겠다며 이주노동자를 ‘수사 도구’로 사용한 경찰 (이 글)

포천의 한 이주노동자 행사, 방글라데시 출신의 노동자들에게 A씨가 접근해 왔습니다. 뒤늦게 자신의 소속을 밝힌 A씨는 서울은평경찰서 소속 경사였는데요. A 경사는 포상금은 물론 비자 문제 해결을 도울 수 있다며, 속칭 ‘환치기’ 업자의 검거를 도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주노동자 B씨는 ‘환치기’ 업자의 계좌에 입금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민간인을 이용한 수사보조 행위였습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는 경찰이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등 인권침해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A 경사에 대한 징계 등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진정을 기각했습니다. 심지어 법원은 이주노동자 B씨가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민간인을 동원한 수사보조 행위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경찰의 손을 들어주었는데요. ‘수사절차 규정의 공백’ 속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 동원 수사의 문제점, 이근우 교수가 비평했습니다.

대충 갖다 쓰라? 임의수사, 그 절차적 공백

어쩌면 이는 흘러가는 하나의 사건일지도 모른다. 경찰관이 범죄수사를 위해 정보를 수집하다가 우연히 만난 외국인 노동자의 협조를 받아 불법환전상으로 의심되는 자를 검거하려다가 실패한 사건으로 보면 그렇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 담긴 기본 취지가 그러하다.) 

그런데 만약 처음부터 불법환전상 검거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만나기 쉬운 모임에 의도적으로 가서 적당한 대상자를 물색하여 접촉한 후 그제서야 자신이 경찰관임을 밝히고 외국인 노동자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혜택을 줄 수 있음을 약속하고 그를 수사에 이용하려한 것이라면 문제는 조금 달라진다. 

우리 형사소송법 체계가 70년도 더 지난 것이고, 그마저 수사절차를 독자성 없이 제1심에 부수하는 절차로, 수사권자의 권한은 제1심 판사의 권한을 준용하는 것으로 매우 성글게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준용’이라는 것이 서로 경우는 다르지만 성질이 허용하는 한 대충 혹은 적절히 갖다 쓰라는 입법형식인 것을 감안하면 수사절차, 수사권한, 수사방법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그러면서 체포, 구속, 압수, 수색, 검증이라는 몇 가지 수사방법만 ‘강제수사’라고 보아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을 뿐, 임의수사 원칙을 규정하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 무엇은 임의수사이므로 허용되는 것인지, 임의수사라면 어떤 절차도 없이 수사담당자가 마음대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인지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것이다. 

위 사진은 본문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위법수집증거’ 단계에서야 보는 절차적 흠결

그런데 지난 20-30년 동안 형사절차에서 절차주의의 요구는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어서 증거법에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는 위법수집증거배제 법칙이 형사소송법에 명문화되기에 이르렀다(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것만으로 수사절차에서 직접적으로 적법성 통제가 강화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 규정은 증거능력에 해당하는 것만 문제 삼는 형식이어서 경찰이 송치하고 검사가 기소한 후 해당 증거를 법원에 제출해야만 동작(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기 때문이다.

어느 한 단계라도 없다면 이 규정이 적용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의 예를 들자면 이름만 알려진 불법환전업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송치, 기소되고 난 후 그의 재판에서나 변호인이 함정수사 혹은 위법수집증거의 배제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수사절차의 적법성을 증거능력 판단으로 통제하는 방식의 본질적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절차는 뒷전인 미끼 함정수사…그리고 함정수사의 미끼(치즈)로 동원되는 사회적 약자와 외국인…

수사기관의 ‘임의’에 내맡기지 않도록

형사절차법의 일부로 하든 별도 법률을 제정하든 수사의 일반원칙, 준수사항에 관한 일반규정과 특별한 수사방식에 대한 절차규범을 둘 필요가 있다. 그 내용 자체는 동의하지는 않지만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신분비공개, 신분위장수사처럼 수사기관 자체적으로나 법원의 승인절차를 두는 식으로 ‘임의수사‘가 수사기관의 임의에 전적으로 내맡겨지지 않도록 절차를 규정해야 한다. 

이 사건 자체에서는 범죄인지보고는 있었던 것인지 등 단지 정보(첩보) 수집 단계였는지, 내사를 넘어 수사라고 할 만한 것이 진행되었는지도 파악이 어렵다.

그러나 미디어의 보도에는 이 사건보다 더 중하게 고소인, 참고인 등에게 증거수집을 요구한 사례도 다수 있는 것을 보면 일선 경찰이 민간인을 수사에 활용하는 것의 불법적 요소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각각 N번방 사건, 서울대 N번방 사건이라고 불리는 사건에서 민간인 자원가들과 수사경찰이 ‘긴밀하게‘ 협력하여 범인을 검거한 ‘성공’, ‘미담’ 사례로 소개되고 있지만 형사법 전공자 입장에서는 위험천만한 발상으로 보인다.

n번방 사건

과거 안기부 등은 소위 ‘망원’을 활용하여 많은 수사를 진행했는데 이는 사실상 비밀경찰처럼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찰 스스로는 민간인 자원단체와의 수사 협력을 강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저 사건들의 판결이 비공개여서 재판에서 위법수사 주장이 있었는지 그것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수사절차법의 필요성

이번 대상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경찰 내부에서나 국가인권위원회는 대체로 피진정인인 경찰관의 소명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피진정인이 굳이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근무지에서 꽤 멀리 있는 외국인지원단체에 간 이유나 진정인인 외국인에게 제공하기로 한 경제적 신분상 이익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유혹(?)적이었는지, 즉 진정인이 그 이익 때문에 이 사건 수사에 자원한 것인지는 이 사건에서 피진정인의 행위의 불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가 되지만 그 부분이 드러나 있지 않다. 그래서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경찰 자체에서 징계성 조치를 한 것을 보면 적어도 경찰 내부적 수사준칙에도 위반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대상 사건은 수사절차법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수사절차의 적법성을 재판 과정에 이르러서야, 증거능력 판단으로만 통제하는 방식의 한계는 여실히 드러났다. 더 이상 “대충 혹은 적절히 갖다 쓰라”는 준용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 이제 “수사절차법”이 필요하다. 수사의 일반적인 원칙과 준수사항을 규정하고, 특별한 수사방식에 대한 절차규범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광장에 나온 판결: 300번째 이야기


⚖ 이주노동자를 ‘환치기’ 거래 수사에 동원한 경찰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결정한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권주연 판사 2025.11.11. 선고 2024가단5432081 [판결문 보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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