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호 칼럼] 최상목의 꼼수에도 탄핵 열차는 간다… 한국 사회의 회복력을 믿자. (⏳2분)

나는 애초 한덕수(국무총리)가 윤석열 탄핵 심판을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도 속내는 헌법재판관이 뽑히든 말든 그건 모르겠고, 그걸 내 손으로 하는 것만은 피해서 보수 진영의 욕은 먹지 말자. 왕따만은 피하자, 이런 정도였으리라고 생각했다. 그걸 컴포트존(안전지대)이라고 불렀다.

최상목,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선택

최상목(부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역시 이런 부류의 생각을 할 텐데 벗어날 수 있을지 솔직히 잘 판단이 안 섰다. 그런데 막상 까보니 국회에서 선출한 헌법재판관 세 명 중 두 명을 골라서 임명하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선택을 했다.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최상목(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4.12.31. 기획재정부.

많은 분이 헌재 봉쇄도 못 하고 양측 모두로부터 욕먹을 황당한 결정이라고 하는데, 나는 어쩌면 이게 최상목이 원했던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권한쟁의와 헌법소원이 제기되고, 당장 헌재가 빠른 구성을 촉구하는 마당에 권한대행이 무대포로 막기는 힘들다. 이 상황에서 그가 생각하는 최악은 국민에게 욕을 안 먹는(!!) 것일 수도 있다. 원성이 높을수록, 보수 진영에 대해 봤지. 내가 재들 편을 든 게 아니잖아, 이렇게 하소연을 할 수 있다.

이게 얼마나 국민들에게 모욕감을 주는지, 역사에 한덕수보다 최상목이 더 우스꽝스럽게 그려지리라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또는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이게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이번 사태의 부산물 중 하나는 관료제에 대한 국민의 생각이 깊어진 것이다. 헌법재판관 임명 과정에서 보인 총리와 부총리의 기막힌 모습, 계엄 선포 과정에서 드러난 국무위원들의 비겁함과 궤변까지. 내란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더 황당한 것들도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관료제의 정상화는 어떻게 가능한지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다.

엘리트에 대한 환상이 깨지다

가장 놀라운 것은 그간의 통념, 엘리트주의와 포퓰리즘이라는 대비를 들이대면서, 대중은 무법천지이고, 법을 중시하는 엘리트가 가이드해야 한다는 환상이 깨진 것이다. 서울대와 육사와 경찰대를 수석 졸업하고, 고시에 패스하고 하버드를 나온 이들이 군을 동원해서 헌법을 유린하는데도, 국민은 질서정연하게 준법 투쟁을 하고 있다.

한 달이 넘도록 우두머리가 수사를 거부하고, 온갖 궤변이 판을 쳐도 국민은 놀라운 인내력으로 법의 절차를 다 지켜가며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

그 결과로 마침내 우두머리에 대한 체포 영장이 발부됐고, 헌법재판소가 8명의 재판관을 갖추어 기능이 막히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국민이 이루어낸 큰 진일보라 생각한다. 기상천외의 억지가 이어지겠지만 우리 국민은 또 헤쳐 나갈 것이다.

앞으로 헌법재판관 선별 임명에 대해 국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논의가 있을 것이다. 우선 명백한 헌법 위반 행위이므로 부총리를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클 것이다. 다른 한편 남은 한 명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헌재에 제기된 권한쟁의 또는 헌법소원에 맡기고. 탄핵은 유보하자는 주장도 있을 것이다.

나는 전자의 방식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야당이 여러 사안을 고려해서 중요성을 판단하고 완급을 조절하기 위해 후자를 선택해도 충분히 수긍할 것 같다. 일단은 헌법재판소의 심의와 종국결정이 가능할지에 대한 모든 의구심 없이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게 됐고, 경제부총리 뒤에 승계할 인물들이 더 나으리라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기 때문이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여전히 억지와 궤변이 판을 치지만 우리가 일궈낸 성과가 자랑스럽다. 더 진일보할 것이라고 믿고 새해를 맞이한다. 다들 자부심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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