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연구소의 2025 기후에너지 10대 전망과 제언 보고서를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 글의 필자는 이유진(녹색전환연구소장)입니다.

  1. 윤석열 이후의 기후 정책: 탈원전과 탈탈원전, 그 다음 기후 정책 있나. (이유진)
  2. 기후대응 후진국 한국, 무역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세 가지’는 하라. (김병권)
  3. ESG 국제 추세, 트럼프도 못 막는다 (정영주)
  4. LNG발전 투자가 전환금융? ‘전환워싱’ 막는 법 (최기원)
  5. 플라스틱 규제와 중국의 부상을 넘어 순환경제로 (지현영)
  6. 인허가에만 5년 8개월? 해상풍력·영농형 태양광 늘리는 5가지 정책 (오선아)

요약

  •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언과 탄핵소추안가결로 인해 한국의 정치 상황은 급변하게 되었으며, 2025년에 대통령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2025~2030년을 책임질 다음 정부의 주요기후 에너지정책에 대한 방향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 2025년 글로벌 탄소중립 2.0시대는 중국의 녹색산업질주가 특징이며 유럽연합과 미국이 ‘값싼 에너지’와 ‘제조업산업강국’을 표방하고 있고, 유럽연합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미국은 해외오염관세법을 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위기감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한국의 다음 정부는 2025~2030년 임기로, 2050탄소중립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동시에 2030년 감축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다음 정부 기후 정책의 핵심 내용은 (1)녹색산업으로의 전환과 디지털(AI) 기술 결합 (2)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시스템을 갖추는 에너지전환 (3)정부 조직 개편 (4) 기후예산, 에너지가격, 기후기금, 세금(탄소세,교통에너지환경세)개편 (5) 2030년 NDC 목표 달성과 2035년 NDC 수립 등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 대선시기 기후의제를 부각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산업계, 노동계, 농민, 교사, 복지계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 집단이 각각의 입장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도록 요구하거나 대선후보 기후 단일주제 토론회 등을 준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이후’ 기후에너지 정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기존 계획의 불확실성은 커졌다(‘2050 중장기 원전산업 로드맵’1∙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탄핵 정국에서 기존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긴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2025년, 위기 혹은 기회

불확실성이 커진 건 우려할 일이다. 하지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원전에만 집중된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되돌릴 수 없기 전에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기회다.

2025년 1월 20일, 트럼프는 임기를 시작한다. 2025년은 파리협정 체결 10주년이 되는 해다. 파리협정 탈퇴를 공언해 온 트럼프로 인해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이 후퇴할 거라는 우려가 있다. 2025년은 유럽연합,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이 탄소중립2.0으로 변화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EU 그린딜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약 150여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30년 목표 설정(NDC 2.0)과 실행을 위한 정책을 펼쳤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24년은 세계 선거의 해였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투표에 참여해 주요 국가들의 리더십이 교체되거나 탄소중립 정책의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더욱이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협약당사국은 2025년 2월까지 2035년 감축 목표(NDC 3.0)를 제출해야 한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2035년에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어떻게 설정할지를 보면 인류의 향후 5~10년의 기후위기 대응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으며 각국 리더십의 변화와 함께 글로벌 탄소중립2.0의 방향도 가늠해볼 수 있다.

기후정책은 국제적인 정세와 맞물려 돌아간다. 다음 정부의 기후에너지정책 모색을 위해 2025년부터 본격화될 글로벌 탄소중립 2.0 시대를 전망해보자.

  • 다음 정부의 목표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기반 조성과 2030년 NDC 2.0 달성이다.
  • 특히 2025년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ationallyDeterminedContributions, NDC)설정과 더불어 기후소송 결과에 따라 장기 감축계획(2031~2049) 수립과 더불어 국회가 입법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그 어떤 때보다 기후위기 대응 논의를 치열하게 해야 하는 ‘해’가 되었다.
  • 이것은 2025년에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어떤 비전과 공약을 가진 지도자가 등장하는가와 연결되어 있다. 대통령 선거가 2025년으로 당겨짐에 따라 단기간에 기후와 에너지전환 이슈를 의제화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대통령의 임기기간인 2025~2030년은 ‘NDC 2.0’ 실행시기와 맞물린다. 누구에게도 미룰 수 없다. 온전히 다음 대통령이 임기에 2030년 감축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 2015년 파리협정 타결을 전후로 국가들이 제출하였던 2025년 또는 2030년 감축목표인 ‘NDC1.0’는 2020년 전후로 국가별 2030년 감축목표인  ‘NDC2.0’로 상향됐다. 한국은 올해 2월까지 2035년 감축목표인 ‘NDC3.0’을 내야 한다. 즉, 2025년부터 시작되는 글로벌 탄소중립2.0에 대한 준비와 더불어 2035년 NDC3.0에 대한 목표치를 선정해야 한다. 
  • 한국의 NDC2.0은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는 것이다. 2022년 배출량은 7억 2,429만톤으로 2018년 7억 8,390만 톤 대비 7.6% 줄이는 데 그쳤다. 지난 3일,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2016년~2022년 동안 민간석탄발전사의 석탄소비량 약 49만~889만 톤이 누락되었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민간 발전사 석탄 소비량을 반영하지 않은 에너지통계연보를 작성했고, 이를 토대로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현재 목표한 대로 온실가스를 줄이지도 못하는 데다 관리조차 부실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2035년 NDC는 현재 NDC보다 진전돼야 한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총회(COP28)와 제298차 당사국총회(COP29)에서 한국정부가 참여한 2030년 에너지효율 2배 개선, 재생에너지 발전3배, 에너지저장장치(ESS) 3배 확충, 전력망 구축, 메탄서약 달성을 반영해야 한다. 2025년 2월까지 각국은 NDC 3.0을 제출하기로 했지만 늦춰질 가능성이 높고, 한국은 현재 탄핵국면이라 더욱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2025년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30)은 11월 10일부터 21일까지 브라질에서 열린다.

트럼프의 야심, 가장 싼 에너지 가격으로 제조업 유치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할 트럼프는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와 원유 생산 확대, 천연가스 수출면허 승인 재개, 화석연료 규제 완화를 예고하고 있다. 동시에 기후변화 관련한 보조금 대폭감축, 전기차 의무화 폐지, 보조금 폐지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여 바이든 정부가 추진했던 기후위기 대응에 속도가 늦춰질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트럼프는 ‘아젠다47(AGENDA 47)’ 공약에서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을 에너지와 전기 가격이 가장 값싼 국가로 만들어 전 세계 제조업을 유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내 원유생산량은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이미 역사적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으며, 셰일가스 손익분기점을 고려할 때 추가생산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한국은행, 2024). 

트럼프 등 뒤에 ‘아젠다 47’을 의미하는 ’47’이라는 피켓이 보인다.

미국의 균등화발전비용(LCOE:LevelizedCostofElectricity)을 살펴보자. LCOE는 발전소의 건설, 운영, 유지보수, 연료와 연료비용, 폐기 등 모든 비용을 총 발전량으로 나눈 값으로, 발전소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지표다. 투자은행 라자드의 2024LCOE보고서에 따르면 1MWh당 미국 원전은 LCOE가 182달러, 석탄은 118달러, 지열은 85달러, 복합화력발전은 76달러, 태양광발전은 61달러, 육상풍력발전은 50달러다. 미국의 태양광과 육상풍력이 이미 그리드패러티(Grid Parity·화석연료와 태양광의 발전 단가가 같아지는 지점)에 도달해 가장 저렴한 발전원이 됐다. 

또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수혜지역에 공화당 지지층이 많아 폐지보다는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해외오염관세법과 같은 탄소무역장벽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EU과  미국이 ‘값싼 에너지’와 ‘제조업산업강국’을 표방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위기감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U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미국은 해외오염관세법을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GDP 성장의 40% 차지하는 녹색산업

에너청정대기연구센터(CREA)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녹색산업은 국가 GDP 성장의 40%를 차지하며, 중국 전체 GDP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파리협정에 참여하면서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에너지효율,신산업,전기차부문에 투자했다.

2020년 탄소중립선언을 한 중국은 2021년 소위 ‘1+N’ 체제를 출범했다. 하나(1)의 중심정책과 여러 개(N)의 세부 정책 체제를 바탕으로 탄소중립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뜻이었다. 2020년 당시 400GW였던 태양광풍력 발전용량을 2030년까지 1200GW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는데, 목표를 6년 앞당겨 2024년에 달성했다. 전 세계에서 설치되는 태양광, 풍력 설비 용량의 3분의 2가 중국에서 건설되고 있다. 

중국의 수상 태양광 시설.

중국은 ‘신질(新質, 신품질) 생산력’을 내세우며, 녹색산업에 더 막대한 지원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기존 전력 분야만 대상으로 했던 탄소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System, ETS)를 시멘트·철강·전해 알루미늄으로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비해 중국산업의 탈탄소화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EU, 미국, 중국이 탄소중립을 경제산업정책으로 설정하고 정부정책의 상위목표로 두고있는 것에 비해 한국에서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의 산업정책이 ‘그린뉴딜’ 이후 존재하지 않는다.

EU, 중국 견제하며 탈탄소와 싼 에너지 ‘두 마리 토끼’ 목표

유럽집행위원장 재선에 성공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의 핵심 공약은 유럽연합(EU)의 탈탄소와 저렴한 에너지가격의 동시달성이다. 이를 위해 ‘청정산업딜’을 발표할 예정이다.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높은 에너지가격과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도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녹색산업 경쟁에서 중국에 뒤쳐진다는 위기의식을 품고 있다. 이에 폰데어라이엔의 청정산업딜은 친환경 투자확대로 EU 산업경쟁력 견인, 미국·중국에 버금가는 대규모 투자와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 친환경기술 인프라투자 등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한국무역협회, 2024).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오른쪽)이 2024 9월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마리오 드라기 전 ECB 총재로부터 ‘EU 경쟁력의 미래’ 최종 보고서를 받고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탄소중립 대세…트럼프도 ‘그린래시’도 못 막는다

2020년~2024년 글로벌 탄소중립 1.0시대에 주요국은 탈탄소 산업 성장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흐름을 만들었기 때문에 트럼프가 다시 집권해도 전 세계 경제의 탈탄소화 흐름은 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도 미국의 이익을 위해 IRA 폐지나 재생에너지에 대한 극단적인 제재를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기후위기 대응논의에 있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기후위기 대응체제 유지를 위해 미국의 빈 자리를 EU와 중국, 호주, 영국, 브라질 등이 채울 가능성이 크다. 향후 온실가스배출량 관리도 이산화탄소에서 메테인, 에프-가스(F-gas)로 규제가 확대되고,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기후공시, 공급망 실사는 기업들로 하여금 스코프3(SCOPE3, 공급망 등 기타 간접배출)를 포함한 탄소발자국 관리를 강제하고, 이에 따라 모든 제품생산에 연결되어 있는 전력의 탄소배출계수를 낮추기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과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시스템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씨 이하로 안정화하기 위해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장기 목표와 2030년 NDC2.0, 2035년 NDC 3.0과 같이 연도별로 촘촘하게 목표를 수립하고 전 세계적인 이행점검체계를 가동하게 된다.

결국 기후재난, 전 지구적 탄소중립 목표 달성, 탈탄소 경제산업대전환, 에너지전환, 기업의 탄소배출량 규제 등이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화석연료와 연결한 이해집단의 관성과 일부 기후 관련 정책이 후퇴하는 ‘그린래시(Greenlash, 녹색과 백래시 즉 반발의 합성어)’가 발생한다 해도 전 지구적인 탈탄소화 흐름은 바꾸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얼마나 빠르게 탈탄소산업 경제시스템을 구축하는가가 각국의 경제전략에서 핵심이 될 전망이다.

차기 대통령에게 제언하는 다섯 가지 기후 정책 비전

윤석열 탄핵 스케줄을 고려하면, 갑작스럽게 치뤄지는 선거에서 기후 의제를 주요 의제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차기 대통령 공약에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산업전환, 재생에너지 확대가 담기고, 100대 국정과제에도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이에 대선에서 다뤄야 할 기후에너지 분야의 쟁점을 정리해보았다. 2025~2030 정부의 기후정책비전과 키워드는 다음 다섯 가지다.

  1. 녹색산업으로의 전환과 디지털 기술 결합
  2.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시스템을 갖추는 에너지 전환
  3. 정부 조직 개편
  4. 기후예산, 에너지가격, 기후기금, 세금 개편
  5. 2030년 NDC 목표 달성과 2035년 NDC 수립
1. 녹색산업 전환에 디지털기술을 결합하자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산업부문을 탈탄소화하고 녹색산업을 확장해 나갈 수 밖에 없으며, 동시에 AI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의 활용을 피할 수 없다. 2020년 한국판 뉴딜로 제시되었던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의 결합력이 강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이다.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녹색산업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고, 탄소중립사회의 전력화된 시스템에서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해결하기 위한 전력망 운영에 있어서도 디지털기술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탄소집약도가 높은 한국의 제조업을 녹색으로 전환하면서 이를 디지털기술과 결합하려면 그만큼의 투자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2.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시스템을 갖추자

정부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 2050년 탄소중립까지의 장기 목표를 달성하려면 규모 있는 재정투입과 제도개선이 필요한데, 한국의 인구와 재정은 줄고, 고령화와 지역쇠퇴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수축사회’에 맞춰, 탄핵 이후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미래를 위한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국면이다. 1997년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이 IMF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IT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는 정보통신산업을 육성하고, 건강보험 도입·의약분업·국민연금 보편화·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해 복지국가의 기틀을 닦았던 리더십과 비전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한 산업전환과 에너지전환에 속도를 낼 것이다. EU가 청정산업딜을 선두에 세우고 2026년 부터 탄소국경조정제 시행에 들어갈 것이며, 미국도 해외오염관세법 등을 통해 미국보다 주요 품목에 탄소집약도가 높은 주요 국가의 수입품목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EU의 탄소중립산업지원법, 미국의 IRA, 중국의 1+N 정책과 같은 대표적인 탈탄소 산업전환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산업 전환 정책은 그 자체로 수단이자 목적으로서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시스템을 갖추는 에너지전환에 대한 동시접근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탄소중립은 석유, 석탄, 가스를 대체하는 에너지원으로서 모든 분야에 걸쳐 ‘전력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고, 전력에 대한 늘어나는 수요를 탄소배출을 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려면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늘어나야 한다.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A안에서 전체 전력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70%에 달한다. 현재 30GW 수준인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050년까지 500~600GW로 늘어나야 한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비중 70% 이상을 견딜 수 있는 전력망과 전력시장 시스템을 그려놓고, 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백캐스팅 방법으로 전기요금, 재생에너지, 전력망, 전력시장을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공공재생에너지, 민간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해서 소득이나 일자리 증진 효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분산에너지인 재생에너지의 특징상 지역에서의 입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지자체 인센티브 제공, 지역주민의 재생에너지 투자 접근권 보장, 공간계획과 시간계획, 재생에너지 계획의 정합성 갖추기 등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산업계도 온실가스 감축을 비용으로만 보던 관점에서 벗어나 기후공시를 앞당겨서 실제 감축사업을 펼칠 필요가 있다.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한 탄소발자국을 측정하고 그에 따라 인센티브와 벌칙이 작동하는 시스템이 구축되기 때문에 스코프 1, 2를 빨리 시작하면서 스코프 3까지 관리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생산과 소비 전과정에 걸쳐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측정, 보고, 검증(MRV) 체계를 갖추고, 관리해나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지원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에너지전환은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극한으로 대립한다. ‘탈원전’과 ‘탈-탈원전’으로 반목하면서 에너지수요관리나 재생에너지 확대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전력생산에서 탄소비중을 줄이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산업 전환 정책과도 맞닿아 있는 핵심과제이다. EU의 지속가능성공시나 공급망 실사에 따라 제품 생산 전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중요해졌으며 이를 위해서는 전력의 탄소배출계수가 낮아야 한다. 모든 제조업 생산공정에서 전기는 필수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경북 울진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왼쪽)와 2호기 모습.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현재 재생에너지 확대에 있어 걸림돌이 되는 것은 재생에너지 입지 문제와 전력망 문제이다. 이제 재생에너지 생산이 가능한 곳에 산업이 이동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기존처럼 산업이 있는 곳에 에너지를 보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입지 근처에 산업단지를 조성함으로써 전력망 제약과 지역균형발전 문제를 동시에 풀어갈 수 있다. 대표적으로 전라남도 해상풍력과 배후항만 조성, 산업단지 유치를 패키지로 묶여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해상풍력과 영농형 태양광 관련 입법과 제도개선을 서둘러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고, 관련 산업을 일으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 역시 급선무다. 5대 발전사의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정의로운 전환과 연계해 기존 석탄발전 노동자들이 재생에너지 발전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3. 기재부와 결합한 기후경제부 설치 고려할 필요

탄소중립 산업정책과 재생에너지기반 에너지전환에서 핵심은 정부 조직 개편이다.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 전환을 표방했지만 인수위원회가 없이 정부가 출범하면서 에너지 전환에 걸맞은 정부 조직 개편을 하지 못했다. 현재는 환경부가 기후위기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의 주무부처를 맡고 있지만 관할 영역이 폐기물밖에 없는 상황에서 산업, 에너지, 건물, 수송, 농축수산 분야 온실가스 감축을 끌어내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독일은 2021년 부총리급의 경제기후보호부를 신설했고, 영국은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를 만들었다. 한국에선 지금까지 기후위기 대응 정부 부처 개편 논의에 있어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주로 논의되었는데, 규모 있는 정부 재정투입과 정책 조율 기능, 주요 국가에 뒤쳐진 녹색산업전환과 경쟁력을 생각하면 기획재정부와 결합해 기후경제부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이제 산업, 통상, 경제, 민생 등 모든 정부 부처에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4. 기후 정책 개혁에는 돈이 필요하다

기후경제부(+기획재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책임지고, 그에 맞게 정책과 예산을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재부가 예산을 책정하지 않으면 각 부처가 수립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기재부에 NDC 목표 달성 최종 책임을 지우고, 그때 따른 재정지원을 연동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재부 차원에서 탄소세와 기후배당, 기후예산제도, 배출권거래제, 전기요금과 에너지요금 개혁을 주도해서 진행해야 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30년까지 탄소감축 이행을 위한 투자수요를 300조 원 정도로 예측, 산업은행은 비공식적으로 450조 원을 예측하고 있다. 이를 조달하기 위해선 기후예산, 에너지가격, 기후기금, 세금(탄소세, 교통에너지환경세) 개편이 있어야 탄소중립 산업전환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

5. 2035년 NDC 3.0과 2050년까지의 감축 경로 

차기 정부는 2030년 NDC 목표를 달성하면서 동시에 2035년 NDC를 수립해야 하는 과업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의 2030년 NDC 목표 달성을 위한 산업부문 탈탄소화 전략,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및 추진 전략, 녹색교통 전환 전략 및 전기차 보급, 건물 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그린리모델링 추진 계획 등을 포함하되 정책을 통해 시민들이 에너지 비용을 줄이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에너지복지에 대해서도 동시접근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빠르게 감축하고 지역사회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하고,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재난에 대한 적응정책도 갖춰야 할 것이다.  

대선이 이후 2035년 감축목표를 설정할 수 있을텐데, 2035년 감축 목표 작업과 동시에 헌법재판소의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가 장기온실가스 감축경로(2031~2049년)를 정하는 논의도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렇게 한국의 장기온실가스 감축경로 수립 과정에서는 △2050 탄소중립으로 가는 감축경로를 예측가능하도록 법률에 규정할 것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이 담보될 수 있도록 할 것 △미래에 과중한 부담이 이전되지 않도록 할 것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할 것이라는 네 가지 고려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국가 온실가스 장기 감축경로 마련을 위해 출범한 ‘기후미래포럼’(감축경로분과와 미래사회분과로 구성)은 하향식(Top-Down)으로 복수의 장기 감축경로를 설정(선형, 온건, 적극 등)하고, 경로별 감축수단 및 사회경제적 영향을 검토할 예정이다. 더불어 이러한 경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재정 규모의 추산도 필요하다. 

차기 대선, ‘기후’를 보편적 공약으로 만들어야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언과 탄핵소추안 가결로 인해 한국의 정치상황은 급변하게 되었으며, 2025년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2025~2030년을 책임질 정부의 주요 기후에너지 정책에 대한 방향을 공론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차기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큰데, 탄핵 이후에 정치적인 쟁점이 부각되기 쉬운 상황에서 기후에너지 의제를 대선시기에 주요 의제로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대선시기에 주요의제가 되어야 공약으로 반영되고, 대통령 당선 후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되는 등 정책의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다음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기후에너지 이슈가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선에서 기후 문제를 어떻게 주요 의제로 만들 수 있을까? 선거에서 표가 될만한 유권자 집단이 특정 정책을 지지하거나 원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낼 수 있어야 한다. 

산업계, 노동계, 농업계, 교사계, 복지계, 과학계 등 각각의 입장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필요한 정책을 자신들의 요구 사항에 같이 전달하도록 함으로써 기후와 에너지 전환 의제가 특정 환경 진영이나 환경에 관심 있는 일부 유권자들의 요구가 아니라 모든 영역에 걸친 보편적인 공약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의 주요 노동조합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정책요구안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폭염과 한파에 대비한 노동 분야 기후적응 방안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일자리 확대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함께 제안하는 것이다. 

더불어 선거기간에 대선후보들이 기후위기 단일주제만으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도 시도해볼 만 하다. 선거기간에 정당과 후보간 토론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선거에서 후보자들에게 비전과 정책을 묻는 토론회는 주로 경제, 교육, 외교 정책, 복지 등에 초점을 맞춰 개최되어 왔다. 제한된 횟수의 선거 토론회에서 대선후보들이 기후이슈를 단일 의제로 토론을 한다는 것은 ‘기후이슈’ 자체로 주목받고 우선순위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선거에서 기후 단일 이슈 토론회를 성사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시도를 해보는 것이 차기 정부에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우선순위를 높이는 데 있어 효과적인 방안 중 하나이다. 대통령 후보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담아 기후위기와 관련한 다양한 이슈에 대해 정치적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기후 유권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신호와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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