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팩트체크의 기초… 자기 확신을 경계할 것,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고 검증하라. (⏳3분)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유튜브 채널에서 떠드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져 군인들을 풀어 나라를 뒤엎으려다 실패했다. 계엄령이 아니라 계몽령이었고 의원을 끌어내라는 게 아니라 요원을 빼내라는 이야기였다는 뻔한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 중국인 간첩이니 형상 기억 종이니 뭐니 독버섯처럼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팩트체크로 거짓말을 이길 수 있을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에게 팩트체크가 무슨 소용일까 싶지만 이 책은 우리에게 일상의 거짓과 싸우는 전략과 노하우를 알려준다. 이 책은 기자와 편집자를 위한 실전 매뉴얼이지만 사실이 곧 진실이 아니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일깨운다. 우리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검증하고 뒤집고 다시 질문해야 한다.

저널리즘에 대한 신뢰를 섣불리 거둬서는 안 되지만 모든 언론이 근본적으로 정파적 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우리가 받아보는 것은 편집된 결과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챗GPT와 대화하는 게 아니고 저널리즘은 확률적 앵무새가 아니다. 우리는 늘 진실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지만 우리 가운데 누구도 완벽하게 객관적일 수는 없고 우리는 모두 근본적으로 편견덩어리라는 전제에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브룩 보렐(Brooke Borel). 위키미디어 공용.

지금까지 한국에서 나온 팩트체크 관련 책이 수십 권이지만 팩트체크 전문가 브룩 보렐이 쓴 이 책은 팩트체크의 본질과 원칙부터 시작한다. 언론이 민주주의의 초석이라면 팩트체크는 언론의 서사 구조를 검증하는 건축물 준공 검사 담당자다. 위기와 혼란의 상황에서 그래도 우리가 마지막 순간에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믿을만한 언론이다. 완벽한 언론이라서가 아니라 계속해서 의심하고 검증하고 바로 잡는 사실에 대한 겸허한 태도가 언론의 신뢰를 만든다.

값싼 신문에 광고를 끼워팔던 시대가 끝난 것처럼 가르치려 드는 언론의 시대도 지났다.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각자의 필터 버블과 에코 체임버에 갇혀 모두가 다른 세상을 보는 시대다. 팩트체크는 언론의 무결성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오류투성이라는 걸 전제로 완결성을 높이는 작업이다. 저널리즘은 근본적으로 협업 프로젝트다. 여러 언론이 내놓은 퍼즐 조각을 끌어맞춰야 가까스로 진실을 구성할 수 있다.

조직에는 레드팀이 필요하고 기사에는 반론이 필요하다. 권력자에게는 당연히 비판이 따르고 대화와 타협이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다. 혼자서 59분을 떠들고 반론에 귀를 닫으면 자신이 상식의 세계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팩트체크는 자기 확신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내가 아는 이것이 전부인가 반문하는 것이 팩트체크의 출발이다.

드라마 [뉴스룸] (2012, 애런 소킨) 시즌 2 에피소드 7, ‘레드팀 III’ 중에서.

이 책은 폭주하는 윤석열과 그 지지자들을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도 알려준다. 펙트체크는 근본적으로 시각이 편중된 독자에게는 별 효과가 없었다. 미국에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500만 명이 넘는다. 한국은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내란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30%가 넘는다. 1500만 명 정도다.

이 책은 윤석열을 위한 책이 아니지만 윤석열과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민주 시민들에게 “희망을 버릴 필요는 없다”고 조언하는 책이다. 민주주의는 자유롭고 정직한 언론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과거를 이해하고 위험의 결과를 인식하고 거짓과 맞서야 한다. 질문이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갖는 것처럼 팩트체크는 혼란스러운 프레임 전쟁에서 사실의 힘을 강화한다.

NSA 내부 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이 이런 말을 했다.

‘가짜뉴스’ 문제는 심판자가 아니라 이용자, 참여자, 시민이 서로를 돕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나쁜 메시지에 대한 해결책은 검열이 아니다. 나쁜 메시지에 대한 해결책은 더 많은 (옳은) 메시지이다. 거짓말이 쉽게 퍼지는 지금이야말로 비판적 사고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서로 인식하고 또 확산시켜야 한다.”

팩트체크는 혼란의 시대에 진실을 가치를 일깨우는 작업이다. 한바탕 바람이 쓸고 지나가면 디테일이 중심에 선다. 디테일이 없는 왜곡과 선동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게 우리가 거짓과 싸우는 방식이고 그게 팩트체크의 핵심이다. 사실과 진실의 경계에서 질문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서평] 팩트체크의 기초 / 브룩 보렐 지음 / 신소희 옮김 / 유유 펴냄.

‘팩트체크의 기초’를 선물로 드립니다.

유유출판사에서 이 책을 10권 보내주셨습니다. 7권을 슬로우뉴스 후원회원 여러분에게 보내드리겠습니다. 아래 링크로 신청해 주시면 선착순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팩트체커의 실전 핸드북 같은 책이니 언론과 출판, 홍보 업무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따로 공지는 하지 않겠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은 후원회원들께 드리는 기회입니다.

[업데이트] 신청 마감됐습니다. (신청하신 분들은 저희가 연락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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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우와~ 선착순 7명은 놓쳤을것 같지만 한 줌의 희망으로 신청해보려고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는 더 슬로우뉴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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